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떠오르는 게 '진압'이다. 우리나라 사람은 "주인이 보면 스무 개를 하지만 주인이 없으면 한두 개만 (하는)" 사람들이다. 게다가 "온갖 유언비어를 만들어 (내는)" 사람들이다. 그러니 단속할지 모른다. 단속과 진압의 고삐를 바짝 죄어서 이른바 '준법'을 강제할지 모른다. 그러기 위해 "물포에 최루액을 섞어" 쏠지 모른다. "물포 맞고 죽는 사람은" 없으니까. G20정상회의가 두 달여 앞으로 다가왔으니까.
관두자. 이런 상상은 그냥 접자. 조현오 후보자의 말에 근거한 상상이지만 그래도 상상이니까. 하지만 이건 다르다. 이건 상상이 아니라 예상이다.
조현오 후보자는 검찰 조사를 받아야 한다. '노무현 차명계좌'를 언급해 노무현 전 대통령 유족한테 고소당했기에 검찰의 조사를 받아야 한다. 현직 경찰청장이 어떤 식으로든 검찰의 조사를 받아야 하는 것이다. 경찰로선 치욕이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괜찮다. 무죄 추정의 원칙이란 게 있으니까, 일단 형식적으로는 검찰의 조사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경찰청장직을 수행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을지 모른다. 시한부로는 그렇다.
조현오 후보자는 처벌 받을지 모른다. 그에게 붙은 혐의는 명예훼손, 따라서 그가 그의 말을 입증해야 한다. 진실이라는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하지만 못했다. 지금까지는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주간지나 인터넷 언론을 언급한 것 외에는 어떤 근거도 제시하지 못했다. 이 상태가 유지되면 그는 당연히 처벌받아야 한다. 현직 경찰청장이 사법처리 대상이 되는 것이다. 이 또한 경찰로선 치욕이다.
물론 검찰이 면죄부를 주면 치욕은 면한다. 하지만 어렵다. 조현오 후보자가 청문회에 나와 공개리에 밝히지 않았는가. '근거 없음' 또는 '근거 못 댐'을 국민이 보는 앞에서 보여주지 않았는가. 이런 상황에서 마구잡이로 면죄부를 줄 수는 없다.
▲ 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자 ⓒ프레시안(최형락) |
그 순간 조현오 후보자는 정치 격랑에 휘말린다. 현 정부세력과 전 정부세력의 배수진을 친 싸움 한가운데 서게 된다. 정치적 중립지대에 서야 할 사람이 정치 투쟁의 당사자가 되는 것이다. 특검제가 도입되면 특검의 수사대상이 되고, 국정조사가 진행되면 증인으로 소환되고, 장외 정치투쟁이 전개되면 논란의 당사자가 된다.
이게 이유다. 조현오 후보자가 경찰청장이 돼서는 안 되는 이유다. 어떤 경우이든 조현오 후보자는 경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경찰의 명예를 깎거나 경찰의 부담만 가중시킨다.
훌훌 털어버리는 게 낫다. 그가 정말 경찰을 위한다면 청장직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자연인으로 돌아가야 한다. 명예훼손사건의 피의자로서 검찰 수사에 성실히 임하고 검찰의 처분을 달게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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