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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안 되면 그냥 대통령 책임인가? 우리 책임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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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잘 안 되면 그냥 대통령 책임인가? 우리 책임도 있다"

[노동과건강 인터뷰]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이남신 소장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오랫동안 비정규직 문제에만 천착한 노동계 인사다. 비정규직 싸움의 상징이라고 불리는 2007년 이랜드 파업 당시, 노조 집행부이기도 했다. 500여일의 파업 끝에 노사간 합의를 이뤄낸 그는 해고자 신분이 됐다. 이후 그의 행보는 좀 더 넓어졌다. 지금의 한국비정규직센터 소장 직함으로 다양한 방향, 그리고 방식의 비정규직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그런 그가 바라보는 현재의 비정규직 운동의 문제점은 무엇일까. 노동계 양대산맥인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비정규직 운동에서 간과하는 점은 없을까. 그간 대정부 투쟁을 외쳐온 노동계가 새롭게 시작된 문재인 정부와는 어떤 관계 맺기에 나서야 할까.

전수경 노동건강연대 활동가가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을 만나 이러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이 글은 계간으로 발행되는 <노동과건강> 93호에 실릴 예정이다. <프레시안>은 전수경 활동가의 동의를 얻어 인터뷰 내용을 싣는다. 민주노총, 그리고 노동계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고민하고 짚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프레시안>은 노동계 미래와 관련해 다양한 견해가 제시되고 논쟁이 활발히 이뤄지길 바라며 지면을 열어 놓을 예정이다. (ilys123@pressian.com)

"비정규 운동한다는 사람들이 눈이 멀었다"

전수경 : 공공부문 비정규직 조사를 하고 계신가요?.

이남신 : 국가인권위원회 수탁을 받아서 공공부문 무기계약직 전체에 대한 설문을 하고 있거든요. 아마 10월 정도에 나올 것 같은데. 설문하면 비정규직들은 잘 안하려고 하거든요. 근데 막 서로 하려고 해요. 그만큼 정부가 정규직이라고 규정했던 무기계약직도 폭발 직전이란 얘기에요. 이게 다 공공부문이에요. 이제 공공부문의 정규직 노조들이 제대로 하지 않으면(웃음). 정부가 전향적으로 일자리문제에 애쓰고 있을 때 앞서가야 할 거 아니에요? 그게 없잖아요. 한 발 더 앞서가 아니라 뒤처진 셈이니까.

건강한 활동가들, 간부들은 사실 고민을 해요. 비정규직 이거 어떻게 해야 되나 고민하는데 주류가 아닌 거죠. 이것을 주류로 만드는 고민을 구체화해야 될 때가 아닌가. 더 이상 공공부문 정규직은 조직 확대 여지가 크지 않아요. 비정규직 노동자들 얼마나 조직하느냐가 정규직 노조도 함께 사는 길이에요. 오히려 조직이 많이 축소됐잖아요. 그래서 저는 공공부문의 정규직 노조가 살아남기 위해서도 비정규 문제에 대해서 우선순위를 두고 과감하고 대범한 기획을 내놓아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해요.

전수경 : 메탄올 실명 사건과 불법 파견 문제 관련해서 여쭤볼게요. 저희가 최근 다음 스토리펀딩에서 메탄올로 실명된 6명의 파견 노동자 이야기를 연재할 때 시민들이 너무 많이 호응을 해서 놀랐어요. 초기부터 저희 토론회 사회도 맡아주시고 함께 하셨는데, 이 사건을 어떻게 생각하셨는지 여쭐게요.

이남신 : 부끄럽죠. 저희가 전혀 모르고 있었고 제가 알기로는 아마 노동건강연대처럼 활동가 멤버십을 가지고 있는 단체가 사실 없는 것이잖아요. 되게 빚을 졌다 이런 생각을 했고요.

비정규직 문제에서 가장 사각지대가 지방 공단이에요, 특히 영세사업장. 영세사업장은 정규, 비정규가 의미가 없어요. 정규직도 똑같아요. 비정규직 지위나 마찬가지고 폐업되면 일자리를 잃는 게 다반사여서. 그쪽은 실태도 제대로 파악이 안 되어 있고 다만 비정규직 센터가 있는 지역에 불법 파견 문제, 특히 안산 시화공단이나 대구 성서공단, 이런 쪽의 불법파견 문제는 많이 파악이 되긴 했지만 압도적 다수가 불법 파견의 이주 노동자들이 많은 데거든요. 그런 점에서 어떻게 보면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일들이었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제대로 대비할 수 있는 시스템이 전혀 없이 개인들이 실명하고... 그건 너무 치명적이잖아요. 한 분이 아니고 반복해서 그런 일이 벌어졌던 거고. 심지어 제가 듣기로는 피해 당사자를 추적할 수 없기 때문에 더 있을 수도 있다면서요? 이주 노동자들 같은 경우는 알 수가 없는 것이잖아요.

