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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 비리" 지적 산하기관, 환경부 '직접 관리'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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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 비리" 지적 산하기관, 환경부 '직접 관리' 받는다

이상돈 "1.2조원 투자 기술개발사업 부실"…국감서 여야 모두 난타

환경부 산하기관인 환경산업기술원이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로부터 호된 질책을 받았다. 연구개발(R&D) 사업 부실, 직원의 각종 비위 의혹 등이 도마에 올랐다. 여당 소속인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조차 "이런 기관이 세금으로 운영돼야 하느냐. 시범적으로 문을 닫아야 한다"고 할 정도였다. 환경부는 환경산업기술원의 조직 혁신을 이 기관에 자체적으로 맡기는 대신, 환경부 본부 고위공무원 주도로 혁신안을 만들고 이행 검토까지 하게 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2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상돈 의원(국민의당)은 국정감사 '보도자료'가 아니라 '자료집'을 냈다. 환경산업기술원이 총 1조2000억 원여를 투자한 환경기술개발사업에 대한 169쪽짜리 검토 보고서였다. 이 의원은 "한 해 평균 1788억 원, 2011년부터 2017년까지 7년간 1조2000억여원에 달하는 금액이 환경산업기술원에서 14개 R&D 사업에 투자됐다"며 "투자된 R&D 사업들을 대상으로 행해진 선정평가, 연차평가, 단계평가, 최종평가, 추적평가들이 적절하고 심도 있게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상수도, 폐수 처2리, 친환경 자동차 등 3개 사업을 위주로 평가를 진행해 무려 1만5833쪽의 보고서를 검토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상수도 사업의 경우, 선정평가는 25개 연구기관에 대해 하루에 걸쳐 평가하고 1차 연차평가는 8개 사업 19개 업체에 대한 평가를 하루에 걸쳐 했다"며 "평가 시간이 부족해 평가위원들의 의견이 대체로 1줄을 넘지 못하는 등 평가 내용의 질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즉 1조 원 넘는 돈을 투자해 놓고, 이 투자를 받아 연구를 진행할 기업을 어떻게 선정했는지, 매년 하는 중간평가 등을 통해 개발이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등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이 의원은 "친환경 자동차 사업 516개 평가서 중 222개(43%)가 부실"이라며 "하폐수 사업단의 경우는 부실률이 31.7%"라고 꼬집었다.

이 의원은 "평가 내용들을 살펴보면, '의견 없음', '계획대로 잘 실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임' 등 전문가가 들어가서 평가하지 않더라도 연구기관들의 PT(발표) 혹은 설명을 듣고 비전문가도 할 수 있는 수준의 답변을 한 평가서가 절반"이라며 "관련 분야에 재직하고 있는 모 교수의 말에 따르면 '그게 그거고 어차피 통과시킬 건데, 그냥 하루에 다 해버리는 게 낫지'라고 평을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환경산업기술원 R&D 사업 관련 부실은 지난 24일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됐다. 환노위 강병원 의원(더불어민주당)은 "R&D 진행·중단 여부를 결정하는 평가위원단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평가위원 후보군에 등록된 전문가 중 중복된 인물이 있었을 뿐 아니라, 이미 사망했거나 장기간 연락이 두절된 후보가 여전히 등록돼 있었다"고 지적했다.

강 의원은 "관리 체계의 부실함 때문에 환경 R&D 실적 역시 심각한 수준"이라며 "2011년부터 현재까지 종료된 총 836건의 과제 중 84건이 중단 또는 실패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기 들어간) 정부 출연금만 따져도 709억 원"이라고 비판했다.

환경기술 분야 전문가 풀(pool)의 협소함과 정부 규제 등의 조건 때문에 공무원, 공공기관, 연구자, 관련 기업 간의 유착관계가 형성돼 있고 이 때문에 부실과 비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는 취지의 지적도 나왔다. 이 의원은 국감에서 "환경부 출신 인사가 퇴직 후 대학 교수로 채용되고 개발사업을 맡아 100억 원대 연구비를 타냈다"고 지적했다.

환경부는 지난 8월 환경기술개발사업 관리 실태에 대한 특정감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환경부도 기술원의 R&D 사업 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 의심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러나 기술원의 문제는 R&D에만 그치지 않았다. 앞서 기술원의 '녹색건축 인증' 사업을 담당했던 고위 간부가 자신의 집에 최우수 등급 인증을 내준 사건이 이 의원에 의해 지적됐고, 환경부는 자체 감사 결과 '엄중 문책' 조치를 하기로 했다. (☞관련 기사 : '셀프 친환경건축 인증' 공무원 "엄중 문책")

이 사건과 관련해 연루 의혹이 일었던 전직 연구원 정모 씨는, 올해 8월 직무 관련 업체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았고 기술원은 인사위원회를 열어 정 씨를 파면 처분했다. 기술원 업무 가운데 업체에 대해 '인증'을 내주는 일이 많은 만큼, 금품 수수나 향응·성 접대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다. 작년에도 기술원 전문위원이었던 윤모 교수가 R&D 사업 선정을 진행하면서 선정된 기업으로부터 수천만 원의 금품을 받아 구속되기도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관련 인사가 대표인 기업에 수의계약을 통해 '일감 몰아주기'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기술원은 지난해 273건의 수의계약을 체결했는데, 이는 2013년 165건, 2014년 167건, 2015년 218건에 이어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박근혜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청년특별위원을 맡았던 하지원 씨가 대표인 업체 '에코맘코리아'와는 2013년부터 매년 1건씩 5회에 걸쳐 1억3600만 원의 수의계약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정 업체와 한 해에 4~5회, 심지어 같은 달에 2회 수의계약을 한 사례도 있었다. 수의계약이 가능한 범위(5000만 원 이하)를 넘기지 않기 위해 "쪼개기 계약을 한 정황"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결국 기술원은 지난 11일 국정감사를 앞두고 남광희 원장이 직접 '비리 근절 대책'을 발표했지만 국회와 환경부의 반응은 싸늘했다. 민주당 소속인 홍영표 환노위원장은 국감장에서 "부패와 비리가 너무 구조화됐다. 이런 기관은 시범적으로 문을 닫았으면 좋겠다"며 "국민 세금으로 왜 이런 기관을 운영하느냐. 환경부는 기술원의 존속 가능 여부를 점검해 종합감사에서 다시 보고하라"고까지 했다.

환경부는 문제가 끊이지 않는 기술원에 대해, 본부 고위공무원(실장급) 주도로 변호사·회계사 등 외부 전문가들과 함께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하고 이들에게 혁신 방안 마련과 이행 점검을 맡기는 일종의 '비대위' 구성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남 원장이 개혁 방안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했지만, 현 상황에서 기술원 자체 개혁은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기술원은 R&D사업이나 '셀프 인증' 사건 등과 관련, 국회 국정감사와 환경부 감사관실 감사 외에 감사원 감사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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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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