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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盧 모두 선거 연합으로 대권 승리…민주당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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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DJ·盧 모두 선거 연합으로 대권 승리…민주당은?"

[고성국의 정치in]<48>민주당 박선숙 의원

인사청문회는 인생의 축약판 같다. 청문을 받는 사람이야 두말할 것도 없지만 청문을 하는 사람의 사람됨도 고소란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뜨는 해가 있으면 지는 달도 있는 것이 인생인가. 8.8내각 청문으로 김태호 총리후보자가 뜨지도 못하고 지는 달 신세가 됐다면 민주당 청문 4인방은 지는 달을 밟고 선 뜨는 해가 됐다.

박병석, 박영선, 박선숙, 이용섭 의원. 절묘한 팀 플레이로 떠오르는 해가 될 뻔했던 김태호 총리후보자를 낙마시킨 4인방 중 한사람인 박선숙 의원을 만났다.

"청문회에서 '스타'가 됐다. 민주당 청문위원 4명, 박선숙, 박영선, 이용섭, 박병석 의원 네사람이 사전에 역할 분담을 했나?"
"했다. 모두 개성이 굉장히 강한 분들이다. 협력이 가능할까 하는 생각도 했다. 처음부터 협력이 된 것은 아니지만 조금씩 해서 (팀웍을 맞춰서) 완전히 한 팀이 된 상태에서 청문회장에 들어갔다. 어떤 사안에 대해서 한 분이 진전시켜놓은 것을 다른 분이 내용을 보완하는식으로 준비를 했다. 그래서 추궁을 계속 이어갔다. 발언 순서도 그렇게 짰다."
"네 분이 공동 작업을 했으면 목표도 처음부터 구체적으로 세웠나? 김태호 후보자를 낙마시키겠다는..."
"표현은 조금 다르다. 우리는 총리로서 적격하지 않다고 청문회 준비 과정에서 판단했다."
"김태호 후보자가 사퇴하고 나서 당에서 어떤 얘기들이 있었나? 민주당의 정치적인 승리, 쾌거, 이런 분위기가 있었던 것 같은데?"
"민주당에게는 굉장히 중요한 사건이 됐다. 민주당이 어떤 면에서는 7.28 재보선 이후에 위축된 면이 없지 않았는데, 여론과 함께 한다면, 그리고 우리의 방법이 제대로만 설정된다면 가능한 일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됐다. 사실 80여 석밖에 없는 야당은 항상 위축돼 있다.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으니까. 이번 총리 청문회 과정에서는 여론이 굉장히 무서웠다. 청와대도 여론의 동향을 주시하고 있었다고 느낀다. 그 중에서도 부산 경남 여론에 대해 특별히 관심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청문회 과정에서 저에게 걸려온 격려 전화의 상당 부분이 부산 경남 지역 분들이더라. 놀랐다."

▲ 민주당 박선숙 의원 ⓒ프레시안(박세열)

"이번 사태로 한나라당이나 이명박 대통령이 많이 느꼈을 것 같다. 여권에게 전화위복이 될까?"
"그럴 수 있다. 공정이라는 화두를 친서민 중도 실용에 새로 추가한 시점에서 청문회가 진행됐다. 어느 때보다 공정에 대한 욕구가 강하게 터져 나왔다. 이전 MB정부는 계속 이중 잣대였다. 이 정부의 근본적인 문제 중에 하나인데, 문제 있는 인사들을 두고도 '실력만 있으면 됐지 무슨 상관이냐'고 했다. 김태호 후보자가 사퇴했을 때도 대통령은 '능력이 있는데 안타깝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은 여론의 반감이 정말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을 인지하게 됐지 않았나. 저도 전화위복이 됐으면 한다. 야당이라고 정부가 넘어지길 바라고, 정부가 망하길 바라지는 않는다. 피해가 국민에게 돌아오기 때문이다. 정부 여당의 잘못이 결코 우리에게 이익이 아니다. 남이 잘못해서 우리가 이득을 볼 수는 없다. 우리가 잘해야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다."
"반사 이익으로 정권을 되찾아올 수는 없다?"
"그렇다. 말을 너무 어렵게 했나? 죄송하다.(웃음)"
"청문회 끝나고 나서 후원자나 팬들이 생겼나?"
"홈페이지가 이틀 연속 다운됐다."
"어떤 얘기들이 많았나?"
"대부분이 칭찬이었지만 너무 세게 하는 것 아니냐. 너무 독하게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들도 있었다. 전체적으로는 '속이 시원하다'는 것이었다. 그래도 민주당에 여러 사람의 희망이 달려있구나 생각했다. 감사했다. 개인에 대한 칭찬이 아니고 팀에 대한 칭찬이라 기분이 좋았다. 국민들에게도 '팀'으로 보였나 보더라. 어떤 분은 저에게 '박영선 의원, 이용섭 의원, 박병석 의원에게 안부를 전해달라'고 하더라."