그런 면에서 한국 사회의 치부가 드러난 것 아니냐. 어떻게 보면 우리같이 비정규 운동한다는 사람들이 눈이 멀었던 거죠. 그래서 저는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을 했고, 비정규 문제와 산재 문제, 우리가 매일 6명씩 죽는다고 통계로 강조하지만 당사자들이 겪고 있는 문제에 대해서는 비정규 문제와 연결되는데도 활동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고요. 해결책을 찾는 게 굉장히 어려운 문제인 것 같아요.

ⓒ프레시안(최형락)

"비정규직 문제, 정부도 완전히 포기하고 있는 영역이다"

전수경 : 그렇죠. 정부도 완전히 포기하고 있는 영역인데요. 실명 자체가 충격적인 것도 있지만, 그게 상징하는 게 지금도 지역이나 상담 조직에서 모르는 경우도 있어요. 중앙 언론에서 상대적으로 많이 나왔지만, 지역 노동조합들이 사실은 거의 활발하게 움직이지 못했었거든요. 공단 지역에 선전전을 해보고 싶었는데 선전물을 좀 만들어달라, 뿌려주겠다, 이런 식으로들 하시고. (이: 외주도 아니고) 없는 인력에 잘 하지 못했어요. 공단 지역에 공장 알바라고 해서 방학동안 단기간 알바를 많이 들어가고 있고 그런 상황에서 무법지대, 무정부 상태로 있는데(이: 현장실습 문제도 있죠) 이것을 지역의 비정규 노동운동이나 지역본부가 손을 못 썼다, 평가해도 되는 건지.

이남신 : 맞아요. 손을 못 썼다가 아니라 그냥 몰랐죠, 외면했다기보다는. 몰랐다는 게 말이 안 되는 것인데, 몰랐던 거죠.

전수경 : 그래서 지역에서 현장에서 이슈를 만들지 못했고 저는 이것 자체가 현장이, 바닥이 약화되었구나 실감이 나더군요.

이남신 : 그게 지역 편차가 있을 것 같긴 한데요. 피해 당사자들이 있던 곳이 부천, 인천이었잖아요. 근데 원래 부천, 인천은 가장 지역 노동 운동이 활발했던 곳이잖아요. 일반노조도 있었고. 지역 네트워크가 없었다고 보기는 어렵고 그만큼... 어떻게 말해야 될까요? 사실 비정규 센터도 주로 결합하고 있는 곳은, 아시겠지만 성과 낼 수 있는 사업장들이에요. 주로 재벌 사업장, 공공부문 이런 데. 그리고 동질적이고 규모가 있고 사용자가 지불능력이 있는, 사회적으로 쟁점화되기 쉬운. 이런 곳에서 주로 노조가 만들어지고 싸우거든요. 우리가 주로 그런 데 가서. 그런데 정작 노동조합도 없이 완전히 파편화되어 있는 쪽은 우리도 몰라요.

전수경 : 근데 이게 노조가 없는 작은 공장들이 어느 정도의 노동환경에서 일하고 있는지 드러내는 상징이잖아요.

이남신 : 맞아요. 거기만 그런 것도 아니고. 저는 그 지점에서 아, 어떻게 평가를 해야 될까요? 조금은 저 자신도, 비정규센터도 그런 반성이 있는데. 성과주의 측면이 있다, 그런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어요. 단체가 존속이 되려면 10년 내내 성과가 안 나는 일을 할 수는 없으니까. 그러다보니 어쨌든 좀 티 나는 일,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는 쪽으로 치우친 활동을 하는 부분도 있다. 그러다 보니 중소영세 사업장, 수도권이 아닌 지방은 거의 신경 못 쓰는 거예요. 그쪽은 노동 네트워크도 취약하고. 저는 이렇게 말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지만, 노동조합이나 노동운동, 비정규 운동도 양극화 되어 있다고 느껴요. 우리가 그렇게 양극화 극복을 절실하게 얘기하면서 정작 비정규운동, 우리 내부도 양극화 되어 있는 거 아니냐. 특히 산재문제는 의제로 보면 이게 완전 소수자 문제가 되어 있다고 생각해요. 비정규 의제 중에서도 정규직화 의제, 처우개선이나 이런 것들은 중요한 의제가 되어 있고 노사정이 다 집중하고 있는데 산재 부분은 노사정이 다 불편해하고. 왜냐하면 이게 성과내기 쉽지 않으니까. 그리고 훨씬 더 어렵고.
이런 문제다 보니까 인명이 걸려 있는 중요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홀대 받고 있는 지점이 있다고 생각하고요. 제 자신도 이론적으로는 알겠는데 실천적으로 뭘 해야 되지? 하면 막막해요. 우리 비정규 노동센터가 뭘 좀... 예를 들면 지역 비정규센터 네트워크들이 있으니까 부끄러운 얘기지만 산재 관련해서는 사실 다뤄본 적도 없어요. 그냥 이런 일 생기면 연대성명 내고 지원할 일 있으면 소소하게 하는 것 외에는. 우리 사업 계획으로 논의한 적이 없거든요.

