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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의 '새판짜기', 폭과 깊이에서 상상 초월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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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의 '새판짜기', 폭과 깊이에서 상상 초월할 수도

[한반도 브리핑] 김정일, '민간인' 클린턴에게 다 얘기했을 것

4개월 넘게 북한에 구속됐던 <커런트 TV>의 두 기자들이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으로 풀려나 미국으로 귀환했다.

클린턴의 방문은 전격적으로 이루어졌지만 기자들이 풀려나기까지 북미 양측 간에 뉴욕 채널을 통해 많은 접촉이 이루어졌으며 조율도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커트 캠벨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지난 달 태국에서 열린 안지역안보포럼(ARF)에 참가하기 전 한국을 방문해 "북한이 중대하고 불가역적 조치를 취한다면 미국을 비롯한 관련국은 북한이 매력을 느낄 수 있는 포괄적 패키지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을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성 김 6자회담 수석대표 등이 명백히 했다"고 말했다.

그보다 일주일 앞서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국무부에서 타운홀 미팅을 갖고 "우리가 현재 원하는 것은 여성 2명이 북한법에 따라 사면돼 가족의 품으로 가능한 한 빨리 돌아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두 여기자와 가족들은 이번 사건에 대해 크게 후회하는 모습을 보여줬고 모든 사람이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을 매우 유감스럽게 여기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북한이 사면을 통해 선처해 줄 것을 요청했다.

힐러리 '사면' 발언의 숨은 뜻

여기서 매우 중요한 점은 힐러리가 사면(amnesty)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사면'의 백과사전적 의미는 "국가원수의 특권으로서 형의 선고의 효과의 전부 또는 일부를 소멸시키거나, 형의 선고를 받지 않은 자에 대하여 공소권(公訴權)을 소멸시키는 일"이고, 일반적으로는 "지은 죄를 용서받는 것"이다.

즉, 클린턴 장관의 발언은 '국경을 무단 침입한 죄'와 '조선민족 적대죄' 대한 유죄를 받은 것을 인정하고 북한 당국에 '사면'을 요구한 것이다.

북한에 이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6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북한은 미국으로부터 인정을 받기 위해 노력했기 때문이다. 클린턴 장관의 사면 발언은 북한을 '주권 국가'로 인정하는 것이다.

이후 클린턴 장관은 7월 22일 태국 푸켓에서 열린 ARF에서 "북한이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에 동의할 경우 미국과 파트너들은 보상과 북미관계 정상화 기회 등이 포함된 패키지를 진전시킬 것"이라고 말해 캠밸이 말한 '포괄적 패키지'가 있음을 확인시켜주었다.

이러한 일련의 발언으로 볼 때, 미국의 대북정책은 이제 확실한 가닥을 잡아 나아가는 것으로 해석된다.

실상 지금까지 미국의 대북정책의 문제점은 정부가 바뀔 때마다 북한에 대한 정보와 분석이 축적되지 못하고 다시 검토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었다.

재검토되면서 다시 외교정책 순위에서 밀리게 되고, 시간을 끌게 되면서 북한의 반발이 나오고, 미국은 다시 상황 대응적으로 대처하면서 정책의 일관성을 갖지 못했을뿐 아니라 정책의 혼선도 가져왔던 것이다.

포데스타 동행이 핵심이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은 북한이 원하는 게 뭔지를 알아 보고 또 그것을 해결하겠다는 분명한 의지를 북한에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2000년 전 당시 국무장관이었던 매들린 올브라이트를 평양에 보냈고 북한의 국방위원이이자 인민군 차수인 조명록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포괄적 패키지가 명시된 '북미 공동코뮈니케'를 발표했다. 또한 자신 스스로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 위원장과 포괄적 패키지를 명문화하려 했다.

그러나 조지 W. 부시 대통령 당선자 측의 강력한 반대로 방북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클린턴의 이번 방북은 북한 측의 요구에 의해 이루어졌다고 전해지지만, 더 중요한 사실은 미국에서 빌 클린턴을 평양으로 보내는 것에 동의했다는 점이다.

