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청계천-가든파이브-금호건설 로비… 4대강은?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청계천-가든파이브-금호건설 로비… 4대강은?

로비의 온상 턴키발주…이 대통령 계속 고집할까?

오는 9월 그랜드오픈 행사를 갖고 정식으로 오픈할 예정인 서울 송파구 장지동 '가든파이브'(동남권 유통단지). 서울시는 코엑스몰의 6배, 63빌딩의 5배 규모의 가든파이브가 아시아 최대의 물류허브가 될 것이라고 홍보한다. 손담비, 현빈 등 톱스타를 동원해 화려한 TV광고도 내보내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의 기대처럼 가든파이브가 성황을 이룰지는 미지수다.

지나치게 높은 분양가로 분양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 서울시는 청계청 상인들을 상대로 특별분양을 실시했지만 전체 계약률은 15.78%에 그쳤다. 서울시는 당초 70%의 계약률을 기대했었다. 서울시는 특별분양을 마치고 오는 11일에서 13일까지 일반분양신청을 받기로 했다.

고분양가의 원인 중 하나는 1조9849억 원에 달하는 엄청난 건설비. 예상보다 건설비가 많이 들다보니 분양가를 높게 책정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예상보다 건설비가 많이 든 이유는 뭘까? 턴키방식 입찰이 그 원인 중 하나다. 또 턴키방식은 대기업 건설사들이 로비에 목숨을 거는 원인이기도 하다.
▲ 가든파이브 TV광고의 한 장면. 턴키방식으로 발주된 가든파이브는 입찰 심의 관련 로비 사실이 검찰 수사를 통해 드러났다. ⓒ프레시안

교하신도시, 3년 전 철퇴 맞은 로비 관행이 버젓이

지난 5일 서울 소재의 한 대학교수가 금호건설이 입찰 심사 대가로 1000만 원 상당의 금품을 전달한 사실을 폭로해 건설업계의 고질병인 불법 로비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지난달말 최종 낙찰된 경기도 파주 교하신도시 복합커뮤니센터 공사 입찰에서 10명의 평가위원 중 한 명이었던 이 교수는 금호건설에 가장 높은 점수를 줬고, 금호건설이 결국 공사를 따냈다. 그러자 금호건설의 한 영업팀장이 찾아와 '고맙다'며 10만 원 짜리 상품권 100장을 건넸다. 이 교수는 금호건설의 불법로비의 증거로 이 상품권과 당시 상황을 녹음한 음성파일 5개를 언론에 공개했다. 이에 대해 금호건설 측은 "직원이 개인 차원에서 모교에 학교발전기금으로 준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교수는 금호건설 뿐 아니라 입찰에 참가했던 건설업체 3곳이 모두 전화를 걸어 로비를 하려 했다고 건설업계에 만연한 로비 관행에 대해 폭로했다. 공사 입찰이 없는 평상시에도 고가의 식사, 골프, 금품 제공 등 '관리'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기업이 조직이 크다 보니까 후보자가 몇백명 이상 되는데 지연이나 학연 등을 찾아서 보낸다"며, 이번에 금호건설에서 찾아온 영업팀장도 "저는 그 사람을 전혀 본적도 없는데 저희 학교를 나왔다고 그러면서 스승님 좀 도와주십쇼 이렇게 한다"고 밝혔다.
▲ 이모 교수가 로비의 증거 중 하나로 제시한 휴대폰 문자메시지. ⓒ연합

심사에서 높은 점수를 준 것에 대한 사례로 '1000만 원+α'(로비를 시도한 직원은 이 교수에게 "상무가 직접 와서 나머지 액수를 드리겠다"고 말했다)가 오간다는 사실은 매우 충격적이지만, 이 교수가 밝힌 건설업계의 로비 관행은 새삼스러울 것은 없다.

2006년 가든파이브 입찰 심의와 관련된 검찰 수사를 통해 다 드러났었다. 검찰 수사에 따르면, 대기업 건설업체들은 평상시에는 기존 대형공사 평가위원들의 명단을 입수해 관리를 하고 있었다. 금품과 향응 제공 이외에도 수천만원에서 억대에 이르는 연구·개발 프로젝트 용역을 맡기기도 한다. 이렇게 평상시 관리되는 전문가들이 무려 1800명이나 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공사 발주가 나면 본격적인 로비전이 시작된다. 입찰 전까지 해당 공사 평가위원 명단을 확보하기 위한 치열한 전쟁이 벌어지며, 명단이 확보되면 찾아가 금품과 향응을 제공한다. 평가위원은 심의 당일 오전 5시에 발표되지만 발주 기관에 따로 로비를 해 명단을 미리 빼내는 경우도 있다. 심의 당일 새벽엔 직원이 평가위원 집 앞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마지막으로 금품 로비를 하기도 한다.

1조 원 대의 가든파이브 전문상가단지 입찰에서도 이런 로비가 고스란히 진행됐다. 가든파이브 공사에는 현대산업개발, GS건설, 대림산업, 대우건설, 포스코건설, 삼성물산 등 국내 굴지의 건설업체들이 입찰에 참여해, 현대, GS, 대림 3곳이 2006년 9월 3개 단지의 최종 시공사로 선정됐다. 그러나 입찰 심의 과정에서 대대적인 로비가 있었다는 사실이 검찰 수사로 밝혀졌다. 검찰은 건설업체 직원, 서울시공무원, 공기업체 직원, 대학교수 등 28명을 기소했다. 입찰 및 사업과 연관된 건설업체 7곳도 함께 기소했다.

