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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는 5년 복지, 민주당은 30년 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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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박근혜는 5년 복지, 민주당은 30년 복지"

[고성국의 정치in]<52>민주당 이인영 최고위원

청목회 사건으로 정국의 긴장이 급격히 고조되던 지난 주 목요일(18일) 오후, 민주당 당사 회의실에서 10.3 전대 486 돌풍의 주역 이인영 최고위원과 마주앉았다. 지금은 북한의 연평도 포격으로 '정치'가 잠시 중단된 듯 보이지만, '정치의 계절'은 이제 시작이다. 하지만 남북간 경색 상황은 상황인 터, 이 최고위원과의 인터뷰는 작금의 정국과 동떨어진 이슈는 자제하고, 민주당의 장기적인 '플랜' 등 굵직한 담론 위주로 재구성했다.

"야당은 '선명'하게 가야 '새로운' 600만표도 가져 올 수 있다"

"청목회 사건을 비롯해 전선이 너무 많이 만들어지는 것 같다. 야당은 선택과 집중을 잘 해야 하는데 전략이 흔들리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렇다고 우리가 청목회 사건을 대응 안할 수는 없다. 청목회 사건은 명백히 정국 호도용이다. 4대강 문제, 대포폰 문제, 한미FTA 문제, 인권위 문제, 대우조선해양 문제 등을 청목회 하나로 덮으려는 게 정부 여당의 전략이라면 우리는 청목회를 뚫고, 다면화된 전선을 다시 총체적인 전선으로 묶어내야 한다. 우리는 지금 정국 주도권의 문제를 둘러싸고 치열하게 (청와대, 한나라당과) 붙고 있다. 수사는 수사대로 대응해 나가면서, 대포폰 국정조사를 관철시켜야 한다."

▲ 민주당 이인영 최고위원 ⓒ프레시안(최형락)

"손학규 대표가 '투쟁' 선언을 하면서 발언 강도를 상당히 높였다. 이명박 대통령, 이상득 의원, 박영준 지식경제부 차관, 영부인 등을 구체적으로 거명하면서 비판했다. 그 발언은 아직도 유효한 것 같다. 그런데 꼭 그렇게 강하게 나가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전선의 성격이 점점 분명해지고 있다. 이게 단순히 검찰이 독자적으로 (결정한) 문제일까, 청와대와 교감 없이는 이뤄질 수 없다는 생각으로 발전할 수밖에 없다. 청와대가 정말 모르고 있다면 그것은 정말 무능하고 무책임한 것 아닌가. 모르고 진행될 리는 없다. 그런 의미에서 대립의 과녁을 분명히 하는 발언이었다."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는 공세가 불가피했다?"
"그렇다."
"10.3 전대에서 손학규 대표를 선출한 당원의 뜻은 손학규 대표가 민주당의 강경 투쟁을 주도해 달라는 것보다는 중간층을 끌어와 달라는 것 아니었나? 강경 투쟁과 중간층 표는 약간 상충되는 측면도 있지 않나? 그게 '손학규 딜레마'라는 생각도 든다. 어떻게 보나?"
"손 대표를 제가 대변할 수는 없다. 그의 생각을 정확하게 알 수도 없다. 손 대표를 선택했을 때는 '중간층 끌어오기', '비호남 수도권 인물 세우기' 등도 고려 대상이었겠지만 손 대표 뿐 아니라 모두에게 공통으로 요구한 사항이 있었다. 그것은 야당의 정체성을 바로 세우고, 선명해지라는 요구였다. 이 요구가 더 많았다. (선명 야당의) 길을 잘 가는 것이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그런 (중간층 끌어오기) 특징만 가지고 간다면 오래 못갈 것이다."
"선명성을 강조하다 보면 수도권 중간층에 대한 흡수력이 감소될 수도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동의하나?"
"단언할 수 없다. 민주당의 태도가 분명하지 않았던 데에 실망해서 투표장에 안 나왔다는 분석도 있다. 잃어버린 600만 표에는 실망해서 나오지 않은 표들도 꽤 있다. 그 점을 봐야 한다. 6.2지방선거에서는 많은 분들이 투표장에 나왔다. 20대의 경우 투표율이 대선, 총선에 비해 10% 이상 올라갔다. 6.2 지방선거 때 투표장에 나왔던 표를 발전시켜 나가는게 잃어버린 600만 표를 찾아오는 길일 수도 있다. 또는 새롭게 600만 표를 만들어 가는 길일 수도 있다."

