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씨에게 청와대 문건을 유출한 혐의를 받은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 받았다. 지난해 11월 20일 구속 기소된 지 약 1년 만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15일 공무상 비밀 누설 등 혐의로 기소된 정 전 비서관에 대한공판을 열고 "민간인 최순실에게 비밀을 누설해 공직자로서 국민 신뢰를 무너뜨렸고 국정농단의 단초를 제공해 국민에게 실망을 줘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정 전 비서관은 '문고리 3인방' 가운데 한 명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한 인물이다. 그는 박 전 대통령 지시에 따라 최 씨에게 청와대 문건을 유출한 혐의로 지난해 11월 20일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정 전 비서관의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에 대해 "고도의 비밀 유지가 필요한 청와대 문건은 대통령과 친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절대 전달되거나 유출되어선 안 된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며 유죄로 인정했다.
특히 이같은 문건 유출 행위가 박 전 대통령과 공모 하에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정 전 비서관은 지금까지 "대통령 지시에 따라 문건을 전달했다"며 검찰의 공소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박 전 대통령과 공모 관계는 부인해왔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박근혜 전) 대통령도 청와대 문건을 최순실에게 전달되는 것을 당연히 인식하고 있었다"며 "이런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과 대통령 사이엔 공무상 비밀 누설 범행에 대한 암묵적 의사 전달에 있어서 공모 관계가 충분히 인정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건건이 지시한 것은 아니라도 대통령의 포괄적, 명시적, 묵시적 지시가 있었음을 인정할 수 있다"고 했다.
재판부는 "정부 인사, 대통령 말씀자료, 순방 일정 자료 문건, 고도 비밀 문건 등을 오랜 기간 민간인 최순실에게 전달해 비밀을 누설해 공직자로서 국민 신뢰를 무너뜨렸고 국정농단의 단초를 제공해 국민에게 실망을 줬다"며 "범행 당시 피고인 지위와 공무상 비밀 누설 횟수. 비밀 보호 필요성 등을 보면 범행은 죄책이 무겁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다만 정 전 비서관이 잘못을 반성한다는 점. 공무상 비밀 누설 범행과 관련해 대통령의 지시를 거부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는 점, 범행의 목적이 사익 추구가 아닌 점 등을 참작해 검찰이 구형한 2년 6개월보다 낮은 1년 6개월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이날 재판부가 청와대 문건 유출 행위가 박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판단함에 따라, 박 전 대통령 또한 관련 혐의에 대해선 유죄 선고를 받을 가능성이 클 것으로 관측된다.
재판부는 당초 정 전 비서관과 박 전 대통령의 1심 판결을 함께 선고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 변호인단의 전원 사퇴로 새 변호인단이 꾸려지며 연내 선고가 불가능해졌다. 이에 구속 만기일을 앞둔 정 전 비서관부터 선고하기로 했다.
박 대통령에 대한 재판은 15일 현재까지 기일이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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