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청장이 이날 오후 서울경찰청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밝힌 취임사도 화제다. 그는 여야 정치권의 비난을 한 몸에 받았던 인사청문 과정을 의식한 듯 "참으로 먼 길을 돌아 여러분 앞에 섰다, 모든 허물은 저의 부덕의 소치"라고 말문을 열었다.
"성과주의? 수긍할 수 있는 수준으로 승화·발전"
이어 그는 "저부터 달라지겠다, 소통하는 경찰청장이 되겠다"며 "밝힐 것은 밝히고 알릴 것은 알림으로써 함께하는 '쌍방향 치안', 속 시원한 '소통 치안'의 시대를 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찰조직의 총책임자로서 포부를 밝힌 대목이었지만, 인사청문회에서조차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 발언과 관련해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대해선 굳게 입을 다물었던 조 청장이 '속시원한 소통 치안'을 제시했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자신과 무관하지 않은 양천서 고문사건도 언급했다. 그는 "경찰은 인권의 일차적 보루가 돼야 한다"며 "제2, 제3의 양천서 사건은 더 이상 있을 수 없고 있어서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가장 경찰다운 경찰은 가장 인권에 충실한 경찰관, 기본과 원칙을 지키는 경찰관"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경찰 내부에서도 부작용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은 자신의 '성과주의'에 대해서는 "성과주의 역시 여러분이 수긍할 수 있는 수준으로 승화, 발전시키는 등 다같이 공감할 수 있는 '합리적 조직문화'를 정착시켜 나가겠다"고 원론적인 수준의 언급만을 내놨다.
이날 조 청장은 이명박 대통령과 닮은 꼴인 자신의 '인사 철학'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금품수수를 비롯해 경찰관의 본분과 명예를 저버린 행위에 대해서는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면서도 "일하다가 생긴 잘못에 대해서는 과감히 불문에 붙이겠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집권 초반기부터 "일을 하다보면 그릇도 깰 수 있고, 손도 베일 수 있다"는 특유의 인사관을 숨기지 않아 왔다.
이어 조 청장은 "경찰의 활동은 국민의 공감을 얻을 수 있어야 하고, 엄정하면서도 유연하게 법을 집행해야 한다"며 "과잉수사, 무분별한 검문검색, 과도한 물리력 동원은 모두의 피로를 가중시키고 업무 효율을 저해하는 대표적 사례"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다음은 그가 이날 밝힌 취임사 전문이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사랑하는 전국의 경찰관, 전·의경 그리고 경찰 가족 여러분!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참으로 멀고 먼 길을 돌아 여러분 앞에 섰습니다. 이 자리에 오기까지 심려를 끼쳐드렸습니다. 모든 허물은 저의 부덕의 소치입니다. 앞으로 겸허한 마음으로 국민과 동료 여러분의 뜻을 받드는 경찰청장이 되겠습니다. 온 몸을 던져 일하겠습니다. 이 다짐을 한시도 잊지 않겠습니다. 13만 경찰 동료 여러분! 대한민국 경찰은 그동안 눈부신 '성장의 길'을 달려왔습니다. 인내와 희생을 통해 보람과 긍지의 꿈을 키워왔습니다. 세계적으로 가장 유능하고 헌신적인 경찰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무한한 잠재력과 저력을 지닌 자랑스런 한국 경찰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안을 들여다보면 결코 낙관만 할 수는 없습니다. 국민들의 평가는 아직도 저조한 실정입니다. 모두가 한결같이 경찰의 '질적 성장'을 주문하고 있습니다. 한층 더 '정직하고 정의로운 경찰'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민생치안과 법질서 확립은 물론 70여일 앞으로 다가온 'G20 정상회의'도 반드시 성공시켜야 합니다. '밤샘 근무의 고통을 헤아려 달라' '조직의 자존심과 위상을 세워 달라'는 여러분의 염원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나 하나가 국민들의 체감치안과 직결되고 경찰의 숙원을 풀어줄 핵심과제입니다. 경찰 동료 여러분! 저는 이제부터 치안행정의 패러다임을 획기적으로 바꾸고자 합니다. 새가 알을 깨고 나오는 것처럼 그 동안의 의식의 벽, 관행의 벽, 제도의 벽을 허물고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자 합니다. '경찰편의주의적' 사고(思考)에서 과감히 벗어나 조직운영의 중심축을 '국민 우선', '현장 존중'에 두겠습니다. 국민과 현장을 염두에 두지 않고서는 그 어떠한 정책도 공염불에 지나지 않습니다. 현실에 대한 치열한 고뇌 없이 더 이상 맹목적ㆍ획일적으로 일해서는 안 됩니다. '책상머리 계획서'는 사라져야 합니다. 