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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김문수? …대세론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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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박근혜?김문수? …대세론은 없다"

[고성국의 정치in] 정의화 국회부의장

정의화 국회부의장과의 인터뷰는 아주 어렵게 성사되었다. 정 부의장이 언론에 나서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다 국회부의장으로 감당해야 할 의원외교나 의전 활동 때문에 한 시간 정도 '느긋하게' 인터뷰 할 짬을 내기가 쉽지 않았던 탓이다. 한 달 넘게 벼르다 정 부의장과 마주 않은 것이 8월 마지막 날 오후였다. 중국 전인대 상무위 천즈리 부위원장 일행을 만난 직후여서 화제가 자연스럽게 한반도 정세로 모아졌다.

"정부 할 일은 김정일 정권이 불안하지 않게 하는 것"

"한중 외교가 불안하다는 얘기가 있다. 최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잇따른 중국 방문으로 북중간 결속력이 강해지고 있는 반면, 표면적으로는 천안함 사태와 관련해 우리 정부가 중국을 설득하는 데 성공한 것 같지 않다. 중국은 북한이 불장난을 하지 않길 바라면서도 갑작스러운 붕괴를 바라지도 않는 것 같다. 이 와중에 경제적 실리는 착착 챙기고 있고. 동북아 정세는 이렇게 급박한데, 우리 정부는 지금 뭘 하고 있나?"
"우리 정부도 나름대로 움직이고 있을 것이다. 나도 추측할 수밖에 없는데, 양 측(이명박 대통령과 후진타오 주석) 최고 정상 간의 교감이 이뤄져서 어느 정도 정보는 알고 있다고 봐야 한다. 모른다고는 볼 수 없다. 또 미국과 정보 공유도 있다. 그러나 정부가 그것을 그대로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언론에 보도가 안 된다고 정부가 아무 것도 안하고 있다는 식으로 판단하기는 무리다."

▲ 정의화 국회부의장 ⓒ프레시안(최형락)

"김정일 위원장이 올 들어서만 두 번이나 방중 했는데, 그와 관련해 지금 동북아 정세가 어떤 상황인지, 정부가 최소한의 설명은 해야 하지 않나?"
"그런 점에서는 나도 불만이 좀 있다. 나는 인도적인 지원 문제나 통일 대비에 관심이 많다. 내가 건국동이(1948년생)인데, 평균 수명을 78세로 본다면 16년 남았다. 16년 내에는 통일이 되는 것을 보고 싶다. 하나의 나라가 되는 통일이 아니어도 된다. 경제적인 통일이라도 좋다. 중국 수준만 돼도 좋다. 이번에는 후진타오 주석이 시장 경제와 관련한 어드바이스를 하는 등 중요한 역할을 했다. 김정일 위원장은 무시하고 넘어갔을지 모르지만, 본인도 (북한의 경제 사정이 나쁜 점이) 가슴이 아플 것이다. 국가 정부 주도로 기업 중심으로 시장 체제로 가야 한다. 지금 북한은 계획경제를 고수하고 있다. 계획경제로 다 망했던 것을 알면서도 계획경제로 간다고 계속 주장할 수밖에 없는 북한의 사정이 있을 것이다."
"어떤 사정인가?"
"우리가 추측하는 그대로다. 체제 전복이다. 김정일 위원장과 그 주변 당국자들이 볼 때는 시장 경제로 가서 개혁 개방을 했을 경우 체제가 전복될 것으로 보이지 않겠나? 그래서 불안해하는 것이다. 우리 정부의 할 일은 김정일 정권이 불안하지 않게 하는 것이다."
"연착륙시켜야 한다는 것인가?"
"그렇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도 연착륙 정책인가?"
"비핵개방3000도 연착륙의 일환이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연착륙' 정책과는 성격이 다른 것 같은데?"
"김대중 전 대통령이 잘못 한 것은 커튼 뒤에서 한 것이다. 북한 문제는 국민의 동의하에서 움직여야 하는데 그것을 못했다."
"과거 정책 기조 자체는 동의하나?"
"꼭 그대로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이회창 대표의 상호주의처럼 하나 주고 하나 받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원칙은 있어야 한다. 내가 말하는 것은 호혜다. (하나를 주면) 북한이 뭔가 긍정적인 쪽으로 변화를 하는 신호나 모습을 조금씩은 보여줘야 하는 것 아닌가. 저쪽은 막혀있고, 우리만 햇볕 정책으로 가면서 '언젠가는 옷을 벗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 북한도 뭔가 변화된 모습, 미래지향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김정일, 노화 현상은 심하지만 건강은 그런대로 안정"

