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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만난 의원들 "벽에 얘기 한 것 같다" 한숨

안철수 "여기서 접으면 정계은퇴나 다를 바 없다" 마이웨이

5.9 대선 당시 국민의당 대선후보였던 안철수 전 대표가 8.27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거듭 강하게 밝혔다. 출마를 만류하는 당 소속 의원들을 만난 자리에서였다.

안 전 대표는 7일 오후 서울 한 호텔 커피숍에서 국민의당 조배숙, 장병완, 황주홍, 이상돈 의원을 만난 후 "제가 왜 출마 결심을 하게 됐는지 나름대로 진솔한 대화를 나눴다"며 "최대한 많은 의원들, 지역위원장들, 당원들과 소통하고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안 전 대표는 "당 상황이 정말 비상 상황"이라며 "예를 들어 집에 불이 났다. 그 불을 끄는데 제가 동참해야 하지 않겠나. 가만히 있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거듭 출마 의지를 밝혔다. 안 전 대표는 이른바 '제보 조작' 사태 책임론에 대해서는 "그것까지 포함해서 당원들의 선택, 평가를 받겠다"고 정면돌파 의지를 보였다.

안 전 대표와 만난 의원들은 "벽에 대고 얘기한 것 같다", "본인 얘기만 되풀이하더라"며 답답함을 드러냈다. 한 의원은 회동 내용을 묻는 기자들에게 "담배 있으면 하나만 달라"고 하기도 했다.

조배숙 의원은 회동 결과에 대해 "'(대선 패배 등) 책임이 가장 중한 사람이 이번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은 동의할 수 없다. 그러니 이번에는 출마를 안 하시는 게 맞다'고 말씀드렸다"며 "그런데 안 전 대표는 '여태까지 정치인이 출마 선언을 하고 사퇴한 경우는 없지 않느냐'는 말씀을 하더라"고 전했다.

조 의원은 "하지만 잘못된 판단이라고 하면 사퇴하는 게 올바른 결정이라 생각한다"며 "여러 가지 허심탄회한 얘기를 했지만 결국은 평행선을 달리는 분위기였다"고 했다. 그는 '안 전 대표가 출마를 재고할 것 같더냐'고 묻자 "일단 얘기했으니 답이 오겠지만 제가 볼 때는 좀 어려울 것 같다"며 "의원들과 대책을 좀 논의해 보려 한다"고 했다.

황주홍 의원은 "(안 전 대표가) '여기서 접게 되면 정계 은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며 "저는 '우리 당 지지율이 꼴등인 것은 대선 패배 후유증, 조작 문제 때문 아니냐. 가장 책임 있는 사람이 안 전 대표인데 그 사람이 또 대표를 하겠다고 하면 누가 동의하겠나'고 얘기했다"고 전했다.

이상돈 의원은 한숨을 쉬며 "대화가 안 된다. 똑같은 얘기만 하더라"고 했고, 장병완 의원은 "(의원들이) 본인과 우리 당이 공멸의 길로 가느냐 서로 사는 길로 가느냐 하는 문제니까 우리 의견을 숙고해 달라고 얘기했지만 안 전 대표는 특별한 언급이 없었다"고 전했다.

앞서 안 전 대표는 이날 자신의 국회의원 지역구였던 서울 노원병 지역 지방의원 및 당원들을 만나고, 복지원을 방문하는 등 당 대표 후보 행보를 이어갔다.

안 전 대표는 노원 행사 후 기자들과 만나, 박지원 전 대표나 천정배 의원 등 당내 일각에서 후보 등록을 재고하라는 주장이 나오는 데 대해 "지금 그만두라는 말은 정계 은퇴를 하라는 말"이라며 출마 강행 의사를 밝혔다. 그는 "당이 정말 위기 상황"이라며 "제가 결심할 수밖에 없었던 진심을 (출마 반대 입장인 의원들에게)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안 전 대표는 자신의 출마를 요구한 원외 지역위원장 109인의 성명 관련 논란에 대해 "제가 원외 위원장 몇 명이 찬성했다고 (출마를) 결정한 게 아니다. 전혀 고려 사항이 아니었다"며 "제가 전대 출마를 결심했던 이유는 현재 당이 처한 상황, 정치적 이해관계가 있지 않은 분들의 진심어린 조언에 의해 결정했다. 원외 위원장들의 요구 때문에 출마를 결심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상돈 "안철수 출마, 심하게 말하면 '불쉿'"…박주선 "특정 세력 비판, 과유불급"