"정작 노조 없이 완전히 홀대받고 있는 쪽은 우리도 모른다"

전수경 : 메탄올이라서 중요한 게 아니라 불법파견, 제조업체에 만연해 있는... 이게 불법파견, 계절공처럼 여름에 투입됐다가 개학하면 다시 대학으로 돌아가는 학생들, 이런 문제랑 연관이 되어 있는데 아무데서도 투쟁의 목표가, 가이드가 없는 거예요. 왜냐면 노조들에서도 굉장히 전문가나 의사 찾아서 공무원처럼 접근하고... 노동부가 존재감이 없고 이번에도 딱 뒷짐 지고 전시행정(이: 이번 추경에서 유일하게 깎인 게 근로감독관 증원이에요), 정부의 책임이 막중한데 정부 책임을 묻는 의제가 안 만들어지더라고요. 노동이 안 나서니까. 오히려 우리는 전문가로서 접근하거나 기술적으로 활동할 생각이 전혀 없는데 우리만 남아 있더라고요.
이남신 : 사실은 활동가로 현장에 접근하고 같이 해야 하는데 그럴 파트너가 많지 않죠.

전수경 : 다음 스토리펀딩에 네티즌들의 댓글을 보면, 지금 생산직 현장이 얼마나 엉망인지 아느냐, 이런 얘기들이 많이 올라와 있고, 영세든 대기업이든 기본이라도 지켜라, 근로기준법이라도 지켜라, 너무 기본이 필요한 거죠. 사각지대에 대해서 노동조합은 왜 이렇게 무심한가.

이남신 : 하... 그러니까요. 그게 당사자 요구가 없으니까 그래요. 불법파견 노동자들이 민주노총이나 한국노총 조합원들이었으면 그런 일이 없었겠죠. 유일하게 불법파견 당사자로 투쟁하고 있는 곳은 완성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불법파견 투쟁을 했고, KTX 승무원, 공공부문에 굵직한 불법파견 투쟁이 있었지만, 지역 차원의 영세업체들 불법파견에는 주목을 못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대기업이나 공공부문의 불법파견 투쟁에는, 대부분 민주노조가 있어요, 정규직 노조가. 있기 때문에 자기 문제이기도 하고 이게 워낙 사회적 파급력이 큰, 핵심은 사용자에 맞서는 투쟁이기 때문에 민주노총이든 산별노조든 싸울 수밖에 없고 상당히 의미 있는 투쟁이 되는 거죠. 중요한 건 영세 업체들이 밀집되어 있는 지역 공단에서의 불법파견 문제는 주목도 못 받고, 조직되어 있는 노조도 거의 없고 그러니까 완전히 희생양이 되고 있는 것이어서...

불법 파견은 복잡하지 않아요. 그냥 폐기해야 돼요. 그런데 파견법 폐기에 대해서는 좀 이견이 있어요. 원칙적으로는 동의하지만 현실 가능한 로드맵이 아니기 때문에 파견이나 용역인 경우 과도기적으로는 고용승계나 처우 개선이 더 중요하죠. 사실 파견법을 제대로 적용받는 노동자인 경우에는 사업주들이 부담스러워 하거든요. 최저임금 지켜야 하고, 산업안전보건법 지켜야 하고 다 지켜야 하기 때문에 훨씬 부담스러워 한다고 해요.

저는 적법한 영역에서 보호될 수 있는 파견 노동자, 이 부분에 대해 주목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근본적으로야 파견 철폐를 당연히 해야죠. 그건 중간착취니까. 사람 장사 그만해라 하면서 철폐 외치는 거야 저는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단기적으로는 '불법파견' 철폐가 핵심이다. 어쨌든 파견 자체는 필요할 수도 있거든요, 특정 직종에서는. 지금처럼 이렇게 양산되는 건 최소화해야 하지만. 근데 불법 파견은 철퇴를 가해야 하기 때문에 특히 큰 사업장 말고 작은 사업장의 불법 파견, 아웃소싱 형태로 되어 있는 이 불법파견에 대해서는 지금 실태가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저는 정부가, 모든 요구는 실태로부터 나오잖아요, 먼저 실태조사 해야 한다. 물론 그 실태조사가 굉장히 어려워요.

영세 업체고 불법 파견이면, 협조도 안 될 거고 어마어마한 인력과 예산을 투입해야 할 텐데 저는 그거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것 하지 않으면, 지금 중소기업을 강소기업으로 만들자고 하고 있는데 그 중소기업의 여러 가지 적폐들을 푸는 노력은 쉽지 않다, 그래서 저는 원하청 불공정 거래도 큰 일이지만 중소업체 자체의 문제도 극복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거기에서의 핵심이 불법파견이라고 생각하고, 이주노동 문제도 연관되어 있고. 이 부분 관련해서는 고용노동부가 센서스 수준으로 전수 실태조사를 한 번은 해야 해요. 비정규 전체 실태도 전수조사를 한 번은 해야 되요. 이건 너무 큰 인력과 예산이 들기 때문에 나중에 차기 정권에서 하더라도, 일단 불법파견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있는 것이잖아요, 이건 용인해서는 안 된다. 최소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인력과 예산을 투입해서 엄밀하게 실태를 파악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문제는 그런 인력과 예산이 현재는 없겠죠.