"2012년, '이명박 정부 심판'의 '회고적' 투표 성향 보일 것"

이인영 최고위원은 시종 차분하고 논리적이어서 김근태 고문을 연상케 했다. 침착함 뒤에 감춰진 역사에 대한 확신과 열정까지도.

"6.2 지방선거는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평가적 성격의 선거였다. 그러나 2012년 총선·대선은 상대가 이명박 대통령이 아니고 박근혜 전 대표나 여권의 다른 후보이지 않겠나. 6.2 지방선거와 양상이 상당히 다르지 않을까?"
"2012년에도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돌아선 사람들의 마음은 지속될 것이다. 회고적 투표를 할 것이냐 미래적 투표를 할 것이냐 속단할 수는 없지만, 대선에서도 왕왕 회고적 투표 성향을 (국민들이) 보였다. 2007년 대선도 상당히 왜곡됐지만, 여하간 심판의 성격이 있지 않았나. 2012년에도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이 정부에 대한 심판 성향이 명확히 남아있을 것이다. 지방선거에서 서울 지역 구청장 표를 다 합치면 오세훈 시장의 표보다 많다. 후보가 누구냐의 문제를 넘어서 '이명박 정부는 어떤 정치 세력이었던가'에 대한 심판이 국민들 저변의 기류고 그것이 2012년을 관통할 것이다."

▲ "87년 6월 항쟁이 그 후 20년을 결정했다. 지금부터 2012년까지 국민들의 생각이 앞으로의 20~30년을 결정할 것이다."
ⓒ프레시안(최형락)
"2012년 투표가 회고적 투표가 될 것이라고 확신하는 것 같다"
"2002년 DJ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으로 이어질 때는 심판적인 성격이 적었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이 김대중 전 대통령과 같은 평가를 받는 사람일 수 있을까? 국민들로부터? 저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남긴 상처는 굉장히 크다."
"그럼에도 지지율 50%가 나온다."
"착시라고 본다."
"여론조사를 믿지 않는가?"
"이번 지방선거에서 실제로 여론조사에 대한 신뢰도가 상당히 붕괴된 것 아닌가? 6.2지방선거 직후에도 이명박 대통령 지지율이 그렇게까지 (50% 전후로) 나왔었다. 그래서 신뢰를 주기 어렵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경쟁력은 어떻게 보나?"
"그 분도 시대의 흐름을 벗어나지는 못할 것이다. 지금부터 2012년까지의 시간이 국민들에게 어떤 시간일까 생각해본다. 87년 6월 항쟁에 앞서 86년에 인천 '5.3항쟁'에서부터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85년 2.12 총선(당시 신민당 등 야당의 돌풍)부터 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서 87년 6월 항쟁, 그 역사적 진실의 순간에 국민들이 (변화의 바람을) 보여줬고 그것이 성공했기 때문에 내각제도 완전히 끝났고 전두환의 장기집권 계획도 끝났다. 저는 지금부터 국민들이 그런 시간을 보낼 것이라고 생각한다. 87년 6월 항쟁이 그 후 20년을 결정했다. 지금부터 2012년까지 국민들의 생각이 앞으로의 20~30년을 결정할 것이다."

'포스트3김', 복지, 평화통일은 2012 관통하는 3대 이슈

"2012년 선거에 '정초선거(foundation election)'의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데, 왜 '지금'이 그 시점인가?"
"리더십의 교체, 패러다임 교체의 문제다. 3김 시대가 정리됐다. 새로운 리더십이 나타날 때가 됐다. 패러다임의 경우 복지, 평화 통일의 문제가 있다. 우리나라는 복지가 워낙 안 돼 있는 나라니까, 박근혜 전 대표가 구상하는 정도의 복지만 이뤄져도 좋아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박 전 대표의 주장은 5년 정도의 문제지 20년, 30년의 문제는 아니다. 시장에 종속되는 복지냐 시장과 대등하거나 독립된 복지냐, 이런 부분이 중요하다. 복지의 패러다임에서 국민은 어떤 것을 선택할 것인가. 지난 6월 2일 지방선거에서 국민들은 투표를 통해 복지를 승인했다. 그래서 한나라당조차 복지의 패러다임에 들어와 있다. '선별적 복지' 논란은 있지만 어찌됐든 그들도 70% 복지를 이야기할 정도까지 와 있는 것 아닌가."
"안상수 대표가 70% 복지를 얘기하고 있고, 박근혜 전 대표도 '행복국가론'을 가다듬고 있는데 민주당은 그에 대한 준비가 별로 없는 것 같다."

