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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김정은, 소련이 핵무기 없어 망했나?

[이충렬의 정권+교체] 김정은 정권의 딜레마와 오판

1. 외세를 끌어들인 원죄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김씨 가문을 빼고서 현대사를 논할 수는 없다. 한반도 전역을 지배하고자 하는 김씨 가문의 야망과 집념이야말로 오늘의 남북한 정세를 만든 출발점이자 규정요인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둘러싸고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 미국 트럼프 대통령 사이에 전쟁불사라는 극단적인 말폭탄이 교환되고 있다. 왜 한반도는 미국 중국 러시아 심지어 일본 등 강대국들의 각축장이 되었을까?

가장 근원적인 것은 지정학적인 요인인데 이것은 어쩔 수 없는 자연적 조건이다. 우리가 조용히 살고 싶다고 해도 그렇게 살 수 없는 것이 국제정치의 현실이다.

그렇지만, 지금처럼 미국과 중국 등 주변 강대국이 분단된 한반도에 당사자 자격으로 개입하게 된 것은 그 역사적 연원을 정확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그럼으로써 한반도에 진정한 평화를 정착시킬 수 있는 단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은 미제의 침략전쟁을 방어하고, 남조선을 해방시켜야 된다는 국가적 이데올로기로 권력을 유지·강화해왔다. 6.25 전쟁은 남한군이 선제적으로 북침해서 일어난 전쟁이고 미국은 침략국으로 이 땅에 왔다는 주장을 공식적으로 해왔다. 그런 주장을 통해 그들은 피해자와 가해자를 뒤바꾸고 원인과 결과를 거꾸로 세웠다.

이러한 국가적 차원의 거짓말은 1991년 구 소련이 무너지고서 비밀문서들이 해제되면서 백일하에 드러나게 되었다. 한마디로 그들은 무임승차로 북한지역을 지배한 외세(소련군)의 치밀한 각본에 따라 권력을 잡았고, 더 나아가 주저하는 외세(소련과 중국)를 감언이설로 꾀어 동족상잔의 전쟁을 일으켰던 것이다.

한반도에 외세를 끌어들인 장본인은 바로 북한 정권인 것이다. 그리고그들이 일으킨 불장난으로 말미암아 5000년 역사상 가장 참혹한 내란을 겪어야 했다. 한번 철수했던 미군이 다시 유엔군으로 참전하고 모택동의 인민해방군마저 항미원조를 내세우며 남의 전쟁에 끼어들게 된 것도 김일성 정권이 일으킨 6.25 전쟁 때문이었다.

중국이 북한에 후견국의 위치를 획득한 것도, 남한이 미국과 군사동맹을 맺은 것도 모두 6.25전쟁의 후과였다. 따라서 외세들이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 자격으로 개입하게 된 것은 전적으로 북한 정권의 원죄라 하지 않을 수 없다.

2. 남북 경쟁의 골든크로스

1980년대 말 공산진영이 붕괴하면서 중국은 부활했지만, 북한은 아직도 생존선상에서 헤매고 있다. 왜일까? 가장 중요한 원인을 꼽자면 북한정권의 쇄국정책을 들 수 있다. 당시 등소평 등 중국의 지도부는 북한에 여러 번에 걸쳐 개혁개방 노선으로의 전환을 설득하였다. 그러나 북한은 아랑곳없이 이른바 '우리식 사회주의'라는 신판 쇄국정책을 더욱 강화시켜 나갔다. 그들의 본심은 '주체사상에 의거한 수령왕조체제'를 보위하기 위해서 쇄국정책을 고수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 시기 남한과 북한의 체제 경쟁은 골든크로스를 경과하고 있었다. 경제적 골든크로스는 70년대 중반부터 88년 서울 올림픽을 경과하면서 발생했다. 전후 복구과정에서 북한이 누렸던 경제적 우위는 눈 녹듯 사라졌다. 반면 남한은 이른바 반식민지반봉건사회(?)에서 고도산업사회로 급속하게 사회구성체가 변화되었다.

