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전, 바른정당 김무성(6선), 강길부(4선), 김영우·김용태·이종구·황영철(3선), 정양석·홍철호(재선) 의원 등 8명은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탈당 성명'을 발표했다. 원내대표인 주호영 의원(4선)은 함께하지 않았지만, 김용태 의원은 "주 의원은 이 자리에 참석을 안 했지만 뜻을 같이 한다고 했다"며 "탈당 선언을 한 사람은 9명"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탈당 성명에서 "지금 보수 세력이 중심을 잡지 못한 채 분열하고 갈팡질팡하면서 문재인 정부의 폭주를 속절없이 지켜보고만 있다. 우리는 보수 세력이 직면한 안타까운 현실이 더 이상 지속돼서는 안 된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우리는 오늘 바른정당을 떠나 보수 대통합의 길로 먼저 가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보수 세력은 지난해 헌정 사상 초유의 국정 농단 사태를 미연에 막지 못한 잘못으로 국민의 엄중한 심판을 받고 정권을 내주고 말았다"면서 "문재인 정부의 국정 폭주를 막기 위해서 대한민국의 기적을 만든 보수 세력이 즉각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자신들이 보수 통합의 명분으로 내세운 '문재인 정부의 국정 폭주'에 대해 "외교안보 전략의 부재 속에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도 불구하고 김정은 정권에 대화를 구걸하는 모습을 보여왔다"거나 "무책임한 포퓰리즘을 기반으로 하는 잘못된 사이비 경제정책의 엄청난 부담은 그대로 우리 후손에게 빚으로 남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적폐 청산이라는 미명 하에 한풀이 정치를 펼치고 있다"고도 했다.
이날 탈당 성명을 발표한 후 이들은 오는 8일 한국당 측과 '통합추진위' 회의를 열고 9일 한국당에 입당할 예정이다. 김용태 의원은 성명 발표 후 "탈당서 제출은 8일에 하게 될 것"이라며 "그 연후에 한국당과 '부분 통합'이라도 하는 논의에 대해서는 8일 중 통추위 회의를 열어 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현재로서는 9일에 한국당과 '부분 통합'을 하기 위한 입당 원서 제출은 예정대로 진행할 생각"이라고 했다.
탈당 성명서에 한국당의 쇄신을 촉구하는 내용이나 서청원·최경환 의원 등 친박 청산 관련 내용이 빠진 데 대해 김영우 의원은 "이것은 첫 출발"이라며 "저희는 (한국당이) 박근혜 전 대통령을 출당 조치한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고, 그래도 보수가 새롭게 태어나는 첫 출발점이 되지 않겠는가(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서·최 의원에 대해서는 "저희는 보수 대통합이라는 출발점에 선 것이고, 한국당의 개혁 조치는 잘 되기 바랄 뿐이지만 여기서 구체적 사람을 놓고 얘기하는 것은 보수 대통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언급을 피했다.
김무성 의원은 "바른 정치를 하겠다는 의지로 바른정당을 창당해 대선에 도전해 봤는데 결과는 참담했다"며 "현 시점에서 문재인 정부의 북핵 위기 대응이 너무나 잘못돼 가고 있고, 포퓰리즘 폭주가 너무나 심각하기 때문에 이것을 막아달라는 보수 국민층의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김 의원은 "저희의 결정에 많은 비판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모든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면서도 "그 모든 비난을 감수하더라도 현 시점에서는 보수가 통합해서 문재인 정부의 독주를 막아야 한다는 가치가 우선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런 결단을 내렸다는 점을 이해해 달라"고 했다.
앞서 이들의 탈당 성명 발표 직전, 바른정당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했던 정운천·박인숙 의원이 후보 사퇴를 선언하면서 막판 변수가 되지 않을까 하는 관측이 있었지만 기대에 그쳤다. 정 의원은 "당이 쪼개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축제의 장이 돼야 할 전당대회의 의미가 없어졌다"고 사퇴의 변을 밝히고, "전당대회를 한 달 정도 연기해서 숙려 기간을 갖자"고 주장했다.
탈당파에서는 이들의 제안에 대해 "현재로서는 (탈당과) 입당 원서 제출을 예정대로 진행할 생각"이라고 사실상 일축하며 "후보 3분이 사퇴해서 전당대회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된 부분에 대해 어떤 취지에서 사퇴했고 어떻게 할지에 대해 긴밀히 합의하겠다"(김용태)고만 했다. 김무성 의원은 이들의 후보 사퇴 선언에 대해 "오늘 저희들이 예상하지 못했던 전당대회 출마자 3명이 사퇴함으로써 대통합에 뜻을 같이 하겠다는 의사 전달이 왔다"고 해석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은 "탈당까지는 아직 고려하지 않고 있다"(정운천), "탈당은 꿈에도 생각하지 않는다. 당을 살리려는 노력의 일환이지, 마음에 안 든다고 탈당한다는 것은 전혀 아니다"(박인숙)라는 입장이다. 전당대회를 연기하더라도 탈당을 막고 한국당과 통합 전당대회를 추진하자는 정 의원 등의 주장은, 통합파가 탈당 성명을 발표한 시점에서 효력을 잃게 됐다.