올해 근로감독관이 원래 500명 증원 계획이었거든요. 그게 추경에서 200명으로 줄었는데 증원된 근로감독관들 중에 최저임금, 비정규직, 중소영세업체의 이런 불법에 대해서 전담을 하는 근로감독관들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안 그러면 안돼요. 이게 항상 마지막, 후순위이기 때문에 다른 것 다 하고 시간 날 때 하는 거예요. 비정규나 최저임금, 산재는 준법적 수준에서도 시정이 쉽지 않아요. 노동부가 실태 조사를 하고 전담 태스크포스나 근로감독관 배치를 통해서 해야 되는데 그게 쉽지 않죠. 문재인 정부에서도 노동은 역시 후순위구나 느꼈죠, 근로감독관 정원부터 깎이는 걸 보면서. 하여튼 쉽지 않은 조건이긴 하지만 정부가 좀 다른, 이명박근혜 정부야 워낙 기대할 게 없었으니까 그렇다 쳐도 영세 업체의 불법파견문제, 지역 공단의 불법파견문제에 대해서는 우선순위를 두고 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이 부분에서 특히 현장에서 애써온 민주노총이 좀 더 유연한 입장을 가지면 좋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있어요.

'파견 철폐' 이렇게 해버리면 실상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죠. 그냥 오로지 근로기준법과 노조법 상의 노동자 개념, 사용자 개념 이걸 바꿔서 원청 사용자성을 인정하게 하고 입법적 수준에서 이미 불법 파견은 엄벌하게 되어 있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파견 철폐로 밖에 갈 수 없다면, 영세 업체 불법 파견 관련해서는 해결하기 쉽지 않을 거예요. 저는 파견으로 되어 있는, 용역으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권익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 문제와 관련해서 좀 더 실질적이고 현실적인 입장으로 노조운동이 정리해야 하지 않을까. 이 부분도 자기 조합원 요구는 아니잖아요. 그러면 해당하는 노동자들의 처지를 중심에 두고 해야죠. 그들이 파견 철폐가 핵심이겠어요? 당장 자기가 일하고 있는 사업장에서 이런 메탄올 실명 같은 문제가 일어나지 않도록, 최소한 최저 임금은 지켜지도록, 업체가 폐업하거나 용역 바뀌더라도 최소한 고용이 승계되는, 이런 정도가 보장되면 굉장히 큰 변화거든요. 근데 그런 얘기를 노조운동이 중요하게 하지 않아요. 파견을 그냥 두자는 거냐? 이렇게 접근하면, 용역 파견 그대로 두고 고용승계만 하면 된다는 거냐? 근본적으로 직접고용하고 정규직화 해야지, 그건 옳은 얘기이긴 하지만 욕 안 얻어먹을 얘기지. 정작 해야 되는 일을 안 하는 거죠. 실천적인 대안을 갖고 좀 더 지금의 과제에 집중해서, 10년 후 과제가 아니라. 너무 많은 영세사업장 지역공단 노동자들이 불법파견으로 고통받고 있기 때문에 이 부분 관련해서 어떻게 할 거냐, 근데 이게 사실은 너무 너무 힘들어요. 하여튼 장기적으로는 원칙적으로 간접고용 철폐를 지향하더라도 당연한 지역공단 불법파견 문제는 현실적 개선 방안을 강구해야죠.

ⓒ프레시안(최형락)

"지역공단 불법파견 문제, 현실적 개선 방안 강구해야"

전수경 : 일반적으로 비정규 노동운동과는 다른 의제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이남신 : 좀 다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특수고용이 그럼 비정규냐, 이번에 최저임금 투쟁하면서 영세 자영업자 문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냐. 쁘띠부르주아로 볼 것인가 노동자로 볼 것인가. 저는 영세 자영업자들을 노동자로 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왜 우리가 영세 자영업자 문제를 하느냐, 노동자 문제에 집중해야지 반발하는 정파도 있는데, 저는 그건 좀 우리가 입장을 바꿔야 하는 거 아니냐. 영세 자영업자들은 한때 노동자였고 현재도 준노동자이고 실제로 비정규보다 더 열악한 사람들도 있어요. 100만 원 미만의 소득이 태반이에요. 이 사람들에 대해서는 최소한 유럽 수준으로라도 사회안전망으로 끌어안아야 한다, 그러니까 실업급여를 준다거나 이렇게 해야죠. 영세업체, 중소기업 이 문제에 대해서 최저임금 적용 당사자로서 노동자와 함께, 이 부분도 그렇게 접근해야 되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현실적인 대안을 가지고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실제로 조직화 대상으로는 굉장히 난감한 영역이에요. 아무리 해봐야 별로 아웃풋이 없어요. 조직해도 금방 날아가고 지속가능성도 별로 없고, 폐업해서 없어지고 막 이러니까. 그리고 소수잖아요, 힘도 없고. 그러니까 노조로 만들기에는 굉장히 열악한 거예요.

