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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 서거 때 청와대에 서울광장 차벽 풀라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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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盧 서거 때 청와대에 서울광장 차벽 풀라 했지만…"

[고성국의 정치in] 오세훈 서울시장

선거 중이던 지난 4월에도 그랬는데 이번에도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인터뷰는 두 차례나 연기된 끝에 이루어졌다. 시간은 30분. 정치부 기자에게는 쓰고도 남는 시간이지만 인터뷰이의 인간적 면모까지 담아내고 싶은 우리들에게 30분은 빠듯했다. 자리에 앉자마자 본론에 들어갔다.

"서울시 의회가 조례를 고쳐 서울광장을 신고제로 하기로 했는데, 재의를 요청하겠다고 했다. 재의 요청은 했나?"
"아직 안했다. 곧 할 것이다. 뜻만 밝혔다."
"조례 통과하자마자 바로 재의를 요청하는 것은 민의를 무시하는 것이라는 반응이 있던데?"
"그것은 질문의 레토릭이고 기법이다. 명분을 만드는 것이다. 어떻게 통과시키자마자 바로 재의 요청하냐고 하는데, 통과시키기 전에 내용이 저희에게 전달된 지 상당히 됐고, 등원하기 전부터 그런 얘기들이 나오지 않았나. 그 내용을 고민할 시간은 충분히 있었다. 질문을 하려고 하니까 '통과되자마자 재의 요청을 하느냐'고 하는데, 보도가 같이 나가야 하니까 그랬던 것이다."

▲ 오세훈 서울시장 ⓒ프레시안(최형락)

"왜 재의 요청을 하나?"
"서울광장에 대해서는 오해가 많다. 이런 점을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외국에도 국가 상징 광장들이 많다. 영국의 트라팔가 광장, 파리의 시청광장, 워싱턴의 내셔널 광장, 이 나라들은 우리보다 민주주의가 훨씬 꽃피어 있는 나라고 의사 표현의 자유가 훨씬 존중되는 나라들이다. 그런데 그 곳도 다 허가제다. 우리보다 훨씬 엄격하게 제한한다. 이것은 그냥 질문으로 남기겠다. 독자들을 향해 화두를 던지는 거라고 생각해 달라.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 나라라고 해서 정치적 의사표현의 수요가 우리보다 적으냐. 그것은 아니다. 프랑스에서 소수자들의 시위가 끊이지 않는 것을 보라. 그런데 왜 허가제를 하겠느냐."
"서울시 광장 문제가 왜 그렇게 이슈가 됐을까?"
"서울광장에 대해 결정적으로 오해가 생기고, 그 이슈가 부각된 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장례 정국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한다. 당시 경찰청에서 차벽을 둘러쳤다. 그 모습을 본 시민들에게 불통의 이미지가 생겼다. 분명히 결단코 말하는데 그것은 서울시의 의견이 아니었다. 서울시는 굉장히 강한 톤으로 당국에 요구했다. 차벽을 둘러친 모습, 그 한 장의 사진이 국민들에게 불통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盧 서거 때 차벽 풀라 했지만…'불통정권' 돼"

