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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단 안철수 "바른정당과 통합, 영호남 지역주의 타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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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단 안철수 "바른정당과 통합, 영호남 지역주의 타파"

통합론 군불때기…박지원 "호남과 햇볕정책 버리라고?"

국민의당과 바른정당과의 통합 논의에 대해 각 당 최대 주주 격인 안철수 대표, 유승민 의원이 연일 불을 지피고 있다. 안철수 대표는 20일 기자들과 만나 바른정당과의 통합론에 대해 "만약 그런 일이 생긴다면, 그것은 영·호남 지역주의 타파라는 대한민국 정치 역사상 없던 일이 현실화되는 것"이라고 긍정적 태도를 보였다.

안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점심을 들며 "논의 자체를 11월에 시작하니까 어떤 결론이 날지는 모른다"면서도 바른정당과의 통합이 갖는 의미에 대해서는 이같이 높이 평가했다. 그는 이날 <중앙일보> 인터뷰에서도 "바른정당과의 통합 논의가 잘 되면 새로운 정치 실험이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다만 그는 "지금은 국정감사 기간"이라며 "국정감사가 지나고 나면 우선 당 내 논의를 하겠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통합 추진'이라는 것은 너무 앞선 얘기고, 지금 무슨 추진, 이런 단계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을 이르면 이번 주말 만날 것이라는 보도에 대해서는 "지금까지는 계획이 없다"면서 오히려 22일 원외 지역위원장들과의 간담회가 예정돼 있는 등 당내 의견 수렴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만 '당 내 의견 정리가 우선 돼야 그 다음에 유 의원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동시에 서로 이야기를 나눠 봐야 상대방 생각도 알 수 있고, 서로 오해하고 있는 부분이 있으면 전달도 하는 과정을 거칠 수 있다"며 유 의원 측과의 접촉 가능성을 닫지는 않았다.

유 의원이 전날 언론 인터뷰를 통해 햇볕정책에 대한 태도나 호남 중심성을 버려야 통합이 가능할 것이라는 취지로 말한 데 대해 그는 "그건 양쪽 다 마찬가지 아니냐"며 "우리는 호남을 기반으로 뻗어나가서 전국정당이 되겠다는 것이다. 우리와 손잡으려는 상대도 기반이 있지 않느냐. 서로 상대방의 기반을 버리라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 주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언론에 보도된 내용만으로는 유 의원의 진의를 알 수 없다며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봐야 알 수 있다"고 여지를 뒀다.

햇볕정책 부분에 대해서도 그는 "햇볕정책이 무엇이냐에 대해서도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다"며 햇볕정책이라는 "추상적" 명칭에 대한 찬반이 중요한 게 아니라, 현재 북핵 위기 해법을 놓고 해법이 같다면 함께할 수 있다며 열린 태도를 보였다. 그는 만약 통합을 추진할 경우 지향점이 뭐냐는 질문에는 "(중도보수가 아니라) 중도개혁정당"이라고 했다.

당내 호남계 반발에 "여론조사에 방향·의도 없었다" 해명

국민의당 내에서는 호남 지역구 의원들을 중심으로 바른정당과의 통합 논의에 대해 부정적 의견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박지원 전 대표는 이날도 SNS에 올린 글에서 "유승민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왜 갑자기 국민의당을 넘볼까"라며 "국민의당에 햇볕정책과 호남을 버리라는 요구는 유 대표께서 먼저 강경 대북정책과 영남을 버리면 된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표는 "몇(명의) 의원들이 올까?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많다"며 "신중함이 필요하다"고 했다. 장진영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 회의장에서 공적 논의 과정이 부족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또 이날 국민의당 시도당위원장 15명 가운데 12명은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제2창당위'의 권고에 따라 자진사퇴하겠다고 밝혔지만, 일부 시도당위원장은 사퇴를 거부했다. 제2창당위는 당의 면모 일신 차원에서 전 시도당·지역위 위원장이 사퇴하자고 주장했으나, 일각에서는 이런 조치가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 아니냐는 의심도 나오고 있다.

정호준 서울시당위원장과 배준현 부산시당위원장 등이 사퇴를 거부했다. 정 위원장은 19대 국회에서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 공천을 받아 국회의원을 지냈고, 정대철 상임고문의 아들이다. 배 위원장은 DJ 지지 성향의 민주연합청년회(연청) 출신이다.

안 대표는 당 내의 이런 반발에 대해, 이날 오찬 자리에서 자신이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밀어붙이는 것도 아니고 시도당위원장 사퇴는 통합과 무관한 일이라고 해명했다. 국민정책연구원 여론조사에 대해 그는 "만약 방향이나 의도가 있었다면 민주당과의 통합이라는 문항이 거기 들어가 있었겠느냐"고 했다. 시도당위원장 사퇴에 대해서도 "바른정당과 협력이 될지, (된다면) 어떤 형태로 될지 알 수 없다. 그런 불확실한 가능성 때문에 위원장들을 사퇴하라고 하겠느냐"고 했다.

