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은 9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김무성·강길부·김영우·김용태·이종구·황영철·정양석·홍철호 의원 등 8명에 대한 입당 환영식을 열었다. 주호영 의원은 바른정당 전당대회 당일인 13일에 입당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홍준표 대표는 "정치적 소신이 달라서 일시 별거했던 분들이 재결합하기로 했다"며 "아직 정치적 앙금이 서로 남아있기는 하지만, 이제 그 앙금을 해소하고 좌파 정부의 폭주를 막아달라는 국민적 여망으로 우리가 다시 뭉치게 됐다"고 강조했다.
홍 대표는 "여러 가지 설이 분분하기는 하지만, 좌파 정부가 폭주기관차를 몰고 가는 데 대해 공동전선을 펴서 저지할 수밖에 없다는 측면에서는 같은 뜻"이라며 "앞으로 모두 힘을 합쳐서 당이 단합된 모습을 보이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자유한국당에서도 복당 의원들을 마냥 환영하지는 않았다. 홍 대표에 비해 비교적 친박계에 가까운 입장을 보여 온 정우택 원내대표는 "복당이 이뤄진 이상 모든 앙금을 털어내고 다시 한 번 '오른쪽 날개'의 재건과 함께 국민이 실망하고 어려움·불안을 겪는 상황을 함께 극복해 나가자"며 "같이 또 동지로서 만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 환영한다"고 하면서도 "정치도 무상함을 느낀다"고 뼈 있는 말을 하기도 했다.
정 원내대표는 "저로서는 작년 12월에 이 당이 아주 위기일발, 건드리면 무너질 순간에 있던 당을 살려내려 전념했던 사람으로서 감회가 깊다"며 "계절이 바뀌면서, 나이가 들면서, 단풍이 드는 것을 보며 세월의 무상함도 많이 느끼고 있지만, 오늘은 정치를 하면서 정치도 무상함을 느끼는 순간"이라고 했다. 그는 "그 때(작년)는 정말 어려운 여건이었다"며 "한국당이 이제 그 위기를 극복하고 어느 정도 반열에 서서 제1야당으로서의 역할을 하게 된 순간"이라고 했다. 듣기에 따라서는 '어려울 때 당을 떠나 있었다'는 비판으로도 들리는 말이다.
재입당 의원들을 이끈 김무성 의원은 자세를 낮췄다. 재입당 의원들을 대표해 한 인사말에서 그는 "좌파 정부의 폭주를 막기 위한 '보수 대통합' 대열에 참여하게 된 것을 의미있게 생각한다"며 "서로 간 생각의 차이나 과거의 허물을 묻고 따지기에는 우리나라가 처한 상황이 너무 위중하다"고 '통합'에 방점을 찍었다.
김 의원은 "나라 걱정 많은 국민의 '보수는 무조건 하나로 뭉쳐서 문재인 좌파 정권의 폭주를 막아 달라'는 요청을 저희는 겸허하게 받아들였다. 그래서 보수 대통합에 제일 먼저 참여하게 됐다"고 했다.
김 의원은 다만 '제일 먼저 참여'라는 말이 바른정당 소속 의원들의 추가 탈당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되는 것과는 선을 그었다. 그는 "앞으로 사회 각계각층, 보수 국민 및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보수 대통합을 이뤄 좌파 정권의 폭주에 대항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김 의원의 이같은 '선 긋기'는 전날 홍준표 대표의 페이스북 글과 묘한 공명을 낳았다. 홍 대표는 전날 오후 5시께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내일 보수 대통합을 위해 바른정당을 탈당한 국회의원 8명에 대해 간소하게 입당 간담회를 연다"고 밝히면서 "나머지 바른정당 분들에 대해서는 더 이상 설득하기 어려워 내년 지방선거와 총선을 통해 국민들께서 투표로 보수 우파 대통합을 해줄 것으로 확신하고, 이제 문을 닫고 내부 화합에 주력하겠다"고 했었다.
홍 대표는 이날 입당 환영식 이후 재입당 의원들과 가진 비공개 간담회에서도 "이제는 문을 닫는다"고 다시 한 차례 말했다고 강효상 당 대변인이 전했다. 강 대변인은 "홍 대표가 복당한 의원들과 있는 자리에서 한번 더 상기시켰다. 못을 박았다"며 이같이 전했다. 김무성 의원은 비공개 자리에서는 아무 발언도 하지 않았고, 탈당파 의원들은 홍 대표가 공개적으로 환영 의사를 밝힌 데 대해 감사를 표했다고 강 대변인은 덧붙였다.