"어떻게 요구를 했나? 요청이 통한 것 같지는 않은데"
"저는 핵심이 청와대라고 생각해서 청와대에 몇 차례 전화를 드렸다. 이명박 대통령을 만나 뵙고 10분만 설명하면 차벽을 풀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때 북한 미사일 발사 등으로 청와대가 하루 종일 안보 관계 회의를 했다. (정정길) 대통령실장이 '도저히 시간이 안 난다'고 했다. 내가 '밤 늦게라도 들어가 얘기하겠다'고 했는데 '도저히 안된다. 하루 종일 안보장관 회의 주재하고 하루 종일 고생했는데, 그런 문제를 가지고 직접 들어와서 얘기하긴 좀 그렇다. 대신 전달하겠다'고 했다. 그 내용을 (간접적으로) 전달할수 밖에 없었다. 내부 논의가 어떻게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여하간 차벽이 풀리지 않았다. 저는 지금도 안타깝게 생각한다. 당시에는 안보 등 여러 상황을 종합해 정부가 그런 고육책을 선택했겠지만 그 결과 만들어진 이 정부의 이미지는 '불통 정권'이 돼버렸다. 그리고 서울시까지도 완전 불통 이미지로 돼버렸다. 그래서 그 다음에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국면에서는 정부에 '똑같은 실수를 하지 말라'고 했다. 그 때는 정말 잘못된 판단이었다고 (정부가) 생각했던 것 같다. 바로 서울 광장을 개방했다. 굉장히 많은 시민들이 서울광장에 와서 조문을 했다. 이제 와서 '서울시는 이런 의견이었습니다'라고 강조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하나의 상징적인 사건이 합리적으로 운영되고 있었던 허가제를...

▲ "그 결과 만들어진 이 정부의 이미지는 '불통 정권'이 돼버렸다. 그리고 서울시까지도 완전 불통 이미지로 돼버렸다. 그래서 그 다음에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국면에서는 정부에 '똑같은 실수를 하지 말라'고 했다."ⓒ프레시안(최형락)
"허가제가 왜 합리적인가?"
허가제의 의미를 잘 이해해야 하는데, 예를 들면 여기를 이용하고 싶은 단체들이 많다. 항상 이해가 충돌한다. 그럴 때 어떤 기준으로 광장을 사용토록 하느냐는 판단은 합리적인 자유 재량에 맡겨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비합리가 발생한다. 신고제로 바뀌면 예를 들어 먼저 신청한 쪽이 하게 된다. 그런데 먼저 신청한 쪽이 이용하는 것은 항상 합리적인가.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그 동안 그런 이해관계를 합리적으로 조정해왔다고 저희는 자부한다. 정치적 집회나 시위보다 문화 활동이나 여가 활동을 우선한다는 조례 내용에 따라 사용여부를 판단했는데, 실제로 내용상에서는 정치집회임에도 불구하고 모양을 문화제 형식으로 하겠다고 하면 알고도 넘어가 줬다. 그런데 일이 (노무현 조문 정국 이후) 이렇게 돼 아무나 신고하면 하게 됐다.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사례가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여러 노력을 했다고 했는데, 그런 정황을 시민들에게 설명하려는 노력도 했나?"
"당시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으로 민감한 시기에, 서울시가 혼자 '우리는 아니다'라고 하는...저는 그런 스타일의 정치인이 아니다. 좋든 싫든 협의를 해서 내부적으로 진정성을 담은 건의를 해야 맞다. 제가 어떤 일까지 했냐면, 시민단체 대표들과 흔쾌히 면담하면서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바로 전화를 걸어 면담자리를 주선해주기까지 했다. 그 분들에게서 '절대 선을 넘을 일이 없다'는 진정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물론 결과가 썩 좋은 것(차벽을 푸는 방향)은 아니었지만, 그런 서울시의 노력이 역사적 진실로 다 남아있다."
"하고 싶은 얘기가 많은 것 같다."
"(웃음) 두 번째는 서울시 조례와 관련해 신고제로 운영하면 여러 가지 현실적인 모순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그것을 보완하는 장치로 광장시민위원회를 만드는데, 이것 역시 동의할 수 없다. 보통 위원회는 행정부 수장이 3분의 1, 의회에서 3분의 1, 중립적인 시민단체에서 3분의 1을 추천하는 식으로 구성을 하는데, 이번 규정은 총 15명 중 서울시에서 당연직으로 들어가는 담당 국장 3명을 빼고 12명을 다 시의회에서 추천하는 것이다. 이것은 국내외적으로도 전무후무한 조례안이다. 그래서 저는 처음에는 이 분들이 협상용으로 일부러 과도한 조항을 만들어 통과시킨 것으로 해석을 했다. 그래서 통과되자마자 재의를 청구하겠다고 한 것이다. 이것을 '민의를 무시한다'고 하면 안 된다."
"시의회에 나가서 토론을 했을 것 아닌가?"
"지금 제가 드리는 말씀을 다 못했다."
"왜 못했나?"
"말을 하려고 해도 시의회에서 '다 알고 있어요' 하면서 의원들이 혼자 하실 말씀만 하더라 다른 사안은 몰라도 이 사안은 충분한 토론이 안됐다고 본다. 그래서 지금 상세하게 말씀드리는 것이다."
"재의 요구를 해도 의회가 똑같이 판단해버리면 어쩔수 없게 되는 것인가?"
"그렇다."

