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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손' 전당대회 출마? 소인배 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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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정·정·손' 전당대회 출마? 소인배 짓이다"

[고성국의 정치in] 민주당 강창일 비상대책위원

강창일 의원은 격정적이었다. 인터뷰 내내 정치적 수사를 쓰지 않았다. 예민한 질문에도 격정적으로 답했다. 두어 번 답변을 망설일 때도 있었지만 끝내 피하지 않았다. '용어순화'를 약속하고 헤어졌지만 그의 격정을 그대로 전하고 싶어 거의 손대지 않았다. 강 의원은 현재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을 맡고 있고, 당내 '비주류'로 분류된다.

"정세균 대표는 '독재자'와 같다"

"정세균 대표를 두고 '독재자'라고 했다. 왜 그랬나?"
"2008년 총선이 끝났을 때 모두 피곤한 상태였는데, 총선 2달 후인 6월에 전당대회를 했다. 당시 (정세균 전 대표가 대의원들에게) 다 작업을 해놓았던 것이다. 나는 정 전 대표가 대표가 되는 것을 반대했다. '노무현 색깔'이 강한 정 전 대표 대신 추미애 의원이나, 정대철 고문이 더 적합하다고 봤다. 그러나 정 전 대표가 당선된 후에는 '민주당의 정비'가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해 싫은 소리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당직 인선부터 완전히 권력 전횡, 권력 독점이었다. 소수에 대한 배려 없이 완전히 혼자 나갔다. 당 인사도 회전문 인사였다. 정 전 대표의 대여투쟁도 문제였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어서 몇몇 사람들과 얘기를 했다. '해도 너무하지 않나. 대여 투쟁이 이렇게 흐지부지되면 되겠나'. 장세환, 이종걸, 문학진, 주승용, 김재균 의원 등 10명 정도가 자주 모였는데 그게 '비주류'가 됐다. 이른바 '국민모임'이고 정 전 대표에게 반대 목소리를 자주 내 왔다."

▲ 민주당 강창일 비상대책위원 ⓒ프레시안(최형락)

"'대여투쟁'을 문제 삼았는데, 미디어법 파동 얘기인가?"
"그 전부터다. 이후에 미디어법을 비롯해 대립이 있었는데 얻은 게 없었다. 결국 작년 12월 예산 때문에 타협하려고 할 때 우리가 쳤다. 정 전 대표에게 물러나라고 했다. 그러자 정 전 대표가 갑자기 강경하게 돌아서서 농성에 들어갔는데 그것도 쇼였다."
"왜 '쇼'라고 봤나?"
"그가 '강경하게 나가달라'는 우리의 요구를 들어준 것처럼 보였지만, 시간을 끈 것 외에 얻은 게 없다. 정치력도 없고, 협상도 없고, 우리는 피곤하기만 했다. 미디어법 파동 때 이런 일이 있었다. 천정배, 장세환, 최문순 의원과 함께 정 전 대표가 의원직을 사퇴하기 전, '국민모임' 등이 당시 미온적인 정 전 대표에게 강경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이후에 우리가 단식과 삭발 투쟁을 하기로 결의했는데 정 전 대표가 전화를 해서 '이틀만 참아달라'고 하더라. 우리는 이발사까지 다 구해놓았다. 그럼에도 우리가 '알았다'고 했는데, 이틀 후에 자기가 먼저 단식을 해버리더라. 우리는 그런 것을 '꾀'로 본다. 성명 내면서 이틀 기다려달라고 하고 자기가 먼저 단식을 해버린다. 그러면 우리는 뭐가 되나. 그런데 5일 만에 단식을 그만 두더라. 완전히 뒤통수를 맞았다."
"그것 말고 다른 이유도 있나?"
"정 전 대표가 민주당을 '사당화'시키고 있다는 것이 문제였다. 대여 투쟁보다는 '어떻게 하면 당권을 장악할까' 하는 생각만 하는 것으로 비치더라. 당직 인선에 대해서도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당시에는 우리가 힘이 딸렸지만 많은 의원들이 우리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진행돼 온 원내대표 선거를 보라. 당권파에서 내보낸 인사들이 다 떨어졌지 않나. 당 내에는 우리한테 심정적으로 동조하면서 박수 쳐 주는 사람들이 대다수다. 그래서 25명의 의원들이 쇄신모임을 만들게 됐다. 추미애, 정동영도 함께 했다. 우리 주장은 간단하다. 당권을 당원에게, 당권을 국민에게 주자는 것이다."
"정세균 전 대표가 왜 그렇게 당권에 집착할까? '정권'에 집착하는 것이 아니고."
"왜 그렇게 당권에 집착하는지 모르겠다. 정세균 전 대표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정 전 대표를 감싸고 있는 사람들이 주변에 있다. 이름은 거명하지 않겠지만 그 사람들은 당권을 중요시 여기는게 당연하다. 그게 안타깝다. 정세균 전 대표가 제발 그 사람들만 보지 말고 다른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야 한다고 얘기하고 싶다. 쇄신연대가 만들어진 배경에는 그런 것들이 있다.