"청문회를 하면서 저격수라는 별명이 붙었다. 어떤 느낌인가?"
"별로 안 어울리는 별명이라고 생각한다."
"저도 그렇게 생각한다. (웃음)"
"저는 필요하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남들이 그렇게 말하기도 하고, 독한 구석이 있다."
"그런가?"
"그러니까 (김대중 정부 시절) 청와대 5년을 버텼다. 필요하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독한 것 아닌가. 그러나 저격은 안한다. 면전에서 정면으로 결투를 할 지언정...(웃음)"
"독한 성격은 민청련 운동할 때부터 생겼나?"
"저희 어머니가 굉장히 독한 분이다. 제가 70년대 말에 대학에 들어가 민주화운동을 하면서 조사를 받은 적이 여러 번 있는데, 어머니가 한번은 속이 상해서 우시더라. '감당하지 못하고 책임지지 못할 일은 하지 마라. 나는 그렇게 안 살았다'고 하시더라. 그때는 어머니가 얼마나 야속했는지 모른다."
"어머니로부터 그런 말씀을 들었을 때 박 의원 나이가 몇 이었나?"
"21살이었다."
"그 후로 안 울었나?"
"남들 보는 앞에서는 안 울었다. 화장실에서는 몇 번 울었지만."
"민청련(민주화운동청년연합, 김근태 민주당 상임고문이 의장을 지냈던 조직) 여성 국장 출신이다."
"그렇다."
"김근태 상임고문한테서는 뭘 배웠나?"
"김근태로 대표되는 정신이 있다. 민청련이 곧 김근태였다. 당시 학생 운동은 규율과 강제가 있고, 위계가 강했다. 권위적이기까지 한 요소가 많았다. 그런데 김근태 선배를 민청련에서 만났는데 김근태가 이끄는 민청련에는 위계가 없었다. 위계가 없는 운동, 학번 간 서열이 없는 토론 문화가 있었다. "
"김근태는 민청학련 세대다. 지금은 486 세대들이 당 지도부에 들어가려고 있다. 무섭게 치고 올라왔다. 박 의원과 같은 긴급조치세대는 낀 세대라는 소리도 많이 듣고 있다. 초선이지만 후배들의 눈부신 성장을 보고 있는데 어떻게 보나?"
"장강의 뒷물이 앞물을 치는 것, 청출어람(靑出於藍), 좋은 것이다. 내가 벌써 '청(靑)'이구나, 앞물이구나 하는 생각을 가끔 한다. 486 후배들에게는 연령에 따른 세대교체를 얘기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공개적으로 얘기했다. 그것을 구호처럼 얘기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했다. 내용으로 얘기해야 하는 것이다. 나이가 적다고 다 정신이 젊지는 않다."