국민의당 내에서는 이날 안 전 대표를 직접 만난 조·황 의원 외에도 많은 의원들이 안 전 대표의 출마에 대해 비판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박지원 전 대표는 SNS에 올린 글에서 "안 전 대표가 말한 '안보는 보수'의 의미가, 우리 당의 정체성인 햇볕정책을 어떻게 계승·발전시킬 것인가 하는 안 전 대표의 견해와 입장으로 향후 TV토론에서 어떻게 구체화될지 주목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오후에 안 전 대표와 만나기도 한 이상돈 의원은 이날 오전에는 교통방송(t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번 전당대회는 임시 전당대회다.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박지원 의원이 대표직을 내놨다"며 "대선 패배 책임으로 볼 것 같으면 박지원 전 대표보다 10배, 100배나 많은 안 전 대표가 대표에 나오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대선 끝나고 나서 하루 이틀 후에 '다음 대통령 선거에 나오면 50% 넘는 득표율이 된다'고 하지 않느냐. 정상적이 아니다"라거나 "그래도 안 전 대표가 국민들에게 남아 있는 좋은 이미지가 깨끗한 정치, 겸손함 이런 게 있었는데 그런 건 다 없어졌고 남아 있는 것은 인지 부조화, 터무니없는 나르시시즘, 이런 것밖에 남아있지 않은 것 같다"라고 하는 등 안 전 대표를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이 의원은 라디오 진행자가 '안 전 대표의 '극중주의' 발언이나 '전기 충격으로 인해 당이 주목을 받고 있다'는 발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취지로 묻자 "심하게 말하면 영어에 '불쉿(bullshit. 헛소리)'이라는 단어가 있는데 그 정도밖에 안 되는 것이다. 말이 안 되는 얘기"라며 "신경 쓸 필요가 없다"고 말해 주목을 끌기도 했다.

이 의원은 또 '109인 원외 지역위원장 성명'에 대해 "100명씩 나올 수가 없다. 109명이라는 숫자가 나올 수가 없다"며 "제보 조작 사건의 재판(再版)"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저는 지난번 총선 때부터 지방 원외위원장 사정을 굉장히 많이 아는 사람"이라며 "심증이 있다"고 했다.

이처럼 안 전 대표의 출마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자, 당 대표 권한대행인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4일에 이어 재차 '입 단속'을 주문했다. 박 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지금 전당대회와 관련해서 여러분들이 의견을 표출하고 있다. 애당, 충정 입장에서의 고언이라는 측면도 있지만 오히려 과유불급"이라며 "당직자로서의 입장과 분수를 넘어 개인적 의견을 가감 없이, 여과 없이 공개하는 것은 결코 당이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낼 수 없다"고 경고했다.

박 위원장은 "지금은 당원 모두가 결속과 단합으로 갖은 지혜를 다 풀어놓아도 이 당을 바로세우고 국민의 지지와 성원을 예전처럼 회복할 수 있을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위기적 상황"이라며 "전당대회에서의 지도부 구성은 말없는 다수 당원의 투표를 통한 심판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다. 당원이 결정해야 할 사항을 몇몇 사람이 큰 소리로 공개적으로 발언해 결정하려는 것은 당이 지향하려는 '새 정치'도, 국민의 뜻에 맞는 정당 운영도 아니다"라고 했다.

국민의당은 이날 비대위원회 회의에서 "전당대회와 관련, 당직을 맡은 분들의 최근 불필요한 언행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며 "재발 방지 차원에서 비상대책위원장이 엄중 경고하도록 의결했다"고 김유정 대변인이 밝혔다.

한편 국민의당은 전당대회에 결선투표제를 도입하기로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의결했다. 결선투표제는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1·2위를 대상으로 2차 투표를 하는 방안으로, 천정배·정동영 의원 측이 도입을 주장해 왔다. 김 대변인은 "결선에 가게 될 경우, 28일 정도에 (1·2위) 두 후보자의 토론이 예정돼 있고, 29일 K-보팅(온라인 투표), 31일 ARS투표로 결선투표가 이뤄진다"며 "9월 1일 10시 이전에 당 대표 지명을 마친다는 결론"이라고 브리핑했다. 당원 투표 외에 여론조사는 하지 않기로 했다.

안 전 대표는 결선투표제 도입에 대해 "저는 유불리를 따지지 않는다"면서도 "다만 전당대회 직전에 룰을 바꾸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평했다. 안 전 대표는 "당에서 정해주는 룰대로 따르겠다는 입장을 처음부터 갖고 있었다"며 결선투표제를 수용할 뜻을 비치면서도 "전당대회 직전에 룰이 바뀌는 것은 다른 정당에서 굉장히 바람직하지 못한 사례들로 평가받고 있다. 우리 당도 이제 다음부터는 절대로 전당대회 전에 유불리를 따져서 룰을 바꾸는 구태는 없어야만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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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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