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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 협치' 가늠자 선거제도 개혁…전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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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 협치' 가늠자 선거제도 개혁…전망은?

국민·정의 '필사적', 민주 '긍정적'…한국당 '절대 반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를 앞두고 여야 간 협치 방안이 모색되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개혁·진보 성향 야당인 국민의당, 정의당이 손을 잡고 김명수 대법원장 임명동의안을 통과시킨 것이 한 계기가 됐다. 여야정협의체 구성 논의, 청와대 5당 대표 회담 등이 주요 정치 의제가 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국민의당·정의당의 숙원인 선거제도 개혁 문제가 정치권의 핵심 현안으로 점차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선거제도 개혁은 정치권 내 '진보-개혁 협치'를 엮을 거멀못 역할을 할 것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실현 가능성은 현재로선 미지수다.

25일 국민의당 지도부에서는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주장이 다시 쏟아져 나왔다. 안철수 대표는 이날 정기국회 상황판 공개 행사에서 "이번 정기국회는 선거제도 개편과 개헌에 대해 실질적 변화를 이룰 적기"라고 강조했다. 당 최고위원회 회의에서도 최명길 최고위원이 "선거제도 개혁은 정치 변화를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라며 "정당 득표율과 의석 비율이 수렴하지 않는 제도는 민주주의의 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 최고위원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나 독일식 정당명부제, 중대선거구제(등 선거제도 개혁)는 필수이고, 이것이 협치의 시작이자 완결점"이라고까지 했다.

박주현 여성위원장도 최고위 회의에 참석해 "김동철 원내대표를 비롯한 (국민의당) 중진들이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과 만나 연동형 비례대표제로의 '민심 그대로 선거제도' 개편과 분권형 개헌을 추진한다는 데에 합의했고, 이에 의원들은 다당제와 정치 발전 명분을 위해 김 대법원장 임명동의안 가결 쪽으로 마음이 움직였다"고 주장하며 "이제 정부와 여당이 답할 차례"라고 했다. 박 최고위원은 "청와대는 국회 일이라고 모른 척할 것이 아니라, 여당 의원들에게 적극적으로 사인을 줘여 한다. 그것이 대선 공약을 지키는 길이고, 정치를 발전시키는 길이고, 국민의당과의 협치를 시작하는 길"이라고 했다.

정의당에서도 선거제도 개혁을 놓고 여당을 압박했다. 심상정 전 정의당 대표는 이날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한 회견에서 "사표(死票)를 양산하는 승자 독식의 현행 선거제도는 인위적으로 다수당, 제1당을 만들어내는, 불합리한 제도"라며 "국민의 뜻에 비례해 국회를 구성하는 선거제도, 정당 지지도와 의석 비율을 일치시키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 전 대표는 이날 세종·제주 지방의원 선거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우선 도입하자는 취지의 법률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심 전 대표는 "협치의 중심에 선거제도의 개혁이 놓여야 한다"며 "선거제도 개혁을 오랜 당론으로 갖고 있는 여당이 책임 있는 자세로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심 전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현재 여당인 민주당이 과거에 비해 선거제도 개혁에 대해 적극적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실망감을 표하며 "사실 선거제도 개혁은 대구·경북(TK) 지역 자유한국당 의원들을 빼고는 모두가 긍정적이다. 한국당 내에서도 충청권 등의 의원들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긍정적이더라"고 전하기도 했다.

국민의당과 정의당은 현재 당 내에 아예 정치개혁 의제만을 전담하는 기구를 설치해놓고 있다. 국민의당 정치개혁 TF 위원장은 천정배 의원이고, 정의당 정개특위 위원장은 바로 심 전 대표다. 이들 2당은 단순히 '개혁을 해야 한다'는 당위적 차원에서 적극성을 보임은 물론, 구체적 방향도 점차 잡아나가고 있다. 정의당은 전통적으로 독일식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 또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주장해 왔고, 현재도 이런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국민의당도 연동형 비례대표제 쪽으로 기우는 분위기다. 앞서 안철수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 당시인 지난달 25일 기자들과 만나 "선거제도 개편은 크게 두 가지 방향이 있다. 중대선거구제와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라며 이 두 가지 가운데 어느 쪽이 적절한지에 대해서는 '국회 논의를 따르겠다'고만 했었다. 하지만 지난주 한 국민의당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개헌과 선거제 개혁을 협치의 주요 과제로 한다는 정도이지, 구체적으로 어떤 안으로 정한다고 (원내)지도부에서 결정한 것은 없다"면서도 "당 내에서는 박주현 최고위원이 주장하고 있는 '연동형 비례' 이야기를 많이 하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최근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과 여당 중진 의원들을 만나 선거제도 개편 이야기의 물꼬를 튼 것으로 알려진 정동영 의원도 중대선거구제보다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쪽으로 기운 의견을 갖고 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선거제도 개혁에는 걸림돌도 있다. 첫째는 보수 야당의 반발이다. 특히 자유한국당의 반발이 강하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지난 8월 18일 울산 토크콘서트 행사에서 "민주당은 다당제로 가면 자신들에게 무조건 유리한 중대선거구제를 선호하는데 우리 야당으로서는 중대선거구제를 받을 수 없다"며 "그것을 전제로 개헌하자고 하는데 그 전제를 받기 어렵다"고 개헌과 선거제도 개편에 모두 부정적 의사를 드러냈다.

바른정당은 선거제도 개혁에 대해 한국당보다는 열린 태도이지만, 우선 최근 당내 사정 때문에 의견을 하나로 모을 기회가 없었을 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연동형 비례대표제보다는 중대선거구제에 우호적인 편이다. 국회 정개특위 바른정당 간사인 정양석 의원은 "기본적으로 우리는 중대선거구제에 대해 관심이 많다"며 "(연동형 비례제 등은) 아직 당에서 깊이 논의가 진척되지 않았다. 논의를 해 봐야 한다"고 했다.

두 번째 걸림돌은 의외로 야당이 아닌 여당 내에 있다. 비례성을 늘리는 방향의 선거제 개혁은 그 방향이 중대선거구제든 연동형 비례제든 다수당보다는 소수당에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때문에 민주당의 한 지역구 초선 의원은 "중대선거구제를 하게 되면 정치 초년생은 아예 출전 기회가 막히지 않느냐"며 "당 내에서도 다선 의원들은 중대선거구제에 찬성하지만, 초선이나 정치 신인들은 부정적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특히 선거구제를 둘러싼 여야의 셈법을 살펴보면, 국민의당, 정의당, 바른정당에 비해 민주당·한국당은 개혁으로 인해 얻는 이득이 불확실하다. 여당인 민주당 입장에서는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기에 지켜야 한다는 당위성의 측면, △국민의당이 '협치'의 파트너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 △영남 지역에서 한국당의 철옹성을 무너뜨린다는 점 정도가 선거제도 개편을 추진할 이유가 된다. 하지만 의석 수가 줄어들 위험성에 비하면, 개혁으로 얻을 이득은 상대적으로 불확실하다는 게 문제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여당이 선거제도 개혁을 고리로 개헌에서 정부·여당의 입장이 더 반영되도록 개헌 협상을 이끌 가능성이나, 이른바 '개혁 입법'에서 진보·개혁 야당의 협조를 담보해낼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이는 현재로서는 여전히 가능성의 영역에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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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기자
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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