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제4교섭단체인 바른정당의 분당이 현실화되고 있다. 바른정당은 5일 밤 '마지막 의총'을 열었으나 합의 도출에 실패하면서, 자유한국당과의 통합을 주장했던 의원들이 다음날 중 집단 탈당을 결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탈당하면, 바른정당은 국회 원내 교섭단체 지위를 잃게 된다.
바른정당은 이날 밤 8시부터 11시 40분께까지 심야 의원총회를 열었다. 소속 의원 20명 전원과 남경필 경기지사 등이 참석한 이날 의총에서는 '한국당과 보수 통합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른바 통합파와, 오는 13일로 예정된 바른정당 전당대회를 치르는 것이 우선이라는 자강파 간의 의견 충돌이 또 한 차례 빚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또 남 지사와 김세연 의원 등은 통합파들의 탈당을 막기 위해서라면 전당대회를 연기할 수도 있지 않냐는 주장을 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설득에 전당대회 출마자들 가운데 정운천, 박인숙 의원 등은 결국 전당대회 연기에 동의했지만, 유승민 하태경 의원 등은 연기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고 한다.
박정하 바른정당 수석대변인은 "전당대회 연기 후 통합 논의를 더 진행하자는 쪽으로 접점을 찾으려 했는데,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의총이 마무리됐다"며 "예상하는 수순(분당)대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 "전당대회는 그대로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유 의원은 "서로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다"며 "몇 분이 (탈당)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될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이제는 국민들께 맡길 수밖에 없다"며 "저는 당을 지키자는 사람이니, 바른정당이 국민들께 약속드린 길로 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김무성·김영우·김용태·황영철 의원 등 통합파는 결국 6일 중 탈당을 결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 일정이 끝난 후인 9일께 자유한국당 입당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또 한국당 복당 후 김무성 의원의 측근이었던 김성태 의원을 차기 한국당 원내대표로 밀 것이라는 설도 나온다.
통합파의 대변인 격인 황영철 의원은 이날 의총 도중 기자들과 만나, 합의에 다다르지 못하는 상황을 전제로 "(그렇게 된다면) 내일 우리는 탈당계를 쓸 수밖에 없다"고 했었다. "오늘이 마지막 의총이 될 것"이라고 황 의원은 말했다. 그는 의총 후 통합파들만 참석한 별도 논의를 가지고 나서 기자들과 만나 "대단히 안타깝다"며 "더 큰 보수 통합의 장에서 다시 만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사실상의 탈당 예고다.
탈당 규모는 8~9명 선으로 파악되고 있다. 특히 그간 계속 통합파로 분류돼온 강길부·이종구·홍철호 의원 외에도 주호영 원내대표와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 등 현직 원내지도부도 탈당 선언 명단에 이름을 올릴 것으로 전해졌다. 단 주 원내대표는 "탈당할 생각이지만 오는 13일 전당대회까지 치른 뒤 할지, 그 전에 할지는 고민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파 의원들은 6일 오전 10시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회견을 열 예정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른바 '남·원·정'으로 불렸던 남경필 경기지사, 원희룡 제주지사, 정병국 의원도 유 의원 등 자강파와 최근 사이가 틀어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있다. 단 남 지사는 지난 3일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한국당과의) 통합 전대를 통한 원칙 있는 통합은 부국강병을 이뤄낼 개혁 보수신당을 바라는 국민의 뜻이고 시대의 흐름이다. 자신만이 옳다는 독선으로 막아지는 흐름이 아니다"라고 유 의원을 간접 비판하면서도 "저는 한국당으로의 복당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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