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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00원 쌀국수의 비밀은 자판기?

[민미연 포럼] 최저임금 인상 정책에 무인주문시스템으로 대응

언제부터인가 주변에 39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을 내세운 베트남 쌀국수 체인점이 우후죽순 생겨나기 시작했다. 보통 7000원 내외인 쌀국수에 비해 이 정도로 낮은 가격으로 장사를 해서 이윤을 남기려면 해당 메뉴가 미끼 상품이거나 재료가 많이 부실하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최근 생겨나고 있는 저가형 음식점은 미끼 상품으로 일부 메뉴를 턱없이 낮은 가격으로 제공하는 것도 아니고, 재료가 많이 부실한 것도 아니며, 그렇다고 체인점 점포들 모두가 임대료 걱정이 없는 건물주도 아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들이 저가에 음식을 제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그들 대부분이 무인주문시스템을 통한 운영으로 인건비를 대폭 절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고객들이 매장 입구에 설치된 무인주문시스템 화면에 표시된 메뉴 중 선택을 하고 카드 또는 현금으로 결제를 하면, 주문이 주방으로 자동으로 들어간다. 주방에서 조리가 완료되면 고객의 주문번호가 호출되고 고객은 주방에서 조리된 음식을 받아서 자신의 자리에 앉아서 식사를 한다. 반찬이나 물 등의 서비스도 모두 셀프로 제공되고, 고객은 자신이 먹은 빈 그릇을 셀프로 반납한다. 이 매장에서 필요한 인력은 주방의 2명이 전부이다.

일반적으로 식당에서 가장 많은 비용을 차지하는 것은 임대료와 인건비이다. 이들 저가형 베트남 쌀국수 체인점에서는 무인주문시스템 설치와 셀프서비스 도입을 통해서 최소 2명 이상의 직원을 줄여서 3900원이라는 저가에 대부분의 음식을 제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무인주문시스템을 통해서 인건비를 줄인 것은 베트남 쌀국수 전문점만의 일이 아니다. 수년 전 맥도널드가 키오스크를 통한 무인주문시스템을 서울 신촌에서 첫선을 보인 이래, 롯데리아, 타코벨, 버커킹 등 국내의 패스트푸드 업체들은 앞다투어 무인주문 시스템을 도입했다. 키오스크의 터치스크린을 몇 번 터치하는 것만으로 원하는 메뉴를 주문할 수 있어 고객에게는 계산대 앞에서 대기할 수고를 덜어주고, 업체에게는 인건비 절감이라는 혜택을 주었다. 덕분에 패스트푸드 매장의 계산대에서 보이던 종업원의 숫자는 눈에 확연히 드러날 정도로 줄어들고 있다.

무인주문시스템은 극장에도 도입되었다. 영화관객들은 줄을 서서 영화티켓을 주문할 필요 없이 무인 발권기를 통해서 티겟을 구입하거나 미리 구입한 티켓을 발권한다. 무인시스템의 도입이 확산되고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영화관 종업원의 숫자도 줄어들고 있다.

▲ 서울의 한 패스트푸드점에 도입된 무인주문시스템. ⓒ연합뉴스

무인주문시스템의 도입 확대와 최저임금 인상

최근 문재인 정부는 내년도 최저임금을 7350원으로 대폭 인상했다. 처음 목표로 했던 1만 원에는 못 미치지만, 6470원인 올해 최저임금과 비교한다면 무려 16.4%라는 상당한 수준의 인상이다. 정부의 목표는 최저임금 인상을 통해 가계 소득을 증대시키고 그로써 내수를 진작시키는 것이라고 한다. 노동자의 소득 증대를 통해서 소비와 투자를 촉진시키고 그에 따라 경제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소위 소득주도 성장의 일환인 것이다.

그러나 최저임금을 인상하고 그를 통해 가계 소득을 증가시켜 내수를 진작시키고 경제선순환을 시키겠다는 정부의 목적은 과연 달성될 수 있을까?

오바마 정부 시절 미국에서는 패스트푸드 업체를 중심으로 저임금 노동자를 위한 최저임금 인상 바람이 불었다. 동시에 그에 반발하며 고용주들은 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이루어진다면 자동화를 통해서 인건비 절감을 시도하겠다고 주장했었다. 그리고 그 경고는 현재 무인주문시스템, 햄버거 만드는 기계, 자율주행 배달로봇 등을 통해 속속 현실화되고 있다.

2013년 태국의 사례 역시 비슷한 점을 시사한다.

2013년 태국 정부는 최저임금을 1일 300밧으로 인상했다. 이는 당시 총리의 선거 공약이기도 했지만, 태국 정부의 의도는 최저임금 인상을 통해서 전체 노동자의 약 32%에 달하는 320여만 명의 태국 노동자의 소득을 증대시켜 소득 불균형 개선과 소비 촉진을 유도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태국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정책에 대해 태국의 기업들은 인간 노동자 대신에 자동화 시스템 도입을 늘림으로써 대응했다. 로봇을 사용하는 것이 비용 절감 효과가 더 크며, 생산성 면에서 더욱 유리하기 때문이었다.

