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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학사는 100% 강남 교장?…이런 인사 고리 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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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장학사는 100% 강남 교장?…이런 인사 고리 끊겠다"

[고성국의 정치in]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넉 달 만에 다시 만난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은 여전히 열정적이었고, 의욕적이었다. 그러나 격무에 지친 표정까지 어쩌지는 못했다. 교육감하기가 선거보다 몇 배 어렵다는 그로부터 두 달 간의 교육감 생활의 소회를 들었다. 현안인 체벌 금지 문제부터 물었다.

"생활지도부장 등 일선 교사들이 '대안도 안 만들고 무작정 체벌 금지만 시켜 놓으면 우리는 어떻게 하느냐' 고 반발했다는 보도를 봤다. 그런 '불만'들은 어떻게 해소하나?"
"죽을 힘을 다해서 해소해야죠.(웃음)"
"그런 현실이 있다는 것은 인정하나?"
"당연히. 현장에서의 어려움에 대해 공감한다. 그래서 교육청 차원에서 각종 지원책을 내 놓을 것이다. 그러나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교장 선생님과 선생님들의 결심이다. 지원책이라는 것은 언제나 모자라기 마련이다. 고등학교 쪽으로 갈수록 생활지도가 어려운데, 고등학교 선생님들 중에 체벌 문제를 걱정하는 분들의 비율이 더 높은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저는 선생님들의 실력을 믿는다. 물론 저도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을 할 것이다."

▲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프레시안(최형락)

'당위론'과 '현장의 어려움' 사이에서 고민하는 모습이 그대로 드러났다. 그런 중에도 "선생님들의 실력을 믿는다"는 대목에서는 곽노현 특유의 낙관주의가 느껴졌다. 일제 고사 문제로 화제를 넘겼다.

"교육부는 일제고사를 학습 부진아들을 가려내서 성적을 올려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곽 교육감도 '취지'에는 동의한다. 방법에서 문제점, 부작용을 보완하겠다'는 입장이라고 하던데, 맞나?"
"일제고사 문제가 아니더라도 학습 부진 문제는 공교육의 책임에 해당한다. 학습 부진 문제를 방치하는 것은 공교육의 직무 유기다. 제 머리 속에 장애학생, 다문화학생 등 소수 학생들만 들어있는 게 아니다. 학습 부진 학생들, 비행 일탈 학생들이 머릿속 한가운데에 자리를 잡고 있다. '우리 아이가 공부에 흥미가 없다. 비행 일탈에 빠졌다.' 이런 것이 학부모들의 2대 걱정이다. 그 두 가지는 꼭 바로잡아야 한다. 다만 바로잡는 방식은 깊이 고민해야 한다.
"학습 부진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여건이 어려운 지역, 이른바 낙후 지역의 학교에서 1등을 하는데도 불구하고 명문대를 못 간다면 이것도 교육의 실패다. 공부 잘하는 학생은 공부로 얼마든지 뻗어 나가게 해줘야 한다. 반면에 공부 못하는 학생들도 주눅 들지 않는 건강한 시민으로 키워내야 하지 않나. 교육 때문에 이사를 간다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모든 권한과 자원을 활용해서 완화시켜야 한다."
"구체적으로 말해달라"
"(구조적 차원에서)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 구예산 중에는 시에서 오는 게 있고 구세가 있는데, 구세 대비, 재정자립도 대비 교육예산 투입이 가장 높은 구청장 세분에게 식사를 대접했다. 고마워서. 한나라당 출신의 중랑구청장이 6.2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참패하는 태풍을 이기고 강남 3구를 제외하고 유일하게 선거에서 이겼는데 그 이유는 교육 예산에 대한 아낌없는 투자였다고 본다. 서울교육청, 지역청과 자치구가 정말 교육력을 제고하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 교장 선생님과 교사들의 교육력, 지역 사회의 교육력을 결합시켜 시너지 효과를 내서 교육이 상향평준화 될 수 있도록 협력해야 한다. 거기에 필요한 거버넌스(governance, 통치, 운영) 구조를 만들어낼 것이다."