▲ "(사진을) 보면 노화 현상은 심하지만 건강은 그런대로 안정은 된 것 같다. 나는 (2008년에) 뇌졸중이 왔던 것으로 판단하는데, (뇌졸중이) 2년 전에 왔었으니까 앞으로 3~5년 사이에는 얼마든지 재발할 수 있다. 아직 술, 담배도 한다고 들었다. 위험성이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북한 급변 사태 가능성은 어느 정도 있나?"

"아무도 모른다. 북한의 급변 사태라는 게 세습 구도와 관계될 것인데 그 중에서도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이 중요한 변수다. 그런데 이번에 공개된 사진을 보니까 비교적 많이 회복된 것 같더라. 안정은 됐다."
"전문의로서 본 것인가?"
"전문의를 떠난지 오래됐는데... (사진을) 보면 노화 현상은 심하지만 건강은 그런대로 안정은 된 것 같다. 나는 (2008년에) 뇌졸중이 왔던 것으로 판단하는데, (뇌졸중이) 2년 전에 왔었으니까 앞으로 3~5년 사이에는 얼마든지 재발할 수 있다. 아직 술, 담배도 한다고 들었다. 위험성이 있다. 여하간 갑자기 (김 위원장이) 죽었을 때, 급변 상황이 온다고 본다. 권력의 속성상 권력자가 갑자기 빠지면 그 권력을 가지고 갈등을 일으킬 수밖에 없으니까."
"김정은의 후계 세습은 어렵다고 보나?"
"아니다. 세습을 통해 권력 이양을 하는 것이 자기들로서는 안정된 정국을 끌고 가기 위한 고뇌에 찬 행동 아니겠느냐. 물론 후계가 잘 짜였어도 그것을 인정 못하는 다른 그룹이 나타나면 흔들릴 수 있다. 중국도 그것을 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 대통령이 '통일세'를 얘기한 것도 급변 사태를 염두에 둔 것이라고 하는데 어떻게 보나?"
"꼭 그런 것 때문이겠나? 내가 제출하려고 하는 법안이 '남북협력기금 플러스 통일세' 법이라고 보면 된다. 이 법안은 남북협력계정과 통일계정을 구분해, 남북협력계정의 경우 정부 등의 출연금과 장기차입금 등을 재원으로 통일 전 남북간 상호교류 등의 지원을 위해 사용토록 하고, 통일계정은 매년 내국세 총액의 100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마련한 후 통일 후 남북 간 경제적, 사회적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용도로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내국세가 대략 140조 원 정도 걷히니까 통일계정으로만 1조 4000억 원 정도 조성될 것이고, 남북협력계정으로 그와 비슷한 규모가 조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의 내 주장의 연장선이다. 국민들로 하여금 통일에 대비하는 자세를 만들어 가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 대통령의 입장도 그런 것 아니었겠나."
"그러나 '경색된 남북관계를 풀 생각은 안하고 통일세 얘기를 해서 혼란만 가중시켰다'는 비판도 있다."
"급변 사태에 대비한 것 아니냐는 얘기 때문에 혼란이 가중됐는지는 모르겠지만, 통일세를 내년부터 걷는다고 해도 액수가 얼마 되지 않는다. 매년 수십조를 모을 수는 없는 것이다. 나라 재정에도 한계가 있다. 급변 사태에 대비한다? 급변 사태가 일어나면 돈으로 따지면 1년 예산이 한꺼번에 필요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통일세 조금 걷어서 급변 사태에 대비한다고 얘기하는 것은 너무 앞서가는 것이다. 여러 오해가 생기긴 했지만. 통일세 부분은 급변 사태에 대비하는 것보다는 내가 이런 법안을 몇 년 전부터 생각했듯 그런 차원 아니겠나."
"통일 문제에 대해 평소에도 관심이 많았나. 언제부터 관심을 가졌나?"
"어릴 때부터 우리가 단일민족이면서도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남북으로 나뉘어져 있다는 사실을 한탄스럽게 생각했다. 원인이 어디에 있던 우리가 잘못한 것이고, 우리가 약한 탓이다. 이것을 바로잡아야 하겠다는 생각을 오래 전부터 했다. 장가 가서 보니까 처가가 다 평안 남북도더라. 우리가 다 한 가족이다. 통일 문제는 우리 대에서 마무리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해 왔다."