▲ "김대중 전 대통령은 '바로 답이 나오지 않아도 답을 찾으려고 노력하면 답으로 간다. 국민과 관련된 모든 문제에 답을 찾으려는 게 정치인이다'고 하셨다. 그때 크게 깨달았다."ⓒ프레시안(박세열)

"정치인은 국민과 관련된 모든 일에 대해 답을 갖고 있어야 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을 가까이서 모신 건 몇 년 간인가?"
"부대변인, 대변인을 한 기간은 8년이다. 2003년 한해 동안은 청와대 그만 두고 집에만 있었다. 아이 학교 데려다 주는 것 말고는 일을 안했다."
"김 전 대통령으로부터는 어떤 가르침을 받았나?"
"첫째는 공부하는 것이다. 둘째 것도 가르쳐주셨는데 충분히 배우지는 못한 것 같다. 용서하는 것이다."
"김 전 대통령은 진짜 공부를 열심히 하셨나?"
"네, 아유, 그거야...공부의 바탕에 정성이 있었다. 그렇게 평생을 사셨다. 김 전 대통령은 평소에 이런 말씀을 자주 하셨다. '정치인은 국민과 관련된 모든 일에 대해서 답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 얘기를 처음 들은 게 97년이다. 너무 터무니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웃음) 그래서 '그게 어떻게 가능합니까, 모든 것이라는 말은 성립 불가능합니다.'라고 말씀 드렸다. 그런데 김 전 대통령은 '바로 답이 나오지 않아도 답을 찾으려고 노력하면 답으로 간다. 국민과 관련된 모든 문제에 답을 찾으려는 게 정치인이다. 정치인은 그런 데 관심을 갖고 공부를 해야 한다'고 하셨다. 그때 크게 깨달았다. 그 후로 김 전 대통령이 말씀 하신 것을 실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용서는 아직 못 배웠나?"
"잘 안되더라."
"김 전 대통령은 다 용서하고 가셨을까?"
"그렇게 노력하셨을 것이다. 우리 민주당이 정권을 내 놓고 2년 반이 지나는 동안에 국민들이 험한 꼴을 많이 당했다. 그것을 보면서 우리가 잘못해서 정권을 내 줘서 국민들이 험한 꼴을 많이 당했다는 생각을 한다. 때로는 이래도 용서해야 하느냐 이런 생각도 든다. 여쭤보고 싶다. 이런 것은 용서할 일이 아니지 않냐고 여쭤보고 싶은데 이제는 안 계신다."

"정권 한번 내주고 5년만에 다시 찾기 쉽지 않다"

박선숙의원은 담백하다. 암수를 쓰지 않고 뒤끝이 없다.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분명히 가리려 한다. 그런 그가 당대변인 청와대대변인을 거쳐 당 전략본부장을 지냈다는 사실이 놀랍다. 전략과 홍보가 사술과 기만과 동일시 되기도 하는 어지러운 정치판, 혼탁한 선거판을 헤쳐 나오면서도 담백함을 잃지 않은 비결은 무엇일까. '욕심없음'이었을까?

