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카드를 내려놓은 분위기다. 야당의 반대에 막혀 청문 대상자 '전원 살리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김 후보자에 대한 운명을 국회에 오롯이 맡기겠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강행할 뜻을 강하게 시사하며 그 근거를 조목조목 짚었다.
그 중 첫 번째가 대통령에 보장된 장관 임면권, 즉 법적 권한이다. 문 대통령은 "장관 등 정부 인사는 대통령의 권한이므로 국회가 정해진 기간 안에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송부하지 않으면 대통령이 그대로 임명할 수 있게 되어 있다"고 했다.
변호사 출신인 문 대통령이 헌법과 법률적 근거를 제1 기준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이는 향후에도 적용될 대원칙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언급에 앞서 문 대통령은 "국무총리와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감사원장 등의 임명은 국회의 동의를 받도록 헌법에 규정되어 있다"면서 "대통령이 국회의 뜻을 반드시 존중해야 한다"고 했다.
김이수 헌재소장 후보자의 경우, 현재로선 국회의 동의를 얻기 어려운 상태다. 김 후보자가 국회 본회의 표결을 통과하려면 최소 150석이 필요하다. 민주당 120석에 정의당 6석을 합쳐도 24석이 부족해 국민의당(40석)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국민의당은 문 대통령이 강경화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강행할 경우, 김이수 후보자의 국회 인준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김이수 후보자는 본회의가 열리는 22일이나 27일께 정세균 국회의장이 직권상정할 가능성이 있다.
이 같은 현실적인 난관에 봉착한 데다 문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장 등의 임명에 "국회의 뜻을 반드시 존중해야 한다"고 못을 박은 만큼, 대통령에게 임면권이 귀속된 장관 후보자들과 김이수 후보자를 분리 대응하는 쪽으로 방침을 굳힌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미 앞서 여권 일각에선 헌재소장 권한대행 체제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는 후문이 나온 터다. 김 후보자는 국회 인준을 받지 못하더라도 본인이 사퇴하지 않으면 현재 맡고 있는 헌재소장 권한대행 신분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
무엇보다 김 후보자의 헌법재판관 임기가 15개월밖에 남지 않았고, 새 정부의 국정운영과 다소 동떨어진 자리라는 점에서 권한대행 체제가 문재인 정부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히지 않을 거란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바른정당 김영우 의원은 이날 불교방송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헌법을 수호하는 그 마지막 보류가 헌법재판소이고 그 수장이 헌법재판소장인데 권한대행 체제로 간다는 것은 국정 파행의 하나의 상징처럼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비판했다.
또한 일부 장관 후보자들에 비해 인사청문회에서 능력과 도덕성에서 큰 흠결이 발생하지 않은 김 후보자가 여야 갈등의 유탄을 맞는 결과라는 점에서도 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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