"MB '후진타오 주석과 나는 신뢰관계가 형성돼 있다'고 하더라"

▲ "이명박 대통령이 2년 반 됐는데 후진타오 주석을 15번 만났다고 하시더라. 원자바오 총리는 9번 만났고, 중국 지도자만 24번을 만난 것이다. 그러면서 하는 말씀이 '후진타오 주석과 나는 신뢰관계가 형성돼 있다'고 하더라."ⓒ프레시안(최형락)
정 부의장은 중국에도 관심이 많다. 최근 중국 공산당 전인대 상무위 부위원장을 만났다길래 중국 외교 문제를 꺼내들었다.

"30일 중국 전인대 상무위원회 부위원장인 천즈리(陳至立)를 만났다. 여성 리더로는 2인자다. 42년생이다. 상무위 부위원장이면 국회 부의장 격이다. 그 분의 카운터파트가 나다. 이 분이 김원기 의장 때 중국의 우방궈(吳邦國) 상무위원장하고 한중 의원 정기 교류 체제를 만들었다. 이번이 5차다. 내가 청와대 방문 일정을 어레인지 했다. 이 분은 특별히 여성 지도자이기 때문에 대통령께서 만나시면 좋겠다고 했다."
"최근 한중 관계 기류가 별로 안 좋다. 그런데 대통령이 상무위 부위원장을 만났다면 정치적인 메시지가 담긴 것으로 보일 수도 있겠다."
"정치적 메시지보다 대통령이 중국에 신뢰를 보여주는 것이다. 어제 말씀 중에도 이명박 대통령이 2년 반 됐는데 그 사이에 후진타오 주석을 15번 만났다고 하시더라. 원자바오 총리는 9번 만났고, 중국 지도자만 24번을 만난 것이다. 그러면서 하는 말씀이 '후진타오 주석과 나는 신뢰관계가 형성돼 있다'고 하더라."
"그런데 왜 기류가 안 좋을까?"
"그것은 또 다른 문제다. 지금 중국으로서는 하나(남한)를 취하고 하나(북한)를 내칠 수 없다. 둘 다 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걸 점점 한국 쪽으로 오도록 만들어야 한다. 현재 한중간 교류는 미국을 뛰어넘어 날로 커지고 있다."
"한중간 경제적 교류는 점점 더 커지겠지만 천암함 사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대중국 외교는 어쨌든 실패한 것 아닌가?"
"보는 관점의 차이다. 우리가 대한민국 편에서 주관적인 사고를 가지고 본다면, 천안함 폭침 사건에 대한 중국의 태도는 굉장히 불만스럽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해를 안 해 줄 수도 없다고 본다. 후 주석은 처음 사고 났을 때 메시지를 통해 애도를 표한다고 했다. 중국도 심증은 갖고 있지만 (어쩔수 없이) 그렇다는 것이다."
"어쨌든 중국이 우리 편을 들어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은 굉장히 순진한 것 아니었나? 중국은 어차피 혈맹인 북한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에 중국의 이런 곤혹스러운 입장을 고려하면서 실리 외교로 접근해야 했던 것 아닌가? 예컨대 UN 안보리로 천안함 문제를 가져가면 상임이사국인 중국의 입장이 곤혹스러워지니까, 처음부터 안보리 결의를 추진할 게 아니라 의장성명을 목표로 하던지 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외교부가 처음에는 안보리 결의안을 추진하겠다고 했다가 결과적으로 의장성명으로 끝난 것만 봐도 그렇다. 대통령의 실용주의 외교는 어떻게 됐나. 이것은 실패 아닌가?"
"그 부분에서는 실패다. 결과론적으로는 그렇다. 그러나 대한민국 입장에서는 늘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처음부터 결의안은 안 된다고 하고 가는 것도 바람직하지 못한 것이다. 외교적으로는 모르겠지만 정치적으로는 그렇다. 중국 고위직들을 만나봤지만, 그런 저런 것(안보리 문제) 때문에 중국이 우리와 감정이 틀어진 것은 없는 것 같다. 천안함 문제에 대해 북한이 한 것으로 심증은 가는데, 차마 우리 손을 들어줄 수는 없고, 입장은 난감하고, 그래서 의장성명 정도의 선에서 마무리하자는 게 저 쪽의 스탠스인 것 같다. 내가 왕자루이(王家瑞) 당 대외연락부장과도 그 얘기를 했다. 이 사람들(중국)이 가장 곤혹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우리 안방에 미국이 들어온다'는 것이다. 30일 천즈리 부위원장의 연설에서도 그 말이 잠깐 나왔다. '우리가 관할하는 지역 내에 동북아시아와 관계없는 세력이 들어오는 데 대해서 심히 유감스럽다'는 취지의 얘기가 있었다. 미국을 이야기한 것이다."
"중국이 북한을 보는 시각이, '북한은 언제 무슨 불장난을 칠 지 모르는 나라다. 그렇다고 우리가 포기할 수는 없고, 관리는 해야 한다'는 정도의 시각이라고 이해하면 되나?"
"거기에 '플러스 알파'가 있다. 바로 (북한을 통한) 경제적 이득을 취하는 일이다. 가장 중요한 것이 항구다. 나진항 얘기가 나오던데, 중국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중국이 동북 3성에 엄청난 투자를 하는데, 물류를 나진에 감당시키려고 하는 것 아닌가. 김정일 위원장은 세습을 위해 저런 쇼를 하고 중국은 경제적 실리를 얻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 두 가지 이해관계가 지금 맞아 떨어지고 있다. 정치적인 것도 있고, 경제적인 것도 있다."