"2012 대선을 어떻게 전망하나?"
"정권을 한번 내주고 5년 만에 다시 되찾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가 너무 못해서 우리에게 기회가 조금 열리고 있다. 진짜 기회는 아니다. 우리가 10년 정권을 참혹하게 뺐긴 세력 아닌가. 한번 떠난 국민의 마음이 조금 풀리고는 있지만 국민이 '너희가 다시 정권을 맡아 살림을 해보라'고 하는 데까지 가려면 우리가 훨씬 구체적이고 믿을 수 있는 향후 5년의 청사진을 내놓아야 한다."
▲ "정권을 한번 내주고 5년 만에 다시 되찾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가 너무 못해서 우리에게 기회가 조금 열리고 있다. 그러나 진짜 기회는 아니다. 우리가 10년 정권을 참혹하게 뺐긴 세력 아닌가."ⓒ프레시안(박세열)
"청사진하니까 뉴민주당 플랜이 떠오르는데, 뉴민주당플랜을 가지고 당에서 토론을 했나?"
"형식적으로는 했지만 내용적으로는 부족하다. 당의 정책적 기조로는 유효한데, 세부적으로는 더 다듬어져야할 것이다."
"뉴민주당플랜의 내용이 무엇인가?"
"사실 그동안 당내에서는 민주정부 10년 평가를 위해 오랜 토론을 거쳤다. 토론 결과 진보 노선을 강화하면서 중도를 포괄하고 민생 정책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이뤘다. 그런데 뉴민주당플랜은 작년 5월에 내 놓았지만, 명료하게 정리하지 못했다. 노선에 관해서 양쪽에서 공격을 받으면서 정책 중심으로 정리가 됐다. 구체적인 민생 정책의 내용에 관한 것이다."
"구체적 정책이라 했지만, 뉴민주당플랜의 구체적인 정책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 어찌됐든 뉴민주당플랜에는 중간층을 획득하기 위한 정책적 고려가 있는 것 아닌가?"
"보는 분에 따라서는 뉴민주당플랜을 진보를 강화하는 쪽으로 해석하는 분도 있다. 저는 뉴민주당플랜이 두 가지 측면을 다 내포하고 있다고 본다. 두 가치가 배타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만약 그렇다면 상당히 높은 수준의 대선 전략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진보성을 강화하면서 중간층을 획득하겠다는 것 아닌가?"
"그렇다."
"그와 관련해 새 지도부가 해야 할 과제가 있을 것 같은데?"
"이미 2년 동안 하고 있는데, 이를테면 나는 토론하면서 이런 얘기를 한다. '방향은 옳았는데 실행이 잘못됐다.' 이런 얘기는 더 이상 하지 말자고 한다. SSM 문제는 우리가 지난 2년 동안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지만 사실 우리가 정권을 맡고 있을 때는 못한 것이었다."
"한나라당이 바로 그렇게 반론을 펴더라.'10년동안 뭐하다 이제와서 우리한테 이러냐'고."
"그래서 우리가 정권 잡고 있을 때 못한 게 정말 땅을 치고 후회할 일이라고 얘기한다. 그러나 사실 정치적 민주주의의 과제와 남북관계, 사회 복지, 경제 위기 극복 같은 당면한 과제에 급급했던 것이 지난 10년의 정부였다. 50년 만에 정부를 맡아서 지난 10년간 그렇게 운영하기가 벅찼다. 그래서 다음에 정권을 맡으면 지난 10년 간 한 것 보다 더 잘하겠다고 하고 있는 것이다. 교육 문제와 경제적인 불평등, 양극화 문제에 대해 답을 내지 못하면 '이 정부나 저 정부나 이 세력이나 저 세력이나 정권을 맡아봐야 무슨 차이냐'는 국민의 의문에 답을 못하게 될 것이다."


"무상급식은 첫 단추, 큰 틀에서 보편적 복지로 간다"

"2년 후 대선의 시대정신이랄까, 국민적 요구는 무엇으로 압축될까?"
"이명박 정부가 공정을 들고 나온 것은 위기돌파용이기도 하지만 자신들이 가장 취약한 부분에 대한 공세적 수비라고 할 수 있다. 무엇이 진짜 공정한 것인가에 대한 경쟁을 할 수 밖에 없다. 문제는 이 정부도 친서민 기조를 구현하려면 법 제도와 정책, 예산으로 뒷받침해야 하는데 그것을 못했다. 작년, 친서민 중도 실용을 내걸고 국정 지지도가 올라갔다가 다시 추락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공정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양극화의 고착이 문제다. 이를 해소할 수 있는 답이 있어야 한다.
"지금 말 한것과 연결되는데, 민주당은 아직 김대중의 대중경제론, 통일에 있어서 3단계 통일방안을 넘어서지 못하는 것 같다."
"그렇다."
"벌써 30~40년 전에 다듬어진 구상인데, 그것은 김대중 정권의 출범과 김 전 대통령의 서거로 한 단락이 지어진 것 아닐까? 국민들은 그 이후를 기다리고 있는데 뭔가 내놓지 못하면 정권 잡기도 쉽지 않고 잡아도 국정운영에 큰 기대를 할 수 없지 않을까?"
"아프지만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대중경제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 발전이 2010년대에 어떻게 다시 쓰여져야 하나. 그 각론은 무엇인가에 대한 토론으로 가야 한다. 어떤 프레임, 큰 틀을 (새로) 만들어내는 게 가능하냐는 것 보다 여전히 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중요한 화두다. 경제에 있어서 시장 경제의 룰을 제대로 확립하고 경제 양극화가 고착되지 않는 사회를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가하는 문제가 구체적으로 얘기돼야 한다."
"그런 면에서 진짜 패러다임 경쟁을 해야 하지 않나? 뉴민주당플랜도 그렇고, 민주당 정강 정책 토론회에서도 느낀 것인데, 민주당은 패러다임을 감추고 있다. 전면화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각론에 치중이 돼 있다? 맞는 말씀이다. 분발하겠다. 6.2지방선거에서 무상급식 화두가 나왔는데, '보편적 복지의 첫 단추를 꿰 보자'고 국민에게 제안을 드린 것이라고 본다. 대선에서도 '우리는 보편적 복지를 큰 방향으로써 계속 밀고 갈 것이다' 이렇게 하는 게 맞다."