"학생, 학부모, 교사 등 모두 참여하는 새로운 교육 거버넌스 구축해야"

'곽노현식 교육 거버넌스 구축', 최근 보수 언론으로부터 "학생들을 교육 정책 결정에 개입시키려 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기도 한 곽 교육감의 화두다. 가칭 서울교육 학생참여위원을 선정해 이들의 의견을 서울시 교육 행정에 일정 부분 반영한다는 방침이 보수 단체와 보수 언론의 표적이 된 것이다. '학생 참여'만 부각된 측면이 있는데, 사실은 학생 뿐 아니라 학부모, 교사 등도 폭 넓게 참여하게 된다. 곽 교육감의 '복안'을 직접 들어봤다.

▲ "앞으로 지역청 단위로 거버넌스 구조를 만들 것이다. 중요한 것은 현장에서 가까울수록 좋다는 것이다. 현장에서 멀리 떨어진 중앙이 뭘 더 잘 할 수 있다는 그런 환상은 버려야 한다." ⓒ프레시안(최형락)

"새로운 '거버넌스'를 만든다고 했다. 지금까지는 그런 거버넌스가 없었나?"
"최소한 서울시에는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울교육발전협의회가 있었는데, 1년에 두 번 형식적으로만 열고 마는 것이었다. 25명 정도, 학부모 대표, 교장 대표가 있지만 어떤 이유로 선출됐는지도 잘 모르는 구성이었던 것 같다. 앞으로 지역청 단위로 거버넌스 구조를 만들 것이다. 중요한 것은 현장에서 가까울수록 좋다는 것이다. 현장에서 멀리 떨어진 중앙이 뭘 더 잘 할 수 있다는 그런 환상은 버려야 한다. 그래서 교육장이 중요하다. 지역교육청 단위 별로 학부모, 교사, 학생까지 대표들이 다 만날 수 있는 그런 민간 협의 기구를 둬야 하는데 조례 제정 작업을 하고 있다."
"서울시의회에서 결정하게 되나?"
"그렇다."
"서울시의회와는 업무 협조가 잘 되나?"
"특별히 안 될 이유가 없다. 저는 기본적으로 의회를 무지하게 존중하는 사람이다. 또한 누가 보더라도 옳은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자부하고 있다. 지역청 별로, 학부모 대표 학생 대표 교사 대표가 상당한 규모로 모이면 그 지역의 문제점이 다 논의될 수밖에 없다. 그런 방식을 통해 일반 시민들의 교육에 대한 관심, 이해, 사랑을 결집시키려고 한다."

"반부패, 무상급식, 서울형 혁신학교가 핵심 아젠다"

"언론에서 '진보교육감'이라고 부른다, 그런 얘기를 들으면 기분이 어떻나?"
"옳은 방향으로 앞으로 나간다는 뜻이라면,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더라도 극복하면서 나간다는 뜻에서 진보라 한다면 기꺼이 수용하겠다."
"진보교육감이 학업성취도를 올려놓았다는 평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는데…"
"아이들이 골고루 기초 학력을 갖게 되고, 각자의 특성에 따라 얼마든지 심화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를, 어떤 부모냐와 상관없이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 확고한 제 신념이다."
"그런 생각이라면 일제고사 문제 등 '방법의 문제'를 빼면 교과부와도 마찰이 별로 없을 것 같다."
"교육 현안에 대해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는 분들 얘기를 잘 들어보면, 사실 진보적인 동기에서 그런 얘기를 하는 분들이 많다. 예를 들어 학력 신장을 강조하는 입장을 잘 들어보면 '가난한 집 자식들이 어떻게 계층 이동을 할 수 있겠느냐'는 마음으로 얘기하는 분들이 많다. 목적은 똑같은 것이다. 이것을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쉽게 말해 가난한 지역 학생들이라도 공부 열심히 하면 반드시 좋은 대학 갈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을 해주는 것이다. 다양성이 덜하고 국영수 일색이고 학원을 복제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있을 수 있겠지만 그 부분만큼은 진정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9월이 지나면 현장에 1주일에 한 번은 꼭 나갈 생각이다. 교사, 학생, 학부모에게 직접 들을 생각이다. 두 번째는 관료 조직에 토론 문화가 거의 없는데, 수평관계를 전제하는 토론 문화를 확산시키려 한다. ⓒ프레시안(최형락)
"현장을 자주 나가겠다고 했는데."