더욱 의미심장한 것은 정치적 골든크로스였다. 1972년은 남북한이 정반대 포지션에서 군국주의 국가체제를 완성한 해였다. 남쪽은 박정희의 유신체제가 선포되었고 북쪽은 수령왕조가 선포되었다. 이후 남북한은 공히 전쟁국가로 치달았다.

그런데 남한에서 87년 6월항쟁을 통해 사문화되었던 민주공화국을 현실로 살려내었다. 물론 전면적인 민주공화주의가 실현되었던 것은 아니고 군부독재세력이 여전히 주도권을 장악한 상태였다. 그럼에도 남한이 시민항쟁을 거쳐 민주공화국으로 본격 발전하기 시작한 것은 정치적 정통성에 있어 중대한 변화였다.

2011년 2대 수령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 이후 김정은 위원장이 3대 세습으로 북한의 새로운 수령으로 즉위하였다. 반면에 남한에서는 2016년부터 시작된 촛불혁명을 통하여 민주공화주의를 짓밟은 대통령을 탄핵하여 감옥에 보내고 평화롭고 정상적인 대통령 선거를 통하여 민주정부를 출범시키기에 이르렀다.

즉 남한의 촛불혁명과 민주정부의 출범은 정치적 골든크로스의 정점을 상징하고 있다. 사실 촛불혁명은 남북의 정치적 정통성 경쟁이라는 차원을 훨씬 넘어선 세계사적 의미를 담고 있다. 단 한 번의 촛불혁명으로 남한이 완전한 민주공화국으로 탈바꿈한 것은 아니다. 아직도 냉전수구세력은 정치권에서 막강한 세력을 가지고 있고, 민주정부는 기득권세력에 둘러싸여 개혁 어젠다를 놓고 역사적 승부를 벌이고 있다.

그렇지만 글로벌한 관점으로 보아, 남한의 촛불혁명은 전 세계 민주주의를 견인하는 새로운 상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3. 핵미사일이 북한체제를 구원해 줄까?

김정은 시대의 제1정책은 '핵과 경제의 병진건설'이라고 한다. 그런데 지금은 병진보다는 핵무기 개발을 우선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보기에 자신들의 안전을 보장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 질서에 입장하는 것인데 문제는 미국이 북한을 상대하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과 협상테이블에 앉기 위해서는 핵미사일이 있어야만 한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만약 남한이 북한 장사포의 인질만 아니었다면 미국이 군사적 옵션을 사용했을 가능성은 백퍼센트 확실하다. 그렇지만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이 북한대포의 사정권에 있는 한 군사적 옵션은 1994년 영변원자로 폭격 시뮬레이션에서 이미 쓸 수 없는 방안으로 판명난 바 있다.

게다가 지금 남한의 민주정부는 북한정권을 전복 또는 흡수합병할 의사가 전혀 없다. 오히려 전쟁반대를 진심으로 소리높여 부르짖는 정권이다. 김대중-노무현정권이 이룬 6.15와 10.4 정상회담의 정신을 계승하겠다는 것을 공언한 정부였다.

그런데 5월 9일 대선이 끝나고 다음날 민주정부가 외교안보 참모진도 제대로 안짜여진 상태에서 출범했음에도 불구하고 김정은 정권은 최소한의 예의도 지키지 않았다. 5월 14일 미사일을 날리기 시작해서 4차례의 미사일발사와 1차례의 핵실험을 쉴 틈없이 단행했다.

전쟁반대와 남북화해정책을 내세우는 민주정부에게 최소한의 시간도 주지않고 사정없이 체면을 뭉개버린 것이었다. 중국과 미국사이에서 민주정부의 운신의 폭은 한없이 좁아졌다.

북한정권이 미국 동부를 타격할 ICBM을 개발하면 북한체제의 안정은 보장될까? 전혀 아니올씨다라고 본다. 소련이 핵무기가 부족해서 망했는가?