▲ "일단 우리 사회에서 진보가 정권을 맡는 것은 단독으로는 당분간 불가능하다고 본다. 당분간이다. 진보연합만으로도 어렵다. 진보 연합을 확장해야 가능하다." ⓒ프레시안(박세열)

"DJ·盧 모두 선거 연합으로 대권 승리"

2012년 대선은 중간층을 둘러싼 치열한 백병전으로 전개될 것이다. 한나라당이 6.2선거에서 크게 깨달은 것이 바로 그 대목이다. 한나라당은 6.2선거에서 보수 세력 결집을 염두에 두고 '갈라치기' 전략을 썼다. 그러나 역풍만 맞았을 뿐이다. 친서민, 공정 사회 등의 '브랜드' 강화는 여권의 이같은 절박함에서 나온 전략이다. 그런 의미에서 진정성이 있어 보인다. 문제는 그런 절박함이 민주당한테서는 잘 안 보인다는 것이다.

박 의원은 "아이고, 참 어쩌나"하며 겸연쩍은 웃음을 지었다. 그런 '절박함의 부재는 몇 차례의 선거를 지켜보면서 계속 느꼈던 문제다. 이런 모습은 무기력함과 계속된 패배로 인한 만성적 패배주의의 표현인지도 모른다. 그런 점에서 6.2선거의 승리는 민주당에게는 참으로 중요한 사건이었다. 승리를 있게 한 야권 정치연합의 의미 또한 그러했다. 연합 정치 문제로 화두를 돌렸다.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가 이런 말을 하더라. '7.28 재보선 당시 광주에서 색깔론과 '한나라당 2중대론'으로 공격을 받아 마음이 상했는데, 그 마음을 정리할 새도 없이 은평에 가서 장상 후보와 민주노동당 후보의 단일화 조인식에 참석하고, 장상 후보의 유세를 다녔다'는 것이다. 민주노동당은 연합정치에 대해 진정성을 갖고 있지만 민주당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는 원망과, 아쉬움이 느껴졌다."
"우리가 사과를 시켰다. 그것은 (광주에서 오병윤 민주노동당 후보에 제기한 색깔론) 우리가 백번 잘못한 것이다."
"7.28선거때도 나는 상대가 민노당이건 진보신당이건 국민참여당이건 민주당이 야권 연대를 하려면 연대 상대에게 모욕을 주면 안 된다고 얘기했다."
"우리가 두 번 정권을 잡았는데 두 번 다 정치 연합의 승리였다. 그 연합이 정치 노선의 연합, 가치 연합이었는지의 논의는 차치하자. 일단 우리 사회에서 진보가 정권을 맡는 것은 단독으로는 당분간 불가능하다고 본다. 당분간이다. 진보연합만으로도 어렵다. 진보 연합을 확장해야 가능하다. DJP 연합이 이뤄졌던 것은, '연합 정치' 조항을 당의 강령에 넣지는 않았지만 그에 준하는 선택이었다. 실제 대통령 선거 후 정부 운영에 대해 방향과 방식을 세부적으로 합의했다. 연합정부였다. 2002년 대선에서도 후보자 연합이 막판에 깨지긴 했지만 어느 정도 유효하게 작동했다. 그 저변에 선거 연합의 정신이 있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정권을 한번 내주고 5년 만에 바로 다시 찾아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진보 좌파 세력을 끊임없이 소수파로 몰아가는 보수파들의 전략이 공격과 모욕과 조롱을 통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 세력이) 정권을 다시 찾아오기 위해서는 탄탄한 연합을 구축해야 한다. 총선을 제대로 치르는 게 먼저다. 총선에서 연합의 정신이 어느 정도까지는 표현 돼야 대선까지 갈 수 있을 것이다."