이 부분에서 이 최고위원의 목소리가 커졌다.

"우리야말로 준비가 상당히 돼 있는 것으로 봐야 하는 것 아닙니까?"
"왜 그런가?"
"민주당의 새로운 정체성은 복지다. 우리나라의 새로운 정체성도 복지다. 그것이 민주정부 10년의 성과다. 지난 10여 년 간 우리나라에서도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못지않게 복지가 깔리기 시작했는데, 본격적으로 국가 시스템과 제도로써 복지가 정착되기 시작한 것은 전적으로 지난 10년간 우리들의 성과다. 문제는 이것을 담대하게 주장하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그것을 담대하게 주장해야 한다고 이야기를 한 것이다. 그게 '담대한 진보'였다."
"'담대한 진보'를 이 최고위원이 먼저 말한 것인가? 정동영 최고위원이 차용해갔나?"
"그렇다."
"지적재산권은 주장 안하나?"
"진보주의자는 카피 라이트를 안 한다. 카피 레프트(지적 창작물에 대한 권리를 모두가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운동)지. (웃음) 그런 면에서 국민들은 높은 수준에서 성숙한 판단을 할 것이다. 그 다음에 평화와 통일의 문제가 있다. 다음 정권이 평화와 통일로 가는 정권이 돼야 20~30년 안에 평화를 확고히 하거나 통일로 갈 수 있을 것이다. 아니면 제2의 분단으로 간다. 지금, 한반도는 평화와 통일의 길로 가느냐, 아니면 제2의 분단으로 가느냐의 전환적 상황에 처해있다."
"제 2의 분단은 어떤 상황을 말하는 것인가?"
"북한이 중국에 밀착되는 상황이다. 중국에 밀착되면 적어도 북한의 모습이 지금까지의 독자적이었던 것과는 달라질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북한과 이런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다음 정권이 이명박 대통령의 길을 한 번 더 가면 북한은 확실하게 중국으로 (종속적으로) 가고 그렇게 되면 평화통일의 길은 굉장히 멀어질 것이다. 다음 총선에서 영호남을 떠나 전국적으로 평화 통일 세력이 골고루 득표를 하고, 골고루 의석을 확보하지 않으면, 남-남 갈등은 더욱 심해질 것이다."

"새로운 진보 통합 정당 만들어 '빅리그'로 가야 한다"

이쯤에서 정치 연합 얘기를 꺼내지 않을 수 없었다. 손학규 대표가 되든, 정동영 최고위원이 되든 민주당만으로는 대선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 때문에 지금 야권에는 연합정치를 통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일종의 정언적 명령 같은 게 있다. 이 최고위원은 인터뷰를 통해 '정치연합'의 대안으로 '민주진보신당론'을 주장했다. 이른바 '빅리그'론이다.

