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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항마로 유시민? 확장성 떨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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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박근혜 대항마로 유시민? 확장성 떨어져"

[고성국의 정치in]<54>홍재형 국회부의장

민주당 소속인 홍재형 국회 부의장을 국회 본관 부의장실에서 만난 것은 12월 16일이었다. 한나라당이 예산안을 강행처리한 지 1주일쯤 됐을 때였다. 야당의 장외투쟁이 막 시작된 시점이기도 했다. 홍재형 부의장은 점잖고 진중하게 이야기했으나 할 말을 피하거나 돌려 말하지 않았다.

"국회 지도부의 일원이다. 국회 파행사태에 대해 소회를 밝힌다면?"
"정말 국회의 권위도 떨어지고, 아주 우습게 됐다. 개인적으로 박희태 의장이 원로시니까, 의장이면 국회의 권위를 지키고 국회의 권능을 지키는 총책임자가 아닌가. 이번처럼 쉽게 허물어진 것을 보고 참 뭐랄까, 허허…"
"국회의장과 부의장들이 자주 만나는 편인가?"
"자주 만나지 않는다. 정의화 부의장과는 가끔 만나는데, 박희태 의장하고는 공식적으로 외빈이 왔다든지 그럴 때 만나고, 그 외에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만난다."
"일방 강행처리 이후에 '서민예산이 누락됐다, 여야 합의예산이 누락됐다'는 얘기들이 나왔고,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가 윤증현 기재부장관을 불러서 질책했다고도 한다. 말이 되는 건가?"
"원칙적으로 말이 안 된다. 정부는 편성권이 있고, 국회는 심의권이 있다. 국회가 이렇게 졸속으로 심의하고, 아예 심의도 하지 않고, 정부의 책임을 묻는 것은 적반하장이다."

▲ 민주당 소속 홍재형 국회부의장 ⓒ프레시안(최형락)

"이런 식의 당정갈등은 처음 본다. 예산 중에서도 '형님예산' 논란이 일고 있다. 어떻게 보나?"
"감사원 감사에서 문제가 있다고 지적을 해서 정부는 안올렸는데, 국회에서 증액을 했다는 것은 도덕적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정부가 동의해 집어넣었으면 몰라도…. 감사원에서 경제성이 없고 문제가 있다고 지적을 한 것을 한 500억, 700억 원씩 증액을 했고 그것이 전체 예산으로는 2조3000억 원이라고 한다. 큰 돈이다. 국민 보기에 큰 문제 아닌가."
"영부인 예산논란도 민망한 이야기다. 어느 쪽에 책임이 있다고 보나? 여당 의원들도 삭감하기로 했는데 경황이 없어서, 다시 살아났다고 하던데?"
"그렇다면 국회의 책임이다. 삭감은 국회의 책임이다. 그것만이 아니다. 정보위 같은데서는 2~3일 동안 국정원 예산을 세밀하게 심의했다고 한다. 그래서 특별 판공비를 깎았다. 방망이만 안 두드린 상황이었는데, 갑자기 (강행처리를) 하는 바람에 정부 원안대로 넘어갔다고 한다. 여야가 세심하게 합의해서 닦아 놓았던 것들도 다 그냥 넘어가게 된 것이다."
"그날 저녁에 여당 의원들은 축하자리를 가졌다고 하던데."
"국회의원이 자신의 역할과 권한을 포기해 놓고, 어떤 의미에서 대의 민주주의를 포기한 것과 마찬가지 아닌가. 그래놓고 자축을 했다는 것은 상식을 벗어난 일이다."
"보수파들 중에는 직권상정이 불가피한 이유가 야당의 원천적인 예산심의 거부때문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상당히 잘못된 생각이다. 사실관계부터가 다르다. 민주당 예결심의위원들은 새벽 2시, 늦을 때는 4시까지 심의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끊어버린 것이다. 그렇게 해 놓고 부랴부랴, 얼렁뚱땅 해치운 셈인데, 말이 안 되는 이야기다. 예를 들어 12월2일이라고 하면 헌법에 있는 날짜인 만큼 한번 지켜보자고 할 수는 있다. 그런데 8일이었다. 9일을 넘겨도 임시국회를 하면 되는 일이다. 대통령이 9일까지 통과시켰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는, 그 이유밖에 없다."

