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7일 군 복무기간을 24개월로 환원하는 논의가 있는 것과 관련해 "현 단계에서 환원하는데 반대한다"는 내용의 논평을 놓고 어지러운 행보를 보였다.
이날 오전에 논평을 배포했다가 이를 취소한 뒤, 또 다시 같은 내용의 논평을 내는 해프닝이 벌어진 것. 이 때문에 출입기자들은 상당한 혼선을 겪었다. 집권 여당이 군복무 기간에 대한 공식 입장을 정하는데 여론과 청와대의 눈치를 보며 오락가락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전날 국방선진화추진위원회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한 국방개혁안에는 현행 21개월인 군 복무기간을 24개월로 환원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한나라당 안형환 대변인 명의로 이날 오전 11시 30분 경 나온 논평에는 "연평도에 대한 북한의 무력도발 등 최근의 안보상황에 비춰볼 때 이와 같은 주장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나, 군복무 기간을 다시 환원하자는 것은 타당치 않다고 보며, 현실적으로도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 논평에서 안 대변인은 "현재 우리 군이 처한 안보와 국방상 문제는 지휘부의 무능과 시스템"이라며 "연평도 피격 당시 임준영 해병은 폭격으로 인해 철모에 불이 붙었던 것도 모른 채 대응에 적극 나설 정도로 용감했다. 연평도 포격 도발 문제의 주된 원인은 군 지휘부의 보고, 근무 체계, 위기 대응 체계이지, 사병들의 임무수행 능력이 떨어진다는 정황은 어디에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대변인실에서는 논평이 나간지 20여 분만에 취소를 알리는 문자를 보내왔다. "실무자가 실수해서 나간 것 같다"는 게 이유였다. 안형환 대변인은 "뉴스를 모니터링하고 작성한 뒤 보류해 놓은 논평 초안이 결재를 거치지 않고 실무자 실수로 발송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안 대변인은 취소된 논평과 대동소이한 내용의 새로운 논평을 오후 3시 45분 경 다시 냈다. 군복무 24개월 환원, 즉 군복무 연장에 반대한다는 내용으로 오전에 취소한 논평과 거의 차이가 없다. 다만 "18개월로 복무기간을 줄여나간다는 기존 단축계획에 현재로선 제동을 걸 생각은 없다"며 "굳이 바뀌려면 국민적 합의가 전제돼야 할 것"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이날 벌어진 논평 취소 '해프닝'을 놓고 갖가지 추측이 나오고 있다. 정치권에서 군 복무 기간을 논의하는 것은 가장 민감한 문제 중 하나다. 장병들의 '표심'과 함께, 군에 자녀를 보낸 부모들의 민심도 헤아려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일은 한나라당이 '표 떨어지는 일'을 심각하게 우려하면서도, 청와대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현 '당청 관계'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청와대의 전날 24개 월로 환원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지만, "실제 여권에서 24개월로 다시 늘리는 방안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기 때문에 한나라당이 논평을 냈다가 주춤했던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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