"정세균 체제, '야권 연대'에 진정성 있었나?"

▲ "내가 당대표였으면 선거 끝나고 '국민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못났지만 저희에게 자리를 줘서 고맙다' 그런 다음에 '전대 준비를 하자. 7월 6일 떠나겠다'고 했겠다." ⓒ프레시안(최형락)
'쇄신연대'의 배경에는 '반정세균' 정서가 있었다. 그 이후의 상황을 정리해보면 6.2지방선거의 승리가 있었고, 7.28 재보선 패배가 있었다. 정 전 대표는 6.2선거를 '민주당의 승리'로 규정하고 7월 6일로 끝나는 자신의 임기를 전당대회까지 이어가려고 했다. 쇄신파들은 이에 반발했다. 7.28재보선 패배 후 정 전 대표는 결국 사퇴했지만 그 과정도 매끄럽지 않았다. 정 전 대표의 모습이 강 의원을 비롯한 '쇄신모임'에는 어떻게 비춰졌을까?

"6.2지방선거 승리를 예상했나?"
"승리는 예상했다. 중간 선거는 현 정권에 대한 심판이기 때문에 어떤 상황에서도 (한나라당이) 실패할 것이라고 봤다. 그러나 우리가 승리했다고 보지는 않는다. 이명박 정권 심판 부분이 있지만, 서울시장, 경기지사 선거를 보면 실패다. 서울시장, 경기지사 선거를 제대로 했다면 우리가 완전히 이길 수 있었다."
"두 선거는 왜 졌나?"
"공천 문제도 있겠지만, 야권 연대 문제 등에서 더 적극적으로 했어야 했다. 나중에 보면 야권 연대가 아니고 후보자 연대가 됐다. 야권 연대에 대한 진정성이 있었나? 없었다. 그런데 경기지사, 서울시장 선거 패배한 것은 아무도 얘기하지 않는다. 이것은 우리의 성공이 아니다. 그런데 왜 승리했다고 하느냐."
"서울시장 경선도 이계안 전 의원이 한명숙 전 총리에게 도전했지만, 토론 한번 안하고 여론조사로 끝냈지 않았나?"
"그래서 내가 정신없는 집단이라고 얘기한다. 왜 토론을 안하나. 제대로 경선한 곳이 어디에 있나. 광주도 못했고 전남도 못했다. 경선 자체가 민주적 과정이기 때문에 했어야 하는 것이다. 이계안 전 의원은 내 친구인데 피눈물을 토한다. 그러나 어쩌나. 이미 결정된 것을 자기 혼자 계속 떠들면서 욕하고 다니면 체면만 깎이지, 피눈물을 흘리면서 물러섰다. 이 전 의원이 뭐라고 했나. '토론 한번만 하자'였다. 그런데 안했다. 경기도도 마찬가지다. 이종걸, 김진표가 나왔는데, 이종걸 의원이 한 번도 토론을 못했다. 진정성이 있었다면 김진표, 이종걸로 당내 경선을 먼저 하고 유시민 후보와 후보 단일화 논의를 했어야 했다. 이종걸 의원도 피눈물을 흘렸다. 공탁금 낸 것만 해도 8000여만 원이다. 이틀 만에, 경선도 못하고 사퇴했다."
"제가 정치평론가로서 6.2지방선거 결과를 보고 정세균 전 대표에게 "박수칠 때 떠나라"는 얘기를 했다. 정 전 대표는 여러 번 당 대표를 한 사람인데, 당대표를 한 번 더 하는 게 무슨 의미인가. 본인이 대권 주자로 갈 생각이 있다면 박수칠 때 떠나는 게 맞다고 했다. 그런데 그쪽에서는 '선거에 이기고 떠난 사람 봤느냐'고 하더라."
"정 전 대표가 유하고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갖고 있는 분이다. 그런데 진퇴 문제에 있어서는 서툰 것 같다. 17대 국회 때도 당시 대표를 지냈던 정 전 대표가 산업자원부 장관으로 가더라. 사실 당 대표가 장관보다 더 높은 자리인데, 하루아침에 (당원들이) 닭 쫒던 개가 됐다. 이번에도 순리대로 하면 7월 6일에 임기가 만료돼 나가게 된다. 내가 당대표였으면 선거 끝나고 '국민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못났지만 저희에게 자리를 줘서 고맙다' 그런 다음에 '전대 준비를 하자. 7월 6일 떠나겠다'고 했겠다. 그런데 7.28 재보선에 올인 해야 하기 때문에 물러날 수 없다? 말이 되는가."