"직권상정을 하지 않게 예방하는 게 중요"

정의화 부의장은 박희태 의장, 홍재형 부의장과 함께 18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단을 구성하고 있다. 국회 지도부가 되면 가장 곤혹스러운 문제가 직권상정 문제인 점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직권상정이 국회를 대화와 타협으로 운영하느냐 일방적인 밀어붙이기로 운영하느냐의 갈림길처럼 여겨지는 측면이 있으므로. 이만섭 전 의장은 임기 내내 한 번도 직권상정을 안했었다. 그런데 김형오 직전 의장은 직권상정을 가장 많이 한 의장 중 한 사람이 돼 버렸다. 직권상정에 대한 정 부의장의 생각은 무엇일까?

"직권상정이 있지 않게끔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을 위해 해야 할 일들이 많다. 만약 직권상정을 해서 내가 사회봉을 들어야 한다면 과연 이것이 나라의 미래나 국민들에게 이익이 되느냐. 내가 갖고 있는 정치적 소신에 어긋나지 않느냐. 이 잣대로 판단할 것이다. 그것이 아니면 맡긴다고 해도 할 사람이 아니다."
"여야 대화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할 것인가?"
"여야 중진의원 10명 정도로 대화를 나누는 그룹을 만들고 싶다. 소위 '중진 협의체' 같은 것이다. 공식적으로 만들기는 어렵지만 인간적으로 대화가 될 수 있게끔 만들 것이다. 중진들에게는 국회 상황이 대체로 예견되지 않나. 사전에 조정도 할 수 있으면 좋을 것이다."

▲ "조현오 청장은 학교 후배인데, 인사 하러 오면 내가 뭐라고 하려고 한다." ⓒ프레시안(최형락)

"홍재형 부의장과는 얘기가 잘 되나?"
"상임위 활동도 같이 했고, 내가 처음 국회에 들어올 때 경제부총리를 했으니까 집권당 의원과 정부 장관으로 만났다. 둘 사이에 대화해서 안 될 게 없다."
"시간이 갈수록 국회 지도부의 역할이 중요해지는 것 같다. 예전에는 '의전'상의 상징적 의미가 많았는데, 앞으로는 실제적으로 중요해지지 않겠나?"
"그렇게 돼야 한다. 정의화가 의장단에 들어와서 국회의장단이 많이 변했다는 얘기를 듣고 싶다."

