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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이 호남을 버려? 그럼 유승민은 대구 버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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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이 호남을 버려? 그럼 유승민은 대구 버리나?"

안철수-유승민 마주보기에 국민의당 반발 격화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의 '보수 대통합' 논의가 잠시 주춤해진 틈을 타, 이번에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중도 통합' 논의가 갑자기 불타오르고 있다. 불과 하루이틀 만의 일이다. 특히 안철수·유승민 등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전 대선후보이자 최대 주주들이 직접 나서서 여론을 띄우고 있는 모양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측은 18일,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을 지난 15일 만나 통합 관련 논의를 했다고 밝혔다. 안 대표의 비서실장인 국민의당 송기석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회동 사실을 확인하며 "두 분이 처음 만난 것이니 (서로)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안 대표의 생각은 어떤 것인지 이야기하고 상당히 이해했다"며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송 의원은 '통합의 당위성에 공감대를 이룬 것이냐'는 질문에 "두 분이 공감했는지는 잘 모르겠다"면서도 "큰 틀에서, 방향에서는 차이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그는 안 대표와 주 원내대표가 각각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내에서 의원들이 참여하는 공식 내부 논의를 시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민의당 원내지도부도 긍정적 반응이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전날 오전 주호영 원내대표를 찾아가 만났고, 이 자리에서 통합 관련 논의를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수민 국민의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어제 주 원내대표와는 이야기가 잘 끝났고, 지금은 국정감사 중이니 국정감사가 끝나고 나서 의총 등 의원들이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대해 의견을 모으는 자리를 마련하겠다는 정도로 정리가 됐다"고 밝혔다.

안 대표는 또 통합파 또는 중립파로 분류되는 주 원내대표뿐 아니라, 바른정당 내 자강파인 정운천 최고위원과도 추석 연휴 전 회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최고위원은 국민의당 이언주 의원과 함께, 국민의당-바른정당 의원 모임인 '국민통합포럼'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바른정당에서는 11월 13일로 예정된 당원대표자대회(전당대회) 전에는 한국당이든 국민의당이든 연대·통합에 대해 논의하는 게 맞지 않다는 의견도 있지만, 일단 유승민 의원은 비교적 긍정에 가까운 입장을 보였다.

유 의원은 이날자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현 시점에서 한국당과 국민의당 중 어디와 손을 잡겠나'라는 질문을 받고 "우리 스스로 지지도를 높일 의지를 다져야지 어디랑 손 잡을 생각부터 하면 되겠나. 그건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제가 생각하는 '개혁 보수 정당'에는 한국당에서도 동참하겠다는 이들이 상당수 있었으나 지금까지 (한국당에서) 나오지 못한 건 특별한 계기가 없었을 뿐"이라며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이 통합 논의를 한다면 (한국당에서도) 동참할 분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당에 자극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 의원은 또 국민의당과의 통합 가능성에 대해서도 "개혁보수 가치에 동의하는 이라면 한국당이든 국민의당이든 가리지 않고 열려 있다"며 "국민의당 안에서도 개혁보수라는 새로운 정치를 원하는 분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같은 안보 상황에서 햇볕정책을 버리고 강한 안보를 지지하겠다고 하면, 또한 특정 지역에만 기대는 지역주의를 과감히 떨쳐내겠다고 한다면 그런 분들과 통합 논의를 못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국민의당 호남계가 정서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조건을 내세우기는 했지만, 일단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유 의원은 한국당과의 통합을 주장하는 당내 통합파를 겨냥해 "통합파가 아니라 탈당파"라고 날을 세우며, 한국당을 향해서도 "친박 몇 명 잘라내는 게 보수 혁신인가? 한국당 현 지도부가 다 내려놓는 게 통합 논의의 출발점"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그는 안철수 대표에 대한 평가를 요청받고는 "깊은 대화를 해보지는 않았지만, 평소 인상이나 대선 과정을 거치면서 받았던 느낌은 굉장히 진지한 분이고 표리부동하거나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은 아니라는 인상이 강했다. 특히 중부담 중복지, 혁신성장 등 경제나 민생 쪽엔 생각이 많이 비슷했다"고 호평을 내놨다. 그는 "다만 여전히 안보에 대해선 여전히 어쩡쩡한 입장인 것 같아 그 부분을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하고, 호남 눈치를 과감히 떨칠 수 있는지도 확인하고 싶다. 나 역시 영남지역당에만 머무르고 싶지 않다"고 덧붙였다.

지난 15일 안 대표, 17일 김동철 원내대표를 만나 통합 논의를 요청받은 주호영 원내대표도 이날 당 지도부 회의에서 "어제 김동철 원내대표가 저를 찾아와, 국민정책연구원 여론조사 결과를 가지고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며 "당 대 당 통합에 관해 '국민의당 쪽에서 많은 의원들이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원하고 계신다'고 해서, 저희 당 의원들의 뜻을 좀 확인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주 원내대표는 "오늘 최고위원회의에 공식 보고를 드리고, 좀더 구체적인 제안이 오는 여부에 따라 의원·당원들의 의사를 확인하는 계기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김 원내대표로부터 "추진하고자 하는 법률·정책 중 방향이 같은 것을 조속히 정리해서 최우선적으로 처리할 것을 여당에 요구하자"는 제안을 받았다며 자신이 "흔쾌히 동의했다"고 밝혔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 논의는 추석 연휴 전까지는 그저 '가능성' 차원의 이야기일 따름이었고, 추석 이후에도 정치권에 떠도는 가설 정도로 치부됐으나 18일 단 하루 동안 급격하게 이슈화가 됐다. 국민정책연구원의 여론조사 결과(☞관련 기사 : 국민의당, 바른정당과 합친다면? 극비 조사 논란)가 언론에 알려졌다. 안철수 대표는 이 조사의 배경에 대해 "민심 파악 차원"이라고 해명하면서도 "제3정당의 역할에 대해 국민의 기대가 굉장히 높다"고 '중도 통합'을 시사했다.

