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가 7개월 동안 로펌 대표로 있으면서 7억 원의 급여를 받은 데 대해 청와대 측은 "내부 청문회에서도 들여다본 부분"이라고 한다.
예전에도 그랬다. 2009년 9.3개각 후 정운찬 총리 후보자와 이귀남 법무-임태희 노동 장관 후보자 등에 대해 탈세, 위장전입, 병역기피 등의 의혹이 제기됐을 때 정정길 당시 대통령실장이 "상당히 많은 부분을 알고 있었다"고 했다. 2010년 8.8개각 후 김태호 총리 후보자를 비롯해 신재민 문화-이재훈 지경 장관 후보자 등에 대해 탈세, 위장전입, 투기 등의 의혹이 제기됐을 때도 인사검증을 담당하는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관계자가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문제점들은 검증과정에서 이미 짚어본 사안"이라고 했다.
뒤에 덧붙이는 말도 똑같다. 정정길 당시 대통령실장은 "이 정도면 괜찮지 않나 생각했다"고 말했고, 공직기강비서관실 관계자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지금, 청와대 측은 또 다시 "정동기 후보자가 잘 설명을 하면 납득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한다.
▲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 ⓒ뉴시스 |
달리 짚을 점이 있다. 속마음이다. '알았지만 괜찮다고 생각했다'는 청와대 해명에 담긴 의식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모험심'이다. 좋게 말해 그렇고 나쁘게 말하면 '사행심'이다. 요행을 바란다는 점에서 그렇다.
'괜찮다고 생각했다'는 청와대 해명엔 국민이 괜찮다고 생각해주길 바라는 마음이 깔려있다. 청와대의 도덕성 잣대에 맞춰 국민 눈높이를 낮춰줄 것을 바라는 마음 말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괜찮을 것이라고 낙관할 수 있겠는가.
'사행심'이 표면에 드러난 청와대 의식이라면 '경시'는 청와대 의식의 저류다. 잘 하면 국민의 눈높이를 낮출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점에서 그렇고, 잘못 돼도 국민 여론을 돌파하면 된다고 생각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하지만 덧없다. 이미 검증될 만큼 검증됐다. 다른 건 몰라도 인사와 도덕성에 관한 한 국민 눈높이는 항상 높았다. 돌파 대상은 국민 눈높이가 아니라 청와대의 요행수 인사였다.
그래서 한 마디 덧붙인다. 청와대는 학습 부진아이자 복권 중독자다. 실패에서 배우지 못한다는 점에서 청와대는 학습 부진아다. '꽝'에 입맛 다시면서 또 다시 복권 긁는 사람과 같은 모습을 연출한다는 점에서 복권 중독자다.
*이 글은 뉴스블로그'미디어토씨 (www.mediatossi.com) '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