"그렇다. 저는 현장에서 배우는 사람이라고 자부한다."
"현장에 나가서 뭘 할 건가?"
"9월이 지나면 두 가지를 하려고 한다. 하나는 현장에 1주일에 한 번은 꼭 나갈 생각이다. 교사, 학생, 학부모에게 직접 들을 생각이다. 두 번째는 관료 조직에 토론 문화가 거의 없는데, 수평관계를 전제하는 토론 문화를 확산시키려 한다. 토론이라는 것은 '참견'을 제도화 하는 것이다. 동일직급 사람들, 동일 직책을 맡은 사람들, 예를들면 지역청의 관리국장들을 다 모아서 토론하도록 할 것이다. 그렇게 하면 마지막 변증법적 과정에서 의견의 '왕'이 드러난다. 가장 중요한 것이 교육장이다. 열한분이 있는데 일곱분을 새로 모셨다. 아주 독특한 이력을 가진 분들이 가미됐기 때문에 토론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본다."
"현장을 간다면 어디를 먼저 갈 것인가?"
"제 마음 속에 아젠다들이 있다. 핵심 아젠다로는 반부패 비리 척결이 있다. 그리고 친환경무상급식이 있고, 서울형 혁신학교 추진이 있다. 이 세 가지가 가장 큰 업무다. 이 세 가지는 각각 추진 단위를 만들어서 거기에서 굴러가도록 할것이다. 제가 직접 가서 살펴봐야 할 것은 학습 부진 문제다. 열악한 학교는 사정을 들어보고 어떻게 하면 극복하고 해소할 수 있을까 이것을 보기 위해서 갈것이다."

"첫 술에 배부르지 않겠지만, 꾸준히 간다"

곽 교육감은 취임후 지금까지 교육청과 일선 학교 인사 문제에 빠져 지냈다고 했다. 일의 1차적 성패가 인사에 달려 있기는 국가나 교육청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어떤 인사 원칙으로 인사를 했나?"
"이번 인사의 목표는 교육 격차 해소다. 전문직과 비전문직의 벽을 허무는 인사다. 그리고 현장에서 교육적 성취, 교육 혁신을 이룬 분들을 우대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낙후 지역에는 상대적으로 젊고 유능한 교장 선생님을 보내 드리려고 한다."
"낙후된 곳으로 가면 불만이 있을 것 같은데?"
"할 수 없다.(웃음) 교육자의 양식으로 누구나 올바르다고 생각할 것으로 기대한다. 그것을 부정할 사람은 없지 않겠나."
"낙후된 곳에 배치될 수록 능력이 있다는 뜻이니까 어떻게 보면 자랑스러운 일일 수도 있겠다."
"낙후된 학교를 일으켜 세우면 다시 (중앙으로) 들어오는 것이다. 특히 전문직으로 5~6년 이상 한 분들은 굉장히 유능한 분들인데, 이런 분들은 현장 감각이 약해질 수 있다. 그래서 전문직을 몇 년 수행하면 현장으로 나가는 게 옳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 전문직을 하면서 갖게 된 경륜과 네트워크를 활용해서 어려운 학교를 일으켜 세워 교육 격차를 해소할 수 있도록 하려고 한다. 그런 어려운 지역에서 교육 혁신을 이뤄낸 교장 선생님은 비전문직이라도 과감하게 발탁할 것이다."
"전문직과 비전문직은 어떻게 구별되나?"
"전문직은 장학사 장학관을 얘기한다. 장학사는 장학사 시험을 쳐야 한다. 교사 사회의 '교육 고시'다. 게다가 현장 교사들만 칠 수 있기 때문에 고시보다 더 벽이 높은 것이다. 비전문직은 전문직 출신이 아닌 분들을 편하게 일컫는 것이다."

