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11일 끝내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지난 5월 24일 임명 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된 지 111일 만에 자유한국당의 승리로 끝난 셈이다. 여야 협치의 시험대이자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첫 정기국회의 입구에서 이 같은 일이 벌어져 적지 않은 후폭풍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에서 무기명 투표에 돌입한 결과, 참석 의원 293명 가운데 찬성 145표, 반대 145표, 기권 1표, 무효 2표로 김이수 후보자에 대한 임명 동의안이 부결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헌법재판소장 임명 동의안을 가결하려면 국회 재적 의원 과반이 출석하고, 과반이 찬성 표를 던져야 한다. 293표 가운데 과반인 147표에서 불과 두 표가 부족했다.
김이수 후보자의 임명 동의안이 통과하려면, 더불어민주당(120석), 정의당(6석), 일부 무소속 의원들을 더해도 국민의당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김이수 후보자 인준의 열쇠를 쥐고 있던 국민의당은 이날 '자유 투표 방침'을 정하면서 국회 인준의 물꼬를 터줬다. 하지만 국민의당 의원 과반가량이 반대 표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표결 직후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승리의 환호성을 질렀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소수자 인권 신장에 기여해온 김이수 후보자의 소수 의견을 '좌편향'적이라며 반대해왔다.
김이수 후보자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법외 노조' 결정, 야간 시위를 금지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등에 대해 위헌 입장을 낸 바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 때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세월호 참사에 책임이 있다는 보충 의견을 내기도 했다.
국민의당 일부 의원들은 김이수 후보자가 '군대 내 동성애 처벌' 조항에 위헌 의견을 낸 점을 문제삼기도 했다. 이 때문에 지난 5월 이후 석 달이 지나도록 김이수 후보자에 대한 임명 동의안은 표결조차 못 되고 있었다.
국민의당 조배숙, 이용호, 이동섭, 장정숙, 최도자, 최명길 의원은 지난 6일 "요즘 국민의당 의원들은 '동성애 합법화'에 반대하는 국민으로부터 하루 수천 통의 '김이수 반대' 문자 폭탄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민주당에 '군대 내 동성애 처벌에 찬성하는지, 반대하는지'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김장겸 문화방송(MBC) 사장에 대한 구속 영장 발부에 반발해 지난 2일부터 국회를 보이콧한 자유한국당은 이날 스스로 보이콧을 풀면서 표결에 참석해 반대 표를 던졌다. 바른정당 의원들도 본회의에 참석해 주로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김이수 후보자가 전북 고창 출신이라는 점에서 이번 부결 사태로 호남이 핵심 기반인 국민의당에도 후폭풍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부결 사태 직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오후 대정부 질의에 참석하면 안 된다고 항의했다. 국회법상 대정부 질의에 참석하려면 지난 9일까지 참석 의원 명단과 질문지를 제출해야 한다는 규정을 어겼다는 이유에서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자유 발언을 통해 "자유한국당이 국회법 절차도 어기고 뭉개고 들어왔다"고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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