▲ "건설회사 사장이 하는 식으로 밀어붙였을 때 문제가 발생한다. 대통령이 얼마나 무섭냐고? 글쎄, 무섭긴 무서운 모양이다. 한나라당이 (대통령 눈치 보느라) 세번째 날치기를 하지 않았나. 금년엔 그 정도가 너무 심했다. ⓒ프레시안(최형락)
"정기국회 회기 내 통과라는 것의 정치적 의미는 별로 없다고 보는가?"
"미국도 회기 내에 끝나지 않으면 준예산을 편성한다. 우리나라도 그런 제도가 다 돼 있다. 보통 크리스마스 전후로 끝나게 된다. 작년에도 연말에 했지만 금년에 경제위기도 극복하고 성장률도 5%라고 이야기하지 않나? 뭔가 큰일이 나는 건 아니라는 이야기다. 본질은 예산심의권이 있는 국회가 제대로 예산심의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나쁘게 이야기하면 '형님예산'은 집어넣고, 서민예산은 다 잘랐다. 국회가 할 일을 스스로 포기한 것과 마찬가지다. 이런 식으로 한다면 국회가 왜 필요한가? 국무회의만 필요한 것 아닌가?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예산안 통과시키면 될 일이지, 국회에서 왜 하는가? 예산심의는 국회의 가장 중요한 3대 기능 중 하나인데, 얼렁뚱땅해서 9일까지 통과시키자? 직권상정은 잘 한 일이다? 본말이 잘못된 것이다. (날치기도) 그마저도 얼치기로 하는 바람에 한나라당이 원래 하려던 예산도 빠지게 된 것이다. 한나라당이 청와대의 눈치를 보고 꼭두각시처럼 움직이면서 국회의 역할을 스스로 포기해 버린 것이다. 국회의장도 그렇고…. 그것이 더 심각한 문제다."

"민주당의 장외 투쟁, 점점 호응을 얻고 있다"

홍재형 부의장은 지금은 야당 몫의 국회부의장이지만 문민정부에서는 장관을 했고 참여정부 때는 집권당 정책위의장을 역임했다. 여·야와 정부직을 두루 경험한 셈이다. 집권당 의원들에게 대통령이란 어떤 존재인지를 물었다.

"집권당을 하면 대통령의 한 마디가 그렇게 무서운가?"
"건설회사 사장이 하는 식으로 밀어붙였을 때 문제가 발생한다. 대통령이 얼마나 무섭냐고? 글쎄, 무섭긴 무서운 모양이다. 한나라당이 (대통령 눈치 보느라) 금년까지 세번째 날치기를 하지 않았나. 금년엔 그 정도가 너무 심했다. 예를 들면 이만섭 국회의장같은 분은 직권상정을 하지 않았다. 당시 당원이나 국회의원들의 눈총도 받았지만, 의장으로서 원칙을 지켜낸 것이다. 그렇다고 예산안이 통과되지 않았는가? 다 됐다. 그런 책임과 권한은 국회의원 자신이 지켜야 한다. 열린우리당이나 새천년민주당 시절에는 대통령이 그런 지시도 하지 않았고, 이런 식으로 한 적은 없었다."
"정국이 꽁꽁 얼어붙었다. 어떻게 풀어야 하나?"
"제일 좋은 것은 정부가 수정안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예산에 대해 재심의가 이뤄지면 된다."
"기대하기 어렵다고 본다면, 그 다음 수순은 뭔가?"
"야당은 지금 국민 속으로 들어갔다. 야당 입장에서 대안을 내놓기는 어렵지 않겠나."
"엄동설한이다. 현장에서 만난 국민들 여론은 어떤가?"
"첫날에는 반응이 별로 없었지만 날이 갈수록 호응이 느껴진다. 서명을 받고 있는데 20~30대 젊은 층이 많이 와서 서명을 하더라. 연세가 좀 있는 분도 나와서 서명을 하시고…, 점점 호응이 커지고 있다. 언론에서도 문제가 있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 '연평도 피격으로 안보상황이 어려운데 정치권이 이렇게 싸우면 되겠느냐'라고 이야기하는 분도 있다. 하지만 이 정부가 '정말 너무한다'는 생각이 많이 퍼지고 있다. 민간인을 사찰하고, 4대강 삽질에 목을 매고, 날치기를 세 번씩이나 하고, 야당을 대화의 파트너로 생각하지도 않고, 한미 FTA는 굴욕적 협상으로 귀결됐고, 안보에도 문제가 있다. 해도해도 너무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것 같다."