바른정당 내 자강파에서는 "쿨한 마음"(진수희 최고위원)으로 이들의 탈당 성명 발표를 지켜봤다. 진 최고위원은 이날 기독교방송(CBS) 라디오에 나와 "어차피 결심하고 헤어지지만, 그 분들이 말씀하신 대로 한국당에 가셔서 내부에서 한번 개혁이나 변화를 이끌어 본다고 하시니…"라며 "다시 돌아가셔서 정말 개혁을 열심히 하시면 바른정당에 남아 있는 분들과 또 언젠가 머잖은 장래에 만날 수도 있다. 우리는 우리의 위치에서, 또 돌아가신 분들은 그 당에 들어가서 열심히 혁신을 하면 좋겠다. 지금은 그런 쿨한 마음"이라고 했다.
진 최고위원은 남경필 지사와 정운천 의원 등이 주장한 '전대 연기 후 통합 전당대회' 안에 대해 "이미 그 제안 나오자마자 한국당과 홍준표 대표는 일언지하에 공개적으로 거부 의사를 밝혔다"며 "전대 한 달 연기해 놓고 기다려 보자고 하는데, 한국당이 모든 국민들이 상식으로 생각하는 박 전 대통령 출당 하나 결정하는 데 저렇게 시끄러웠다. 하물며 당 해산에 가까운 통합 전대를 결정하기까지 또 얼마나 힘들겠느냐"고 부정적 태도를 밝혔다.
하태경 최고위원도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통합 전대는 이미 홍 대표가 공식적으로 거부했기 때문에, 저기서 거부를 하는데 계속 우리 쪽에서 주장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이라며 "저희들 원칙이 '국민들한테 박수 받는 통합이라면 반대하지 않는다'는 것이기 때문에 통합 논의가 완전히 닫혀 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홍 대표가 서청원·최경환 의원 출당을 사실상 포기한 상태에서 그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하 최고위원도 "현실적 장벽을 느꼈지만 좋은 이야기로 서로 이별하자. 그리고 탈당해서 가시는 분들은 어쨌든 한국당 안에서 그나마 개혁을 열심히 하라. 우리는 한국당 바깥에서 보수 개혁을 계속해서 추진하겠다"고 '쿨함'을 보태면서, 다만 "그 분들이 순조롭게 복당을 할지 그건 또 지켜봐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 내부에서 또 반대하는 흐름이 있고 '징계위원회에 회부한다'는 흐름도 있다"고 심술을 부리기도 했다.
하 최고위원은 "과거 대선 때 13명이 똑같이 탈당해서 그 쪽으로 복당했을 때도 보면 정우택 원내대표가 '복당 못 받겠다' 해서 한 3주 동안 복당이 즉각 이뤄지지 않은 선례가 있다"며 "때문에 이번 9명의 복당이 어떤 방식으로 될지는 한 번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한국당 내 강경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류여해 최고위원은 이날 YTN 라디오에 출연, "당 내에 (바른정당 의원들의 복당을) 반기는 분위기가 많으냐고 물으시면 제가 설문조사를 하지 않아서 답을 모르겠고, 하지만 바른정당에서 들어오는 분들에 대해서 반발하는 분은 많다는 건 제가 알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류 최고위원은 "'왜 책임을 지지 않느냐. 나갔다가 다시 들어올 때 개선장군처럼 들어오게 되면 남아서 고생하는 사람은 무엇이냐' 하는 목소리가 굉장히 많다"며 "들어오면서 뭔가 바라는 게 있거나 요구하는 게 있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많다. 들어올 때는 정말로 모든 것을 내려놓고 당과 보수 우파를 위해서 하겠다는 그런 명분이 있어야 하는데, 아까 얼핏 기사를 보니 '다음 국회의원 선거에 나가지 않겠다고 선언하자'고 하신 분도 있다고 하는데 합의가 안 됐다는 기사를 봤다"고 차기 총선 불출마 문제까지 언급했다.
그는 "나갈 때의 모습과 들어올 때의 모습을 언론에서 어떻게 바라볼까, 또 국민들은 어떻게 바라볼까 걱정"이라며 "(복당파에 대한) 징계 부분에 대해 이야기하는 분도 있다. 그리고 그건 당연한 것 아니냐고 얘기하는 당원들도 있다"고 텃세를 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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