'만약'은 없다지만…이렇게 물었다.

"만약에 정 전 대표가 그렇게 물러났다면 어떻게 됐을 것 같나?"
"그렇게 됐다면 7.28 재보선도 이기고 정 전 대표도 '큰 사람'이 됐을 것이다. 본인은 7.28도 승리하리라고 봤던 것 같다. 이길 것이기 때문에 그 여세를 몰아 당권을 장악하겠다, 이런 계산이었던 것 같다. 그런 계산이었는데 졌다. 결국 당권을 장악하기 위한 전당대회를 자기 손으로 치르기 위한 말장난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다 결국 떠밀려서 사퇴를 했다."
"집단 사퇴 결정하는데 5일이나 걸리지 않았나?"
"그렇다. 처음에 정 전 대표가 본인 혼자만 사의를 표명하겠다고 했다. 지금 지도부가 박주선 최고위원을 제외하고 모두 정세균 체제인데, 이런 상황에서 혼자만 나가겠다는 얘기는 구체제를 유지하겠다는 것밖에 안 되는 것이다. 그래서 쇄신연대에서 총사퇴를 하라고 했다. 그런데 정 전 대표는 끝까지 사퇴를 안하려고 했다. 최고위원들을 모아놓고 사퇴 문제를 두고 투표를 했다더라. 그 모습이 얼마나 보기 안 좋나. 그런 것이 정 전 대표의 '꼼수'다. 한나라당은 지방선거 지자마자 정몽준 대표가 사퇴하고 외국 나가고 비상 체제가 되지 않았나."
"7.28재보선 패배 충격이 어느 정도 큰가?"
"크다. 6.2지방선거가 끝난 뒤에는 우리가 정국을 주도할 수 있었다. 그런데 지방선거 끝나고 정 전 대표는 '축하한다'는 사람들을 만나 악수하느라 정신이 없더라. 지방선거 끝난 후 분위기가 좋았다. 지방에서도 야당 의원 보는 것을 다음에 집권할 대안세력으로 보더라. 그런데 재보선에 패배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원점으로 돌아와 다시 오만해졌다. 장관 후보자들을 보라. 오만하기 짝이 없는 인사다. 국민들은 우리(민주당)에게 싸늘한 시선을 보낸다. 6월 초, 7월 말 선거 두 번 치른 2개월 사이에 너희들이 한 짓을 봐라 이거다. '이 놈들 아직도 정신 못 차리고, 진짜 못 믿을 놈들이구먼' 이렇게 생각한다. 2개월 사이다. 국민들이 얼마나 무섭나. 충격이 크다."

"민주당 구조, 한나라당보다 더 못하다"