가든파이브 대법원서 '무죄 취지 파기'…양윤재 사면복권

'솜방망이 처벌'은 이같은 건설 비리가 근절되지 않는 원인 중 하나다. 금호건설 로비를 폭로한 이 교수도 로비관행이 계속 되는 원인으로 로비가 적발돼도 회사는 사실상 아무런 처벌을 맞지 않는 허술한 법제도를 지적했다. 그는 "이전에도 (불법 로비가) 계약해지 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결론이 내려진 경우도 있었다"며 "법이 좀 미비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가든파이브 로비 사건도 대법원이 지난 6월 기소된 28명과 7개 건설업체 모두에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뒤집으면서 용두사미 꼴이 나게 생겼다. 재판부는 "평가위원들이 건설산업기본법 상 주체인 발주자나 발주자의 상용인 또는 같은 정도로 관련이 있는 이해관계인 중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아 법적 처벌이 불가능하다"며 사건을 서울동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이명박 서울시장 당시 청계천 재개발사업과 관련해 4억 원의 뇌물을 받아 징역 5년형을 받았었던 양윤재 전 서울시 부시장도 지난해 8월 사면복권됐다. 양 전 부시장은 사면된지 4개월 만인 지난해 12월 대통령 직속인 국가건축위원회 민간위원으로 위촉돼 논란이 일었었다. 이 자리는 장관급 대우를 받는 자리다.
"로비가 턴키방식 입찰 과정으로 고착화"

이모 교수의 폭로로 로비가 드러난 파주 교하신도시 공사와 가든파이브 공사에 공통점이 있다. 바로 턴키(Turn-Key)방식 입찰이다.

턴키 입찰은 설계, 시공, 감리의 전 공정을 특정 건설업체가 모두 맡기 때문에 작은 규모의 건설사는 뛰어들기 힘들다. 설계비용에 들어가는 거액의 선투자 비용이 일종의 진입장벽으로 작용하는 셈이다. 실제 상위 6개 건설사들이 턴키시장의 6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한 업체가 전 공정을 싹쓸이하는 턴키방식은 건설사들이 더욱 로비에 목을 매게 만드는 구조로 작용한다. 입찰에 떨어진 건설사는 설계 비용을 고스란히 날려야 하기 때문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공사 규모가 커질수록 로비 액수도 따라서 커진다"며 "로비는 턴키방식의 한 과정으로 여겨질 만큼 일상화된 상태"라고 말했다.

평소 1800명을 관리할 만큼 광범위한 로비 자금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공사비 부풀리기'를 통해서다. 입찰에 뛰어든 건설사가 적고 가격경쟁력보다는 설계에 높은 점수가 주어지다보니, 턴키 입찰은 건설사들의 '공사비 부풀리기' 수단이 된다. 입찰에 응시한 업체들 사이의 암묵적인 합의로 실제 공사비에 비해 높은 응찰가를 써낸다는 것. 경실련의 조사에 따르면, 가격경쟁력이 낙찰의 중요한 잣대인 최저가낙찰제의 경우 건설사들이 제시한 응찰가의 60% 선에서 낙찰가가 결정되는 반면 턴키방식은 응찰가의 95%선에서 낙찰가가 결정됐다. 30%가량의 공사비가 부풀려진다는 얘기다.

MB정부, 4대강 사업도 턴키방식으로

턴키방식이 건설비리를 재생산한다는 문제는 이전부터 지적돼왔다.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임시 턴키방식으로 발주한 청계천 사업, 가든파이브, 지하철 9호선, 지하철 7호선, 은평뉴타운 등에서 모두 크고 작은 문제가 발생했다. 청계천 사업은 양윤재 당시 서울시 부시장의 뇌물사건, 지하철 9호선과 지하철 7호선 연장구간 등에서는 업체간 담합이 드러났다. 가든파이브와 은평뉴타운은 과도한 공사비에 따른 고분양가가 문제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 초 대통령 인수위에서 '예산 10% 절감' 방안을 발표하면서 턴키 발주를 줄이고 가격경쟁력으로 낙찰을 결정하는 "최저가낙찰제를 확대도입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이런 약속과는 반대로 이명박 정부 들어 공공사업에 있어 턴키발주는 오히려 늘어났다. 2006년 31.7%, 2007년 28.5%에 그쳤던 턴키발주는 2008년 37.4%로 증가했다.

더 나아가 이명박 정부는 4대강 사업 중 우선적으로 21개 공사를 턴키방식으로 발주할 예정이다. 그러자 당장에 대기업 건설사들에 대한 '퍼주기'가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국토해양부는 이런 비난 여론을 감안해 대안을 내놓고 내년 초부터 적용하겠다고 한다. 건설기술심의위원회(중앙, 지방, 특별)와 설계자문위원회에 턴키 심의를 전담하는 분과위원회를 구성하고 명단을 공개해 투명성과 책임성을 강화하겠다는 것. 하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경실련은 "과거 턴키발주를 심의하던 비공개 3000명의 심의위원 인력풀을 50-70명의 공개된 위원으로 바꾸겠다는 정부 대안이 건설사들로서는 로비대상이 소수정예화 돼 로비비용이 줄어들 수 있으나 실질적 경쟁을 통한 건설사업의 국제적 경쟁력 강화를 담보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한 용기있는 교수의 폭로로 다시 드러난 건설사의 로비 관행이 현 시점에서 매우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명박 정부의 핵심 사업인 '4대강 사업'이 자칫 로비로 얼룩질 가능성을 사전에 보여준 셈이다. 정부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지켜봐야할 대목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