특히 그는 "저와 호남 중진 간 생각이 다른 게 아니다"라며 "김동철, 주승용, 황주홍 의원도 호남 중진"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안 대표의 비서실장인 송기석 의원은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여론조사 이후 여러 의원들과 접촉해 물어보니 국민의당 의원 40명 중 약 30명 정도가 바른정당과의 정책연대와 선거연대, 가능하다면 통합까지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밝히기도 했다. 송 의원은 "국감 끝나고 11월 초가 되면 양당이 공론화 과정을 거칠 것"이라며 "내년 지방선거를 기준으로 한다면 늦어도 올해 12월까지는 이루어져야 통합의 시너지가 제대로 발휘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단 안 대표는 송 의원의 이런 발언에 대해 오찬 자리에서 "의원들 의견 조사는 보고받은 바 없고, '12월까지'는 가정적 이야기"라고 선을 그었다.

지방선거에서 바른정당과의 선거 연대 가능성에 대해서는 "먼저 당 내부에서 이야기를 하고, 외부와 이야기하면서 접점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원론적 답변을 내놨다. 당 내 일각에서는 바른정당보다 민주당과의 협력에 더 관심이 많지 않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그는 "저는 기본적으로 다당제를 만들기 위해 국민의당을 창당했다"며 "거대 양당 중 한 쪽과 합치자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강하게 말했다.

홍준표 "기형정당 되고 정치생명 단축될 것" vs. 안철수 "자아비판이냐"

안 대표의 언급은 지난 18일부터 불과 사흘 만에 급속도로 국민의당-바른정당 통합론이 불붙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국민정책연구원의 비공개 조사가 공표되고, 안 대표 측 인사들이 통합에 대해 찬성 취지의 발언을 한 데 이어 안 대표 본인과 유승민 의원도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분위기를 띄우고 있는 모양새다. 상대적으로 두 당 내에서는 민주당과의 연정 논의, 한국당과의 '보수 대통합' 논의는 주춤하고 있다.


이에 대한 역공도 나왔다. 바른정당 김용태 의원은 이날 아침 한국당과의 보수통합추진위원회(통추위) 모임에서 "항간에서 논의되는 국민의당과의 합당 문제는, 바른정당 입장도 없이 그냥 한다는 것은 야합에 다름아니다"라며 "한국당·국민의당과 통합을 얘기하면서 노선도 없이 한다는 것은 '자강'은 말뿐이라는 것을 스스로 자인하는 것"이라고 했다.

특히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 글에서 "우리 당에 비우호적인 언론들은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을 부추기고 있으나 양당의 통합은 보수 우파, 진보 좌파 양 진영과 영호남 양 지역에서 모두 배척받는 기형적인 정당이 될 것이고 그 양당 정치인들의 정치 생명을 단축하는 통합이 될 것이다. 두고 보시면 알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 대표는 오찬에서 홍 대표의 페이스북 글에 대한 평가를 요청받고는 "왜 자기들 말을 하느냐. 자아비판이냐"고 맞받았다. 그는 홍 대표가 내년 지방선거에서 '대선주자 급 광역단체장 후보' 3명 이상을 영입하겠다고 발표한 데 대해 "나는 말이 앞서는 사람이 아니다. 누가 더 많이 영입하는지 결과로 보여주겠다"고 하기도 했다.

안철수 "선거제,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가 가장 나아"

안 대표의 오찬 간담회에서는 여러 현안에 대한 언급도 나왔다. 그는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이날 '공사 재개' 의견을 발표한 것과 관련, 자신이 지난달 27일 울산 방문 당시 "노후화한 원전(핵발전소) 설계 수명이 다할 때 셧다운시키고, 대신 훨씬 안전하고 이미 투자한 5·6호기를 진행하는 것이 합리적 방법"이라고 말했던 데 대해 "그나마 합리적 방안이라고 제 소신대로 말씀드렸던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핵발전 이슈에 대해 "큰 방향은 탈핵으로 하되, 대안이 있어야 하니 신재생에너지 투자와 전력 절감 기술 개발 등의 노력도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선거제도 개혁과 관련, 중대선거구제와 연동형 비례대표제 중 어느 쪽이 바람직하냐고 묻자 그는 "민심 그대로 하려면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가 제일 낫다"면서도 "그것 때문에 협상이 안 된다면 중대선거구제나 혼합형, 또는 도농 복합식(도시는 중대선거구, 농어촌은 소선거구)도 받아들일 수 있다. 어쨌든 소선거구제를 조금이라도 고치는 것이 진전"이라고 말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적폐'에 대해 별로 비판적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에는 "MB 재임 기간에도 MB를 계속 비판했다. 누가 그것만 모아서 인터넷에 올린 것도 봤다"고 반박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법정 발언, 재판 불출석 등 행동에 대해서는 "(박 전 대통령은) 말할 자격이 없다"며 자신이 공개 회의 등에서 박 전 대통령을 비판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박 전 대통령은 어떻게든 다시 관심을 받아 지지세를 결집하려 하는 것인데 이용당할 일 있느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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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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