"정부가 각료 인사 검증한 내용을 국회에 제출하도록 해야"

정의화 부의장은 범친이계로 분류된다. 2008년 총선에서 영남권에서는 박근혜 의원을 제외하면 유일하게 3선 의원으로 공천을 받은 것을 보면 구력이 만만치 않음을 짐작케 한다. 이명박 대통령과 통하는 정 부의장만의 코드가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대통령의 화두인 공정사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나는 그동안 줄곧 '건강사회'를 말해왔다. 건강사회는 신뢰가 충만한 사회, 부정부패가 없는 사회, 정직하고 투명한 사회다. 남을 배려하는 사회, 늘 감사하는 자세를 가지는 사회다. 공정사회라는 것은 그 중 하나다. 공정사회는 당연한 것이다. 대통령이 말을 하나 안하나 우리가 지향하는 선진국이라는 게 공정한 사회 아니겠나. 있는 사람이 특혜를 받거나 강자가 특혜를 받는 것, 이것은 공정하지 않은 것이다."
"김태호 총리 후보자와 일부 장관들 낙마는 당연한 것인가?"
"집권당 소속 부의장으로서 답하기 어렵다. 청문회를 할 때 선진국의 인사 검증 시스템을 벤치마킹도 하고 평상시에 훌륭한 도덕성, 능력이 있는 사람들을 전국적으로 많이 찾아놓아야 할 것이다. 청문회법 개정안을 내서, 정부에서 검증한 내용을 서류로 국회에 제출하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 개정안은 빨리 낼 것이다. 정치적 타이밍이 있으니까."
"고위공직자라면 일반 국민보다는 윤리 기준이 엄격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일반 시민들도 위장전입 하면 처벌 받으니까, 고위 공직자는 위장전입이 단 한 건만 있어도 안 되는 것 아닌가? 위장전입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임명한 사람도 있다. 조현오 경찰청장도 위장전입이 걸려 있다. 본인이 시인하고 사과까지 했다."
"조현오 청장은 학교 후배인데, 인사 하러 오면 내가 뭐라고 하려고 한다. 투기 목적이 아니고, 자녀 교육 등의 문제로 과거 불가피하게 위장전입을 했던 사례들이 있지만, 앞으로 선출직이나 공직에 진출하려는 사람들에 대해 위장전입 문제는 보다 엄격하게 다룰 필요가 있다."

"정 부의장은 재산 순위가 국회의원 중 몇 등인가?"
"많이 내려갔다. 10등 정도 될 것이다.(웃음)"
"재산이 많은 것과 윤리 도덕을 지키는 것은 다른 문제인가?"
"그것은 완전히 다르다. 공무원, 공직자의 경우 청빈도 중요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청부도 나쁘게 대접해서는 안 된다. 청부를 한 사람은 그 부를 가치 있게 쓰게 돼 있다."

"대권 후보군, 하나보다 많은 것이 더 낫다"

정치 문제로 화두를 돌렸다. 정 부의장은 집권당 4선 중진 의원이다. YS 시절 정치를 시작해 세 번의 대선을 치렀고, 4명의 대통령을 봐 왔다.

▲ "대권 주자들 숫자가 하나보다는 많은 게 낫다. 이명박 대통령도 정권 재창출이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대권 후보자가 많이 나오도록 만들어주는 것이 좋다. 나는 국회 부의장도 (대권) 후보군에 들어간다고 본다." ⓒ프레시안(최형락)
"김태호 총리 후보자는 박근혜 대항마라는 해석이 있었다. 인위적으로 대권 주자를 만든다거나 세대교체를 하는 게 가능한가?"

"인위적이라고 말을 하니까 그런데... 인위적인 것은 안 좋은 것이고, 자연적인 것은 좋은 것인가. 그러면 어떤 것이 자연적인 것인가. 이명박, 박근혜는 자연적이고, 김태호는 인위적인가. 따지고 보면 다 인위적이다. 김태호 전 지사도 도덕성을 제외하고 경력만 보면 총리 자격이 있다. 그래서 나는 그런 용어 자체에 저항감을 갖고 있다. 그러나 정권 재창출을 위해 작위적으로 뭘 해서 정치공학적으로 어떻게 하겠다. 그런 방식에는 늘 부정적인 사람이다."
"자연스럽게 대권 구도가 만들어진다면 박근혜 전 대표가 대권주자가 되는 것 아닌가?"
"대통령은 국민이 선택한다. 국민들에게 한나라당에는 어떤 한 사람만 있으니 이 사람 뽑아달라고 하는 것보다, 여기 몇 사람이 있는데, 이 중에서 잘 판단해서 골라보시라고 하는 게 맞다고 본다."
"대권주자는 많을수록 좋다?"
"대권 주자들 숫자가 하나보다는 많은 게 낫다. 이명박 대통령도 정권 재창출이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대권 후보자가 많이 나오도록 만들어주는 것이 좋다. 나는 국회 부의장도 (대권) 후보군에 들어간다고 본다. 국회의장단, 국무총리, 장관들 모두 후보자에 들어간다고 본다."

