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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진보정당의 이름으로 2012년 총선에 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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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진보정당의 이름으로 2012년 총선에 임해야"

[진보의 재구성, 길을 묻다·끝] 심상정 전 진보신당 대표

20년 만에 돌아온 정치의 해, 2012년 야권에서 최고의 화두는 누가 뭐래도 '연대'다. 선거연합이냐 통합이냐, '오른쪽 끝'과 '왼쪽 끝'은 어디까지인지,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하는지 등을 놓고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고 있지만, 야권의 단일화가 대선 승리의 기본 조건이라는 공감대는 날이 갈수록 확산되는 모양새다.

2012년 총선과 대선까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 안에 다양한 의견들이 하나로 모아져 현실이 될 수 있을까? 민주노동당에서 진보정치대통합 추진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성희 최고위원이 관련 논의를 주도하고 있는 대표주자들을 만나 릴레이 인터뷰 '진보의 재구성, 길을 묻다'를 <프레시안>과 함께 진행한다. 이 릴레이 인터뷰는 진보대통합을 둘러싼 다양한 주장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확인하는 과정을 통해 관련 논의를 보다 구체화하기 위한 시도다.

정 최고위원은 조국 서울대 교수를 시작으로 심상정 진보신당 전 대표, 권영길 민주노동당 원내대표, 이수호 민주노총 지도위원, 김세균 진보정치세력의 연대를 위한 교수연구자 모임(진보교련) 상임대표 겸 서울대 교수, 이학영 한국YMCA전국연맹 사무총장,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 등을 만났다. <편집자>


"'인턴 국회의원'이라는 말 나오는 데는 이유가 있다"

정성희 : 지방선거 이후 최근 근황과 역점을 두고 있는 일은 어떤 것입니까.

심상정 : 그동안 선거 등으로 밀렸던 강연 다니고요. 여의도 바깥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진보정치가 나갈 방향에 대해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지역구에 비중을 두면서, 한편으로 정치아카데미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2009년 당대표에서 물러나면서 당직을 맡지 않은 상황에서 진보정치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하면서 '사단법인 정치바로'를 만들었는데요. 거기서 하려고 했던 것이 정치학교였습니다. 지난 지방선거에 나서면서 유보되었던 일을 이제 다시 시작하는 거죠.

저는 정치활동을 하면서 진보정치에 가장 시급히 필요한 것이 정치학교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 역시 사회운동을 하다가 정치를 하게 되었는데, 정치인의 소명과 정치윤리 및 책임 등에 대해 누가 가르쳐주는 사람도 없었고 그래서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습니다. 또 유능한 정치인으로 크기 위해 기본적으로 갖추고 공부해야할 것을 제대로 배울 기회도 없습니다.

군인이 되기 위해서도 사관학교를 다니고 각종 훈련을 통해 실력을 쌓아야 되고, 법관 역시 사법 연수원과 로스쿨을 거쳐 길러집니다. 그런데 정치는 잘못될 경우 미치는 해악이 매우 큼에도 정치인을 제대로 양성하기 위한 프로그램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그러니 인턴국회의원이란 말도 나오는 것 아니겠습니까.

더 나아가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정치지도자들을 검증하는 시스템이 허약하여, 대통령 만들기를 일확천금 노리는 머니게임 수준으로 이해하는 풍토도 있습니다. 이런 점이 우리 정치의 비극적 요소라고 봅니다. 매우 위험한 일입니다.

특히 미래를 책임지고자 하는 진보정당이라면 유능한 정치인을 키워내는 인큐베이터로서 정치학교를 중요한 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가 당의 공동대표를 하고 있을 때 시도해 보았지만 여러 여건이 마련되지 않아 대학생 아카데미 몇 회를 시도하는 정도에 그쳤는데요. 오히려 당직에 매이지 않은 지금, 더 정성을 쏟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반드시 필요한 일인 만큼 준비과정을 차근차근 밟아 내년 초 공식적으로 열 계획입니다. 이 일은 새로운 진보정당의 건설을 뒷받침하는 일이기도 하고요.