정치권에서는 "더 이상 오면 김무성 전 대표의 힘이 (한국당 내에서) 너무 커지면 안 되겠다. 자기(홍 대표)는 서청원 의원 등 문제가 있으니 더 힘을 잡아야 하는데, 김무성 의원 힘이 너무 커지면 자기가 죽을 수 있다는 것"(박지원 전 국민의당 대표. 9일 교통방송)이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다만 홍 대표는 이날 아침 입당식을 1시간 남겨두고 페이스북에 새로 쓴 글에서는 당내 화합에 중점을 뒀다. 그간 페이스북을 통해 친박계를 "바퀴벌레", "개"에 비기며 맹공을 펴던 것과는 대조되는 태도여서 눈길을 끌었다.
홍 대표는 "자신들의 철없는 행동과 잘못을 아직까지 알지 못하고 응석부리는 행태는 앞으로 국민들이 심판해줄 것으로 믿는다"며 "시대의 흐름도 모르고 당랑거철같은 행동으로 당과 나라를 어지럽히는 철부지는 앞으로 없어졌으면 한다. 하루 하루가 숨가쁜 요즘, 모두 힘을 합쳐서 난관을 돌파하자"고 적었다.
친박계의 행태를 '당랑거철', '철부지'라고 비판하면서도, 그에 대한 심판은 "앞으로 국민들이" 할 것이고 자신은 "먼 바다로 나가기 위해 앞으로 만날 난관과 혼란을 미리 예측하고 대비"하는 데 힘을 쏟겠다는 얘기다. "문을 닫겠다"고 한 것과 연결해 보면, 당내 친박계 청산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날 친박계에서는 탈당파 의원들의 재입당에 노골적으로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태흠 최고위원은 탈당파 의원들을 "보수우파 세력을 분열시키고 모진 언행으로 당원들의 마음에 깊은 생채기를 남기고 떠났던 이들"이라고 규정하며 "홍 대표는 서청원·최경환 두 의원은 당을 어지럽혔다는 이유로 희생양 삼아 출당시키려 하면서, 총선 패배 원인을 제공하고 대통령 탄핵 앞장 등 당에 큰 해를 끼친 김무성 의원은 조건 없이 입당시키려 하고 있다. 서·최 의원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면 김 의원도 예외가 돼서는 안 된다"고 했다.
김진태 의원은 아예 "바른정당 출신 9명 복당에 반대한다"는 입장문을 내어 "우리 당이 망하기를 바라며 뛰쳐나갔다가 안 망하니까 다시 슬며시 기어들어오는 거다. 보수 대통합? 웃기지 말라"고 했다. 김 의원은 "차라리 바른정당 자강파가 소신 있는 거다. 거기 있어도 우리 당과 보조를 맞춰 왔다. 사람이라면 그 정도 양심은 있어야 한다"며 "북풍한설에도 당원들이 피눈물로 당을 지켜왔는데 침을 뱉고 떠난 자들의 무임승차는 있을 수 없다"고 이들의 재입당을 '무임승차'로 규정했다.
바른정당 일각 '전대 후 통합 전대' 주장도 "문" 닫히나
홍 대표가 "문을 닫겠다"고 한 말은 바른정당 내에서 '통합 전당대회'를 주장해 온 온건 자강파들의 입지를 약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바른정당은 통합파 의원들의 탈당을 앞두고, 자강파 내에서도 '전당대회 연기를 통해서라도 일단 통합파의 탈당을 막고 한국당과 통합 전당대회를 추진하자'는 온건파와 '11월 13일 전당대회 사수'를 외친 강경파의 내분이 있었다. 통합파가 탈당한 이후에도 강경 자강파에 속한 유승민·하태경·지상욱 의원과 온건 자강파인 남경필 경기지사, 정병국·김세연·유의동 의원 등은 감정의 앙금이 남은 상태였다.
그러나 이날 정병국 의원은 바른정당 지도부 회의에 참석해 홍 대표를 거세게 비판했다. '문을 닫았다'고 하는 판에, 홍 대표와 통합 전당대회를 하자고 주장해봐야 무망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됐다.