"박근혜 전 대표와 10년 이상 정치를 같이 해왔다. 어떻게 보나?"
"훌륭하고 아주 좋은 분이다. 반듯한 분이다. 인간적으로도 반듯하고, 생각도. 공정한 사회적 원칙 같은 여러 가지 원칙을 지킨다든지, 이런 점에서는 나와 많이 닮았다고 생각한다."
"정 부의장은 어느 계파 소속인가?"
"나는 친이로 분류된다. 이명박 대통령을 만들기에 앞장선 사람이니까. 친이모임이 '함께내일로', '국민통합포럼' 두 개가 있는데, 둘 다 회원이었다. 그런데 탈퇴 선언을 했다. 자꾸 계파적 색채가 뚜렷해지길래 이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친이 친박 계파 색채가 강해져가는 것은 정권 재창출을 불가능하게 한다. 이것은 타파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계파 구도를 유지하면 정권재창출이 불가능하나?"
"불가능하다고 본다."
"그렇다면 계파를 해체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불가능하다. 그래서 계파 색깔을 옅게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갈등은 하되 그 갈등이 대화나 타협을 통해 해소가능한 수준의 갈등으로 관리된다면 정권 재창출도 가능하다 .현재는 완전히 여야다."
"계파 색을 옅게 하는 데는 계파 수장의 결단이 필요한 것 아닌가. 예컨대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가 어떤 결단을 단단히 한다든지, 각 계파의 지도자급에 해당하는 중진 의원들이 결심을 단단히 한다든지 그런 게 있어야 하지 않나?"
"맞는 말씀이다. 이번에 이 대통령이 박근혜 전 대표와 만나서 두 분이 정권재창출을 위해서 단합된 모습을 보이자고 한 것 자체가 하나의 메시지다. 그러면 당연히 계파를 없애자는 분위기가 생겨야 한다. 김무성 원내대표와 서병수 최고위원은 여의포럼을 탈퇴한다고 했다. 지금 친이 쪽에서도 내가 그렇게 나서고, 이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 사이에 그런 게 있었으면 완전히 없애고 헤쳐 모여야 하지 않겠나."
"친이계에서는 김문수 지사가 정치적으로 부상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친이계 대항 후보로 김문수 대망론 같은 것도 만들어지고 있는 것 같다. 이번 청문회에서 이재오 특임 장관도 '김문수 지사를 적극 지원할 생각도 있다'고 했다. 그 부분은 어떻게 보나?"
"정치인이기 때문에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얘기다. 김문수 지사도 충분히 능력과 덕망을 가졌다. 결국 (대통령은) 국민이 선택하는 것이다. 이재오 의원이 말하는 것은 두 사람이 친분 관계가 있으니 잘 알고 능력도 다 아니까, 그만하면 대통령 후보에 나올 수 있고, 나오면 도와줄 수 있다는 의사표시를 한 것 아니겠나. 그런가 하면 박근혜 전 대표가 한나라당의 강력한 후보고 이 사람이 후보가 되면 당선이 될 것이라는 판단들을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지금 중요한 것은 그런 생각을 뛰어넘는 것이다. 그런 생각들을 다 넘어서서 정말로 누가 나라를, 한나라당 정권을 잘 이어가서 남북 문제나 경제 문제나 복지 문제를 잘 할 수 있는지 마음을 열고 서로 격려하고 배려하면서 볼 필요가 있다."
"박근혜 대세론은 없다는 뜻인가?"
"대세론이 있어도 '대세론이 있다'고 인정하고 싶지 않다. 누가 대통령이 될 수 있다 없다를 떠나 그럴 수 있는 능력과 자질을 갖췄는지가 중요한 것 아니겠나. 대세론에 너무 매몰된 모습은 옳지 않다. 이회창 전 총재를 보라. 대선에서 두 번 다 떨어질 것이라고 누가 생각이나 했나."