▲ 정치연합은 '단일 판'으로 가야 한다. 작은 리그가 모여서 결승으로 가려고 하지 말고 처음부터 '빅리그'로 가야 한다."
ⓒ프레시안(최형락)
"정치연합에서 핵심은 '내가 질 수 있다. 내가 져도 좋다'는 것 아닐까."
"그렇다. 꼭 내가 아니어도 된다는 것."
"그런데 손학규, 정동영, 유시민이 그럴 마음이 돼 있다고 보나? 노무현은 '내가 져도 좋다. 이회창만은 안 된다'고 해서 단일화에 임했고, 결국 단일화에서 이겼다. 그런 마음가짐을 손학규, 정동영, 유시민한테서 찾을 수 있을까?"
"시대의 요구는 동일하게 반복되지는 않을 것이다. 새로운 요구로 새로운 결단을 요구할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한 사람은 낙오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것은 본인들이 알아서 할 일이다. 그들에게만 결단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우리들이 어떤 판을 만들어내는가, 이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각 당 대표주자들이 나와서 '토너먼트 결승'으로 가면 민주당이 아무리 마음을 비워도 민주당 후보가 이길 것이다."
"그래서 '시너지'가 별로 안 생기고?"
"그렇다. 그래서 '단일 판'으로 가야 한다. 작은 리그가 모여서 결승으로 가려고 하지 말고 처음부터 '빅리그'로 가야 한다."
"당을 합쳐서 빅리그를 만드는 것은 진보정당은 진보정당대로 민주당 기득권 세력은 또 그들대로 반대할 것 같은데,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나?"
"당을 합치는 것 말고 빅 리그를 짤 수 있는 방법이 우리나라에서 뭐가 있나. 빅리그를 짜기 위해서도 민주진보 대통합당이 필요하다. 안 그러면 여론조사 말고 할 방법이 없다. 민주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창조한국당, 국민참여당이 각자 칸막이를 뜯어내면 어장이 넓어지고 어족이 풍부해진다. 작은 물고기가 큰 물고기가 되는 역동성이 만들어진다. 큰 물고기는 더 큰 물고기가 될 수 있다. 그런 창조적인 과정을 만들어 내야 한다."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은데?"
"내년 11월까지 결론을 낼 수 있으면 총선에서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하고 나면 대선도 자연스럽게 갈 수 있다."
"그러려면 지금부터 논의를 시작해야 하지 않나?"
"여러 방면에서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움직임이 있다. 중요한 것은 민주당의 변화 가능성에 대해서 믿음을 주는 것이다. 기득권으로써의 민주당이 아니라 새로운 가치를 추구하는 민주당의 모습을 보여 줘야 한다. 이를테면 '민주당을 통해서 진보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겨야 민주노동당, 진보신당도 생각을 달리할 것이고, '민주당과 함께 해도 정치 참여의 기회가 보장될 수 있다'는 기대가 있어야 국민참여당의 참여도 가능할 것이다."



"진보 정당, 지금은 데이트 하고, 내년에 결혼 얘기 하자"

이 최고위원은 정치연합의 대안으로 민주진보대통합당을 대담하게 제안했다. 각론을 들어봤다.

"'빅리그'론의 로드맵이 제시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아우트라인'이 언제 쯤 나올 수 있을까?"
"서로의 주장을 서로에게 충분히 소개하고 있지 못하다. 로드맵에 기초해 논의 그룹 같은 게 형성되면 좋겠다. 그리고 나서 당에서는 공식적인 추진 기구를 만들고 당 밖에서는 원탁회의를 운영해야 한다. 2011년 11월에는 꼭지를 따야 한다. 3개월 동안 후보 선출 과정을 가져야 하고, 그 다음 3개월 동안 총선을 대비해야 한다. 통합할 수 있다면 통합 전당대회로 가고, 그렇지 않으면 불가피하게 연합 공천으로 갈수 밖에 없다."
"2011년 11월이 일종의 데드라인인 것 같은데."
"시기적으로 그렇다. 민주당의 경우 대권에 출마할 사람들이 지도부에서 물러나야 하는 시점이기도 하다."
"최소한 내년 초부터 발빠르게 움직여야 일정을 소화시킬 수 있을 것 같다."
"그 과정에서 첫째, 민주당이 지방 정부를 통해 다른 야당과 실천할 수 있는 것은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둘째, 민주당 밖에 있는 진보세력이 신뢰할 수 있는 집단, 블록을 민주당 안에 형성해 내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은 어음으로 보이겠지만, 민주당이 진보적 색채를 강화하는 노력을 하고, 민주당 밖의 진보 정당과 지방 정부를 통해 공동 정책을 실천하게 되면 어음에서 수표 정도로 다가오지 않겠나."
"지방 정부를 통해 연합 정치의 맹아를 키워간다? 결국 민주당 소속단체장들이 연합정치라는 당의 노선에 동의하고 충실히 따라줘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한데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친환경 무상급식이 대표적이다. 이 공약은 실천 과정에 들어가고 있고 공동정부의 운영 협의체, 운영 위원회 등도 곳곳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구로구의 경우 추진하고 있고, 노원구에서도 운영하고 있다. 어디든지 그런 게 진행되고 있을 것이다. 중앙당에서는 그것을 총괄하는 '참좋은지방정부위원회(김진표 위원장)'가 있다. 앞으로 광역단체장들과 정책협의를 하는 일정이 잡혀 있다. 지금은 선 보고 데이트 할 때다. 내년에 가면 결혼할지 말지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웃음) 결혼 못하면 '우리 좋은 친구로 남자' 이럴 수도 있고. 지금은 서로가 호감을 가질 수 있는 노력을 더 많이 해야 한다."