정 의원은 "저는 그 동안 다른 당에 대해 가능하면 언급을 자제했지만, 어제 탈당해 한국당에 입당한 9명인들 편한 마음으로 가셨겠나. 그런데 그 분들 입장을 폄훼하는 홍 대표의 입장을 보면서 '이렇기 때문에 도저히 우리가 함께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며 "한국당은 홍준표 당인가? 홍 대표가 받고 안 받고, 누구는 받고 누구는 안 받고, 우리나라 정당법이 그렇게 돼 있나? 그러면 9명은 홍 대표와 밑거래해서 들어갔다는 것이냐"라고 직접적으로 홍 대표를 비난했다. "'친박 정리' 등은 명분일 뿐 결국은 자기 사당화하는 데 온 정력을 다 쏟고 있다"는 것.
정 의원은 "어려운 결단을 해서 나간 사람들을 받는 입장에서 그렇게 폄훼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라며 나아가 통합파 의원들을 겨냥해서도 "나가신 분(통합파)들이 어떤 미사여구를 붙여서 통합이다 뭐다 해도 이는 진정한 통합이 아니다. 진정한 통합이 무엇인지는 이제 우리 바른정당을 중심으로 보여줄 때"라고 했다.
바른정당은 전날 의원 간담회를 갖고 향후 당의 진로 등 대책을 숙의했고, 이 자리에서는 '우선 전대를 치른 후 한국당·국민의당과 중도-보수 대통합을 추진하자. 통합 논의는 새로 선출된 지도부에 맡기자'는 의견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세연 의원은 전날 <문화일보> 인터뷰에서 "새 지도부가 꾸려지면 통합 전대를 다시 제안하려고 한다"고 했고, 유의동 의원도 <서울신문> 등에 "12월 중순까지 (통합 관련) 가시적 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남경필 지사도 "새 지도부에 한 달간 말미를 주기로 했고,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 늦은 감이 있지만 끝까지 노력해 보기로 했다"고 말했다고 <동아일보>가 보도했다.
특히 정병국 의원은 전날 오전 회의에서 "정치는 혼자 하는 게 아니다.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내 생각만 주장해서 과연 당이 유지되겠느냐", "아무리 뜻이 좋고 원칙이 좋더라도 정이 떨어지면 함께 못 한다. 맑은 물에는 물고기가 안 논다. 물은 맑아지는데 물고기가 자꾸 떠나가면 안 되지 않는가" 등의 발언으로 유승민 의원을 직격하면서 "아직도 (탈당 사태는) 현재진행형"이라고까지 했었다.
그러나 '문'이 닫히면서 정 의원조차 홍 대표와 한국당에 대해 비판을 쏟아내는 등, 상대적으로 바른정당 내에서 온건 자강파에 비해 강경파의 목소리가 커지게 됐다. 홍 대표가 유승민 의원을 도와준 꼴이다.
탈당을 선언한 주호영 원내대표 겸 대표 대행을 대신해 이날 지도부 회의를 주재한 권오을 바른정당 최고위원은 "'추가 탈당'이라는 말도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 드러나고 있다"며 "앞으로 기사 쓰실 때 '바른정당 11명이 똘똘 뭉쳐 새로운 개혁보수의 길을 간다'고 써 달라"고 기자들에게 당부했다. 권 최고위원은 "(추가 탈당 가능성이 있다고) 해당되는 분들에게 전화해 보면 전혀 그런 거 없다고 한다"며 "새 지도부가 들어서면 이들을 중심으로 의원·원외위원장·당원·지지자들이 단일 대오를 형성해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리얼미터' 조사에 따르면, 바른정당 통합파의 탈당 및 한국당 복당에 대한 유권자 인식을 조사한 결과 '반대'가 61.3%,. '지지'가 25.4%로 집계됐다. 서울(지지 20.3%, 반대 66.7%)과 경기·인천(22.4% 대 62.4%) 등 수도권은 물론, 보수정당의 지지 기반이었던 대구·경북(38.6% 대 49.0%), 부산·울산·경남(28.9% 대 62.5%), 충청권(26.9% 대 64.2%)에서도 반대가 압도적이거나 오차 범위(95% 신뢰수준에서 ±4.4%포인트)를 넘어 유의미하게 높았다. 리얼미터 조사는 교통방송(tbs) 의뢰로 지난 8일 하루 동안 전국 유권자 505명을 대상으로 실시됐고, 조사 관련 상세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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