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우리나라의 실제 고용 상황은 훨씬 더 심각하며 정부의 일시적인 일자리 정책이 '약발'을 다하는 연말에는 고용 대란이 닥쳐올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새사연)은 13일 '고용없는 경기회복이 가능한가'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현재 한국의 고용악화 상황은 단순히 통계청이 발표한 7월 취업자 감소 7만6000명 수준을 넘어서는 것"이라며 "V자 경기 회복 등의 낙관론을 주장하려면 7월 고용동향에서 나타나는 구조적인 문제들에 대해 먼저 대답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사연은 "올해 만들어진 공공부문 인턴· 희망근로 취업자를 제외하면 실제 사라진 일자리는 40만 개"라며 "정부가 제공하는 단기 일자리가 1월부터 지금까지 32만 개가 생겨났지만 제조업과 건설업·도소매업에서는 감소폭이 줄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민간부문의 일자리 축소를 정부가 보완한 것은 업적이라고 볼 수도 있다"면서도 "쌍용차 사태 등 안정적인 일자리 감소를 방치하면서 요식적인 공공 일자리만 늘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 올해 정부가 시작한 공공부문 인턴사원제와 희망근로 프로젝트로 공공부문 취업자가 크게 는 반면, 건설업 취업자는 지난해부터 계속 감소해오다 최근 들어 그 폭이 더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새사연 |
"단시간 근로자도 360만 명…'워킹 푸어'될 가능성 높아"
새사연은 실질적으로 사라진 40만 개의 일자리도 '과소평가'라고 주장했다. 공공부문의 단기 일자리를 제외해도 1주일에 36시간 이상 일하지 못하는 단시간 일자리가 대폭 늘어났기 때문.
새사연은 "실물경제 위기가 본격화된 지난해 11월부터 하루 7시간 이상 정상적으로 일하는 일자리는 대폭 줄어든 반면 정상시간 이하로 일하는 사람은 7월에 360만 명을 돌파했고 18시간 미만 취업자는 100만 명이 넘는다"며 "이들은 '근로빈곤층(워킹 푸어)'이 될 확률이 대단히 높다"고 경고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중 36시간 미만 취업자는 362만4000명으로 1년 전보다 86만4000명이 증가했다. 무려 31.3%나 증가한 수치다. 18시간 미만 취업자도 105만7000명으로 1년 전보다 27만6000명이 늘었다. 반명에 36시간 이상 취업자는 1985만2000천 명으로 96만3000명이 감소했다. 하루에 7시간 이상 일하는 일자리를 단기 일자리가 대체하면서 '착시 효과'를 일으켰다는 게 새사연의 주장이다.
새사연은 또 "우리나라 고용사정의 '최악'은 직장에서 떨어져 나가는 사람 대부분이 30-40대라는 점"이라며 "그들이 잃은 직장의 공백을 60대가 희망근로를 통해, 20대가 인턴제를 통해 보완하는 희한한 구조"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더 심각한 것은 이 30-40대가 구직활동을 하는 실업자 대열에 합류하지 않고 재취업을 포기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그런데도 정부는 이들에 대한 대책을 내놓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 통계청의 연령별 고용률을 보면 30대는 1년 전보다 1.9%포인트, 40대는 1.0%포인트 감소했다. 전체 고용률이 0.9%포인트 감소한 것에 비해 3·40대의 감소폭이 더 크다. 반면에 비경제활동인구 중 '쉬었음' 인구는 30대가 19만8000명, 40대가 19만1000명으로 1년 전보다 각각 20.2%, 12.6% 증가했다. ⓒ새사연 |
새사연은 한편 "경제위기로 인해 없어지는 일자리의 90% 이상이 여성 일자리라는 통계는 지금까지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여가 안정적인 직장이 아니라 임시직이나 자영업과 같은 취약한 쪽에서 이루어졌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며 여성 고용에 대한 별도의 대책을 주문했다.
'4대강 사업' 일자리도, '100만 해고 대란'도 없어
새사연은 고용 사정이 숫자로 나타나는 것 이상으로 심각한데도 정부가 경기 회복에 낙관하면서 여전히 '노동 유연화'만을 외치는 것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이런 문제점들은 최근의 일시적인 경제 상황 악화 때문에 발생했다기보다는 구조적으로 외환위기 이후 지속된 '노동 유연화' 정책의 결과가 경기 악화와 맞물리며 파괴적인 결과를 초래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 지난 6월 부산시가 주최한 취업박람회를 찾은 구직 희망자들. ⓒ뉴시스 |
새사연은 정부가 건설경기를 부양해 4년간 96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며 시작한 4대강 사업 등 토목공사도 고용창출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올해 6월 건설업 취업자 감소율은 4.7%였고 7월엔 7%로 역대 최고 수준이라는 것이다. 통상 건설 부문의 일자리는 일용 노동자로 분류되는데, 7월 통계에서 일용직 근로자는 20만여 명이 줄어 9.1% 떨어졌다. 통계청은 휴가철과 장마가 겹친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주장하지만 새사연은 "상용직이 3.6% 증가한 것과 확실히 비교되는 현상"이라고 반박했다.
정부와 여당이 이른바 '100만 해고 대란'을 주장하면서 비정규직법 적용 유예안을 밀어붙였지만 실제로는 비정규직법 적용이 7월 고용동향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법의 적용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상용근로자나 임시근로자는 7월에 각각 3.6%, 1.8% 늘었다. 새사연은 "토목 건설이나 비정규직법 연장에 힘을 쏟아붓는 등 엉뚱한 데서 고용 해법을 찾으려한 노동부와 정부가 국민에게 정식으로 사죄할 대목"이라고 비판했다.
새사연은 마지막으로 "유통 대기업의 기업형 슈퍼마켓(SSM) 입점이 논란이 된 7월에도 자영업은 지난해 대비 30만 명이라는 엄청난 감소폭을 이어가고 있다"며 "지역의 상인들이 왜 저항해야 했는지를 지난 1년이 넘게 통계자료가 입증하고 있다"면서 대책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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