▲ "첫째, 민주당이 지방 정부를 통해 타 야당과 실천할 것은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리고 둘째, 민주당 밖에 있는 진보세력이 신뢰할 수 있는 집단, 블록을 민주당 안에 형성해 내는 것이 중요하다. ⓒ프레시안(최형락)

"오세훈, 아이들에게 눈물 밥 먹이겠다는 것인가"

"지방정부를 통한 정책연합의 실천, 이를 통해 신뢰를 쌓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했는데, 최근 '오세훈은 나쁜 시장'이라고 했다. 친환경 무상급식을 정면으로 저지하고 있는 오 시장이 나쁜 시장이라는 뜻인가?"
"무슨 전략 차원에서 그런 것은 아니다. 제가 친환경 무상급식 예산 문제에 대해 오 시장이 너무 인색하게 구는 것에 대해 정말 화가 났다. 정말 아쉬움 없이 산 사람의 '깍쟁이 짓' 같았다. 오 시장이 11%, 16% 해서 최종적으로 30%까지 하겠다고 해놓고, 친환경 무상급식과 관련해 사실상 제로 예산을 편성한 것이다. 아이들에게 선별급식을 하자는 것인데, 명백한 차별 급식이다. 멍든 밥, 눈물 밥을 먹이겠다는 것이다. 아주 나쁜 짓이다. 자기는 선거에서 이겼는지 모르지만 자기 표보다 훨씬 많은 표로 당선된 구청장, 시의원들이 친환경 무상급식을 다 걸었고 곽노현 교육감도 걸었다. 친환경 무상급식을 실천하기 위해 정 불가피하면 (오 시장과) 타협을 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상 제로 예산을 배정했다는 것은 오만하고 독선적이고 독재와 같다."
"오 시장은 친환경 무상급식을 반대하고 당선됐다. 그래서 그 공약에 충실하겠다는게 시장으로서의 모습이고 앞으로 차기 대권으로 가는 데도 그런 뚝심 같은게 필요하다고 생각할 것 같은데?"
"서로 다르니까 조정하고 타협할 수 있다고 본다. 한나라당이 70% 복지를 한다고 했는데, 우리는 중학교까지 친환경무상급식을 하겠다고 했다. 그러면 9개 학년 중에 6개 학년은 무상급식은 해야 하지 않나. 초등학교 전면 무상급식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4대강 반대 늦었다? 을사늑약 체결하면 한일합방 해야 하나?"

이 최고위원은 또 '4대강, 대운하 반대 특별위원장'이기도 하다.

"4대강 사업이 정말 대운하라고 생각하나?"
"대운하 1단계 사업이라고 본다. 현장 가 보니까 보가 아니고 댐이 맞더라. 진짜 엄청나다. 가 본 사람들은 안다."
"댐에 갑문만 설치하면 운하가 된다?"
"그렇다."
"실제로 국민여론은 어떤 것 같나. 이게 대운하다 하고 반대하면 국민들 다수가 이해하고 동의하나?"
"대운하라고 보느냐 아니라고 보느냐에 대한 즉답은 아니지만, 그대로 강행돼야 하느냐, 아니면 조정되거나 축소돼야 하느냐하고 물으면 강행돼야 한다고 하시는 분이 30~40%밖에 안 된다. 경남 같은 경우도 김두관 지사의 입장이 60% 가까이 지지받고 있다."
"공정은 어느 정도 진행 됐나?"
"실제로는 30% 정도밖에 안 된다. 이것을 무리하게 가서 50%, 80%까지 갈 수 있는데, 지금이라도 합리적인 판단을 하고 축소하고 조정하고, 아니면 지금 상태에서 동결하고, 진짜 검증 절차를 거쳐서 하는 게 옳지 않느냐 하는 생각이다. 을사늑약 체결됐다고 한일합방하자고 할 수 없지 않나. 식민지가 시작됐는데 자치권이라도 확보해야 한다고 할 수 없는 것 아닌가. 합방하면 안 되는 것이고, 독립운동을 해야 하는 것이다. 실제 지금 4대강 사업이 이렇게 대형 보를 세우고, 대형 준설을 하고 이런 식으로 나가면 20년, 30년 지나면 오늘날의 영산강의 모습으로 갈 거다. 30년 전 영산강 하구 둑을 막을 때 영산강이 저렇게 오염될 것이라고 생각했겠나."