"이른바 전문직인 장학사, 장학관을 그만 두면 거의 100% 강남에 교장으로 간다는 보도를 본 적이 있다."
"다소 과장됐지만 상대적으로 좋은 학교를 골라 나가기가 쉬울 것이다. 좋은 학교라는 게 여건이 좋은 학교다. 더 이상 이런식으로 해선 안된다. 여건좋은 학교에 나가는게 중요한게 아니라 자기가 맡은 학교를 좋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학교 덕을 보기 전에 내가 학교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가야하지 않겠나. 능력 있는 분들이 상대적으로 교육이 어려운 지역, 교육 여건이 열악한 학교를 맡아 교육수준을 제고해 나가야 전체 학교가 좋아지는 것이다."
"능력있는 전문직을 낙후된 학교에 보내면, 그 동안 쌓은 교육 노하우도 가져갈 것이고, 네트웍을 통해 예산도 더 끌어올 수 있으니 그런 것을 해보라는 뜻인가?"
"그렇다. 가급적 그렇게 하려고 한다. 하루 아침에 100% 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교육 격차 해소라는 것, 정말 '대물림 끊는 희망교육'을 하려면 그 의지가 인사 정책으로 나타나야 한다. 지금 그것을 하고 있다."
"이런 식의 인사는 처음인가?"
"처음이다."
"일종의 인사 혁명이라고 봐도 되나?"
"'혁명'이라고까지 거창하게 붙이기는 어렵다. 그런 인사 원칙이 전면화 된다면 그런 용어를 붙일 수 있겠다. 당장 전면화는 어렵다. 그러나 그런 방향으로 간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번에는 특히 전문계고(실업고, 공고, 상고 등)에 대한 인사와 관련해 가장 유능한 분들을 보내드리려고 한다. 그런 것이 다 인사 원칙의 일환이다. 이번에 전문계고 교장 선생님을 교육장으로 발탁한 경우도 있다."
"방향은 분명히 제시하지만, 하루아침에 뒤엎는 혁명적 방식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점진적으로 간다는 뜻 같다."
"그렇다."
"그래서 그런지 곽노현 행정에 대해 진보 쪽에서는 불만이 많은 것 같다. 너무 점진적이고 타협적이라는 얘기 같은데?"
"중요한 것은 꾸준히 가는 것이다. 명확한 방향성을 갖고 시작하면 더 많은 내용을 채울 수 있다. 그 다음에는 좀 더 큰 범주로 그런 구상과 원칙을 가시화할 수 있을 것이다."
"첫 술에 배부를 생각 말고 꾸준히 하자는 것인가?"
"그렇다. (인사를) 1년에 두 번씩 8번을 하게 된다. 8번만 제대로 해도 돌이킬 수 없는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그에 따라 여러 조정이 일어날 것이다. 현장에서도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전교조 인사 많이 썼다고? 보수 교육감에게도 그런 잣대 적용했나?"

▲ "인사나 징계 등은 분권화하고, 위원회를 실질화해서 운영해야 한다. 그렇다면 큰 틀에서 교육감과 생각과 지향이 비슷한 사람이 하는 게 자연스러운 일 아닌가?"ⓒ프레시안(최형락)
"지금까지 교육청에서 '파격 인사' 는 있었지만, '인사 원칙' 자체가 명확히 내려진 적은 없는 것 같다. 그런데 교육감의 그런 원칙들이 기존의 교육 공무원들과 생각이 조금 다르지는 않나?"

"그렇지 않다. 정확히 제시하면 기본적으로 동의는 한다."
"취임 후 교육청 직원들과 의견 차이는 없었나?"
"그렇다. 새로운 기관장, 수장이 왔는데, 또 떠들썩하게 왔지 않나.(웃음) 이미 저의 방향이나 방침에 대해서는 상당한 정도로 알려져 있었다. 자연스러운 것이다. 기관장에 의해 어떤 방향이 정해지면 합목적적인 수단을 강구해 내는 게 관료조직 아닌가."
"일반 행정직 인사도 했다고 했는데, 외부 인사를 너무 많이 들여왔다는 비판도 있는 것 같다."
"그렇지 않다. 일부 감사 담당관 등은 법으로 개방형으로 해야 한다고 돼 있다. 공공기관 감사에 관한 법률이다. 당연히 외부에서 공모해야 하는 것이다. 제가 외부화 시킨 자리는 지금까지 딱 하나, 공보담당관이다. 지금까지는 일반직들이 맡아왔는데, 중앙 부처를 봐도 대변인 등은 언론인 출신이 맡는다. 우리도 언론의 관심을 많이 받고 있는만큼 언론인 출신을 모셔 전문성을 강화하는 게 좋겠다고 봤다."
"인사위원회, 징계위원회 등의 구성을 친 전교조 성향의 인물로 바꿨다는 얘기도 있다."
"그런 얘기 들을때마다 제가 웃으면서 늘 이렇게 얘기한다. 이른바 보수 교육감에게도 똑같은 기준을 적용해 왔었느냐고. 인사나 징계 등은 분권화하고, 위원회를 실질화해서 운영해야 한다. 그렇다면 큰 틀에서 교육감과 생각과 지향이 비슷한 사람이 하는 게 자연스러운 일 아닌가?"