▲ 심상정 전 진보신당 대표. ⓒ민주노동당

"MB가 미련두는 안보용 북풍, 역풍이 더 세다"

정성희 : 지금 이 순간 우리 사회에서는 울산과 서해에서 2개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하나는 노동자와 자본가 사이의 문제이며 하나는 남북 간의 문제입니다. 비정규직 문제, 한반도 평화문제는 한국 사회의 본질적 문제로 근본적 해법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심 전 대표님 생각은 어떻습니까.

심상정 : 하나는 안보와 평화이고, 다른 하나는 노동입니다. 이 두 가지는 모두 우리 보통 사람들 삶에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이슈입니다. 또 운동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무엇보다 정치 역할이 절실한 정치 의제죠. 진보정치에게 안보는 익숙하지 않아 어렵고, 비정규직 노동문제는 운동적 접근이 관성화 돼 어려운 문제라고 봅니다.

무엇보다 이 두 문제는 진보정치가 정치의 중심에 진입할 수 있느냐, 그렇지 못하냐를 가늠하는 관건적인 문제라는 점에서 중요성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뿐 아니라 비정규직 노동자 전반의 투쟁이 전면화 되고 있습니다. 비정규직 문제는 이제 일부 노동자의 문제가 아니죠. 무엇보다 우리 국민들이 이제 비정규직 문제가 우리 국민 모두의 아들, 딸 문제이며, 그들의 미래라는 것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다고 봅니다.

현대자동차에 하청 노동자가 1만 명 정도 됩니다. 2년 이상 된 노동자 4000여 명을 정규직으로 만드는데 1700억 원 정도 든답니다. 사법적 판단도 사실상 끝났습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현대 건설 인수하는데 5조 원을 배팅했습니다. 돈이 없어 정규직화를 못한다고 어느 국민이 생각하겠습니까.

정치가 나서고, 분발해야 합니다. 비정규직 문제는 비정규직 의제를 정치의 복판으로 밀어 올려 정치적인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을 때 실질적 해결이 가능합니다. 바로 그 일을 진보정당이 해야 합니다. 진정성만 갖고는 안 되고 진보정당이 실질적 해결의 전망을 정치영역에서 주도적으로 열어낼 수 있어야 합니다.

당장 해야 할 일은 야당들과 시민사회가 비정규직 해결을 위한 상설협의체를 만들고 정치적, 제도적 이슈를 적극 제기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공동실천을 진보정당이 주도해야 합니다. 야당들은 각자 투쟁현장에 동참하고 지원하고 하면서 정작 정치영역에서 해법을 찾는 노력은 소극적입니다. 야권연대의 주요 실천의제로 만들어서 정치적 힘을 실어야 해법을 찾을 수 있고, 노동의 가치가 존중되는 사회가 돼야 경제도 발전하고 우리 아이들의 미래도 있다는 적극적인 공감대를 국민 속에 만들어가야 합니다.

두 번째, 최근 연평도 문제를 보면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중요성을 우리 모두 다시 인식했습니다. 무엇보다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는 중대한 분수령을 맞고 있습니다.

동북아시아가 신냉전 체제로 가는가 아니면 평화체제로 가는가의 갈림길에서 있습니다. 세계는 미국과 중국의 장기간 공존체제로 들어섰고, G2체제는 동북아, 한반도 정세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이런 국면에 한국정부가 어떤 전략을 갖느냐는 매우 중요합니다. 지난 10년 민주정부의 햇볕정책의 성과를 복원하되, 이제 '평화체제 구축'을 직접적인 정치적 목표로 하는 전략이 서야합니다.

G2 공존체제가 허용 가능한 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북한의 질서변화로부터 비롯되는 정치적 상황을 한반도 평화체제를 정착시키는 계기로 승화시켜야 합니다. 지난 2005년 발표된 9.19 공동선언은 한반도 평화체제, 동북아 다자간 안보 활성화 등 2가지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는데, 한국정부가 의지를 갖고 지혜로운 외교능력을 발휘한다면, 오히려 달라진 정세에서 실질적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봅니다.