▲ "말을 하려고 해도 시의회에서 '다 알고 있어요' 하면서 의원들이 혼자 하실 말씀만 하더라 다른 사안은 몰라도 이 사안은 충분한 토론이 안됐다고 본다. 그래서 지금 상세하게 말씀드리는 것이다." ⓒ프레시안(최형락)

"홍대 두리반, 직접 개입하는 것은 원칙 아니다"

"서울시 뉴타운 사업으로 여러 갈등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다. 이번에 DTI 완화를 해서 전체적으로 부동산 시장이 어떻게 될 지 조심스럽게 지켜 봐야 할 것 같은데, 부동산 시장의 변화와 함께 뉴타운 사업의 진전 상황에 대해 설명해달라?"
"뉴타운 사업은 서두르지도, 일부러 늦추지도 않는다는 기본적인 원칙을 갖고 있다. 뉴타운 사업은 기본적으로 민간조합방식이다. 공공에서 주도하는 사업이 아니다. 다만 재개발 조합 중심의, 공공이 주도하지 않는 형식이기 때문에 생기는 여러가지 부작용과 역기능이 있을 수 있다. 이것만큼은 철저히 개입을 해서 거품을 빼고 부정과 부패의 소지를 줄이겠다는 게 뉴타운에 대한 서울시 정책의 원칙이다. 현재 서울시가 공공관리자제도를 도입했는데 초기 혼란이 있지만 진의를 전달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홍대 앞에 있는 두리반이 '제2의 용산'이 될거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현재 한전에서 단전을 한 상황이다. 서울시가 어떤 조치, 혹은 조정할 여지도 있는 것 아닌가?"
"공공관리자제도의 큰 틀의 골격은 이렇다. 뉴타운을 지구 지정을 하는 정도까지는 서울시가 관여를 하는데, 이후 개입하는 것은 구청이 한다. 서울시가 하는 것이 아니라 구청에서 여러 가지 형태로, 그 지역에서 진행되고 있는 뉴타운 사업의 조합, 사업 시행자, 이들을 중재해서 바람직한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때로는 속도조절 등을 하는 게 공공관리자 제도다. 서울시가 직접 개입하는 것은 원칙적인 형태는 아니다."
"두리반은 상징적인 사건이 돼 있다. 서울시의 정책 의지를 보이기 위해서라도 오 시장이 직접 개입하거나 현장에 가거나, 할 필요는 못 느끼나?"
"모든 게 윈칙을 지키는 게 좋다. 사회적으로는, 정서적으로는 이슈가 있으면 현장에 달려가는 게 소통의 모습처럼 비치지만 제가 일을 해보니까, 일단 위에서 개입하면 밑에서는 조정 능력이 떨어진다.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저도 정치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할 수는 있다. 현장에 딱 나타나서 직접 해결하는 듯한 그런 모습을 보이게 되면 보기에도 시원하고 일 열심히 한다는 평가가 나올 수 있다."
"정치인들은 다들 그렇게 하는 것 같다."
"그렇다. 그러나 지난 4년 동안 저의 행보를 유심히 보라. 저는 그런 원칙을 저 나름대로 견지하고 있다. 충분히 숙성됐을 때 적절한 시점에 시장이 나서지 않으면 안 되겠다거나 해결이 불가하다는 사안 등에서는 몇 가지 기준을 정해 직접 나설 수 있다."