▲ "흑심이 있으면 논리가 흐려진다. 당권 대권 분리 등이 진일보한 민주주의 체제의 내용들인데, 전부 과거로 회귀해버렸다. 지금 당규는 다 엉터리다."ⓒ프레시안(최형락)
인터뷰를 정리하는 중에 정세균 전 대표가 '큰 변화(Big Change)'를 내걸고 당권도전을 공식 선언했다는 뉴스가 흘러나왔다. 정 전 대표가 들고 나온 '큰 변화'는 무엇일까? 정 전 대표의 당권도전 문제도 그렇지만, 지금 가장 중요한 현안 중 하나는 당헌당규 개정, 그 중에서도 '당권 대권 분리 조항'을 집어넣어 대표의 권한을 약화시켜야 하느냐의 문제다. 쇄신파 등 비주류는 대표 권한 약화를 통한 '관리형 대표제'를 지향하지만, 친정세균, 당권파는 현행 대표 '원톱' 체제를 유지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과거 열린우리당이 만든 '당권-대권 분리 조항'을 정작 민주당은 버렸다. 반면 열린우리당을 따라했던 한나라당은 '당권-대권 분리 조항'을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 왜 그런가?"
"이렇게 볼 수 있다. 평정심을 가지고 세상을 보면 순리대로 나가는데, 흑심이 있거나 다른 생각이 있게 되면 논리 자체를 자꾸 바꾸게 되고 앞뒤가 안 맞게 된다. 당권 대권 분리 등이 진일보한 민주주의 체제의 내용들인데, 전부 과거로 회귀해버렸다. 지금 당규는 다 엉터리다. (정세균 전 대표가) 당권 장악에만 관심이 있기 때문에 최고위원회 등에서 얼렁뚱땅 정하는 식으로 당규가 나오지 않았겠나. 당헌당규가 어떻게 만들어졌고, 고쳐져 왔는지, 많은 당원들이 모르는 상태다. 창피해서 얘기를 못한다. 그리고 그것을 토대로 대권을 장악하려고 하는 세력이 있어서 이렇게 오지 않았나. 우리 당헌 당규는 아주 퇴영적인 것이다. 한나라당 것보다 훨씬 못하다."
"강 의원은 비대위 위원이다. 비대위건 전당대회준비위원회건 워낙 주류 비주류간 계파 갈등 때문에 제대로 회의도 안 되고 있는 것 아닌가"
"정상화시켜나가고 있는 중이다. 정 전 대표의 '사퇴 파문'을 겪은 후 비대위가 만들어졌는데, 그 과정도 문제가 있었다. 정 전 대표 체제 하의 최고위원들이 비대위원을 한 사람씩 추천하고 나갔다. 그것, 코미디 아닌가? 박지원 대표가 비대위원 구성에서 소외됐는데, 나중에 박 대표가 두 자리를 남겨서, 쇄신연대에 배려해야 한다고 했고 나와 박영선 의원이 들어가게 됐다."
"정상화되는 중인가?"
"박지원 대표가 전대가 공정하게 치러지도록 하는 방향으로 많이 접근시키고 있다. 수습해 가는 과정이다. 전당대회준비위원회, 조직강화특위 역시 정세균 체제 인사들이 상당수 배제되면서 균형을 맞춰가고 있다."
"지금의 체제로 전당대회까지 간다면 심각한 후유증은 없을 것이라고 봐도 되나?"
"이 체제로 잘만 해 나가면 큰 문제는 없지 않을까 한다. 물론 말들이 있을 수 있지만 큰 파국은 면할 수 있다고 본다."
"누가 당대표가 되는 게 좋을 것 같나?"
"전혀 생각지 않는다. 비대위원들은 이번에 중립으로 가자 그런 결의를 했다. 각자 호불호는 있겠지만 우리는 절대 중립을 지키기로 했다. 다만, 대권 후보들이 대권의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당권 장악을 하겠다? 그것은 정치 소인배적인 짓이기 때문에 그 분들은 좀 물러서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다. 누가 당 대표가 되든 당을 불편부당하게 운영하고 정말 제대로 세워서, 국민에게 감동을 주는 정당, 제대로 대여 투쟁하는 정당을 만들어 달라. 잔꾀부리지 말아 달라는 말을 하고 싶다."



"정·정·손, 전당대회 출마? 소인배 짓"

"전대가 주류의 정세균 대표와 비주류간 양자 구도가 될까, 다자구도가 될까?"
"다자구도가 될 것이지만, 섣불리 예단 못하는 게 집단지도체제냐, 단일지도 체제냐 하는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당헌 당규 개정 가능성은 있나?"
"있다. 그리고 집단지도체제냐, 단일지도체제냐에 따라 후보 구도의 차이가 있을 것이다. 정동영, 박주선, 천정배, 손학규, 정세균, 추미애, 김효석 등등이 거명되지만 단일지도체제가 됐을 때는 좀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 집단지도체제로 간다면 다들 나올 수 있을 것이고."
"당권 대권 분리를 당헌 당규상 규정하면 단일지도체제든 집단지도체제든 당권이 가진 메리트가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관리형 대표 체제로, 생산적으로 정리될 수 있는 것 같은데?"
"똑같은 생각이다. 일단 당권-대권을 분리해도 첫째, 정세균 전 대표는 출마하지 말아야 한다. '책임지겠다'고 물러선 사람이 나오는 것은 정치 도의에 맞지 않는다. 두 번째 정동영, 손학규 대표는 대권에 관심이 있는 것 같은데, '당권-대권 분리'를 하면 두 분은 당권 말고 대권 준비를 하라는 것이다. 당권을 갖고 이다음에 대권에 유리한 위치를 점하겠다고 하는 것은 '소인배' 짓이다. 대신 그 분들에게 늘 국민에게 인사할 수 있는 그런 기회는 주자. 상임 고문 등이 당무에 관여할 수 있는 역할 등을 강화해서 일주일에 몇 번은 TV에 나와서 국민들에게 보여질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 "저는 역사학자로서 이렇게 본다. 박근혜 전 대표는 (현재의 지지율이) 상한이라고 본다. 박 전 대표는 노출이 오랫동안 된 분이고, 지금 호불호가 명확하지 않나. 더 이상 올라가지 않고 내려오는 길만 남아있다. ⓒ프레시안(최형락)