이는 수구정치세력이 권력을 쥐고 있는 한 어려운 일입니다. 이명박 정권은 변화하고 있는 국제정세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한미군사동맹에 의지하고 미국의 대중 견제전략에 충실한 일원임을 자임하고 있습니다. 중국을 등지는 것은 한반도 평화체제 및 통일의 길에 당사자로서의 역할을 포기하는 것입니다.

또 아직도 정권 안보용 북풍에 미련을 두고 있는데 이는 민심을 잘못 보고 있는 것입니다. 북풍은 역풍입니다. 또 연평도 사건 직후, 국가지도자가 되려하는 박근혜 의원 같은 정치인조차 대중의 불안감에 영합하는 안보 포퓰리즘적 발언을 내 놓는 것을 보고 '정치의 책임성'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런 리더십으론 한반도의 평화를 열어가기 어렵습니다. 2012년에는 평화를 실현할 능력을 갖춘 새로운 리더십을 우리 진보정치가 주도해서 반드시 세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권교체 바라는 국민, 자기 짐 일부를 정치가 맡아주길 원하는 것"

정성희 : 2012년에는 총선, 대선 등 중요한 정치 일정이 있습니다. 2012년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심상정 : 저는 지금 한국사회가 시대교체기를 경과하고 있다고 봅니다. 지난 지방선거이후 정치권이 좌향좌를 하고 너나 할 것 없이 복지를 외치고 있습니다. 국민들이 정치에 바라는 것이 달라졌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고 허둥대고 있습니다.

수십 년간 한국사회를 주도해 온 경쟁, 효율, 성장과 같은 가치와 시스템 속에서 많은 국민들이 불행을 느끼고 있습니다. 강연에서 대학생들을 만나보면 몇 년 전만 해도 성공하고 출세하기 위해 경쟁에 자기 몸을 던졌지만 요즘은 분위기 확 달라졌어요.

지금은 맘에 드는 자리에 가기 어려우니까, 말하자면 제발 '루저'가 되지 않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는 것이죠. 정말 안쓰러워요. 또 최근 연평도 사건이나 지난 천안함 사건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냉전적 국가시스템에 대한 국민의 거부감이 분명히 드러났어요. 그렇게 삶을 주도해왔던 가치와 시스템에 대한 근원적인 의심이 드니까 국민들도 혼돈스러워합니다.

2012년 정권교체를 원하는 국민들이 바람은 정치의 양적변화가 아니라고 봅니다. 국민들은 모든 걸 개인이 감당해야할 짐의 일부를 정치가 떠맡아주길 바라고 있습니다. 자신의 노력과 능력이 공정하게 평가되길 바라고 무엇보다 극단적인 경쟁체제로부터 해방되어 자신의 개성과 잠재력이 충분히 발휘될 수 있는 사회가 되길 원합니다. 새로운 대한민국에 대한 열망이 목에 찼습니다.

지금 정당들의 분화되어 있는 것을 구질서의 시각에서 보면 분열로 볼 수도 있겠지만 국민들의 변화의 열망에서 보면 질서재편기라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이런 정세야말로 진보정치가 거침없이 광장으로 나서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국민들의 열망을 받아 안아 역동적으로 변화를 주도할 수 있을 때만 진보정치의 미래가 있습니다.

정성희 : 2012년을 정권교체만 아니라 시대교체기, 정치질서 재편기로 규정하셨는데요. 진보정치세력의 핵심적 정치 과제에 대해서도 말씀해주시죠.

심상정 : 국민들이 새판을 짜라고 요구하고 있는데 거기서 주도적인 역할을 해내지 못하면 진보정치세력은 설자리가 없습니다. 2012년의 정권교체 및 이후 정치질서에서 어떤 변화를 어디까지 만들어낼 수 있느냐는 것은 진보에게 달려있습니다.