아까 제가 우리 안의 성과주의를 얘기했는데, 불법파견에 산재 문제까지 겹치면 그건 정말 선뜻 하기가 쉽지 않은... 저는 솔직히 그게 이해가 되요. 진짜 난감할 수 있겠다. 근데 그게 운동이냐? 그럼 그건 운동은 아닌 거지. 다만 현실적으로 여러 가지 제약이 있거든요. 그럼 이걸 슬기롭게, 문제의식들이 서로 삼투압이 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누가 옳다 이런 문제가 아니라 민주노총의 몫도 중요하고, 비정규 센터 같은 노동단체의 몫도 중요하고. 예를 들면, 불법파견이나 산재 문제를 매개로 사회적인 네트워크를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닌가, 비정규 관련해서는 많잖아요. 사실 양대 노총, 최소한 민주노총이나 주요 산별 연맹들이 돈을 내놓든 사람들 내놓든 뭘 좀 해야 된다 그런 생각이 들고요. 그렇게 만들어진다면 저희 비정규 노동단체들도 산재나 불법파견 문제를 다른 각도에서 핵심 의제로 접근할 수 있지 않을까. 지금은 주로 우리가 재벌 사업장의 다단계 하도급, 그것도 불법파견 문제거든요, 위장도급. 거기에 집중하고 있잖아요. 아예 노조 만들 엄두를 못 내고 노조 만들어봐야 별 메리트도 없는 이런 불법파견 영세사업장 어떻게 할 거냐, 결국은 사회적 네트워크 속에서 비정규 노동 단체도 어떤 측면에서는 의제 이동을 해야 한다. 더 열악한 지위의 불법파견 노동자 문제에 집중하는 게 비정규 노동단체의 몫이잖아요. 조직노동은 몸이 무겁다 보니까. 우리는 기동전 할 수 있으니까, 가볍게.

"사실 양대 노총이, 돈이든 사람이든 뭘 좀 해야 한다"

전수경 : 여기 지도도 붙여놓으셨는데, 전국의 비정규센터들의 네트워크도 그렇고 계속 네트워크들이 비정규운동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거죠?

이남신 : 네 맞아요. 많아지고 있어요. 그래서 걱정이에요.

전수경 : 걱정이라고 하시면?

이남신 : 운동성이 약화되고 있으니까.

전수경 : 이 질문을 예상하신 거군요. 노동권익센터, 근로자복지센터, 지자체에서 지원받는 비정규직 센터나 노동인권센터들의 역할이 지금 어떤지요, 그리고 한계가 있다면?

이남신 : 저는 명품 조연이라고 얘기 하는데요. 그러니까 주연은 아니다. 노조가 주연이다. 노조가 유일한 합법 기구고 사측과 대응하는 유일한 교섭기구잖아요. 계급투쟁의 최전선이고. 한국사회가 바뀌는 데 핵심이죠. 저는 노조 조직률 올리는 게 첫 번째 과제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근데 주연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죠. 저는 비정규센터들은 영향력이 작지만 조연 역할을 지금까지는 잘해왔다고 봐요. 근데 지자체 예산지원을 받는 센터들이 늘어나게 된 배경에는 민간 센터들이 자생하는 게 너무 힘든 거예요. 한국비정규노동센터처럼 그래도 서울에 이렇게 있는 경우는 존립할 수는 있는데 지역은 너무 힘들어요. 후원자를 조직하는 것 자체가 너무 힘들어서 한 곳 정도를 예외로 한다면 거의 자립이 안 돼요. 그러다 보니까 일종의 생존전략으로 지자체를 찾은 것도 있어요. 지속가능한 활동을 하려면 예산과 인력이 확보가 돼야 하는데. 지자체가 지원하는 비정규센터의 가장 큰 강점은 월급 걱정을 안 해도 된다는 거죠. 가장 큰 약점은 수탁기간이 정해져 있다는 거예요. 대부분 3년. 그리고 그게 갱신할 때마다 바뀔 수 있다는 거예요. 굉장히 불안정한 거죠. 수탁 기간 동안은 안정적이지만 그 이후에 중장기적으로는 취약점들이 있어요. 그리고 민간센터가 가지고 있는 운동성이 약화되는 문제도 생겨요. 센터들이 나름대로 명품조연으로서 특히 사각지대의 미조직 노동자들 상담을 포함해서 많은 역할을 했거든요. 성과도 많아요. 청소년 노동 인권 교육을 위시해서 실태조사... 노동조합 조직화 지원을 포함해서 다양한 방식으로, 노조가 하지 못했던 사각지대와 관련해서는 많이 했고 그게 드러났어요.

한국 비정규직 노동단체 네트워크에 들어와 있는 지자체 지원센터들이 30여개 남짓 되고, 들어오지 않은 데까지 하면 더 많을 거예요. 우리도 서울노동권익센터를 수탁 받아서 하고 있기는 하지만 실제로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거지. 우리는 상근자 다섯인데 노동권익센터는 30명에 가까운 공룡이 되어 있고 우리보다 예산이 열 배 이상인데. 우리가 아무리 수탁기관이라 해도 서울시가 더큰 힘을 가지고 있으니 우리가 아무리 원청이다 이래봐야. 거긴 또 진짜 원청은 서울시라고 생각하니까. 그러다보니까 이게 좀 애매해요. 그쪽의 독자성이 강조되다 보니까 처음의 문제의식, 지역의 노동연대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지자체 예산을 가져와서 이걸 운동적 목표로 쓰겠다, 이런 게 있었는데 관의 개입이 만만치 않다 보니까, 그리고 평가를 받아야 되니까, 무게중심 자체가 민간에서 지자체로 넘어가는 양상이어서 걱정을 많이 하고 있고요. 불법파견 문제나 이런 것은 민간단체가 할 수밖에 없어요, 영향력이 적어서 그렇지. 지자체가 관여하면 그런 것 못하게 해요. 그런 데 예산 쓰는 걸 원하지도 않을 뿐더러 또 시끄럽잖아요. 그런 것 싫어하잖아요.