안팎의 치안문제를 정확히 진단하고 '국가와 국민을 위한 경찰활동'을 펼쳐나가야 합니다. 경찰관서의 역할과 책임도 이제는 전문화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경찰청은 법령·제도 정비, 처우개선, 미래 준비에 주력하고 집행업무는 지방청과 경찰서에 과감히 위임해야 합니다. 특히 지역사회의 치안여건을 가장 잘 아는 일선 지휘관의 발상 전환이 절실합니다. 치안수요의 양과 질, 치안현장의 실태를 면밀히 분석해 비효율과 낭비를 털어내야 합니다. 일률적 근무배치 관행을 바로 잡고 '선택과 집중'의 원리에 따라 합리적·탄력적으로 자원을 운용함으로써 '맞춤식 치안'에 나서주기 바랍니다. 국민과의 최접점에 있는 경찰관들도 자기 주도적으로 일을 해야 합니다. 시켜서 하는 일은 재미도 없고 속도감도 나지 않습니다. 업무에 대한 열정과 상상력으로 '자율과 창의'를 꽃피우고 조직의 경쟁력을 높여주기 바랍니다. 전국의 동료 경찰관 여러분! 국민의 생명과 재산은 경찰이 지켜내야 할 가장 소중한 가치입니다. 서민을 괴롭히는 민생침해범죄, 아동·여성을 상대로 한 성폭행 사범은 '사회악'을 뿌리뽑는 마음으로 강력히 소탕해야 합니다. 또한 경찰은 인권의 일차적 보루가 돼야 합니다. 제2, 제3의 양천서 사건은 더 이상 있을 수 없고 있어서도 안 됩니다. 가장 경찰다운 경찰은 가장 인권에 충실한 경찰관입니다. 기본과 원칙을 지키는 경찰관입니다. 수사과정의 신뢰성과 공정성을 높이고 사회적 약자와 서민친화적 치안행정을 통해 억울한 사람, 소외받는 이웃이 없도록 해야겠습니다. 나아가 경찰의 활동은 국민의 공감을 얻을 수 있어야 합니다. 엄정하면서도 유연하게 법을 집행해야 합니다. 과잉수사, 무분별한 검문검색, 과도한 물리력 동원은 모두의 피로를 가중시키고 업무 효율을 저해하는 대표적 사례입니다. 경찰개혁에도 가일층 속도를 냅시다. 한국경찰의 이미지와 신뢰를 훼손하는 부정적 요소를 말끔히 걷어냅시다. '불법과 폭력에 나약한 모습' '일부의 부정부패와 비리' '불친절과 무성의한 업무태도'를 근본적으로 쇄신해 열심히 일하고 성과를 낸 만큼 제대로 된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겠습니다. 믿음직한 경찰동료 여러분! 저는 지금 이 시각 경찰의 밝은 미래를 봅니다. 한국 경찰의 가능성에 확신을 가집니다. 새로운 '희망의 대장정'에 나섭시다. 치안행정 전반에 걸쳐 진일보한 발전을 이뤄냅시다. 저부터 달라지겠습니다. 소통하는 경찰청장이 되겠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은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것입니다. 자신의 입장과 처지에 집착하기 보다는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며 따스한 기운이 차오르게 해야 합니다. 밝힐 것은 밝히고 알릴 것은 알림으로써 함께하는 '쌍방향 치안', 속 시원한 '소통 치안'의 시대를 열겠습니다. 조직의 화합을 위해서라면 틈나는 대로 현장으로 달려가서 쓴 소리, 단 소리 구분없이 열심히 듣겠습니다. 앞장서는 경찰청장이 되겠습니다. 정책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결국 '사람'입니다. 경찰관의 사기는 국민을 지키는 힘입니다. 여러분이 직무에 전념하며 소신있고 당당하게 일할 수 있도록 직급구조와 보수체계 개선을 비롯해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겠습니다. 선진 외국경찰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치안 인프라를 확충하고 일한 만큼 보상받는 법제도적 기반을 갖추는데 발 벗고 나서겠습니다. 인사 정의 구현에 심혈을 기울이겠습니다. 승진과 보직에 있어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고 조화와 균형을 유지하겠습니다. 성과주의 역시 여러분이 수긍할 수 있는 수준으로 승화·발전시키는 등 다같이 공감할 수 있는 '합리적 조직문화'를 정착시켜 나가겠습니다. 활력있고 신명나는 조직문화를 만들겠습니다. 내부의 다양한 의견을 포용하고 입직경로간 갈등을 지혜롭게 통합해 경찰발전의 동력으로 삼겠습니다. 일하다가 생긴 잘못에 대해서는 과감히 불문에 붙이겠습니다. 하지만 금품수수를 비롯해 경찰관의 본분과 명예를 저버린 행위에 대해서는 반드시 책임을 묻겠습니다. 자랑스러운 경찰 동료 여러분! 우리는 해낼 수 있습니다. 여러분과 함께라면 못할 일이 없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경찰청장이라는 각오로 꿈과 뜻을 모읍시다. 모두가 공감하는 '선진 일류경찰', 세계인이 선망하는 '글로벌 스탠더드'의 그 날까지 힘차게, 힘차게 나아갑시다. 제가 맨 앞에서 뛰겠습니다. 여러분의 인권은 제가 지켜드리겠습니다. 사무실 안의 청장이 아니라 국민 속의 청장, 여러분 곁의 청장이 될 것을 굳게 다짐드립니다. 끝으로 전국 방방곡곡 13만 경찰 동료 여러분의 건강과 건승을 빌면서 그동안 나라와 경찰에 헌신하고 퇴임하신 전임 강희락 청장님의 앞날에 축복이 있기를 기원합니다. 여러분의 뜨거운 관심과 적극적인 동참을 다시 한 번 부탁합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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