"부동산 시장은 어떻게 보나?"
"현재 '침체기의 초입이다', '거품이 빠지는 것일 뿐이다'는 시각이 공존하고 있다. 보는 분의 시각에 따라 다 다르기 때문에 서울시가 예측까지 내놓을 수는 없지만 분명한 것은 부동산 침체기가 진행되면 역기능, 부작용이 커진다는 것이다. 단적으로 작년부터 올해까지 부동산 시장이 어려움에 빠지면서 서울시 재정도 굉장히 어려워진 상황이다.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부동산 거품이 빠지게 되면 경제적인 부하가 걸릴 수 있다. 중앙 정부가 DTI 규제 완화를 내놓았는데, 적절한 시기의 적절한 대응이었다고 판단한다.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와서 부동산 시장이 장기적인 침체기에 들어가는 것을 사전 예방할 수 있다는 기대를 가지고 있다. 서울시도 적극 뒷받침할 생각이다."

서울시 정책, 특히 민주당의원들이 주도하는 서울시의회와 갈등을 밪고 있는 서울광장 등의 현안에 대해 오 시장은 많은 시간을 들여 설명했다. 빠듯한 시간 때문에 다른 문제로 넘어가려고 하자 '프레시안은 맘대로 편집을 안해 좋다'면서 얘기를 좀더 하겠다고 했다. 시간을 얼마든지 내겠다면서. 그동안 답답했던 심정을 다 털어놓는 듯했다. 주제를 또다른 현안인 인사문제로 옮겼다.


"가든파이브, 이명박 시장 때 잘못한 것 인정"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한 후, 서울시장 시절 측근들이 이른바 'S라인'이라고 해서 정권의 핵심 역할을 했다. 오세훈 시장도 언제인가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지금부터 서울시에서 뭔가를 해보겠다고 의지를 갖고 달려드는 사람들은 없나?"
"(웃음) 그것은 정말 몇 발자국 앞서간 말씀이다. 서울시 산하단체를 운영하는 것은 굉장히 터프한 비즈니스다. 견제와 감시 장치가 강하다. 정말 경륜이 풍부한 분 아니면 좋은 평가를 받기가 쉽지 않다. 이 분들도 안다. 단순하게 정치적으로 생각하면 그런 생각도 들겠지만, 그런 정치적인 욕심을 갖고 대드는 사람 중에는 조직 관리를 제대로 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고 본다."
"경영 환경이 터프하다고 했는데 실제로 산하기관이 적자들을 많이 냈다. 그런데 적자를 낸 공기업 임원들이 거액의 성과급을 받았다는 얘기도 있다. 경영 성과에 대한 평가와 적자가 난 것을 기계적으로 연동할 것은 아니라는 반응도 있지만, 시민 감정으로는 적자 난 기업의 공기업 임원이 거액의 성과급을 받았다는 얘기를 들으면 기분이 좋을 리 없을 것 같다."

▲ "사업 아이템을 잘못 골라서 시행착오를 겪은 것은 분명히 있다. SH공사의 문정동 '가든파이브' 사업 같은 경우 전임 시장 (이명박 전 시장) 때 정치적인 고려 때문에 떠 맡은 사업이다. 솔직히 고백한다. 그것이 분양이 제 때 안 돼 손해가 났다. " ⓒ프레시안(최형락)