문제는, 안정적이다 보니까 성과를 많이 내는 거예요, 수탁기관 내에서. 지금 서울노동권익센터도 우리가 수탁받아서 하고는 있지만 서울시가 참 많은 걸 다 떠맡기고 있잖아요. (: 홈페이지 들어갔더니 정말 여러 가지 사업을 하고 있더라고요) 규모가 빠르게 커져가고 있는데 이게 운동적 목표로 보면 과연 바람직하냐. 우려가 있어요. 문제는 우리가 약화되고 있어요. 노조도 약화되고 민간센터도 약화되고, 민간단체가 그나마 살아 있는 데가, 예를 들면 4~5명 이상의 상근 인력을 가지고 지역 내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있는 데가 몇 군데 없는 것이거든요. 그러면 운동과제를 중심으로 시너지를 내기가 쉽지 않아요. 딜레마에 빠지게 되고 자칫 허장성세에 자족할 수도 있죠.

"무게중심이 민간에서 지자체로 넘어가고 있다"

전수경 : 마지막 질문 드리면서 종합해 볼게요. 알바노조나 청년유니온이나 (이: 잘 하죠) 이런 조직들이 비정규 이슈를 대중화하는 데 많은 기여를 했고, 새 정부가 이슈를 빨아들이는 걸 보면 그동안 청년이나 알바 이런 데서 제기했던 것들을 이번에 최저임금 만원처럼 흡수하는 것도 있잖아요. 이번 정권에서 비정규 노동운동이 어떤 활동 방향을, 어떤 흐름을 갖게 될까요? 노조를 많이 만드는 것, 조합원들이 많아지는 것, 또는 청년유니온이나 알바노조처럼 생활의제로 전선을 넓혀가는 것일까요.

이남신 : 일단 공약 이행을 잘 할 수 있도록 해야겠죠. 문재인 대통령 공약이 완성도 높아요. 사실은 이게 민주노동당 공약이에요. 특히 비정규직 사용 사유 제한하고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최저임금 1만원 이건 예전의 진보정당 공약이에요. 그러니까 문재인의 공약이라기보다 오랜 기간 민주노조 운동과 진보 정당이 투쟁해서 받아들이게 한 공약이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반드시 이행하게 해야 한다, 2005년에 국가인권위원회가 사용사유제한,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반드시 그 두개를 비정규 보호법의 전제로 해야 된다고 얘기했거든요, 규모를 감축하고 차별을 최소화하려면. 근데 그걸 안 받아들이고 노무현 대통령이 재벌이나 관료들의 반발에 타협을 한 건데, 그냥 기간제한 방식으로 간 것이거든요. 그러면서 실패했어요. 물론 이 두 개를 한다는 것이 쉽지 않고 이걸 한다고 해서 얼마나 긍정적인 효과가 클지는 시뮬레이션을 해봐야 되지만. 한 번도 안 해봤잖아요.

비정규 노동문제는 다 실패했잖아요, 민주개혁 정부에서부터. 딴 거는 몰라도 이 두 개 공약과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 최저임금 1만원 이건 대통령이 사활을 걸고 챙겨야 된다. 딴 건 모르겠어요. 근데 이건 무조건 챙겨야 된다. 그 공약 이행을 비정규 운동이 감시해야 된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제안하는 것 중의 하나가 통계를 바꾸라는 거예요. 지금 비정규통계가 32.8%로 뜨고 있잖아요. 우리는 44.3%고 누락까지 하면 55%인데 통계가 잘못됐는데 무슨 대안이 나오겠어요? 그래서 정부 통계가 갖고 있는 문제부터 바꿔라 요구하고 있거든요. 그런 것들을 포함해서 공약 이행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첫 번째 과제고요.

노조는 다다익선이니까, 헌법상 기본권이기도 하고. 노조가 만들어지지 않으면, 최저임금이 인상됐는데 우려가 되는 것은 영세자영업자나 중소기업 쪽 문제도 있지만 더 우려하는 것은 위반율이거든요. 지금도 230만이 넘는 최저 임금 미달 노동자들이 있는데 7,530원으로 내년 1월 1일부터 딱 되잖아요. 그러면 위반율이 얼마나 될까? 아마 사용주들이 일부러 위반해 버릴 수 있어요. 그럼 최저임금 못 올려요. 위반율이 그렇게 올라가 버리면. 그게 역설적으로 최저 임금의 발목을 잡는 것이거든요. 우리 다 불법할 테니 잡아가라 이럴 수도 있다는 거죠. 아주 막장으로 가면. 저는 정말 걱정되거든요. 16.4% 올랐는데 미달되면 어떡하지? 그럼 올린 게 무슨 의미가 있어요? 그걸 시정할 유일한, 강력한 기구는 노조 밖에 없어요. 최저임금 적용 당사자들이 노조로 가입되면 절대 그럴 일 없어요. 그냥 고용노동부에 불법이라고 신고하면 되요. 그럼 시정할 수밖에 없거든요. 그건 전부 체불임금이기 때문에. 그래서 저는 그런 지점에서도 최저임금 적용 당사자들의 노조 가입률 제고가 관건이다, 여러 지점에서 관건이다. 불법 파견 문제도 연동되어 있다고 생각해요.