핵무기는 양면의 날이 있다. 북한 정권의 생각대로 핵무기를 보유하면 미국이 선제타격할 수 없을 것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정권안보를 위해서는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효과를 낼 수 있는 방안으로 보는 듯하다.

그러나 동전의 다른 면이 있다. 핵무기는 사용할 수 없는 비싼 무기다. 북한이 설혹 핵무기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그것을 실전에 사용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북한이 어려운 재정여건에서 한정된 자원을 총투입해서 핵무기를 아무리 개발했다한들 그것은 본질적으로 쓸 수 없는 비싼 쓰레기를 한가득 안고 있는 꼴에 지나지 않는다. 인민들이 핵무기를 먹고 살아갈 수는 없다. 지금처럼 미국·일본 뿐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를 포함한 전세계가 고강도의 북한제재에 동참한다면 북한체제는 장기적으로 볼 때 더욱 위태로워 질 수 밖에 없다. 관련국들의 군비경쟁만 격화시키는 부작용을 낳을 것이다. 일본의 군사대국화가 그 결과물의 하나일 것이다.

4. 민주정부를 오판하지 말라

지금 한반도에서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진정으로 추구하며, 심지어 남북한 동포들의 공존공영을 진심으로 바라는 것은 남한의 민주정부뿐이다. 그동안 북한과 남한의 보수세력은 적대적 공생관계라는 용어가 가리키다시피 분단을 체제안보로 이용해왔다.

이제 전쟁국가를 평화국가로 바꾸어 나가야 한다. 남한은 남한대로 북한은 북한대로 냉전대결시대에 고착화된 시스템을 상호공존의 패러다임으로 재편해야 한다.

이 점에서 김정은 정권은 일찍이 등소평이 조언한 대로 환골탈태의 변화를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북한 체제의 근간이라 할 '남조선해방전쟁'이라는 개념을 근본적으로 폐기해야 한다. 남쪽에 국가보안법의 폐기를 요구한다면 북한도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는 것이 당연하다.

남한을 미국의 식민지라고 하는 상투적 선동에서 벗어나 이 땅에 외세를 불러들인 원죄가 자신들에게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지금 전쟁이 운위되지만 사실 전쟁을 가장 꺼리는 세력은 남북한의 기득권세력들이다. 북한의 김정은 정권이 지금 배수의 진을 치고 죽을 각오로 미국과 대결한다고 믿는 전문가는 없을 것이다. 배수의 진이란 자신이 죽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받아들이는 전술인데, 북한 집권세력은 자신들이 살고자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한에서도 전쟁을 가장 꺼리는 세력은 역설적이게도 기득권세력이다. 전쟁이 일어난다면 그들은 잃을게 너무 많다. 정치권의 냉전수구세력조차 전쟁에 대한 공포를 국내정치 용도로 써먹고 있다. 그들이 지난 9년 집권하는 동안 놀라울 정도로 안보태세를 엉망으로 만들어 놓았지 않는가.

남한에 민중의 힘에 의거한 민주정부가 탄생한 것은 한반도평화를 위한 획기적 계기다. 북한이 그토록 바라는 미국과의 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카드는 남한의 민주정부만이 만들어 낼 수 있다. 국제적 고립과 제재가 장기화될수록 북한체제는 내부적으로 심각한 내상을 입을 수 밖에 없다.

경직된 수령체제하에서 수령의 판단에 북한의 운명 뿐아니라 한반도 전 민족의 운명이 영향을 받는다. 촛불혁명이후 조성된 새로운 정세가 남북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획기적 계기로 발전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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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렬

『박정희 김대중 김일성의 한반도 삼국지』(2015년, 레디앙) 저자. 1957년 출생. 유신시절 민주주의 운동에 평생 헌신할 것을 맹세, 민주화운동·노동운동·정당활동에 참여하고, 김대중·노무현정부에서 미관말직을 지냈다. 2012년 대선이후 당대에 대한 기대를 접고 강화도에 귀촌, 언젠가 이 땅에 사필귀정(事必歸正)의 역사가 꽃피는 날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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