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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빽 없는 사람만 서럽구나"

[민미연 포럼] 벼랑 끝에 서 있는 자들의 꿈

벼랑 끝에 서 있는 사람들의 꿈은 무엇일까. 로또 당첨이다. 가능성이 낮은 로또 당첨이 그들의 유일한 희망이다.

양극화와 이중 노동시장에서 신음하며 고단하게 살지만 보이지는 않는 존재, 보여도 존재감이 없는 아웃사이더들. 그들은 배달부, 아르바이트 전전하는 미취업 청년, 밑바닥의 노가다, 망해가는 영세 자영업자, 중소기업 공장 노동자, 대기업 하청 노동자, 파견직, 회사 택시 기사, 밑바닥 일자리를 전전하며 험한 불안정 노동에 시달리는 비정규직, 대리 운전기사, 주차관리원, 하급 서비스 노동자다. 이들은 인간 대접도 못 받고 죽도록 일만 하는 저임금 노동의 사슬을 끊어 내고 싶어 한다. 그러나 소망과 현실의 간극은 크다.

벼랑 끝에 서있는 자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아니, 절규한다.

"돈도 빽도 괜찮은 직장도 없는 주변부 인생, 희망이 없다. 우리에게는 안정적인 월 250만 원, 300만 원의 일자리가 주어지지 않는구나. 신의 직장까지는 바라지 않는다. 주 5일 일하고 월 250만 원만 받아도 정말 좋겠다. 그게 어디야. 사회에 잘 먹고 잘사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데 나는 왜 이렇게 삶이 피곤하고 힘들지. 부자들은 좋겠다. 좋은 직장·신의 직장에서 고연봉 받고 온갖 복지 혜택을 누리는 귀족노동자들은 좋겠다. 그들은 살맛 나겠지. 그러나 우리는 힘들어. 이게 양극화야."

"사장들은 우리를 쥐어짜듯이 착취하지. 일을 너무 많이 시키네. 힘없는 우리만 서럽다."

"채용 비리는 왜 이렇게 많은 거야. 빽으로 좋은 직장 정규직·계약직 된 사람이 너무 많다. 고연봉의 대공장에도 빽 없이는 들어가기 어려워. 빽 없는 사람만 서럽구나."

"기득권과 특권을 누리는 '신의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은 우리들의 희생의 대가로 고연봉을 받고 있지. 그들의 고연봉에는 우리 하층 노동자가 가져가야 할 몫이 포함되어 있어. 우리의 피와 땀을 사장도 빼앗지만 그들도 빼앗고 있어. 편하게 일하며 높은 임금을 받는 그들이 우리와 임금을 좀 나누었으면 좋겠다."

"돈 많으면 좋은 세상이지. 좋은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은 복도 많아 호강하는구나. 우리는 인생이 엿 같은데 말이야. 부모 잘 만나 부동산 부자가 된 사람들은 좋겠다. 국민 세금으로 고임금과 많은 연금을 받는 공무원과 교사는 좋겠다. 그들은 같은 하늘 아래 살지만 우리와는 다른 삶을 살지. 부럽다. 특권을 누리는 양반들이 부럽다. 억대 연봉 대기업 생산직 노동자도 좋겠다."

"나도 양반이 되고 싶다. 아니 양반까지 안 되어도 인간의 직장에서 일하고 싶다. 특권을 누리는 신의 직장은 한국에 왜 이렇게 많은 거야. 모두 공평하게 인간의 직장에서 일해야 되는 것 아닌가. 임금 격차가 너무 심하다. 누리는 사람 따로 있고, 고생하는 사람 따로 있다. 세상 바뀔 것 같지 않구나. 누가 세상 한 번 바꿔줬으면 좋겠다. 꿈이겠지.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은 좋겠다. 그들만의 리그. 우리는 수드라."

우리는 이들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성 안과 밖

성 안과 밖의 온도 차가 너무 심하다. 성 안은 너무 따뜻하고 반면 성 밖은 너무 춥다. 시베리아처럼 춥다. 불공평·불평등·격차가 너무 심하다. 한국 사회는 부자와 가난한 자의 불균형도 문제이지만 노동자 내부의 빈부 격차가 극심한 것도 심각한 문제이다. 한국의 대기업과 공기업·공무원 등 공공부문 상층 노동은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 노동자보다 더 고임금을 받고 풍부한 복지 혜택을 누리지만, 반대편의 하층 노동은 수드라처럼 노동해야 하며 심한 차별을 받으며 착취당하고 있다.

소득 불평등과 격차의 올바른 해법


대자본과 중소자본 간 분배가 필요하고, 자본과 노동 간 분배가 필요하다. 그리고 노동자 간 분배도 필요하다. 노동자 간 분배가 필요한 것은 소득 상위 10%, 즉 상층 노동이 노동자 몫의 대부분을 가져가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인상과 복지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우리나라 공공부문은 지대(rent)를 추구하는 특권의 영역이다. '신의 직장'이라 불리는 공기업 직원의 기득권은 축소해야 한다. 특히 공공부문의 특권 중 과도한 연공임금 호봉제는 폐지하거나 개혁해야 한다. 고연금과 정년을 보장받는 공공부문 정규직의 높은 임금은 내리고, 차별받는 비정규직·무기계약직 등 하층의 임금은 올려 임금격차를 해소해야 한다. 공공부문 정규직 기득권은 손을 대지 않으면서 하층의 처우를 대폭 개선하면 국민 세금과 재원이 감당이 안 된다. 현대판 양반제를 고수하면서 양반 수를 조금 늘리는 것은 소득불평등과 격차의 올바른 해법이 될 수 없다. 특권적인 지위를 누리는 양반을 없애고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을 구현하고 모두가 인간의 직장에서 일하도록 해야 한다.

한국사회에는 하층 노동현장에서 힘들게 일하며 팍팍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벼랑 끝에 선 그들이 정당한 대우를 받으며 여유 있게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절실한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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