노동조합 만드는 과정 자체가 물론 너무 힘들기는 하지만 노조 가입률, 예를 들면 옥중에 있는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30% 노조조직율 시대를 강조했거든요. 핵심을 잘 짚은 거죠. 최소한 전체 노동조합 조직률 20%, 비정규직 10% 넘어야 하는데, 지금 2% 밖에 안 돼요. 이건 헌법 기본권이 아니에요. 10%는 너무 낮은 거죠. 최소한 10%는 넘는 수준, 전체적으로 20%는 넘는 수준으로 올라가야 한국사회가 바뀔 것이거든요. 저는 그걸 문재인 정부 기간 동안 반드시 해야 된다 생각하고요. 말씀하신 청년노조들 관련해서는 양대 노총 바깥에 세대별 노조가 있고 여성 노조가 있거든요, 노년 유니온까지 다 포함해서. 다 노조들인데 왜 양대 노총 바깥에 있지? 양대 노총이 대변을 못하는 거죠. 청년유니온이나 알바노조, 여성노조, 노년유니온, 노후희망유니온, 시니어 노조 같은 이런 세대별 노조, 노동조합 바깥의, 노동조합 이름을 갖지 않은, 그러니까 유니온도 노조인데 기존 노조와는 다르게 하겠다는 것이잖아요?

특히 민주노조 운동에 대한 사회적 평가가 박하기 때문에 다른 방식으로 틀을 벗어나서 하고 있는 건데 저는 그게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노동조합 또는 노동운동 생태계가 풍부해졌으면 좋겠어요. 양대 노총으로는 대안이 되기 어려워요. 지금 비정규 노동자들이 주로 민주노총 소속 노조에 많이 가입돼 있어 희망이 되기도 하지만 아직 한계가 있죠. 그래서 저는 실제 당사자를 대변하는 그런 외곽의 노조들이 굉장히 많아졌으면 좋겠고, 그런 접점에서 민간단체를 포함해서 비정규 노동단체들이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이: 그리고 역시 중요한 것은 지역과 공단이에요. 여기서 물꼬가 트여야 해요. 이게 안 되면 기존의 양대 노총 수준의 이슈 파이팅을 벗어나기 어려울 거예요. 그래서 저는 쉽지는 않지만 변방에서부터 노조 가입률 제고, 양대 노총 바깥의, 꼭 노조가 아니어도 되는데요. 여러 가지 자생적인 이익단체, 계급조직이 만들어졌으면 좋겠어요.

ⓒ프레시안(최형락)

"비정규 노조도 상향 평준화 돼야 한다".
전수경 : 지난 10년, 20년을 봤을 때 정규직 노동 운동은 정체기거나 쇠퇴하고 있고 비정규 운동은 정체기, 조직률이 2%라는 건 사실, 예전엔 1%라고 했었지만, 그 상태에서 멈추어 있는 상황이라고 생각하면 되나요?
이남신 : 비정규 노조가 최근에 변신을 도모하고 있죠. 삼성전자 서비스나 희망연대 노조에서 보이듯이, 전체 계급적 요구를 중심에 두고 선봉적인 역할을 하고, 자기 사업장에서부터 성과를 만들어 나가는. 예전에는 무조건 그냥 정규직화만 목표였잖아요. 저는 정규직화 요구는 계급적인 요구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건 어떻게 보면 상식적이 요구이긴 하지만 운동과는 별 관련 없어요. 중요한 요구이긴 하지만 임금요구 수준이죠. 중요한 건 노동조합의 사회적 책무가 뭐냐, 정규 비정규 따질 것 없이. 그건 당연히 노동인권의 사각지대를 좁히고 전체 노동자들의 권익을 제고시키는 데 노조가 지렛대 역할을, 최소한 디딤돌 역할을 해야 한다는 거예요, 걸림돌이 되면 안 되고. 지금 정규직은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이고. 비정규 노조들도 걸림돌이 안 됐느냐, 일부 됐죠. 자기 요구만, 정규직화든 뭐든. 그래서 저는 그걸 벗어나야 한다. 요즘 삼성전자 서비스노조가 180만 삼성그룹의 전체 미조직 노동자들이여 일어나라, 이재용 직접 교섭하자, 이게 정말 담대하고 멋있고 바람직한 요구거든요. 비정규 노조들도 진화한 거예요. 그냥 된 게 아니고 십수 년의 비정규 투쟁의 역사에서 교훈을 얻어서 희망연대 노조나 삼성전자 서비스지회가 그런 역할을 자기 과제로 지금 상정하고 있는 것이거든요.

