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문화계블랙리스트 사태에 광범위하게 개입한 것으로 알려진 국가정보원이, 지난 이명박 정권 때부터 민간인 사찰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문화계블랙리스트가 이명박 정권 시절부터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SBS>는 블랙리스트 사건을 조사하던 박영수 특검이 지난 1월 국정원 요원으로부터 이같은 진술을 받아냈다고 지난 5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문체부를 담당했던 국정원 요원 A 씨는 문체부로부터 일반 문화예술인에 대한 신원 검증을 요청받았으며, 담당 부서로부터 회신을 받아 다시 문체부로 전달하는 업무를 맡았다고 털어놨다. 공직 후보자나 공공기관장이 아닌 일반 민간인들까지 국정원에서 사찰한 사실을 시인한 것이다.
국정원이 블랙리스트 작성 및 실행에 개입한 사실은 재판을 통해 알려졌다. 국정원은 '문화예술계가 좌편향 돼 있다'는 취지의 정보보고 문건을 다수 작성해 청와대·문화체육관광부와 공유했다. 국정원이 생성한 문건은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모철민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 순으로 넘겨지며 '좌파 문화계 인사' 등에 대한 대응 방안 수립의 근거가 됐다.
이같은 민간인 예술인에 대한 사찰은 이명박 정권 때부터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A 씨는 신원 조회 업무를 2011년부터 했으며, 2014년 하반기부터 그 빈도가 늘었다고 진술했다. 2011년은 이명박 정권 시절이다.
박근혜 정권 뿐만 아니라 이명박 정권에서도 국정원이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고 사찰까지 했다는 주장은 일찍이 제기된 바 있다. 박근혜 퇴진과 시민정부 구성을 위한 예술행동위원회(예술행동위)는 지난 2008년 청와대 기획관리비서관실이 작성한 '문화권력 균형화 전략' 문건 등을 근거로 의혹을 제기했었다. 국정원 직원의 진술로, 이같은 의혹이 사실로 확인된 셈이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는 6일 논평을 내고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과정에 국정원이 개입한 것 자체도 국정원의 직무범위를 이탈한 것으로 철저히 조사되어야 할 사안인데, 문화예술인 등 민간인에 대한 신원조회 또는 검증 업무까지 한 것은 더욱 큰 문제"라며 국정원 적폐청산 TF에서 진상규명할 것을 촉구했다.
단체는 "직권남용 또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가 있는지에 대해 검찰이 꼼꼼히 살핀 후 그에 해당한다면 형사처벌로도 이어져야 한다"며 "나아가 이 사건을 계기로 국정원의 국내정보수집 권한을 더욱 엄격히 금지시키도록 국정원법이 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은 박근혜 정부에 들어서기 전인 이명박 정부 때부터 시작된만큼, 지난 8월 8일 참여연대 등은 박근혜 정부 이전 시기까지 거슬러 올라가서 조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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