"한미FTA, 협상대표가 靑 눈치 보니 양보하고도 '무슨 문제냐'고 해"

홍 부의장은 민주당 한미FTA대책특위 위원장이다. 어느 새 새해 핵심이슈로 부각된 한미FTA 문제에 대해 물었다.

"이번 예산처리를 보면서 한미FTA 비준안도 강행처리 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던데?"
"국민의 반응이 관건이 될 것이다. 국회 FTA 특위 위원장을 전 국회에서 했다. 그때도 반대가 많았었다. 그래도 어떤 의미에선 이익의 균형이 이뤄졌는데, 이번에 균형이 완전히 깨져 버렸다. 물론 FTA를 해서 미국과 무역규모를 늘려야 경제가 발전한다라고 막연히 생각하는 분들은 찬성할 것이다. '우리 자동차 업계도 문제없다고 하는데 무슨 문제가 있냐'고 이야기하는 분들도 있다. 김무성 원내대표도 그렇게 이야기했는데, 전체적인 내용을 모르니까 그렇게 이야기할 수도 있다고 본다. 하지만 실제 협상을 했던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그런 이야기를 하더라. 정말 깜짝 놀랐다."
▲ "군인들 정권 때는 자신들이 정통성이 없으니까 공무원들 열심히 하게 만들기 위해서 그렇게 정말 열심히 하는 공무원들을 승진시켜주곤 했다. 그런데 정권이 바뀌면서 일 많이 하는 사람들이 욕먹고, 잘리고 했다." ⓒ프레시안(최형락)
"실무 책임자가 '자동차업계도 문제 없다더라'라고 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것인가?"
"이렇게 보자. 지금 쇠고기 수입관세가 40%인데, 점진적으로 0%로 떨어지게 돼 있다. 그 40%의 관세수입이 한 1조 원 되는데, 그 1조 원이 날아가게 된다. 돼지고기 관세는 25%다. 그것도 다 없어지게 된다. 농산물만 그런가? 제조업 쪽에서도 의약제품 연기했다고 하는데, 1년6개월 연기한 것일 뿐이다. 1년6개월이 지나면 다시 우리의 부담이 되는 것이다. 그런 부담을 하고, 지적소유권도 그렇고, 컨설팅이나 금융이나 법률이나, 회계 등의 서비스 분야도 우리가 양보했다. 제조업 분야도 의료기기, 통신, 전자기기 관세 다 내려줬다. 그렇게 하고 우리가 얻은 게 뭐냐, 바로 자동차다. 그래서 자동차를 대표 품목이라고 한 것이다.