미국의 경우야 한국보다 임금 수준이 높으니, 고용주들의 대응이 그럴 수 있다고 치자. 그러나 태국의 사례에서 1일 300밧이면 지금 환율로 계산했을 때 한 달 30일을 꼬박 일해도 월 36만 원 미만이다. 이는 2013년 당시 한국의 최저임금의 약 3분의 1수준이다. 이 저렴한 임금을 가지고도 태국의 기업들은 단가 인상을 우려하며 자동화 시스템 도입을 늘렸다. 그 결과 가계 소득 증가를 통해 안정적인 생활을 보장하고 내수 경기를 진작시켜 경제선순환을 유도하기 위해 시작한 최저임금 인상 시도가 자칫 자동화 도입을 촉진시켜 일자리를 줄일 위험을 초래했다. 한국보다 훨씬 저임금인 태국과 같은 국가에서조차 이런 움직임은 가시화되었다.

한국의 최저임금 인상 과정에서는 미국이나 태국과 다른 전개가 이루어질까?

일반적으로 최저임금 인상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업종은 음식점이나 편의점 등으로 이 업종의 고용주들은 대부분 개인사업자들이다. 이들 개인사업자들은 자신들의 생계를 위해 가능한 비용을 절감해야 할 절박한 이유를 가진다. 그래서 비용 절감에 대한 압박이 있을 때 이들의 선택은 보통 종업원을 내보내고(해고하고), 가족들의 노동력을 통해서 비용 절감을 시도하는 것이다. 매출이 감소되거나, 원재료 가격이 인상되거나, 또는 경쟁업체가 주변에 새로 개업했을 때 이들 개인사업주들이 생존을 위해 선택하는 것이 바로 해고라는 의미이다. 따라서 이번과 같이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이루어지는 상황에서, 음식점이나 편의점 등에서 많은 개인사업자들은 정부의 의도와는 반대로 고용된 임금노동자를 해고하고 가족 고용을 늘릴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저가형 베트남 쌀국수 체인점의 사례를 볼 때 개인사업자들이 무인주문시스템을 통해 인건비 절감을 시도하고자 하는 움직임은 이미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임금 인상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또 다른 업종인 편의점 업계에서도, 최저임금 인상 소식이 발표되자마자 마치 준비라도 했다는 듯이 무인편의점이라는 인건비 절감 모델이 발표되었다.

예를 들면 신세계그룹의 편의점 브랜드 '이마트24'는 최근 인간 점원이 필요 없는 무인점포 시스템을 발표하고 서울웨스틴조선호텔 등 4곳에서 시범운영 중에 있다. 이 무인 편의점에서는 신용카드를 통해서만 상점에 출입할 수 있고 계산은 셀프계산대에서 고객이 직접 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고 한다. 롯데에서 운영하는 편의점 브랜드인 세븐일레븐에서는 '세븐일레븐 시그니처'라는 이름으로 무인편의점을 시범운영 중에 있다. 여기서는 'Hand Pay'라는 이름으로 된 시스템을 통해서 미리 사용자의 정맥과 결제 방식(체크카드)을 등록해놓으면 결제시 따로 카드나 현금 등을 통해서 결제할 필요 없이 손바닥의 정맥인증을 통해서 물품의 구입이 가능하다.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정책에 대해 시장이 무인시스템 확대로 대응하는 모습이다.

자동화라는 대안이 존재하는 한, 정부의 발표대로 최저임금 인상이 시행될 경우 비용절감이 생계와 밀접한 관련성을 가지는 개인사업주들을 포함한 고용주들은 무인시스템 도입을 확대할 것이다. 게다가 자동화 시스템의 가격은 점점 낮아지는 반면 성능은 좋아지고 있다. 이는 고용주들로 하여금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비용 상승을 무인시스템 도입의 기회로 활용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결국 최저임금 인상은 소득증가는커녕 최저임금 인상의 수혜를 받을 종업원들의 해고를 늘려 고용의 불안정성을 증가시킬 가능성이 높다. 최저임금인상과 무인시스템도입이 맞물려 고용 불안정성이 커질 대상자가 적지 않은 수다. 예를 든다면 저임노동력에 의존하는 대표적인 업종인 음식점(주점 포함)만을 따져보아도 무려 194만 명(통계청 2017년 6월 23일 '2015년 기준 경제 총조사 확정결과')에 달한다. 많은 저임노동자가 일한다고 해서 이런 업종들에 대해서만 최저임금 인상에 예외를 둘 수도 없는 일이다. 또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국가가 나서서 무인시스템 도입을 규제할 수도 없는 일이다.

최저임금 인상이라는, 어떻게 보면 상대적으로 단순한 정책에서조차 이제는 자동화라는 복잡한 변수가 고려되어야 하는 상황이 되고 있다. 앞으로도 비용 상승이 예상된다면 기업들은 물론이고 개인사업주들까지도 자동화 무인시스템이라는 대응책을 선택할 것이다. 정부는 이제 기업(고용주)과 노동자 사이의 중재와 더불어 자동화라는 복잡한 변수까지도 고려하며 고용정책을 검토하고 만들어 가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자동화라는 변수까지 고려하면서 고용감소-해고라는 부작용 없이 이 복잡한 셈법을 풀어갈 수 있을까? 부디 그러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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