우리 진보정치세력이 크게 힘을 모아 국민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면 국민들께서 표를 많이 주실 겁니다. 그렇게 해서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진보정치세력이 신주류세력으로 발돋움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정성희 : 진보진영의 재편과 통합을 통해 새로운 진보정치세력이 등장하고 이 힘으로 중도자유주의 세력과 올바른 원칙과 기준에 부합되게 연대연합을 해 2012년 총선에서 교섭단체를 구성, 대선에서 진보적 정권교체를 이루자는 의견이 진보진영 내에 있습니다. 이러한 노선과 관련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심상정 : 진보정치 세력이 우리나라에서 집권하기 위해서 모범창출과 연합정치 2가지가 중요합니다. 우리 국민들은 진보세력의 집권을 경험하지 못했습니다. 때문에 체험을 통한 신뢰 없이 쉽게 국가권력을 주지 않을 겁니다. 작은 권력이라도 확보해 보수정치세력과는 다른 권력행사를 보여줘서 신뢰를 축적해 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이 집권하는데 맛보기 정치가 큰 역할을 했지요.

다음으로 '대한민국을 위한 새로운 팀'을 연합해서 짜는 것입니다. 새로운 팀을 짜는데 승자독식의 선거제도와 분화된 정당, 야당 내에서조차 공공연한 패권적 질서 등 걸림돌이 많습니다. 그러나 지금 국면은 민주당이 제1야당이지만 혼자서는 절대 권력을 잡을 수 없는 뚜렷한 한계에 의해서 형성된 국면입니다.

진보세력의 적극적인 정세인식과 공세적 구상이 필요한 때입니다. 수세적이고 방어적 태도는 정치적 무능을 드러내는 것이고 진보정당의 정치적 소극성야말로 진보정치발전의 최대 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통합? 무엇보다 빨리, 아래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정성희 : 2012년 총선은 지난 지방선거와 조건이 다릅니다. 선출하는 의원수도 적고 대선 구도 속 총선이어서 각당 대선후보들이 자기 토대를 구축하기 위해 자리를 양보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총선 전망을 어떻게 하시는지요.

심상정 : 저는 3가지를 지적하고 싶습니다. 벌써 다른 당은 2012년 총선 준비에 다 들어갔습니다. 지역구에서 보면 다른 당 후보들은 이미 선거전에 돌입했습니다. 진보정당은 아직 먼 이야기처럼 되어 있는 데요. 진보정당도 빨리 선거준비에 들어가야 합니다.

가능한 많은 지역에서 유력한 후보가 되기 위한 적극적인 선거 준비가 필요합니다. 낡은 정치와 대별되는 매력적 전략 후보, 전략 지역을 많이 만들어야 합니다. 이것은 승리의 기반일 뿐 아니라 국민의 힘으로 진보적 단일화를 이끌어 내는 중요한 기반이 될 것입니다.

대선 전략과 관련해서도 독자후보를 내서 상황에 따라 선거연합을 하거나 완주한다는 모범답안만 이야기하는데 실제 상황에서는 지방선거에서 나타난 5+4를 둘러싼 논란을 재연할 가능성이 높죠. 총선에서 대선 전략과 연동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하므로 여러 가능성에 대한 구체적 검토와 논의로 당내 공감대를 높여나가야 한다고 봅니다.

총선은 지방선거와 달라 선거연합에 대해서는 낙관하기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따라서 새로운 진보정당의 이름으로 총선에 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그래야 비례뿐만 아니라 지역구에서도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런 전제하에 선거연합의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방도에 대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요는 어떤 경우는 민주당과 겨룰 수 있는 진보정치세력의 힘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 ⓒ민주노동당

정성희 : 지금 진보양당이 함께 진보진영 대표자 연석회의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심 전 대표님이 생각하는 가장 바람직한 진보정치대통합의 방향은 무엇입니까.