"나는 주류 속에서도 비주류"

이회창 대표 얘기를 하다보니 15대에 정치 입문한 후 쭉 비주류로 지냈다는 정 부의장의 독특한 이력에 관심이 미쳤다. 만년 비주류가 국회 부의장이 됐으니 세상이 바뀌긴 바뀌었다 싶기도 하고.

"정 부의장은 늘 비주류였다."
"비주류 중에서도 왕 비주류다. 나는 YS 정권 당시 9룡 때, '이 시대에는 이수성이라는 사람의 덕목이 더 맞다'고 판단했다."
"당시에는 이회창 대세론이 휩쓸고 있었는데?"
"그래서 사람들이 나보고 '바보'라고 하더라."
"그 때부터 대세론을 인정하지 않았나?"
"그런 편이다. 그래서 당 내에서도 고집불통이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2002년 이회창 후보 때도 대세론을 인정하지 않았나?"
"그 때는 대세론은 인정했다. 이회창 총재가 당연히 한나라당 후보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나는 '여기가 평양도 아니고, 90% 이상이 이회창, 최병렬 1%, 이게 말이 되느냐'라고 생각했다."
"그 때는 누구를 믿었나?"
"최병렬. (웃음)"
"그러면 2007년에 간신히 맞춘 것인가?"
"대세론이 아니고 여러 가지를 판단했을 때,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비주류 생활을 청산하고 이제 주류가 된 것인가?"
"그렇다."
"주류를 해보니 어떻나?"
"나는 주류 속에서도 비주류 아닌가. (웃음) 계파니, 주류니 비주류니 하는 것을 따지기 전에 국민을 보고 여기까지 왔다. 내 가치기준에 대세론 같은 것은 없다."
"그래서 정치권에서는 4선 의원이지만 정치적으로는 아마추어라는 평이 많은 것 같다."
"나는 그런 소리를 들으면 훈장 단 느낌이 든다. 대한민국의 정치판에서는 칭찬으로 본다.(웃음)"

▲ 정의화 국회부의장 ⓒ프레시안(최형락)

"대권 도전의 '큰 꿈'을 꾸고 있나?"
"국회의원을 4선이나 하면 대통령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게 정상이다. 정치를 하는 것은 자기가 가진 정치 철학을 국가와 민족을 위해 제대로 써보고 싶기 때문이다. 그것을 하려면 가장 톱에 있어야 가능하지 않나. 기회가 주어지고 국민이 알아준다면 (나서고 싶다.)"
"대권 도전을 하려면 국민 지지도가 있어야 하는데, 여론조사 회사들은 정의화 부의장 이름을 아예 조사대상에 넣지도 않는다. 인지도 문제는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나는 노자, 장자를 좋아한다. 무위자연이다. 인위적으로 대통령을 꼭 해야 하겠다, 이걸 하기 위해 뭘 어떻게 하겠다는 생각은 아예 없고, 할 줄도 모른다. 그저 대한민국 국운에 정의화가 감당해야 될 대목이 있다면 자연스럽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아니더라도 나 이상으로 그것을 해낼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을 위해 견마지로를 다 할 준비가 돼 있다."

정의화 부의장실에는 이번 인터뷰 사진의 배경이 된 큰 사진작품이 걸려 있었다. 정 부의장이 작년 6월 안동 하회마을 만송정 솔숲을 찍은 것이다. 그 옆에는 시장 사거리에 서 있는 아주머니를 찍은 인물 사진이 걸려 있다. 역시 정 부의장의 작품이다. 대학 때 시작한 사진 작업을 정 부의장은 요즘도 틈나는 대로 계속하고 있다고 한다. '순간의 미학'을 관통하는 정 부의장의 메시지는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다. 그가 추구해 온 "무위의 위"가 정 부의장을 어디로 데려갈지는 모르지만 그의 사진들은 언제 어디서건 그가 인간에 대한 따뜻한 눈길을 잃지 않으리라는 확신을 갖게 했다. 작품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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