그것을 김종훈 본부장은 다 알고 있다. 지난 2007년부터 협상 대표였지 않나. 실제 손익계산을 다 보고 계산한 사람이고, 그 때 자기 입으로 '한 점도 더 빼지 않겠다'고 이야기했다. 2007년 협상이야말로 그런대로 이익균형을 잘 맞췄다는 것이다. 이번에 계산을 해 보면 4조 원을 더 주고 3000억 원을 받은 것인데, 3000억 원도 다 받은 게 아니라 시한부로 받은 것이다. 한미 FTA가 실제로 현실화되고 움직인다고 했을 때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 가만히 있을까."
"2007년 협상을 했던 당사자가 또 협상을 했으니, 당시보다 지금 얼마나 후퇴했는지 잘 알고 있을 것이라는 말인가?"
"그런데 그 사람이 '자동차 업계가 잘 나가고 있지 않나'라고 이야기를 하더라. 아니 뭐하러 협상하나, 더 잘 나가려고 협상하는 것 아닌가? 방송국 아침프로에서 그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고 참 무책임한 공무원이라고 생각했다. 나라를 대표해서 협상하는 사람이 어떻게 저런 말을 할 수 있나, 미국 홍보대사도 아니고…. 정말 실망했다. 협상도 잘 못했고. 물론 그 사람이 그렇게 하고 싶었다기 보다는 청와대 지시였을 것이다. 하지만 공무원으로서 보다 책임감을 갖고 협상에 임했어야 했다."
"부의장도 공무원을 오래 하셨는데, 우리 공무원들이 특별한 것인가? 아니면 몇몇 사람이 좀 특별한 건가?"
"두 측면이 다 있는 것 같다. 몇몇 사람이 좀 유별난 점도 있는데, 공무원 사회의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그런 점도 있는 것 같다. 청와대서 그렇게 만드는 것 아닌가. 전에는 국장급의 이동은 장관이 했다. 그런데 지금은 청와대가 국장급 인사까지 다 하니까 공무원이 국민의 눈치를 보는 게 아니라 청와대의 눈치를 보는 게 아닐까."
"외교부 특채파동도 대다수 공무원의 입장에서 보면 참 사기가 떨어지는 일이었다."
"그렇다. 위에서 평가를 해 주는 사람들이 국익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사람을 승진시켜줘야 한다. 그런데 말 잘 듣는 사람만 승진시키고 있다. 공무원들이 국민과 국가에 떳떳하게, 할 일 다 했다는 자부심을 갖고 생활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필요하다. 군인들 정권 때는 자신들이 정통성이 없으니까 공무원들 열심히 하게 만들기 위해서 그렇게 정말 열심히 하는 공무원들을 승진시켜주곤 했다. 그런데 정권이 바뀌면서 일 많이 하는 사람들이 욕먹고, 잘리고 했다. 뭐랄까…, 옛 선비들처럼 상소하는 분위기가 많이 줄어든 게 아닌가 싶다."
"영혼 없는 공무원이라는 말이 그래서 나왔나?"
"(웃음) 그래도 그렇게 공무원 전체를 몰아세우는 것은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



"한미FTA와 안보를 바꿀수도 있다고? 순진한 소리"

"이번 FTA 협상 결과를 놓고 미국은 축제 분위기다. 그런데 서해상에 미국 항공모함이 와서 훈련을 하고 있는 시점에 협상을 진행한 점을 두고는 많은 분들이 미국에 대한 배신감과 서운함을 느끼는 것 같은데?"
"제가 국회 FTA 특위 위원장을 할 당시 미국 의회를 설득한답시고 여야 양당 의원들과 함께 미국에 간 적이 있다. 부시 정부 말기였는데, 샌더 래빈 당시 세입세출 소위원장을 만났다. 그 사람이 한국 자동차의 대미 쿼터를 해 달라고 하더라. 그런데 그 사람 사무실에서 만난 것도 아니다. 휴게실 같은 곳에서…, 회의를 하다 나온 것을 우연히 만났다. 좀 창피하기도 했지만 당시에는 국익을 위해서 이렇게라도 만나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어쨌든 그랬던 사람이 이번에는 협상이 잘 됐다고 협상을 지지했다. 그것만 봐도 알 수 있지 않나?"
"미군의 서해 핵항모 훈련과 연관이 있을까?"
"11월11일 한미 정상회담을 했다. 그리고 12월3일 타결이 됐다. 그 사이 뭐가 달라졌나? 연평도 피격사건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국민들에게 그 핑계를 대고 합의해 준 게 아닌가. 항공모함이 왜 왔나? 꼭 북한만을 의식한 건가? 중국을 견제하려는 목적도 있는 것 아닌가. 미국의 이익이 한반도 평화에도 걸려 있지만, 중국을 견제하는 활동도 미국의 국익에 부합하는 것 아닌가. 미국은 무조건 우리를 도와주는 나라라고 생각할 게 아니라 국익을 위해 움직이는 나라라고 봐야 맞지 않나. 한국전 참전도 소련이 내려오는 것을 막는다는 자신들의 국익과 합치된 것 아닌가? 우리도 우리 국익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

▲ "대북정책은 그렇게 강경하면서 국방은 이렇게 취약하게 하는 것은 바퀴가 서로 안 맞는 일이다. 국가운영 면에서 문제가 많다." ⓒ프레시안(최형락)