심상정 : 연석회의가 새로운 통합정당의 분위기 조성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진보양당의 내부 결의를 통해 진보진영내의 지각변동이 실제 이루어진다는 확신을 만들어내야 본격화되고 더 광범하게 묶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거듭 강조하지만 진보정치의 확대재편의 필요성은 정세를 적극적으로 인식하는 속 에서 배가됩니다. 지금과 같은 정치질서 재편기에 국민들의 변화의 열망을 수용하는 데 주동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통합을 하기 싫은 이유나 우려되는 점을 찾는 것은 쉽습니다. 중요한 것은 진보정치가 국민의 요구에 어떻게 부응하고 시대의 변화에 대처할 것인가에 대한 방안을 내와야 하고, 여러 가지 선택지 중 가장 적극적인 전망을 선택하는 것이 정치가 해야 할 일이라는 점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하고자하는 새로운 진보통합정당은 혁신적 확장과정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진보정치재편은 대안세력이 되기 위해 하는 것입니다. 2012년 총선에서 진보정당이 최소 교섭단체이상의 주요 정치세력으로 발돋움 할 수 있어야 합니다. 통합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것을 매개로 노동자, 서민, 시민사회 등 진보정치에 희망을 거는 많은 국민들을 결집시켜 새로운 대안세력으로 가능성을 만드는 것이 핵심입니다.

양적, 질적 성과를 만들어내는 창당플랜이 정교하게 그리고 정력적으로 구상되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빨리 당내 결의를 만들어내고 아래로부터 통합창당사업을 본격화해서 이를 가시화시켜내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야 진보정당 내 통합에 대해 우려하는 소극적 당원들을 설득할 수 있고 시너지 효과를 확장할 수 있습니다.

"내가 경험했던 민주노동당에선 '이정희 대표'는 상상할 수도 없었다"

정성희 : 진보대통합으로 나아가는 데 놓치지 말아야 할 중요한 가치는 무엇입니까.

심상정 : 진보정치대통합의 가치는 결국 민생과 평화체제 두 가지라고 봅니다. 중요한 것은 추상적인 것이 아니라 국민들이 체험한 경험을 기반으로 제시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민생문제는 비정규직 문제, 재벌 문제, 국제통상 문제 등의 입장을 근거로 복지경제체제에 대한 구상이 있어야 하고요. 평화체제와 관련해서는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체제 구축, 남북 당사자의 주도적 역할, 더 나아가 남북 경제 공동체 구성의 비전까지 제시할 수도 있습니다.

정성희 : 진보정치의 혁신적 확대 재편을 통해 새로운 진보정당을 창당해야한다고 말씀해주셨는데요. 진보정치세력의 성찰 지점은 무엇일까요.

심상정 : 지금 국민들은 진보정치대통합과 야권연대 등을 주문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더 깊이 들어가면 국민들은 현재 정치 전반에 대한 과감히 혁신을 요구하고 있는 겁니다.

진보진영 내에서도 진보대통합에 대해 회의적 시각이 있습니다. 새로운 진보정당을 만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거에 대한 성찰과 미래를 위한 혁신이 이뤄질 수 있겠냐는 의구심이라고 봅니다.

민주노동당이 분당될 때 저는 비상대책위원장으로서 누구보다 큰 책임을 져야 하는 위치에 있었던 사람입니다. 그 때도 밝힌 바 있지만 분당은 바람직하지도 원하지도 않았지만 혁신이 성공하지 못함으로써 불가피한 상황으로 내몰렸지요. 정치라는 것이 선의만 가지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힘이 뒷받침되지 못할 땐 의도와는 상관없이 최악의 결과도 될 수 있음을 절감하는 과정이었습니다.

또 다른 측면에서 보면 분당은 진보정치세력의 성찰 능력 부재로부터 비롯된 것이라고 봅니다. 2007년 대선 3% 참패라는 국민적 심판의 결과는 진보정치가 대안세력이 되기 위해서는 과감히 혁신하라는 최후통첩이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성찰은 국민의 심판에 응답할 만큼 깊지 못했습니다.