"단순논리화 하면 모든 게 왜곡되는 측면이 있다. 우리에겐 이런 고민이 있다. 분명히 국민 정서상으로는 거부감이 드는 사안이다. 그런데 이렇게 볼 수 있다. '빚이 제일 많다'고 하는 SH 공사 예를 들겠다. 빚이 7조 원이라고 한다. 그러나 SH공사의 빚은 일을 벌이다 생긴 빚이다. SH공사는 택지를 개발하는 회사다. 땅을 사들이고 기반 설비 투자를 한 후 택지가 완성되면 집을 짓는다. 그리고 분양을 해서 투자금을 회수한다. 조 단위가 들어가면 회수는 빠르면 5년 늦으면 10년이 걸린다. 택지개발 사업을 많이 벌일수록 빚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그런데 시의회도 그렇고 언론도 그렇고 계속 'SH공사는 빚더미다'라고 두드려 댄다. 그러나 그 말은 결국 '택지 개발 사업 하지 말라'는 말 밖에 안 된다."
"LH공사 부채 문제와 비슷한 문제인가?"
"구조는 비슷하지만 LH 공사는 아마도 본인들 스스로 방만하게 경영한 것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두 회사 모두 거액의 성과금으로 도마에 올랐다."
"억울한 것은 뭐냐. 내용을 들여다보고 심층적인 분석을 한 다음에 비판을 해야 한다. SH 공사는 지난 4년 동안 경영을 정말 알토란같이 잘 했다. 서울메트로 등 산하 단체들이 다 똑같다. 경영을 잘했느냐 못했느냐를 보는 간단한 방법이 있다. 직원 숫자가 늘어났느냐는 것이다. 서울시는 지난 4년 동안 직원을 10% 줄였다. 메트로는 13% 줄였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사업의 경영이 다 잘 됐다고 볼 수는 없지 않나?"
"사업 아이템을 잘못 골라서 시행착오를 겪은 것은 분명히 있다. SH공사의 문정동 '가든파이브' 사업 같은 경우 전임 시장 (이명박 전 시장) 때 정치적인 고려 때문에 떠 맡은 사업이다. 솔직히 고백한다. 그것이 분양이 제 때 안 돼 손해가 났다. 그것 때문에 SH 공사의 빚이 늘었다. 인정한다. 그 직원들이 열악한 근무 환경 속에서 업무는 폭증하는데 직원들이 늘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원을 늘리지 않고 알토란같이 경영을 잘 했다. 그에 대한 인센티브를 줘야 하느냐 여부는 건전한 상식에 맡기겠다. 빚이 늘어서 성과금을 안줘야 한다. 이런 논리는 지나치게 단순화된 논리다."

"지지율 거품 빠지고 있다…지금은 '담금질' 기간"

아무리 시간 걱정 말래도 시간에 신경 안 쓸 수 없었다. 배석한 직원들의 표정 때문에 더욱 그랬다. 마무리 질문을 던졌다.

"선거 때 4년 임기를 채우겠다고 몇 번 말했다. 그럼에도 여론조사에서는 차기 대권 주자로 계속 거론된다. 어떤 조사에서는 8%대 지지율로 5등 정도 하더라. 낮은 지지율이 아니다 싶다."
"거품이 조금씩 빠지고 있다.(웃음) 정치적으로 비춰지는 행보를 (국민들께서) 못 보시지 않나. 빠지는 게 맞다."

▲ "늘 해오던 것도 다시 새로운 눈으로 봐야 한다. 우리 스스로 다시 돌아보는 게 돼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것 같다. 좀 '딴딴'해진다고 할까. "ⓒ프레시안(최형락)

