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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제재가 북한의 폭주를 멈출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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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제재가 북한의 폭주를 멈출 수 있다고?

[민미연 포럼] 북미대결과 문재인 정부의 처지

1.
9월 3일 북한은 제 6차 핵실험을 단행했다. 북에서는 수소폭탄 실험에 성공했다고 주장하는데 미국이나 중국이 250킬로톤 정도의 폭발력으로 추정하는 것을 볼 때 그 주장이 사실로 보인다. 이로 인해 북은 이제 강력한 수소폭탄과 ICBM을 함께 보유한 실질적인 핵국가로서 그 전략적 지위는 국제적으로 크게 올라갔다. 아무나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2017년 들어 북의 미사일 발사가 이어지며 이에 대한 미국의 대응도 점점 강경해져 왔다. 미국은 대화를 말하면서도 계속 군사적 압력도 가중시켜 수시로 한반도 부근에 항공모함과 초음속 전략폭격기를 전개하여 북을 압박했다. 그리고 그것이 결국 7월에 두 차례에 걸친 북의 대륙간탄도탄(ICBM) 화성-14호 발사를 가져왔다. 당시 일부 전문가들은 특히 두 번째 발사의 경우 정상 각도로 쏘면 미국 본토 대부분 지역에 도달 가능하다고 평가한 바 있다.

그러자 미국 대통령 트럼프는 "화염과 분노"와 같은 극단적인 언사로 마치 당장 군사행동을 할 것 같은 제스처를 취했고, 또 유엔의 포괄적 제재안을 통해 '세컨더리 보이콧' 등 대북 경제제재 강화를 천명했다. 그리고 이에 대해 북이 미국의 서태평양 군사 근거지인 괌에 대한 중거리탄도탄 화성-12호 포위사격을 위협하며 북미 사이의 대결이 거의 절정으로 치달았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괌 포격 위협에 두려움을 느낀 미국은 을지프리덤가디언 훈련의 규모를 축소하고 전략무기들의 동원을 자제함으로써 한 발 물러섰다. 그래서 소강상태를 보이는 듯 했으나, 지난 8월 29일에 북이 UFG 훈련에 대한 대응이라며 화성-12호 미사일을 일본의 홋카이도 상공을 넘어 서태평양 상으로 발사함으로써 위기는 되살아났다.

북은 일본 상공을 통과한 이 미사일의 비행거리를 2700킬로미터라로 발표했는데, 이는 마음만 먹으면 괌 포위사격이 언제든지 가능하다는 사실을 과시한 것이다. 일본은 그 동안 북의 미사일이 날아오면 요격하겠다고 계속 선언했으나, 이번에 실제로는 요격을 시도하지도 않았다. 지금 미국이나 일본이 가지고 있는 요격체제로는 요격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이렇게 되자 지금까지 북의 핵무기나 ICBM 능력을 가능하면 깎아내리던 미국 정부도 태도를 바꾸고 있다. 아직 공식적인 태도는 아니나 미국 정보기관들은 북의 ICBM이 미국 본토 전체 타격이 가능하고, 북이 핵무기의 소형화·경량화에 성공했고, 현재 핵탄두 60개 정도를 가지고 있으며 대기권 재돌입체도 완성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것은 북이 핵과 ICBM 무장에 성공했음을 미국이 인정한다는 뜻이다. 거기에 이번 수소폭탄 시험이 못을 박은 셈이다.

이런 재평가는 미국이 이제 북핵 문제를 다룸에 있어 희망사항이 아니라, 현실적 지반 위에 서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이 미국 본토 공격능력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섣불리 북한을 건드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말과 같이 함부로 선제공격을 선택할 수 없다. 궁여지책으로 경제제재라는 방법을 선택했으나 이것도 쉽지 않다. 우선 경제제재가 효과를 보려면 최소 6개월에서 1년 이상은 걸릴 것이다. 또 규제에도 구멍이 있다. 러시아는 거기에서 빠져 계속 북과 경제협력을 하고 있고 중국도 원유수출금지 같은 과도한 규제에는 소극적이다. 북한 붕괴를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또 북한이 경제제재를 고분고분 받아들일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북에게는 단기간 내에 북미대결을 끝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래야 제재에 의한 경제난이나 국가 붕괴사태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만약 미국이 계속 협상 쪽으로 태도를 바꾸지 않으면 괌은 물론이고 하와이를 넘어 미국 본토 부근까지 ICBM을 날릴 수도 있다. 그 심리적 압박을 미국인이나 일본인들이 과연 견디어 낼 수 있을까? 아마 견디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조만간 '북미평화협정'을 협상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본다.

2.
미국의 트럼프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북핵을 국정의 가장 중요한 문제로 다루기 시작했다. 오바마 정부에서 취했던 '전략적 인내' 정책이 실패로 판명되고 북핵문제가 심각해졌기 때문이다. 비핵화는 그 동안 미국이 계속 주장해 온 요구이다. 비핵화를 해야 북과 대화를 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과 올해 5월에 쿠알라룸푸르와 오슬로에서 열린 비공식 접촉도 그 의견 차이로 결렬된 바 있다. 그것은 만약 북한이 핵과 ICBM능력을 가진 채 북미평화협정을 체결한다면 미국으로서는 심각한 국제정치적 위신의 실추를 감수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앞으로 수많은 제3세계 나라들이 핵무장을 하려고 기회를 노리게 될 것이다.

