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반도의 긴장이 어느 때보다 고조되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중 11월 초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많은 보도와 예측들이 나오고 있다.
특히, 19차 전당대회를 마치고 더욱 강력하게 출범한 중국의 시진핑(習近平) 정부와 더 이상 북핵 문제 해결을 미룰 수 없다는 강한 의지를 가진 미국의 트럼프 정부, 소형화된 핵탄두를 탑재한 화성-14형 ICBM(대륙간 탄도 미사일) 발사 성공에 힘입어 미국에 구체적인 군사도발을 언급한 북한의 김정은, 최근 일본 중의원 총선거에서 압승을 거둬 '전쟁 가능 국가'로의 개헌에 박차를 가할 일본의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3번째 대통령을 연임하며 강한 러시아를 만들어가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까지 그 어느 때보다 한반도를 둘러싼 열강들의 강한 리더십과 보이지 않는 외교 전쟁의 한복판에 대한민국이 서 있다. 지금이 상황이 19세기 말 청·일·미·러 앞에서 대한제국의 운명이 풍전등화였던 것과 너무도 닮아 있어 크게 염려스럽다.
북핵 문제와 관련하여 한국의 대미 정책이 가장 중요한 국면을 맞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2일 대북 대응과 관련하여 "미국이 얼마나 완전하게 준비되어 있는지 알게 되면 충격을 받을 것이다. 북한문제에 대해서라면 어떤 것도 준비돼 있으며, 믿기지 않을 만큼 잘 준비되어 있다." 라고 말했다. 북한의 추가 도발에 강력 대응할 것이라는 북한에 대한 경고다.
미국은 지금이 북한을 잡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다. 미국 본토가 북한의 미사일 사정거리 안에 들어왔고, 소형화된 핵탄두도 장착할 수 있는 것으로 파악했기 때문에 북핵 문제는 더 이상 한반도에 국한된 문제가 아닌 미국의 직접적인 위협이 되었다.
국제사회에서 암묵적으로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할 경우 핵무기 개발로 인한 더 이상의 압박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지금이 북한을 억제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북한은 이미 지난 8월과 9월 안보리 제재 결의가 채택되어 주력 수출품목인 석탄 등 광물과 수산물을 수출하지 못하고 북한 노동자의 추가 해외 송출도 차단되었으며, 유류 제공도 제한을 받게 됐다. 김정은은 핵을 이용하여 북한 내부 체제를 유지 강화하고 미국, 중국과 맞수가 될 만큼의 역량을 국제사회에 보여 주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그에 대한 경제보복의 대가는 혹독하다. 김정은이 집권한 뒤 5년이 넘어가는 시점에서 핵과 경제 병진노선의 한 축인 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더하여 미국은 북한을 더욱 고립시켜 핵 포기를 들고 협상의 자리에 나오게 하기 위해 북한에 대한 중국의 역할론을 강조하고 있다.
트럼프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와 관련하여, "중국의 완전한 약속 이행을 보고 싶다"며 "특히 중국이 안보리 결의들이 의무화한 제재들을 훨씬 넘어서는 양자 조치도 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중국의 독자적 대북 제재를 촉구하겠다는 것이다.
한편,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최근 19차 전당대회 업무보고에서 트럼프의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구체적으로 미국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어떤 국가도 홀로 인류의 모든 도전 과제에 대응할 수 없으며 어떤 국가도 고립으로 퇴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중국은 절대로 헤게모니를 추구하거나 팽창 정책을 추진하지 않을 것'을 다짐하고 다만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위한 '신형 국제관계 구축'을 주창했다. 신시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의 위대한 승리를 이룩해 중화민족의 꿈을 이룩하자는 목표다.