일부러 언론 노출 빈도를 조정하는 것 아니냐 하는 느낌도 들더라."
"일부러 조정하는 것은 아니고, 저는 무심하다."
"오세훈 1기와 오세훈 2기의 느낌이 다르나?"
"많이 다르다. 일단 견제와 비판 기능이 강화됐다. (웃음) 늘 해오던 것도 다시 새로운 눈으로 봐야 한다. 우리 스스로 다시 돌아보는 게 돼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것 같다. 좀 '딴딴'해진다고 할까. 전혀 다른 시각과 관점을 달리하는 비판을 접하면서 좀 당혹스럽고 곤혹스러운 면도 없지 않아 있지만, 확실히 이런 담금질의 기간이 지나면 하고 있는 일들이 다시 정렬이 될 것이라고 본다."
"6월 2일 당일날, 느낌은 어떻나?"
"실망, 참담, 쉽게 얘기해서 앞이 캄캄했다. 상상하지 못한 상황이었으니까 이래서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쉽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다. (야당은) A부터 Z까지 다 생각을 달리하는 의견을 내 놓는데, 이런 분들과 호흡을 맞추려면 에너지가 엄청나게 들고, 안 되는 일도 많겠다는 생각들이 머리에 떠올랐다. 얼마나 앞이 캄캄했겠나."
"한나라당 쪽과는 어떻나? 한나라당 의원들이 걱정들이 많다고 들었는데?"
"걱정이 많다. 지난 선거를 겪으면서 정신이 번쩍 났다고 할까, 충격을 받은 것이 역력하고, 지역 활동을 하는 것을 (의원들에게) 들어보면 지역에서 새벽부터 밤까지 되도록 많은 분들 만나서 얘기 듣고 소통하기 위해 뛰어다닌다고 하더라."

"최근에 일반 시민들과 만난 일이 있나?"
"요즘에는 그런 일정이 많다. 지난 주에는 지하철, 버스 타고 출근하면서 시민들 표정을 주의깊게 봤다. CNG 사고 후 버스 타는 승객들 표정이 어떤가 그런 것을 살펴보려고 하고 있다. 일주일에 평균 한 두회 이상 시민들과 대화를 나누려고 한다. 시민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오픈해서 대담회를 시행하는데, (시민들이) 정말 매섭다.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있다."
"그럴수록 현장에 많이 나가야 할 것이다."
"1기보다 현장을 많이 다니려고 하고 있다. 무상급식도 그렇다. 학교 현장에서 얘기를 들어보니까 엄마들이 하는 말이 '무상급식 하기는 할 모양이다. 고맙지. 그런데, 질을 담보할 수 있을까. 우리가 지금 급식비를 우리 돈을 내면서 받아 먹어도 가끔 사고도 나고 질이 만족스럽지 않은데, 이 사람들이 무상급식 한다고 하는데 그 질이 담보가 될까' 이런 얘기들이었다. 고민이 있어야 한다. 성질 급한 구청장들이 몇 분 있더라. 내년부터 자기 구에서 전면 무상급식을 실시한다는 것이다. 서울시 교육청도 내년부터 전면 시행한다고 발표를 했다. 그러나 사업을 해도 시범사업을 하고 단계별로 해서 업그레이드를 하는 식으로 몇 년동안 하는 것 아니냐. 특히 먹는 문제이니 만큼 정말 현장의 목소리를 잘 들어야 한다."

▲ 고성국 박사와 오세훈 시장 ⓒ프레시안(최형락)

"오늘 인터뷰를 해 보니까 본인에 대해 많은 오해가 있다고 느끼는 것 같다."
"정치인의 행보로 보면 답답할 수 있을 것이다. 나중에 시장직을 다 마치고 회고를 하면서 얘기한다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참 많다. 서울광장 관련한 얘기도 그렇게 자세한 내용은 오늘 처음 한 것이다. 그런 얘기를 재직 중에 하기는... (어렵다.) 서울광장이 하도 이슈화 되고 오해가 생기니까, 이해의 편의를 위해 그 정도 공개를 했는데, 큰 조직을 이끄는 보스로서, CEO로서는 때때로 하고 싶은 말도 많고, 가보고 싶은 곳도 많지만, 그래도 한번 더 생각해서 행동을 해야 할 때가 많다. 그런 점들은 후일에... 그래서 다들 회고록을 쓰나 보더라."

폭포같이 쏟아지는 말이 회고록 대목에서 일순 멈췄다. "더 할말 없냐"는 질문에 오시장은 멋쩍은 듯 웃음과 함께 대답했다.

"많이 한 것 같다. 오늘은..."

따로 인사할 시간도 없어, 오 시장과 우리 일행은 좁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면서 인사를 나눴다. "다음에는 좀 느긋하게 보자"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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