그런 수준으로 비정규 노조들도 상향 평준화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냥 자기 사업장의, 일반적인 조합원 이해에만 머물러서는 곤란하다. 그렇게 안 되려면 비정규운동 스스로 자기 혁신을 해야 하고 비정규 운동 단체들도 자기 혁신을 해야죠. 지자체 예산 받자고 거기 매달리는 형국이 되어서는 그건 진짜 가망 없다고 생각하고, 선순환 되어야죠. 노조 운동도 열심히 하고 비정규 노조운동도 거듭나고, 비정규 노동단체들도 자기 과제를 제대로 찾아가는. 지금 좀 한 쪽으로 치우쳐 있다면 무게중심을 이쪽으로 다시 바르게 가져오는. 이게 서로 어울려지고 아까 말씀하신 세대별 노조를 포함해서 소위 조직 노동 바깥의 새로운 흐름을 형성하고 있는, 사실은 규모도 작고 영향력은 미미해요, 그러나 사회적 의제로는 주목받고 있는 거죠. 청년 의제나 여성 의제, 어르신 의제와 직결되다 보니까. 그래서 이 부분이 시너지를 낼 수 있다면, 문재인 정부 아래서 낼 수 있는 최선의 결과를 이번 최저임금 인상처럼 할 수 있다.

저는 기대는 있지만 아마 쉽지 않을 것이고, 문재인 정부에 대해서는 공약에 대해서 응원하되 냉정한 비판자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 문재인 정부가 워낙 고공 지지율을 달리고 있기 때문에 여러 가지 고민이 되는 건 사실이잖아요. 저는 꼭 비판해야 된다는 강박에 시달릴 필요는 없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지원해야 된다고 생각하고 다만 비정규 문제나 소수자 의제, 성소수자든 이주든, 이런 의제들에 대해서는 취약한 건 사실이에요. 비정규 의제에 대해서도 간접 고용, 특수 고용에 있어서는 취약해요, 공약도 그렇고. 그래서 저는 문재인대통령이 핵심 공약은 직접 챙겨야 된다는 것이고요. 그런 점 관련해서 문재인 정부도 조만간 위기가 올 것이다, 특히 노동문제 관련해서. 다만 참여정부처럼 노정 갈등이 최악으로 치닫고 공멸하는 수준이 되지 않기를 바라고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비정규 운동은 문재인 정부에 대해서 특히 올해는 애정 어린 비판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 내년 이후에는 달라진 조건에서 좀 더 대안을 제시하면서 근본적인 비판을 해야 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해요.

그걸 염두에 두고 비정규 운동이 마지노선 역할을 해야 하지 않을까. 그건 진보정당이 집권해도 쉽지 않은 문제여서 그 지점과 관련해서는 예측 가능한 공약 후퇴나 상충되는 문제가 생길 수 있어서, 그런 일이 생기고 나서 화들짝 놀라면서 이럴 줄 몰랐다거나 하는 게 아니라 차분하게 예상하고 우리가 어떤 대안을 줄 거냐. 정부 입장에서도 대안이 없을 수도 있잖아요. 공공부문 비정규직문제만 해도 어지럽거든요. 준비가 전혀 안 되어 있는 상태에서 대통령이 밀어 붙이고 있는 거라서. 우리 책임도 있어요. 잘 안 되는 게 그냥 대통령 책임이냐? 아니죠. 노조나 비정규 운동이 제대로 준비가 안 되어 있다 보니까 사실은 제대로 그것이 될 수 있는 그림으로 만들 수 없어서 문제거든요. 그러니까 모자이크의 한 조각이라도 해야 되는데 우리가 이 부분이 너무 약해요. 저는 준비해야 된다고 생각하고 근본적인 입장을 벗어나서 현실적인 대안 중심으로.

"잘 안 되면 그냥 대통령 책임인가? 우리 책임도 있다"

전수경 : 여기서 실력이 나타나겠죠.

이남신 : 근데 디테일 수준까지 우리가 하기에는 너무 준비가 안 되어 있는 건 사실이에요, 맞서 싸우는 데만 익숙하다 보니까. 그런 점에서는 비정규 운동들도 자유롭지 않거든요. 비정규운동은 영향력이 크지 않았던 만큼, 자유롭게 문제의식을 가지고 이것저것 해봤기 때문에 그런 역할을 좀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정도? 문재인 정부 아래에서 비정규 운동은 그런 정도의 역할을 좀 할 수 있지 않을까, 활용할 수 있는 건 활용하되 내부를 강화하는 이런 방식으로.

주객이 전도되면 그건 좀 곤란하다. 우리가 문재인 정부 들러리를 자처할 필요는 없고 또 되서는 안 된다고도 생각하고요. 저는 그게 백지장 한 장 차이라고 생각을 하고요. 그건 당사자들만 아는 거죠. 그래서 무게중심을 잃지 않고 자주적인 민주운동으로 역량 강회와 함께 대정부투쟁도 하면서 문재인 정부가 실패하지 않도록 계속 제몫을 하는 것까지 병행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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