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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몇배의 응징" 발언, '고충'은 이해되나 바람직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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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몇배의 응징" 발언, '고충'은 이해되나 바람직한가?

[기자의 눈] 윤증현 장관의 '현실론'이 보여준 李대통령의 '속내'

북한의 연평도 기습 포격이 벌어진 23일, 청와대의 초기 대응으로부터 시시각각 변화한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들은 적잖은 시사점을 남기고 있다.

"전면전은 막아야 한다"는 당연하고도 현실적인 이 대통령의 첫 메시지는 이후 "단호한 대응", "몇 배로 응징" 식으로 바뀌었다.

지지기반인 보수층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이명박 정부의 '고충'이 이해되는 측면도 있지만, 유사한 상황이 재발해도 비슷한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확인시킨 것이다. 이런 패턴은 천안함 때도 그랬다.

▲ 23일 밤 합참 지휘통제실을 방문한 이 대통령, ⓒ청와대
6시간 동안 변화한 청와대의 메시지들

23일 오후 청와대 김희정 대변인이 정례브리핑 시간. 북한의 우라늄 농축시설 공개와 관련해 이전 정권 인사들의 실명을 거론해가며 강하게 비난하던 때 마침 연평도 포격 속보가 전해졌다.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김 대변인은 속보를 접하자마자 '호국훈련 관련성'을 언급했다.

이 대통령이 청와대 위기관리센터에서 상황을 지휘하고 있던 오후 3시50분쯤 청와대 관계자를 통해 이 대통령의 첫 메시지가 청와대 출입기자들에게 전달됐다. "확전되지 않도록 관리를 잘하라"는 간단하지만 명료한 내용이었다. 결과적으로 이 때는 남북간의 포격이 종료된 시점이었지만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가늠조차 힘든 때였다.

이후 30여 분 동안 "확전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라", "단호히 대응하라. 상황이 악화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라"는 식으로 정정됐지만 골격은 흔들리지 않았다. 언론들은 일제히 이 소식을 전했고 CNN 뉴스도 이 대통령의 이 발언을 주요하게 소개했다.

하지만 조갑제닷컴, 자유선진당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는 이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이 대통령의 군면제 경력을 지적하는 이들도 있었다.

상황이 어느 정도 안정된 오후 6시, 청와대 홍상표 홍보수석은 "연평도 포격은 대한민국에 대한 명백한 무력도발"이라는 정부성명을 발표했다. 이때부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졌다. 홍 수석은 "이명박 대통령은 '단호하게 대응하라'고 말했다"면서 "확전이 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라는 말을 직접적으로 한 적은 없다"고 강조했다. '직접적으로 한 적'이 없다는 말은, 그런 기조의 발언은 있었다는 해석을 열어두는 표현이었다.

그로부터 1시간 여가 지나 청와대 김희정 대변인이 추가 브리핑을 진행했다. 김 대변인이 전한 이야기들은 사건 진행 당시 이 대통령이 상황을 유지하던 때에 대한 사후 브리핑이었다.

김 대변인은 이 대통령이 북측의 포격에 국군이 대응사격을 하는 과정에서 "몇 배로 응징하세요"라고 말했고 북측 해안포 기지 인근 미사일 기지에 대해서도 "경우에 따라 타격하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같은 초강경 기조는 확전 자제를 당부한 이 대통령의 첫 발언과 너무도 달랐다.

상호모순되는 발언들

이렇게 이 대통령의 '확전 자제' 발언은 사라졌지만 몇 가지 의문점을 남긴다.

첫째, 과연 이 대통령은 그런 발언을 하지 않았을까? 청와대 실무자가 초기 단계에서 전한 이 대통령의 관련 발언은 분명히 '쌍따옴표'로 전달한 것이었다. 추후 청와대가 그런 말은 없었다고 덮어버린다고 덮어질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둘째, 남북의 쌍방 포격전 중에 이 대통령이 "몇 배로 응징하라"고 직접 직시했다는 것은 교전수칙상의 비례성을 뛰어넘으라는 뜻이 된다. 하지만 우리 군은 '비례성과 충분성'의 원칙에 따라 대응했다.

비례성과 충분성에 따른 군의 대응은 이 대통령 본인의 발언에서도 확인된다. 밤 9시가 가까워 합동참모본부를 불시에 방문한 이 대통령은 "군은 교전수칙에 따라 할 만큼 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이 자리에서도 "몇 배의 화력으로 응징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대응하라", "교전수칙을 뛰어넘는 대응" 등의 강경한 발언이 쏟아졌지만 이 발언들은 모두 '추가 도발 시'를 가정한 것이었다. 23일에 발생한 연평도 포격에 대한 보복공격 지시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윤증현 장관이 시장에 전달한 메시지

이 대통령은 천안함 침몰 때도 그랬다. 천안함 침몰 엿새 째인 지난 4월 1일 이 대통령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점검하고 있지만, 북한이 개입됐다고 볼 만한 증거는 아직 없다"고 신중한 자세를 취했다. 그 다음날에도 "북한과 국제사회가 보기 때문에 이런 일을 계기로 차분히 원인을 조사하고 국가의 역량을 높이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합동조사단의 발표가 나온 이후에야 대북 강경발언과 각종 제제조치 관련 발언을 쏟아냈다. 이 대통령의 초기 발언이 강경 보수 진영으로부터 조롱의 대상이 된 때와 궤를 같이 한다. 이로 인해 '사후적 강공책'은 더 강해졌고 "추가 도발 시 철저 응징"이란 발언은 수없이 반복됐다.

민간인 피해로 공분을 일으키고 있는 연평도 포격에 대해선 이같은 주기가 불과 몇 시간으로 짧아졌다. 하지만 청와대와 우리 정부가 비례성과 충분성 원칙을 뛰어넘는 군사적 보복을 가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

연평도가 포격당한 23일 당일 위기관리대책회의를 긴급 소집한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러한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여러 차례 비슷한 사례에서 경험했듯이 단기간 내에 회복한 바 있다"며 "우리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단언했다. '확전은 없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국내외 시장에 전달한 것이다. 천안함 때도 그랬다. 윤 장관의 말대로 24일 외국인들은 국내주식을 저가매수하고 있다.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인 대한민국으로선 불편한, 혹은 당연한 진실이다. 그런데도 '한 대 더 맞으면 백 대 때리겠다'고 큰소리 쳐놓은 대통령의 엄포는 보수진영에 대한 위로 효과 말고 전체 국민들의 안녕과 한반도 안정에 어떤 도움이 되는 건지 알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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