▲ "이번 전대 출마하는 사람들이 (연합 정치와 관련해) 아주 구체적인 약속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목표는 2012년 대선이다. 그것을 목표로 총선에서 연합을 반드시 해야 하고, 그것을 위해 수도권과 호남에서 희생과 헌신을 해야 한다. " ⓒ프레시안(박세열)

"지방선거는 연합의 실패…'희생'을 공약으로 내걸어야 한다"

"이같은 문제의식에서 보면 6.2선거에서 서울과 경기도의 단일화에 민주당이 매우 소극적이었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5+4(야 5당 +시민사회 4 단체)'에서 시작했던 정치 연합의 정신이 결과적으로 후보 간의 왜소한 단일화 협상이 됐다. 아무래도 연합의 실패라고 평가할 수밖에 없겠는데..?"
"인정한다."
"7.28 재보선 때 정세균 전 대표가 '이번에 양보하면 다음에 잘 해주겠다. 경쟁력 방식으로 하자'는 취지로 말을 했다."
"정 전 대표의 발언은 잘 모르겠다. (확실한 것은) 저는 이번 전대 출마하는 사람들이 (연합 정치와 관련해) 아주 구체적인 약속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목표는 2012년 대선이다. 그것을 목표로 총선에서 연합을 반드시 해야 하고, 그것을 위해 수도권과 호남에서 희생과 헌신을 해야 한다. '이 정도는 우리가 희생하겠다'는 것을 공약으로 내 놓아야 한다. 사실 이걸 공약으로 내놓으면 수도권과 호남의 지지 기반을 불안하게 만들어 전당대회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 그래서 모든 후보의 약속을 공통적으로 받아야 한다."
"집단적으로 후보들이 약속을 해서 부담을 나누어 지자는 얘긴데 후보들이 약속을 할 가능성은 있나?"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개 토론회 과정에서 개별적으로 답변을 한번 받아보던가. 우리가 지방자치단체장을 양보하는데 대해서도 누구의 동의도 못 받았지 않았나. "
"지금 박선숙 의원 제안은 시민 사회 단체들이 관심을 가질 것 같은데?"
"당 안에서는 싫어하겠죠."
"이 문제는 공론화시킬 필요가 있을 것 같다."
"(<프레시안>이) 후보들을 불러서 한 명씩 약속을 좀 받아내라. 추상적 약속은 구체적인 실천과정에 있서 또 벽에 부딪힐 수 있지만 정신의 문제이지 않나."
"제가 다음주 <OBS>주최 경선후보 토론회 사회를 보는데, 이 문제를 공통질문으로 제기할 수 있겠는지 방송사측과 의논해 보겠다."
"꼭 의논해 달라. (정치 연합을 위해 희생하는 것은) 굉장히 아픈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좀 더 넓혀서 가자. '어느 당이 뭘 가져가고' 이런 차원에서 생각하지 말고 좀 더 넓혀서 생각하자. 왜 그래야 하느냐고? 2012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되기 위해서도 그렇지만, 우리는 2007년 대선, 2008년 총선에서 자칫 잘못하면 나라가 이렇게 거꾸로 되돌려질 수도 있다는 것을 몸서리치게 겪었다. 정치세력은 정권을 내 준 죄라도 있지만, 국민은 무슨 죄가 있느냐."