정동영, 손학규 얘기가 나와 대화는 자연스럽게 '대권'으로 흘러갔다.

"MB, 후계구도 자기가 만들려 하지만 그게 될까?"

"대통령제 하에서는 '대통령감'을 만들어야 한다. 현실적으로 민주당 인사들은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에게 전혀 미치지 못하고 있다. 어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지 않나. 시간이 2년 6개월 밖에 남지 않았다."
"저는 역사학자로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박근혜 전 대표는 (현재의 지지율이) 상한이라고 본다. 박 전 대표는 노출이 오랫동안 된 분이고, 지금 호불호가 명확하지 않나. 더 이상 올라가지 않고 내려오는 길만 남아있다. 박 전 대표의 가치, 세계관, 지향하는 이념들을 국민들이 심판할 것이다. 10년 전 시대정신이 요구한 지도자와 지금은 다르다. 지금의 시대정신과 시대가 요구하는 그런 리더십을 가진 자가 누구냐. 이것은 아무도 예단할 수 없다. 다만 앞으로는 통합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소통과 통합의 리더십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생각이 다른 것 같은데?"
"아주 다르다. YS가 '현 대통령은 차기 대통령을 만들 수는 없지만, 대통령이 안 되게 할 수는 있다'고 말하는 그런 연장선상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 대통령은 뭔가 후계 구도를 자기가 만들겠다는 의지가 너무 강해서 탈이다. 그래서 통합의 리더십이 결여됐다고 느낀다. 누굴 안 되게끔 하는 식의 부정의 정치는 지향해야 한다. 지금 하는 행태는 그 분이 감정적인지 모르겠는데, 총리라든지 하는 사람을 통해 누굴 타켓으로 삼아서 누군가를 안 되게 하려고 한다는 의심을 많이 갖게 하는 것 같다. 그래서 친박근혜계 의원들이 그런 의구심을 갖고 있는 것 아닌가"
"그게 민주당 입장에서는 '기회'가 될 수 있나?"
"그렇지 않다. 우리도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자꾸 언론에 오르내리게 해야 하는데, 결국 이런 식이면 정국 주도권을 여당이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이게 된다. 선의의 경쟁이어야 하지만 우리도 자꾸 싸움들을 해야 한다."

"이상득 발언 파문, 한일 외교 문제가 집안 일이냐"

"강 의원은 역사학자다. 한일 문제 전문가라고 알고 있다. 이번에 이상득 의원이 한일병합 100주년 담화를 일본과 사전 조율했다는 보도가 나왔던데, 사실일까?"
"조율까지는 얘기를 못하겠고, 일본 신문에 나온 것을 보면 이 의원이 와타나베 고조라고, 일본의 한일의원연맹 회장 등을 만나 '우리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도록 해 달라. 그러면 내가 '동생'에게 얘기해서 역사 인식 문제에 종지부를 찍도록 하겠다'는 얘기를 했다는데, 그것과 관련해 내가 '대한민국이 이씨 왕조냐'고 비난한 적이 있다. 물론 우리(민주당)도 일본 정치인들을 만나 담화문에 관한 여러 요구들을 했다. 이 의원이 아니더라도 요구는 많이 하지만, 문제는 만일 '동생한테'라는 발언이 사실이라면, 이 의원이 민감한 외교문제를 집안일 다루듯 발언을 한 것으로 매우 부적절한 것이라고 본다."
"이번 간 나오토 담화가 무라야마 담화보다 진일보했다고 보나?"
"긍정적으로 평가할 부분은 있는데 알맹이가 없다. 일본 정치 구조는 일본 국민들의 정서보다 훨씬 뒤떨어진 정치 구조다. 일본 정치인들은 애국주의자만 양산되고 있는지, 간 나오토 담화 문장을 두고 민주당 내에서도 반발이 심하다고 한다. 두 가지 문제가 있다. 한국인의 의지에 반해서 병합이 이뤄졌다는 것인데, 강제성은 인정한 것이지만 불법성은 인정하지 않았다. 또 전후 보상 문제의 핵심은 지금 군 위안부 문제, 강제 연행자 문제, 재일교포 문제, 독도 문제, 역사교과서 왜곡 문제 이 5가지인데, 이런 것들이 하나도 언급되지 않았다. 사할린 동포 문제, 의궤 반환 문제 등은 일본이 이미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재탕 삼탕이다. 그럼에도 일부 평가는 할 만하다."
"이 대통령이 경축사에서 총리 담화를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한 것을 이해한다는 말인가?"
"그렇지 않다. 개인은 그런 말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대통령은 그럴 수 없다. 국가 원수다. 영토를 수호할 의무가 있고, 대한민국 국민의 생명을 지킬 의무가 있다. 독도 문제 얘기를 했어야 한다. 국치 100년의 성격에 대해 입장을 천명했어야 한다. 역사 교육 문제에 대해서도 일본에 해결을 촉구했어야 한다. 그런데 이 대통령의 말은 알맹이가 하나도 없다. '평가할 만하다'고 하고 끝냈다. 대통령 발언으로는 아주 적절치 않다. 대통령 자리가 어떤 자리인지 분명히 인식하는 게 필요하다."