▲ "4대강 사업, 을사늑약 체결됐다고 한일합방하자고 할 수 없지 않나. 식민지가 시작됐는데 자치권이라도 확보해야 한다고 할 수 없는 것 아닌가. 합방하면 안 되는 것이고, 독립운동을 해야 하는 것이다." ⓒ프레시안(최형락)
"강이 완전히 죽는다는 얘긴데, 이 정부는 왜 강을 죽이려고 할까?"
"생태적 관점으로만 접근할 수는 없는 문제지만, 강을 통해 물질의 이동이 있어야 하는 것인데, 보가 그것을 막아버린다. 물질의 이동이 이뤄지지 않고 순환이 안 되면 강이 죽어가고 생태도 죽어가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정부가 하려고 하는 것은 정치적인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다르게는 해석이 안 된다."
"과학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 논리다?"
"그렇다. 전해 듣는 이야기지만 다음 선거를 겨냥했다고 하지 않나. 일단 해놓고 나면 '뭔가를 해 놓았다'고 할 수 있고 이것을 바탕으로 2012년에 재집권 할 수 있다고 보는 것 같다. 그리고 강 주변의 개발과 관련해 이권과 연결돼 있는 사람들이 재집권의 토대가 될 수 있다고 보는 것 같다. 그런 종합적인 정치적 동기들과 결부돼 있다고 보는 것이다. 지금 30조 원 정도의 예산이 투여돼 특정한 기업 10개 정도에만 혜택이 집중된다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공사장에서는 기계만 굉음을 내고 있다. 일자리도 생기지 않는다."
"이번 4대강 사업은 설사 정부 안대로 되더라도 청계천과 같은 시각효과(비주얼 이펙트)를 내기는 어렵다고 보는 사람도 있다."
"사실상 내년 12월을 목표로 (공기가) 맞춰져 있다. '비주얼'은 모르겠지만 굳이 내년 12월까지 목표로 하는 것은 후년(2012년 총선, 대선) 선거를 생각한 것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다. 임기가 1년이나 더 남았는데도 2011년 12월 완공이다. 그래서 어느 정도 정돈된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그것으로 (선거 전략을) 가겠다고 하는 것으로 우리는 해석하고 있다."
"이번 4대강 예산도 한나라당이 밀어붙이면 작년처럼 처리되는 것 아닌가?"
"지금은 다른 생각 없이 막는 것이다. 앞날을 너무 예상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전력을 다해서 막겠다는 것이다. 죽어라고 막았는데 힘이 부족해 못 막는다면, 우리가 정권을 잡았을 때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생각해봐야 한다. 일본의 경우 잘못된 댐을 다시 헐려는 시도도 있었다. 그런 것들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전대협' 초대 의장의 '486 독립 선언'

이 최고위원은 64년생이다. 87년에 고려대 총학생회장을 지냈고, 그해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초대의장을 지낸, '486세대'의 상징적인 인물이다. 이 최고위원이 지난 10월 3일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4위로 지도부에 입성했을 때 사람들은 많은 기대를 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아쉬움도 많았다.