"'박근혜 대세론'? 보수가 왜 이명박을 선택했을까 생각해 보라"

최근들어 '복지'가 화두다. 박근혜 전 대표는 "아버지의 꿈은 복지국가였다"고 했다. 박근혜 전 대표는 지난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사회복지법 전면 재개정을 시도했다가 못했다. 국가 재정 문제 때문이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이번에 박 전 대표가 기획재정위원회로 상임위를 옮긴 것도 '복지를 제대로 해 보자'는 것으로 읽힌다. 야권에서는 정동영 의원이 제일 앞서나간다. 정의원은 '부유세'를 선제적으로 제기했다. 박선숙 의원은 선관위원이라 "정동영 의원 등 특정 인사에 대해 언급하기 좀 그렇다"고 했다. 그래서 토론범위를 '박근혜'로 좁혀 잡았다. 박근혜 전 대표의 시도에 대해 박의원은 심각하고 진지하게 접근했다.

"시대의 요구를 반영하려는 노력으로 본다. 우리의 경쟁 상대가 제대로 무장을 하고 나오는구나 생각한다. 저도 관찰 중이다. 박근혜 전 대표는 그동안 왜 2007년에 자기에게 온 기회를 놓쳤나 하는 뼈아픈 반성을 했을 것이다. 그것이 좀 더 중도로 좀 더 국민 다수에게 봉사하는 방향으로 자신의 정치적 성격을 정리하게 하는 요소가 됐을 것이다."
"박근혜 전 대표는 왜 2007년에 이명박 후보를 이기지 못했을까?"
"2007년의 박근혜 전 대표는 상대적으로 그렇게(중도적으로) 비치지 않았다. 2007년 대선은 워낙 왜곡된 형태로 치러졌고, 이미 유권자들의 선택이 끝난 상태에서 치러진 선거였다. 한나라당의 승리가 뻔히 보이는 그 상황에서도 박근혜 후보가 아니라 이명박 후보를 선택한 이유, 즉 보수가 이명박 후보를 선택한 이유는 좀 더 안전한 승리를 원했기 때문이다. 국민들이 보기에는 이명박 후보가 박근혜 후보에 비해 좀 더 중간에 있는 후보였다."
"박근혜 전 대표가 한참 앞서가고 있는데 야당은 어떻게 해야 하나. '인물 부재' 얘기까지 나오는데?"
"냉정하게 보면 한나라당에도 주자가 없다. 박근혜 후보는 2007년 가장 유리한 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선택되지 못한 분이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것은, 박근혜 전 대표가 가진 30%의 한계 때문이다. 그래서 한나라당 스스로도 박근혜 아닌 다른 카드를 모색할 수밖에 없었던 것 아닌가. 지금 박 전 대표는 바로 그 30%를 넘어서기 위해 자신을 중도로 옮기고 있다. 그것은 저쪽 집안 사정이니 여기까지만 얘기하겠다. 아무튼 우리와 한나라당 모두 출발선에 서있기는 마찬가지다. 저 쪽에 박근혜가 있다면 우리는 한명숙이 있다. 한 전 총리는 그 정도로 체급을 올렸다. 서울 선거에서 40%를 받았다는 것은 어찌됐든 대단한 일이다. 그리고 저족에 김문수가 있으면 우리도 손학규가 있고, 정동영, 정세균, 유시민이 있다."
"한명숙 전 총리는 너무 무기력했지 않나?"
▲ "제가 보기에 빅3도 다 경계선에 서 있다. 모두들 '내가 꼭 해야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하고 있다. 혼자서는 못 간다는 것을 다 알고 있다."ⓒ프레시안(박세열)
"제가 선대본부에 있었다. 재판에서 탈진한 상태에서 선거에 나서서 아주 어렵게 치렀다. 그런데 후보가 그 과정에서 단련되더라. 바닥에 내려선 순간부터,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후보자가 되더라. 그 전에는 실려서(따라서) 갔다. '한명숙캠프'는 한명숙이 (꾸린) 캠프가 아니었다. 본인의 정치를 끌고 가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선거 15일 전부터는 본인이 끌고 가더라."
"한명숙의 지지도가 계속 높게 나오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그렇다."
"무기력하게 무너진 이미지를 극복할 수 있을까?"
"그것은 식자층의 생각이다. 국민들은 기대가 있다. 서울시장에서는 2%가 모자랐지만 가능성은 있다."
"하긴 노무현 전 대통령도 1%에서 시작했다."
"그런 열악한 상황에서도 이만큼 했다는 게 어디냐. 단점보다는 장점을 시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김두관, 송영길, 안희정, 이광재 등 차세대 주자들의 역할도 있을 것이다."
"박 의원의 전망에서 보면 이번에 구성될 당 지도부는 내가 대통령이 되겠다고 할게 아니라 대통령을 만들겠다고 해야 하지 않나?"
"제가 보기에 빅3도 다 경계선에 서 있다. 모두들 '내가 꼭 해야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하고 있다. 혼자서는 못 간다는 것을 다 알고 있다."