"보수 쪽에서는 안보비용의 상당부분을 미국이 대신 부담하는 측면도 있으니 FTA 양보 정도는 안보의 댓가로 줄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편다."
"순진한 해석이다. (웃음) 이라크 파병 당시 독일이 파병을 안했다. 미국의 한 상원의원이 '우리가 독일 통일시키고, 그렇게 지원해 줬는데 이런 배은망덕한 나라가 있느냐'라고 하더라. 그런데 독일이 강한 나라니까 이후에 같이 손잡고 가지 않나."
"우리나라 보수세력이 순진하다?"
"하나만 보고 둘은 안 보는 것이다. 작전권을 이양하면 안 된다? 이번에 연평도 사건 났을 때 전투기가 못 떴다. 왜? 미군과 협의할 사항이니까 그렇다. 그럼 계속 미국 눈치보면서 해야 하나? 북한이 전작권도 없는 남한 정부와 이야기할 필요를 느낄까? 북한 입장에선 미국과 이야기하면 되는 것이다."
"보수정권이니 안보는 잘 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정권의 무능함이 여러 차례 드러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상식적으로 이해 안 되는 실수들도 쌓이고 있고, 정권에 대한 신뢰의 실추가 국가 전체에 대한 신뢰의 실추로 이어진다는 우려도 나오는데?"
"대북 강경정책을 하려면 할 수 있다. 그런데 그러려면 국방도 그렇게 했어야 한다. 전 정부는 서해 NLL 지역을 서해 평화지역으로 하자고 했다. 그런데 그걸 '필요없다, 너희가 주저앉을 때까지 우리는 간다'는 식으로 하려면 국방을 그렇게 했어야 했다. 대북정책은 그렇게 강경하면서 국방은 이렇게 취약하게 하는 것은 바퀴가 서로 안 맞는 일이다. 국가운영 면에서 문제가 많다."

"대중국외교의 패착, 대통령을 하야시킬 수도 없고…"

"중국의 힘에 대해선 어떻게 보나."
"전제가 있다. 중국이 힘이 있다고 우리가 중국만 바라보면 또 우리를 우습게 볼 것이다. 우리가 미국과 끈을 갖고 있어야 중국도 우리를 만만하게 볼 수 없다. 전에 마늘 수입하는데 문제가 불거진 적이 있는데, 그것도 오래 못 갔다. 미국, 일본, 러시아, 중국 사이에서 균형을 잘 맞춰야 한다. 통일이 된다면 가장 큰 이해당사자가 누구겠나. 6.25때 중국군 몇십만 명이 죽었다. 압록강까지 미국이 오는 것을 못 참겠다는 이야기다.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나? 여전히 중국은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다. 그 점을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 북한이 주저앉으면 우리가 가면 된다고 생각하는데,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미국과 일본의 규모를 합친 것이 중국 시장이다. 우리가 흑자를 내는 곳도 중국이다. 일본하고는 지금도 적자다. 경제적으로나 외교적으로나 군사적으로나 우리가 무시 못할 나라다."
"노무현 정부가 동북아 균형자론을 제기한 것도 그런 맥락인가?"

▲ "최근 중국에 다녀왔는데 중국에 있는 한국 외교관 중에도 '너무 미국하고만 밀착돼 있다'면서 걱정하는 사람이 있더라. 대통령이 좀 바뀌어야 한다." ⓒ프레시안(최형락)
"균형자론은 너무 나갔다. 우리가 그렇게 균형자 역할을 할 수는 없고, 그 안에서 국익을 취해 나가면서 사안에 따라 어떤 나라와 협력하면 그 나라가 조금 유리해질 수 있는 그런 정도지, 우리가 미국과 중국 사이의 입장이 첨예할 때 그 균형을 맞춘다? 스위스처럼 주변국들 사이에 '한국이 만만한 나라가 아니구나, 우리 쪽에 있었으면 좋겠다, 다른 쪽에 가면 불편하다'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
"지난 3년 간 이명박 정부의 외교통일 정책의 결과로 중국의 북한에 대한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대외정책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켜야 한다는 문제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대통령을 하야시킬 수도 없고…"
"정권을 바꿔야 한다면, 그 전망은 갖고 있나? 2년 후에 바꿀 수 있다고 보나?"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 후보를 잘 내야할 것이다. 바탕은 잘 돼 있다고 본다. 나중에는 인물싸움이 되겠지만…. 국민들이 그렇게 어수룩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런 상황을 잘 알고 계시는 만큼 다시 바꿔주지 않겠나. 최근 중국에 다녀왔는데 중국에 있는 한국 외교관 중에도 '너무 미국하고만 밀착돼 있다'면서 걱정하는 사람이 있더라. 대통령이 좀 바뀌어야 한다. 우리의 지정학적 위치를 너무 간과하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박근혜, 실증적인 것 없어…호남 민심은 '비(非)호남' 선호"

얘기가 자연스럽게 정권교체로 흘렀다. 대권주자들에 대해 물었다.