▲ 외교 차원에서 한국 정부가 진짜 해야 할 일은 따로 있다. 일본과 한일협정에서 다루지 않은 문제들을 다루는 것이다.ⓒ프레시안(최형락)

"'한일 문제' 못 푸는 것은 외교부 관료들의 문제"

"전공은 어떤 쪽인가?"
"한국사다. 일본에 유학 가서는 일제 침략사를 전공했다."
"일본에 가서 일제 침략사를 전공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그렇기 때문에 유학이 의미가 있다. 근대 일본의 한국침략과 대아시아주의라는 주제로 학위를 받았다. 명성황후 시해 사건을 비롯해 일본 우익들의 책동, 이들이 한반도 침략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했느냐 이런 것을 연구했다. 일본의 침략 정책, 식민지 지배 정책이 주 전공이었다."
"위안부 할머니들이 수요 집회를 20년 넘게 하고 있다. 세계사적으로 유례없는 시위다."
"그렇다. 기네스북에 오를 만하다."

"일본정부가 어떻게 하느냐가 해결의 열쇠지만 우리 정부는 정말 아무것도 할 게 없는가?"
"한국 정부가 지난 10여 년 동안 정부로써는 열심히 해 왔다. 복지부에서 일제 피해자들에게 생활 지원금도 주고, 그러나 외교 차원에서 한국 정부가 진짜 해야 할 일은 따로 있다. 일본과 한일협정에서 다루지 않은 문제들을 다루는 것이다. 65년 협정에서는 군 위안부 문제 등을 전혀 다루지 못했다. 때문에 재협상을 하든지, 정부가 나서서 이 문제를 갖고 얘기를 해야 한다. 그런데 일본 정부도 한국 정부도 과거사 배상 문제는 종결된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 정부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한다는 의무를 갖고 있다는 얘기를 내가 계속 하고 있는 이유다. 정부가 나서서 얘기를 해야 한다."
"정부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방기하고 있다는 뜻인가?"
"그렇다. 군 위안부 문제 등은 한일협정 이후 제기된 문제다. 국제법적으로도 재협상 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정부는 마이동풍이다. 그래서 화가 나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로 정권이 바뀌면서 그런 역사 인식이 약화됐거나 변화가 있었다고 보나?"
"그렇게 보지는 않는다. 한국도 관료제 사회다. 외교 문제, 협정 문제는 외교부 관리에 의해서 결정된다."
"대통령이 바뀌어서 미온적으로 된 게 아니라 외교부의 오래된 관성 때문이라는 것인가?"
"그렇다. 대통령은 워낙 신경 써야 할 문제가 많기 때문에 한일협정 문제도 현안의 하나지만 외교부가 그렇게 나오면 대통령도 수용하는 그런 식으로 지금까지 온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외교부가 바뀌어야 한다."

강창일 의원의 격정적 토로는 1시간 반 넘게 이어졌다. 오늘 인터뷰 정리는 강 의원의 발언을 거의 그대로 살렸다. 그것이 강 의원의 생각과 감성과 기분을 가장 잘 전하는 방법일 듯싶어서였다. 그의 열정이 정치적 결실을 맺는 때는 과연 언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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