분당이후 긴 고통의 시절을 보내는 동안 우리는 변하지 않은 것도 많지만 변한 것도 많다는 걸 느끼고 있습니다.

사실 제가 경험했던 민주노동당에서는 이정희 대표 체제를 상상할 수 없었습니다. 이정희 대표 체제라는 젊은 리더십이 세워지는 것을 보며 민주노동당이 국민과 소통하기 위해 상당한 자기 고민과 성찰이 있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북한 문제로 논란이 됐을 때 변하지 않은 모습도 보았지만 또 국민들이 제기하는 문제에 대해 귀 기울이는 달라진 모습도 보았습니다.

진보신당 역시 정치실천의 현장에서 민주노동당이 동지임을 확인하고 있으며, 통큰 단결이 필요하다는 국민들의 바람을 당의 저변으로부터 깊이 인식하고 있습니다.

지금 국민들은 진보대통합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가라고 주문하고 있습니다. 진보정당 통합의 과정에서 분당의 앙금 등 여러 가지 난관도 있지만 우리는 변화에 대한 자신감을 갖고 노력해야 합니다. 통합은 모든 것이 서로 같기 때문에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차이와 갈등을 더 높은 차원의 정치적 통합력으로 승화시키는 도전이기도 합니다.

"정치를 운동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생각은 옳지 않다"

정성희 : 진보정치가 혁신해야 할 지점은 무엇인지, 심 전 대표님의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심상정 : 우선,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정당으로서 집권의지'를 구체화해야 합니다. 정치의 핵심은 권력을 통해 사회를 바꾸는 것입니다. 따라서 정당은 두말할 필요 없이 권력을 잡기 위한 집권전략, 집권이후 새로운 사회를 제시할 수 있는 비전과 능력, 그에 걸맞는 국민의 신뢰를 갖추어야 합니다.

정치를 운동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생각은 옳지 않습니다. 비정규직 투쟁현장에 열심히 결합하는 것 중요합니다만 그것이 정치의 소극성과 무능의 알리바이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투쟁 지원하는 일만이라면 저는 하던 노동운동을 계속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일 것입니다. 비정규노동자들도 정치적 방법으로 도와줄 것을 원하고 있습니다. 작은 지방권력을 잡아서 공공부문에서라도 비정규직 정규직화의 모범을 모이는 것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다음으로 '맞지 않는 시계'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진보정치세력이 정세변화에 대해 둔감한 것이 습관화 돼 있는데 그건 민심과 소통할 능력이 없음을 의미합니다. 이 지점을 과감히 혁신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역사적으로 진보진영이 미래 전망을 전취하지 못하면 반동화 되거나 단순한 저항세력으로 소멸했습니다. 냉험한 역사를 제대로 봐야 합니다.

셋째, 정치를 통해 국민에게 헌신하겠다는 열정을 갖추어야 합니다. 진보정당은 정치적 힘을 극대화해 진보정치에 희망을 걸고 있는 많은 국민들에게 희망을 돌려줘야 합니다. 그 점에 민감하고, 그렇게 헌신해야 합니다. '국민의 삶을 구체적으로 개선시키는 힘을 만드는 일보다 내 신념을 지키는 것을 더 중요하다는 생각'은 그 생각을 존중할 수는 있지만 '정치'와는 거리가 멉니다.

요즘 진보의 재구성을 많이 이야기합니다. 진보의 재구성은 자기 껍질을 깨는 것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철저한 자기 성찰에 기반한 창조적 파괴 없이는 가능하지 않습니다. 정치에 있어서 진보는 우리 스스로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요구하는 변화를 주도할 의지와 힘이 있느냐, 국민들의 삶을 바꾸기 위해 정치의 장에 뛰어들 열정과 헌신이 있느냐가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정성희 : 마지막으로 진보정치를 지지하는 국민들에게 당부의 말씀 부탁드립니다.

심상정 : 지금은 역사적 안목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진보정치 발전을 위한 불쏘시개가 되겠다는 각오입니다. 진보정치의 새로운 가능성을 주목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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