이어 같은날, 안 대표가 임명한 김태일 제2창당위 위원장은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바른정당과의 연대가 어떤 정치의 효과를 가질 수도 있다"며 "선거제도 개혁이라는 승자 독식 체제의 정치 개혁을 위해서는 악마와 손잡아도 좋다는 얘기를 제가 한 바 있다"고 했고, 안 대표와 가까운 문병호 제2창당위 부위원장은 위원회 공개 회의에서 "굳이 국민의당이 다른 당과 연대 또는 통합을 논의한다면 그 대상은 바른정당이 될 것"이라고까지 했다. 이어 김동철 원내대표가 주호영 원내대표를 찾아가 회동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여기까지가 모두 18일 하루 동안 일어난 일이다. 다음날인 19일에는 안 대표와 주호영 원내대표의 회동설이 알려졌고, 유승민 의원이 신문 인터뷰에서 국민의당에 비교적 우호적인 어조를 유지했다. 과거 김무성계로 분류됐으나, 유 의원의 경북고 동기이기도 한 권오을 최고위원은 이날 바른정당 최고위에서 "국민의당도 좋고, 한국당도 좋다"면서도 "30여년 전, 당시 야당이던 신민당의 이철승 대표가 '중도 통합론'을 말했다. 권위주의 독재 시절에는 여야 대결이 심해 국민 관심을 못 받고 오히려 정치적으로 코너에 몰렸지만, 이 시대는 좌도 우도 양극단이 아닌 중도에서 합리적 정책을 이끌어갈 수 있는 정치 세력이 필요하다. 그 중심에 우리 바른정당이 있어야 한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현재 정치권에서 '중도 통합'은 바른정당·국민의당 간의, '보수 통합'은 바른정당·한국당 간의 연대를 의미하는 말로 통상 쓰인다.

국민의당 안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에, 바른정당 유 의원은 홍준표 대표 체제의 한국당에 연일 강하게 날을 세워 왔다. 각 당 내에서 최근 한국당과의 통합이나 민주당과의 연정이 논의된 상황에 대한 이들의 반발도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국민의당이나 바른정당 모두 내부에서는 이런 급격한 전개에 당황스러워하면서 반발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바른정당에서는 자강파에 속하는 하태경 최고위원이 "저희 당의 가장 급선무는 중심을 바로 세우고 (당 내) 통합을 공고히 하는 것"이라며 "제1과제는 11월 13일 전당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러 당 지도부를 재구성하는 것이다. 때문에 전당대회 전에 당 대 당 통합 논의를 공식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그 당이 국민의당이든 한국당이든 바람직하지 않다"고 우려를 표했다.

국민의당 호남계의 반응은 더 격렬했다. 박지원 전 대표는 전날 페이스북 글을 통해 지도부의 신중을 당부한 데 이어 이날 교통방송(TBS)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이런 중요한 것은 중진들하고 얘기를 하고 중진 모임에서 일단 걸러졌어야 한다"며 불편함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박 전 대표는 천정배·정동영 의원 등 일부 의원들은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표시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박 전 대표는 "정당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체성"이라며 "오늘 유승민 의원 인터뷰를 보니까 우리 국민의당이 햇볕정책을 포기하고 호남 위주를 버려야 된다(고 했던데), 이것은 도저히 우리가 양보할 수 없는 원칙이다. 우리는 대북문제에 대해서 DJ의 햇볕정책과 이념을 계승 발전시키고 있다. 또 우리가 왜 호남을 버려야 되나? 그러면 유승민 의원은 대구를 버리나? 강경 대북정책을 버리나?"라고 날을 세웠다.

정대철 국민의당 상임고문도 YTN 라디오에 나와 "(국민정책연구원 조사는) 조금 의도적으로 보이는 여론조사"라며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유도하기 위한 여론조사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 고문은 "그쪽 당(바른정당)하고 통합하기 위해서 그런 방향으로 끌고 가는 것 아닌가 이렇게 본다"며 "그렇게 좋아하는 안철수 대표 이하 몇 분들이 그렇게 끌고 가는 거 아닌 건가 생각한다"고 공개적으로 의혹을 제기했다.

정 고문은 '안 대표는 왜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바란다고 보느냐'는 질문을 받고 "자기 취향이죠"라고 냉소적으로 답하고 "나 같은 경우에는 민주당과 통합해야 정체성도 맞고, 또 민주화 투쟁을 같이 했던 사람들의 집단이고, 사촌 정당이고 뿌리가 같은 민주당 정권이 성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해서 그쪽과 연대나 연합이나 연정이나 혹 궁극에 가서 통합을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당 지도부와 국회의원, 당원들과 충분한 논의를 사전·사후에 해야 한다. 아니면 이것은 사당이나 독재적 발상"이라며 "호남 민심이 '바른정당보다는 민주당과 연대·연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쪽이 적지 않는데, 이렇게 의도적으로 끌고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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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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