"보수의 '지역연합'에 대항해 '가치연합+'반지역주의연합'이 나와야"

지금 민주당은 중앙당전당대회만 아니라 16개 시도당대회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곳곳에서 이변이 연출되고 있다. 세대교체 열망도 강하고 새인물에 대한 기대도 높다. 예비경선 결과도 그걸 말해주고 있다. 다만, 영남권의 취약함은 어쩔 수 없어 보인다.

"이번 전당대회 예비경선에서 영남에서는 조경태 의원 한명이 나왔다가 탈락했다."
"그 분도 아깝다. 어려운 지역에서 재선 한 분인데."
"민주당에 영남 전략이 있나? 그냥 포기하나?"
"사실 이런 류의 지역 분할 정치라는 게 71년 대선까지는 없던 것이다. 71년 대선에서 시작됐다. 당시 박정희 후보가 정치적으로 지역간 대결 구도를 만들어낸 것이다. 그것이 더 증폭된 것이 3당 합당이다. 3당 합당 이후 영남 민주화 세력이 무너졌다. 그것이 97년 대선 때 어느 정도 복원 조짐을 보였고 2002년 대선 때 조금 더 복원됐다."
"지금은 어떻게 보나? 2007년 이후에는?"
"어떤 선거냐에 따라 다르다. 이번에 무소속 김두관 지사가 경상남도에서 당선됐다. 양산에는 민주당 송인배 후보와 박희태의장이 접전을 벌였다. 김정길 민주당 부산시장 후보도 높은 지지를 받았다. 김태호 전 지사를 총리 후보자로 내정한 것도 성난 PK 민심을 고려한 것이었다고 본다."
"지방선거 결과로 영남을 돌파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 한 것 같다. 그러나 문제는 그런 잠재적 가능성이 아니라 실재적 돌파 전략이 있느냐는 것이다. 2012년 민주당의 대영남 전략이 있나?"
"역대 선거에서 보수 세력이 지역 선거를 치르려고 했다면 우리는 탈 지역 선거를 치르려고 했다. 집권 청사진을 가지고 선거를 치르는 게 유일한 방법이라고 본다. 그것이 탈 지역 선거의 큰 방향이다. 보수의 '지역 연합'에 대항하는 '가치 연합' + '반 지역주의연합'이 만들어져야 한다.

박선숙의원과의 인터뷰는 두 번에 걸쳐 이루어졌다. 1시간의 인터뷰로 민주당의 대선전략을 온전하게 담아내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두 번째 인터뷰까지 흔쾌하게 응해준 박의원은 시종 진지하고 담백했다. 가을 소국이 잘 어울릴 것 같은 느낌을 전하는 것으로 감사의 마음을 대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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