"현장에서 혁신 교육을 한 사례를 발굴해서 인사에 반영한 사례가 있다면 소개해달라."
"교육 혁신을 이룬 분들을 죽 봤는데, 재미있는 사실은 이주호 차관이 다 다녀갔더라. 교과부에서도 다 알고 있다는 말이다. 다만 그런 곳에도 알려지지 않은 진주가 반드시 있을 것이다. 그런 분들을 찾아내 모실 생각이다. 이를테면 동작지역청 관내에 원신초등학교 조남기 교장선생님이 계신데, 이 분은 퇴임하면 교직원 학생 학부모들이 다 울 것이라는 평을 듣는 분이다. 현장에서의 실천, 현장에서의 혁신 이력이 없는 분은 아무리 높은 자리에 갖다 놓아도 결코 혁신을 못한다. 앞으로 혁신 이력이 있는 사람들을 더 중용할 것이다. 본청에는 일단 여성을 중용하려고 한다."
"선생님들을 보면 여자 선생님이 더 많지 않나?"
"본청의 초등, 중등교육과장을 여성으로 모셨는데,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그러나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중용하지는 않았다. 절차를 다 밟았다."
"곽 교육감은 '혁신'이라는 말을 자주 쓴다. 뒤집어보면 '무난한 관료주의적 관리로는 교육 발전을 이루지 못한다'고 보는 것 같다."
"그렇다. 지금 대한민국 교육은 전환기에 있다. 이 상황에서는 혁신이 필요하다."
"어떤 의미에서 '전환기'인가?"
"교육 자치가 본격화되고 있다. 21세기가 벌써 10년이나 지났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우리나라 국력이 이만큼 왔는데, 어떻게 해서 여기서 더 앞으로 나갈 것인가 하는 열쇠도 교육이 쥐고 있다. 어떤 인재를 양성하고, 어떤 사회를 어떤 국가를 만들 것이냐 하는 것을 교육이 결정하기 때문에, 그런 의미에서 한 단계 질적 발전을 해야 하고 민주주의도 심화시켜야 하는 상황이다. 교육 현장을 보면 미래가 읽힌다. 교육 현장 속에 미래가 들어있다. 그것을 꺼내서 구체화시켜야 한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처음으로 7시에 출근한다"

인터뷰 약속은 11시 30분이었다. 그런데 12시가 다 돼서야 인터뷰를 시작할 수 있었다. 곽 교육감은 우리에게 양해를 구하고 밀린 면접을 마무리했다. '인사를 위한 면접이라 더 늦출 수 없다'면서. 인사권자가 이렇게 후보자들을 모두 만나 직접 대화한다면 아주 엉뚱한 결과가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뷰 직전 사진기를 든 최형락 기자를 보자 곽 교육감은 서둘러 면도부터 했다. 기왕이면 잘 나와야 한다면서.

▲ 고성국 박사와 곽노현 교육감 ⓒ프레시안(최형락)

"면도도 못하고 다니나?"
"아침에 일찍 나와서 그렇다."
"몇 시에 나왔나?"
"7시다."
"7시는 그렇게 일찍은 아닌데?(웃음) 몇 시에 주무시나?"
"보통은 12시에 잤는데 요새는 그렇게 못 잔다. 그런데 이런 생활도 나쁘지 않더라. 아침 시간을 느긋하게 갖게 되니 좋기는 하더라."
"아침형 인간은 아닌 것 같다."
"맞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처음으로 7시에 출근한다.(웃음)"

늦게 시작한 인터뷰를 끝내자마자 곽 교육감은 우리를 채근해 교육청 근처 중국집으로 가 늦은 점심을 같이 먹었다. 중국집으로 가는 중에도 직원 두 명이 계속 무언가를 보고했다. 후다닥 점심을 먹은 곽 교육감은 2시까지 서울시 의회에 가야 한다며 휑하니 사라져버렸다. 차에는 또 다른 직원이 올라타 서류를 꺼내 무언가를 설명하는 모습이었다. '건강 잘 챙기시라'는 인사말을 지면을 통해서나마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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