"2004년 천정배 원내대표 시절 홍 부의장이 정책위의장을 했다. 당시 4대 개혁법안을 둘러싼 논란이 격렬했는데 그 때 한나라당 대표가 박근혜였다.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수첩공주' 이야기가 그 때 나왔다. 직접 협상을 한 건 아니었는데, 그 양반 수첩에 적어온대로 자기 이야기만 하고 더 이상 움직이지 않더라. 딱 가져와서 그대로만 하니까…. 자기가 판단해서 협상하고 하는 그런 의지가 없는 게 아닌가 싶었다."
"그 이후에는 변화가 느껴지나?"
"정치인이니까 좀 더 발전됐을 것이라고 막연하게 생각은 하고 있는데, 실증적인 것은 없다."
"사회보장기본법 전부개정안도 낸다고 한다. 내용과 비전을 채우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 아닌가?"
"내용을 좀 봐야 할 것 같다."
"박 전 대표는 '국민의 요구를 잊지 않으려고 수첩에 적었고, 늘 보고 다녔다'라고 수첩공주라는 별명에 대해 설명을 했다. 의리, 신뢰, 약속 같은 것을 자신의 브랜드로 만들어 가는 과정으로 보이는데?"
"내 고향이 청주다. 그 양반이 세종시 수정안 반대를 해 줘서 제가 덕도 봤다. 국민의 요구를 그대로 실천하겠다는 것은 좋은데, 협상장에서까지 '내 이야기는 이거다, 받든지 말든지 해라'하는 것은 정치인의 태도가 아니다. 협상이라는 게 서로가 차선의 수준에서 양보하는 것 아닌가? 그러기 위해선 수첩만 읽을 게 아니라 상대방과의 이야기를 통해 양보도 하고 협상도 해야 한다. 그게 정치 지도자의 역할이다."
"정치인으로서의 유연성이나 협상력에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인가?"
"2004년에는 그랬다."
"박 전 대표는 한나라당에서 가장 유력한 주자고 대중 지지율도 가장 높다. 야권에서는 따로따로 붙어서는 승산이 없다, 연합후보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들을 한다. 야권 연합 후보는 가능한가?"
"야권연대라고 하지만 친노 인사들과 어떻게 연합하느냐가 첫 번째 문제일 것 같다. 그 문제를 해결하고 민노당 등과도 이야기를 해야 하는 게 아닐까. 그것이 급선무다."
"1대1 구도가 만들어질 수 있을까?"
"마지막에는 그렇게 되지 않겠나."
"여권이 박근혜라면 야권에선 누가 가장 경쟁력이 있다고 보는가?"
"확장성은 손학규 대표가 낫지 않겠나. 대선에서는 결국 중도를 끌어들여야 하는데, 아무래도 합리적인 사람을 선호하지 않겠나. 이를테면 유시민 전 장관의 경우는 지지세력이 똘똘 뭉쳐있지만 확장성은 좀 떨어지지 않나? 그래서 경기지사 선거에서도 실패하지 않았나. 호남에서도 대선후보는 비(非)호남인이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 바로 확장성 때문이다. 그런데 잘 안뜨네요? (웃음)"
"손학규 대표가 지금 중원을 누벼야 할 시기라면, 당 내의 상황을 정리해 줄 사람이 필요하지 않나? 손 대표가 자꾸 당을 돌아보게 만드는 것 같은데?"
"옳은 말씀이다.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동영 최고가 뭐라고 하면 쳐다보고, FTA도, 햇볕정책도 그렇고…. 손학규 대표가 중원에서 뛸 줄 알고 대표로 세웠는데, 이 양반이 자꾸 당을 돌아보니까 표가 떨어지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 홍재형 국회부의장과 고성국 박사 ⓒ프레시안(최형락)

11시에 시작한 인터뷰가 12시 반을 넘고 있었다. 홍재형 부의장은 사람 좋은 웃음을 웃으며 "이쯤하고 밥이나 먹으러 갑시다"했다. 식사 중에도 홍 부의장은 시종 점잖고 진지했다. 국회의 격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 인터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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