이것은 10년 전 검토되고 승인하려던 북한의 핵 폐기에 따른 포괄적 패키지 제공의 연장선상에서 대북정책 그리고 북핵 문제를 바라보겠다는 것을 북한에 확인시켜 준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이번 방북에는 특히 존 포데스타 미국진보센터(Center for American Progress) 회장이 동행했는데, 이것은 오바마 정부가 북핵 문제, 그리고 북한을 매우 신중하게 다루고 있음을 시사해 주는 대목이다.

포데스타는 빌 클린턴의 비서실장을 지냈으며, 부시 행정부 기간 중 민주당이 대권과 상하원을 재탈환하기 위해 만들어진 미국진보센터의 설립자이다. 또한 오바마 현 대통령의 정치적 대부라고 할 수 있는 톰 대슐이 상원의원을 할 때 보좌관을 지냈으며, 오바마 행정부의 인수위원장을 맡은 인물로 민주당과 오바마 행정부의 정책뿐만 아니라 대외 전략까지 자문하는 매우 영향력 있는 인물이다.

그러므로 그의 동행은 결코 예사로운 일이 아니며, 오바마 행정부가 북핵 문제에 어느 정도 무게를 두고 있는지를 가늠해 볼 수 있다.

앞으로 미국의 대북정책과 핵 문제 해결에 대한 외교적 노력은 지난 정부와 달리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 클린턴 오른쪽에 있는 존 포데스타 미국진보센터 회장의 동행이 예사롭지 않은 대목이다. ⓒAP=뉴시스

그런데 김정일 위원장이 클린턴 전 대통령과 독대하며 나눈 대화는 무엇일까? 기자들의 석방 문제가 일차적인 주제였겠지만, 클린턴과 같은 인물을 끌어들이면서, 그리고 미국 대북정책의 농도 변화를 확인하면서 기자들 문제나 북핵 폐기에 따른 포괄적 패기지의 유효성을 다시 확인하는 것 같이 일반적인 것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현재 클린턴은 민간인이기 때문에 1970년대 미중 데탕트 당시 국무장관이었던 헨리 키신저 같이 셔틀(shuttle) 외교를 할 수 없다. 또한 클린턴은 오바마 행정부에서 자신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것처럼 비춰지길 원치 않는다. 자신의 재임 시절 백악관 스태프였던 램 이매뉴얼이 오바마의 비서실장을 하고 있고, 나아가 자신의 부인이 국무장관으로 있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김정일 위원장이 클린턴에게 한 이야기의 내용은 무엇일까?

우선 김정일 위원장은 클린턴의 방문에 매우 고무되었을 것이다. 미국이 자신들을 인정하고 있다는 사실이 클린턴의 방문에 의해 간접적으로, 그리고 방문 이전 일련의 일관된 언행으로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정일 위원장은 미국으로부터의 '인정'에만 만족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의 정당성은 아버지 김일성 주석의 유훈을 받들고 실천해 나아가면서 부여됐으며 공고히 됐고, 자신도 그렇게 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대부분의 북한 전문가들은 김정일 위원장이 현실 정치인임을 감안할 때, 유훈을 지키고 실천해 나아간다는 것은 외면적인 명분으로만 보고 내면적으로는 김정일 자신의 정치적 아젠다를 추구한다고 보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김정일 위원장이 김일성의 후계자로 지목되고 후계자로서 행동한 내용을 살펴보면 김정일이 나름대로 김일성과 다른 정치적 아젠다가 있다고만 말하는 것은 시간 속에서 형성되고 나타난 김정일의 정체성을 놓치는 것이다.

김정일 위원장은 김일성을 정점으로 하는 유일 지도체계를 만들었고 제도화했으며 계승한 인물이다. 그러므로 김일성의 유훈과 김정일의 정치적 아젠다에는 차이가 있을 수 없다. 김일성의 유훈은 곧 김정일의 미션(mission)인 것이다.

