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입단속 불구, 한나라 '4대강 우려' 폭발 기류

이한구 "내 정권에서 결정됐으니 시비 붙지 마라?"

청와대와 당 지도부의 입단속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 내에서 4대강 살리기 사업과 관련한 우려가 점점 확산되고 있다.

친박계 좌장 격으로 정무장관 입각설이 들리고 있는 김무성 의원은 12일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4대강 살리기 사업 때문에 보건복지부 예산 중 국민기초생활보장 예산이 올해에 비해 내년에 157억이 삭감됐다는 보도가 나왔다"며 "김성조 정책위의장이 잘 살펴달라"고 말했다.

"바로잡으라는 말이다"

이에 김 의장이 "정부가 그런 (복지 예산 삭감 등의) 우려가 없도록 확실하게 노력해서 결과로 보여주겠다고 했다"고 답하자 김 의원은 "내 얘기를 잘 못 들은 것 같은데, 복지 예산 157억 원이 깎여서 기획재정부에 제출됐다. 이 부분을 바로잡으라는 말"이라고 불쾌한 심정을 표하기도 했다.

정몽준 최고위원도 "(정부는) 작년에 비해 SOC 예산이 실제로 줄어드는 일은 없다고 했지만 김무성 의원의 말씀은 복지 예산과 관련된 것이니까 김성조 의장이 참고해달라"고 거들었다.

이같은 지적에 당황한 김 의장은 회의가 끝날 무렵 "그 보도는 잘못된 보도라고 정부와 한나라당이 해명 자료를 낸 적이 있다"고 해명했다. 그는 "지난해에 비해 기초생활급여 수급 대상자가 예상보다 크게 늘지 않아서 (예산이) 줄어든 것"이라고 말했다.

우려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허태열 최고위원은 '취업 후 학자금 상환 제도'와 관련된 보고를 듣고 "정부 예산 1조 9000억원이 신규로 소요되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며 "4대강 사업 때문에 SOC 사업, 복지 예산 편성에 차질이 온다는 얘기를 했는데, 신규 재원이 또 생기면 정부 재정에 얼마나 많은 부담이 가겠느냐"고 우려를 표했다.

이같은 논란이 이어지자 박희태 대표는 "4대강 사업 때문에 SOC 사업이 줄어들고 있다고 일선 시장 군수들이 앞장서서 선전하고 있다. 분위기가 안 좋다. 당은 정부와 협조해서 '그런 것이 아니다'는 것을 국민에 잘 알려야 할 것"이라고 '홍보 강화'를 주문했다.

하지만 '홍보강화'로 이 문제가 해결될 것 같진 않다. 이미 전날 국무회의에서 이 대통령이 "여당과 정부에서 다른 목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입조심'을 주문했지만 별무소용인 것. 이한구 의원의 경우 전날 밤 MBC <뉴스데스크>에 출연해 "이거는 내 정권하에서 결정된 거니까 괜히 시비 붙지 마라? 확정됐으니 그대로 가야 된다?"라며 "그런 게 어디 있어요. 그렇게 무책임한 얘기가…"라고 청와대를 들이받았다.

박희태 "나는 대표직에 연연하지 않아"

전날 이명박 대통령을 독대하고 돌아온 박희태 대표는 이날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 공개석상에서 언급을 삼갔다. 당청회동 결과를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 항상 보고해왔던 지금까지의 관례에 비추면 이례적인 일이다.

박 대표는 전날 당청회동 직후 "조만간 거취와 관련해 입장을 표명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장고에 들어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다만 대표직 유지 여부에 대해선 청와대의 언질이 있었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박 대표는 이날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일부에서는 내가 당대표직을 가지고 출마해야 된다고 강한 기류가 있지만 나는 절대로 당 대표직에 연연하지 않고 때가 되면 과감하고 의연하게 결단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가 그만 두면 당헌에 따라서 자동적으로 누가 승계한다, 이게 다 정해져 있다"며 "정해져 있는 걸 가지고 새삼스럽게 이야기를 나눌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조만간 사퇴와 정몽준 최고위원의 승계로 가닥이 잡혔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