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후폭풍이 집권당의 '내홍'으로까지 이어지자 96년 신한국당의 '노동법 날치기'를 회상하는 인사들도 많아졌다. 당시 신한국당 의원 155명은 크리스마스 새벽에 노동법과 안기부법을 기습 날치기 처리해 노동계는 물론 여론의 반발에 휩싸였다. 결국 현 '한나라당'으로 당명을 바꾼 계기가 되기도 했고, 1년 후에는 정권을 내줬다.
홍준표 "당이 '보이지 않는 손'에 끌려 다녀"
▲ 홍준표 최고위원. ⓒ프레시안(최형락) |
'보이지 않는 손'과 관련해 홍 최고위원은 "마치 (고 의장의 사퇴를) 청와대가 정한 것처럼 보도가 되고 있는데, 야당이 청와대를 물고 늘어지는 이 시점에 당·청회동을 해서 고 의장이 사퇴했다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꼬집었다. 홍 최고위원은 "한나라당의 지지는 청와대로부터 오는 게 아니고 국민으로부터 온다. 총선은 당이 치르는 것이지 청와대가 치르는 것이 아니다"며 이같이 말했다.
당 서민특위 위원장이기도 한 홍 최고위원은 "서민특위에서 요청한 예산 5조6000억 정도가 별도로 반영이 됐는데, 서민예산을 삭감하고 실세지역구에 SOC 예산은 증액했다는 보도를 봤다"며 "만약 그렇다면 이번 예산안 통과의 정당성을 이것 때문에 더욱 절감시키는 그런 일이 된다"고 말했다.
홍 최고위원은 이어 "정부는 쪽지예산으로 심사없이 증액된 소위 실세 지역구의 예산이 있다면 예산집행 과정에서 집행유보를 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사실상 '형님 예산', '실세 예산'에 대해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것이다.
홍 최고위원은 자신의 정계 입문 당시인 96년 노동법 날치기 처리 경험을 꺼내기도 했다. 당시 초선의원으로 '총대'를 매기도 한 홍 최고위원은 "지난 12월 8일 본회의장의 몸싸움을 보면서 나는 96년 12월 25일 노동법 기습처리를 생각했다"고 말을 꺼냈다.
그는 "당시 우리는 승리했다고 25일 아침에 (여의도) 양지탕집에 가서 거사를 축하하고 축배를 들었다. 그러나 그것이 YS정권의 몰락의 신호탄이었다"고 지적했다. 홍 최고위원은 "그 이후 바로 한보사건이 터지면서 YS정권은 몰락하고 IMF 금융위기가 초래되면서 우리는 50년 보수 정권을 진보 진영에게 넘겨줬다"고 설명했다.
홍 최고위원은 이어 "이명박 정부가 성공을 하고 다시 96년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라도 정부 여당을 재편하고 전열을 재정비할 때"라며 "사태가 악화되기 전에 신발끈을 고쳐 매 이 시점에서 이 정권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짓고 정권재창출로 나서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96년 '노동법 날치기' 파동 당시 신한국당 소속 초선 의원이었던 안상수 대표는 이날 말을 아끼면서도 "이명박 정부는 한나라당 정권이 만든 정부임을 잊어서는 결코 안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한구 "고흥길 사퇴? 엉뚱하고 어색해"
3선 중진 의원이며 국회 예결위원장을 지냈던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도 이날 고 의장의 사퇴를 두고 "예산안 처리를 고지 점령하는 식으로 처리한 것, 실세 예산은 늘리고 서민 예산은 빠뜨린 것이 국민 여론이 나빠진 핵심 문제라면 고 의장의 사퇴는 어색하고 엉뚱하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너무 청와대에 끌려 다니는 문제에 대해서 (한나라당의) 의원들 생각이 지금 많이 좋지 못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당 내부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제가 야당 생활을 8년을 했는데 예결위에 거의 매년 참여하면서 분통을 터뜨린 게 당시 여당들이 하는 행태가 정말로 무책임해서였다"며 "그래서 우리가 정권 바꿔야 되겠다고 했는데 우리도 같이 (무책임하게) 해버리면 더 이상 할 말이 없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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