그뿐 아니라 이번 북미대결이 미국에게도 사활적인 것이 만약 이것이 패배로 끝난다면, 미국의 세계 패권이 급격히 약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북미평화협정을 체결하려면 주한미군 철수가 필연적으로 그 조건에 포함될 텐데, 그것은 일본인과 한국인들에게 엄청난 불안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 결국 핵우산 약속이 빈말이라는 것을 깨달은 일본과 한국은 독자적인 핵무장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매우 크고, 그렇게 되면 미국은 동아시아 패권을 유지할 수 없게 된다. 결국 미국 세계 패권의 상당부분이 허물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어떻게 해서든지 북한을 굴복시켜 비핵화를 하려 하나, 현재로서 그것은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 되었다. 북의 ICBM 발사 이후 미국의 전 정보국(DNI) 국장인 제임스 클래퍼 같은 핵심 인사들이나 또 뉴욕타임스 같은 유력 언론에서 비핵화 대신 핵동결을 이야기하는 것은 그런 분위기를 반영하는 것이다. 또 미국의 일부 인사들은 북미대결에서 ‘북한이 이겼다’는 말을 공공연히 하고 있을 정도다.

그러면 트럼프 정부는 결국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가. 사실 트럼프는 말을 험악하게 하고 수소폭탄 실험 이후 군사적 옵션을 강조하지만, 북미평화협정을 받아들일 여지가 있어 보인다. 지난 대선 기간에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 허용에 대해 언급한 바 있고 김정은과 햄버거를 먹으며 대화할 수 있다고 말한 적도 있다. 이번에 백악관의 수석전략가인 스티브 배넌이 '군사적 해법은 없다'며 핵 동결을 조건으로 한 북미평화협정과 주한미군 철수를 언급했다가 해임되었는데, 그것은 트럼프가 보수세력의 반발을 의식했기 때문일 것이다. 배넌의 태도를 보면, 트럼프 진영에게 북핵은 절대절명의 문제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트럼프 정부가 지금은 매우 강경한 태도를 보이나 여론의 흐름이 바뀌면 결국 북미평화협정에 동의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지금의 강경한 태도는 사실 그 협상 전략의 일부일 것이다.

3.
이런 상황에서 북핵 문제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태도는 답답하기 짝이 없다. 과거 박근혜 정부는 미국의 입장을 따라 북한에 대해 계속 적대적인 태도를 취했고 개성공단 폐쇄로 관계를 완전히 단절했다. 그리고 비핵화를 대화의 조건으로 삼았다.

문재인 정권이 5월에 집권한 후 북에 대해 보인 태도도 박근혜 정권과 근본적으로 달라지지 않았다. 비핵화가 핵심이었다. 그래야 대화와 교류를 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7월 '베를린 구상'에서도 문재인 대통령은 한반도 비핵화를 주장하며 북에게 "계속 도발하면 더욱 강도 높은 제재와 압박을 가할 것이고 대화의 길로 돌아온다면 적극 돕겠다"고 말했다. 8.15 광복절 경축사 때도 비슷했다. 미국인도 핵동결을 이야기하는데 비핵화를 이야기하는 것이 말이 되나. 그러면서 마치 한국이 대단한 일을 할 수 있는 것처럼 말하는데, 대통령이나 그 참모들이 현실의 엄중함을 너무나 모르는 것 같다.

현재 북의 목표는 북미관계를 재설정하는 것이다. 그러니 남한을 상대할 이유가 없다. 남한의 여러 제의에도 북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 이유이다. 미국에게도 문재인 정부는 거의 고려의 대상이 아니다. 북의 ICBM이 미국을 목표로 하는 만치 이것은 북미 사이의 문제이지 남한과는 별 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은 북핵논의에서 사실상 배제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운전대를 잡겠다고 말해도 누구도 그가 운전석에 앉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 것은 그 때문이다.

그런데도 북이 수소폭탄 시험을 하자 대통령은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을 고도화해 나가는 것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국제사회와 함께 최고의 강한 응징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국내 여론을 의식한 쓸 데 없는 과잉반응이다. 이미 완성단계에 있는데 무엇을 용납하지 못한다는 말인가. 또 수폭에 대응한다며 전폭기로 폭탄 떨어뜨리고 미사일 발사하는 훈련을 하는데, TNT 100만 톤 이상의 수폭을 가지고 있는 북한을 상대로 고작 1톤짜리 폭탄으로 대응이 되겠나. 지금과 같이 독자적인 행동영역이 전연 없는 상황에서는 괜히 북과의 관계만 더 악화시키지 말고, 오히려 나 몰라라 하고 가만히 있는 것이 득책일 것이다.

지금 상황에서 더욱 고민해야 할 것은 미국이 북과 협상을 시작하고 북미평화협정을 받아들일 때 어떻게 대처할까의 문제이다. 북미평화협정을 체결한다면, 그 핵심 의제는 주한미군 철수의 수준과 시기가 될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안보를 전적으로 미국의 핵우산에 의존해 온 한국은 어떻게 생존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수폭 시험 후 우파 쪽에서 부쩍 강화된 전술핵 재도입이나 독자 핵무장 주장은 그런 불안의 반응이다.

문재인 정부는 지금까지 높은 지지율을 유지해 왔으나, 만약 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 정권의 기반이 크게 무너질 수 있다고 본다. 지금부터 벌써 그렇지만 앞으로 이 문제의 해결책을 두고 한국의 여론은 크게 분열하게 될 것이고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격렬한 정치투쟁이 벌어질 것이다.

남북은 독자적인 권력의 실체로서 주한미군 철수로 남북 간에 한 쪽으로 세력균형이 기운다면 거기에 평화와 안정은 없다. 이것은 고금의 진리이다. 진보 쪽에서 북의 핵은 우리 핵이라고 말하며 무조건 북에 동조하는 사람들도 있으나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태도이다. 전술핵 재도입이나 독자 핵무장을 포함하여 우리의 미래를 어떻게 재구축할 것인가 깊은 생각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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