그러나 팽창정책을 추구하지 않겠다는 시진핑은 집권 3년차 부터 치밀하게 시나리오를 계획해 중국군의 부패 척결, 제도개혁, 체질 개선, 장비현대화를 진행중이다. "2035년에 장비현대화의 기본골격을 완성하고 2050년 '방어하는 군대가 아닌 싸워 이기는' 세계 일류의 군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아시아 순방에서 트럼프가 제시할 중국의 대북 제재 압박이 어느 정도 합의 이행되는지 여부가 북한의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북한으로 들어가는 물자의 93%가 중국 북방 지역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이 지역은 중국에서 경제가 침체된 지역으로 중국의 입장에서도 북한과의 교역이 필요하다. 국제사회에서 중국이 이미 북한에 대한 통제력이 상당 부분 상실되었다고 판단하고 있는 입장에서 중국이 어떤 조치를 취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중국의 '중국몽', '일대일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완성을 위해 한반도의 현 상태 유지가 필수적이다. 한반도의 전쟁 발발은 중국의 꿈을 계획대로 추진하는데 큰 차질을 빚게 되며, 미국의 강력한 군사대응이 있을 경우 중국 역시 개입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도 시진핑을 추켜세우며 중국 역할론을 강조하는 것은 북한과의 무력충돌을 최후의 수단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극단적인 발언들로 인해 더욱 격화된 한반도의 긴장 수위를 낮추면서 북한과의 협상을 유도하기 위함이다.
이번 트럼프 대통령 한국 방문에서도 그의 위협적인 발언이 우려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국빈 방문의 가장 큰 목적이 북한을 억지하기 위한 한미 동맹의 강한 연대를 보여주는 것인 만큼, 국회연설에서 지속적인 동맹 관계와 우정을 축하하고, 북한에 대한 최대의 압박에 국제사회의 동참을 요구할 것'이고 "북한 도발에 직면해 더욱 강건해진 한·미동맹의 지속되는 힘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한중일 방문에서 제시할 내용들이 한반도 정세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현 상황에서 이번 트럼프의 방한은 특히 중요하다. 한국은 반드시 이번 기회를 이용 동맹국 지위에 기초해 트럼프의 마음을 얻고 한반도의 전쟁 도발을 막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국가 안보를 위해 사드를 배치했지만 현재 안보불안은 최고 수준이며, 중국의 경제보복으로 막대한 손실을 감수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 간의 미묘한 갈등구조, 수면 아래에 늘 깔려 있는 한반도를 둘러싼 패권싸움, 강력한 미국을 보여주고자 하는 트럼프의 북한에 대한 무리수에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 나가야 하는가?
그 어느 때보다 북한의 상황을 예의 주시하면서 국제사회의 지지와 동의를 얻어 지금의 난관을 외교적 노력으로 극복, 한반도가 전쟁의 위협에서 벗어나야 한다. 당장 당면한 과제로는 한미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이루어 내는 것이며, 중국·러시아·일본과 긴밀한 협조 아래, 북한의 추가 도발에 대한 공동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북한의 도발을 유발하는 더 이상의 자극을 피하고 동북아 경제협력공동체를 통해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유도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열강들의 갈등 구조가 한반도에 미치는 군사적·정치적·경제적 불안 요소들을 줄여 나가는데 주력해야 한다. 미국‧중국‧일본과의 관계개선에 초점을 맞추어 외교 관계를 돈독히 하고 러시아와의 북방 경제 협력도 확대하여 결과적으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외교 라인을 다변화하고 미국·중국·러시아‧일본‧한반도를 잇는 동북아 경제공동체 구축에 힘써, 유기적이고 발전적인 관계로, 대응한 외교 파트너로서 우리의 모습을 갖추어야 한다.
나아가 한반도 문제 해결의 주체는 반드시 남과 북이 되어야 하고, 다시는 한반도가 세계 패권국가들이 힘을 과시하는 각축장이 되어서는 안 되며, 어떠한 경우라도 한반도에서의 전쟁을 막아야 한다. 100년 전, 자강(自强)하지 못해 나라를 잃고 35년의 일제강점기, 6.25로 완전히 파괴되었던 나라에서 분단 70년의 아픔을 딛고 지금의 모습을 갖추기까지 대한민국은 하루도 쉬지 않았다.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나라의 존폐가 달린 문제다. 정부의 모든 역량과 온 국민의 힘과 마음을 모아 한반도를 평화적으로 지켜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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