그렇다면 김일성의 유훈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한반도 통일이다. 현재 김정일이 추진하는 것에 대해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과 같이 밑바닥까지 가버린 경제위기 속에서 핵과 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해 체제를 수호하려고 한다는, 수세적이고 수동적인 것으로만 본다면 김정일과 북한의 본 모습을 놓치게 된다.

북한 입장에서 한반도 통일의 가장 큰 걸림돌은 미국의 압박과 봉쇄, 그리고 군사적 위협이다. 북한의 역사를 단순하게 보자면, 바로 이 압박과 봉쇄, 위협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김정일은 역사적 사건이라 할 만큼 어렵게 만들어진 빌 클린턴과의 독대에서 북핵 폐기의 조건으로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했을 것이다. 더불어 한미동맹의 해체도 요구했을 가능성이 있다. 한미동맹은 원래 북한을 적으로 설정하면서 형성됐고, 주한미군은 유사시 실질적인 작전을 위해 한국에 배치되었기 때문이다.

중국의 '이중성'과 북한의 요구…미국의 선택은?

북한의 이러한 입장은 중국의 이해관계와도 맥을 같이 한다. 중국은 한반도에서 냉전체제가 깨어져야 동북아의 진정한 평화가 올 수 있다고 누차 강조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한미동맹 강화 정책이 확고해지자 '동맹은 구시대의 산물'이라며 직접적으로 비판한 바도 있다.

중국은 북한 제재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고, 표면적으로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1874 결의를 지지하고 동참한다고 하지만, 한편으로 일상적인 북중관계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기서 중국의 이해관계를 읽을 수 있다.

6자회담은 미국 입장에서 다자회의란 틀에 중국을 끌어들여 중국을 통해 북한에 압박을 가하자는 것이 원래의 의도였다. 그러나 중국은 북한에 직접 압박을 가하는 것을 피하면서 6자회담 내내 북미 양자회담의 기회를 만들어 주려는 모습을 보였다.

그것은 중국 입장에서 북한이 실현하려는 것은 그들의 이해관계에 반하지 않고 오히려 중국의 이해관계를 간접적이지만 대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입장에서 주한미군과 한미동맹은 북한뿐만 아니라 근본적으로 중국을 겨냥하고 있기 때문이다.

위의 분석이 어느 정도 현실에 기반하고 있고 어느 정도 설득력을 갖고 있다면 미국은 앞으로 매우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한다. 북한을 군사적인 수단으로 제압한다는 옵션은 이미 고려 대상이 아닌 상태에서 그 성능이 점차 향상되고 있는 북한의 핵과 장거리 미사일을 그냥 용인하는 것은 동북아시아에서 미국의 이해관계를 스스로 파괴하는 일이다.

더욱더 큰 문제는 북한의 핵과 장거리 미사일을 용인한다면 미국의 군사헤게모니를 유지시켜주는 제도적 틀인 NPT(핵확산금지조약) 체제가 무력화 될 수 있다는 위험이다. 북한을 군사적인 수단으로 제재할 수 없는 상황에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 기술의 확산을 막기는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클린턴과 기자들이 미국으로 돌아간 지 일주일이 되어가고 있다. 클린턴의 방북에서 김정일이 제시한 안에 대해 브리핑과 디브리핑 현재 백악관과 국무부에서 한창 이루어지고 있을 것이다.

국제관계 이론에서 현실주의(Realism)는 "단일 국가의 행위는 자국의 안보와 번영에 철저히 충실할 뿐"이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입장에서 보았을 때 한미동맹은 미국의 선택할 수 있는 여러 정책 중 하나라고 보아야 한다. 여기에는 어느 것이든 미국의 입장에 부합할 경우 취하고 부합하지 않을 경우 버릴 수 있다는 전제가 있다.

미국은 자신의 이해관계에 맞게 대외정책을 선택할 것이다. 그러나 만약 미국의 선택이 한국의 현재 정책과 같은 방향으로 가지 않았다고 할 때, 한국은 어떤 준비가 되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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