"전당대회 때, 컷오프 직후에 486의 돌풍을 예고하면서 만약 486 세 사람(이인영, 백원우, 최재성)의 단일화가 이뤄질 경우 이인영의 1등도 가능하다고 전망한 적이 있다. 결국 단일화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나는 지금도 그렇다고 생각한다. 당시 '486 바람'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젊은 사람들에 대한 기대, 요구 이런 것은 있는 것 같다. 이른바 '빅3'라는 현존하는 질서들이 있기 때문에 그로부터 대의원들이 자유롭지는 않았지만 또 다른 한 표를 행사할 때는 어떤 요구가 있었다. 악수를 해보면 정말 아플 정도로 그런 게 있었다. 지역구 선거에서 쉽게 느낄 수 없는 것이었다. 강렬한 욕구가 있는 것 같았다. 단지 젊은 사람이기 때문에 뽑았다? 아니다. '어떤 젊은 사람인가.' 이런 부분도 같이 봐 줬을 거라고 본다. 누구는 486의 '독립 선언'이라고 했지만, 우리 스스로의 '주체 선언', 이런 것이 있었다. 국민들이 우리를 비판했던 것은 민주화 운동을 했던 이들이 지금은 기성 정치의 기득권에 안주하고 힘 있는 사람들의 뒤에 줄을 서고 있는 것 아니냐 하는 것이었다. 이번에 그것을 털어내고 새로 출발하겠다고 한 것이다."
"그런데 단일화가 안 됐다. 마음이 어땠나?"
"저도 많이 아쉽고 안타깝다. 그러나 그것에 대해서 같은 동료인데, 논쟁하고 탓 하고 그러는 것은 옳지 않겠다고 생각해서 입을 닫았다. 마음으로 삭였다. 서로가 다른 판단을 한 것이다. 그렇게 본다."
"그러나 단일화를 해서 그 힘을 바탕으로 당의 세력 재편까지 확실하게 밀고 올라가는 것이 더 혁명적이고 더 혁신적이었다. 그 대목에서 '판단의 차이'라고 넘길 일은 아니지 않나? 한국 정치사에 정말 몇 십 년 만에 찾아온 혁명적 계기였다. 단일화를 약속하고 끝까지 만들어내지 못한 것은 이 최고위원을 비롯해 486 전체가 한동안 멍에로 짊어져야 할 일이라고 보는데?"
"그 과정이 이번 한 번으로 끝나지는 않을 것이다. 어쨌든 우리는 새로운 출발을 한 것이고, 이 다음 단계에서도 계속 이어지는 과정으로 그 시도는 유효하다. 전당대회는 내년에도 또 있다."

▲ '국회의원을 넘어서는 꿈까지 꿀 수 있게 하겠다'고 하시는 분도 있어서 좋았는데, 최근 지역에 자주 안 보이니까 걱정을 하시더라. 그렇다고 저를 미워하시지는 않는다.(웃음) ⓒ프레시안(최형락)

"2년 후 총선 출마 하나?"
"나간다."
"구로에서?"
"그렇다."
"구로가 고향인가?"
"고향은 충주다. 구로는 제가 학생운동하던 시절부터 마음의 고향이었다. 제가 서울에서 정치한다고 생각하고 고대 앞으로 갈까 구로로 갈까 그러다가 구로로 가자고 생각했다. 지금 구로갑 지역위원장이다."
"지역에 가면 어떤 말을 듣나?"
"걱정을 조금 하신다. 계속 지역에 있으면서 지방선거 이기고 그럴 때는 굉장히 좋았다. 당에서 저보고 (7.28재보선에) 충주에 나가라고 했지만, 저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안 나갔다. 제가 당의 권유를 거절하니까 지역 분들이 굉장히 좋아하셨다. 그런데 아무래도 4대강 문제 때문에 지역을 예전처럼 챙기지 못하고 있다. 지역 분들은 '저놈 잘 키워봐야겠다'는 생각을 하신 것인데, '국회의원을 넘어서는 꿈까지 꿀 수 있게 하겠다'고 하시는 분도 있어서 좋았는데, 최근 지역에 자주 안 보이니까 걱정을 하시더라. 그렇다고 저를 미워하시지는 않는다.(웃음) 이기든 지든, 4대강 사업, 싸움을 마치고 나서 지역 일도 많이 하려고 한다."

이인영 최고위원은 웃음이 많았다. 왠만한 일은 웃음으로 넘길 만큼 단련된 것일까. 여유가 생긴 것일까. 하긴 486이라고 언제까지나 청년으로 남아 있지는 않을 것이다. 정치 입문 10년, 이제 여유도 좀 갖고 전체도 좀 조망 하면서 오늘과 내일에 모두 충실할 수 있는 연배가 된 것 아닐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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