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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유치원 버스 화재 참사…한 번만 도와줬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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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유치원 버스 화재 참사…한 번만 도와줬다면

[원광대 '한중관계 브리핑'] 중국의 착한 사마리아인법 도입과 무관심 문화의 변화

지난주 10여 년 만에 중국 산둥성(山东省) 웨이하이(威海)시를 출장차 다녀왔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고층 빌딩들이 줄지어 들어섰고 어디나 차로 도로를 꽉 메우고 있어서 중국의 여느 대도시 못지않게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마음 한구석을 차지하는 기억으로 애석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출장 내내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한국에서 제19대 대통령선거가 한참 진행되고 있던 5월 9일 아침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시 타오자쾅(陶家夼) 터널에서는 유치원 통학버스의 화재 참변으로 한국과 중국 유치원생 11명과 운전기사, 인솔교사가 숨졌다. 숨진 유치원생 11명은 '웨이하이 중세(中世) 한국국제학교' 부설 유치원 원아들로 통학버스를 이용하여 유치원으로 가던 중 참변을 당했다.

유치원 통학버스 운전기사가 홧김에 일으킨 방화사건으로 알려졌다. 펑황망(鳳凰網)이나 웨이보(微博) 등의 사고 장면과 기사를 보면서 지나가던 운전자가 잠시 멈추고 밖에서 창문만 깨줬더라면 소중한 생명을 구할 수 있었을 것인데 하는 아쉬움과 함께 중국인의 '오불관언(吾不關焉)'의 무관심 문화와 시민의식의 실종을 다시 생각해 보았다.

중국인의 '오불관언(吾不關焉)', 한가한 일이나 남의 일에 신경을 쓰지 말라

오늘날 중국의 무관심 문화는 사회 어디에서든지 목격할 수 있는 흔한 일이다. 2006년 11월 난징(南京)에서 일용근로자인 펑위(彭宇)는 승강장에서 버스를 타려고 몰려든 사람들에 의해 쓰러진 한 할머니를 부축해 일으켜 드리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도록 도왔다.

그러나 그에게 돌아온 것은 고맙다는 인사 대신에 13만 위안(한화 약 2000만 원) 손해 배상 청구였다. 나아가 중국 제1심 법원은 펑위에게 40%의 과실을 인정하여 4만 위안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내려졌다. 이 사건은 중국 사회에서 사람 간의 불신이라는 깊은 상처를 남기고 '무관심'의 사회적 분위기를 더욱 확산시켰다.

2011년 10월 중국 포산(佛山)시에서 두 살짜리 어린아이가 자동차에 치여 쓰러졌는데도 약 6분 동안 17명의 어른들이 이를 보고도 그냥 지나쳐 결국 아이가 사망하는 일이 있었다.

'나와 관계없는 일에는 관여하지 않는다'는 중국의 오불관언(吾不關焉) 현상은 그 역사가 매우 길다. 다양한 이민족의 침입과 지배가 많았던 중국에서 괜히 남의 일에 끼어들었다가 예상치 못한 낭패를 보는 일이 잦았기 때문이라 한다.

중국 대표적 지성인 린위탕(林語堂·1895∼1976)은 역사적으로 중국인들이 이민족의 침입과 부패 관료의 부당한 침해로부터 법의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한 데 따른 부작용으로 설명하고 있다. 나와 관련 없는 사람과 사건에 철저히 무관심하고 개입은 절대하지 않는 현상을 한탄하며 내린 결론이라 한다.

한편 중국 공산화 이후 암흑기로 기억되는 문화대혁명(文化大革命) 시기에 이웃과 동료 간의 비판은 물론 자식이 부모를, 제자가 스승을 고발했던 아픈 기억이 사람 간의 불신의 골을 더욱 깊어지게 하였다는 해석도 있다. 이러한 무관심의 사회 분위기는 개혁개방 후 급속한 경제 성장과 개인주의 확산으로 이를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의 착한 사마리아인법 도입과 관심 사회로의 출발

2017년 3월 15일 전국인민대표대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민법총칙(民法總則)'의 주요 내용 중 하나는 불의(不義)를 보고 넘기지 않고 정의를 위해 헌신하는 경우 그 민사책임을 면해주는 '착한 사마리아인 법'이 규정됐다는 점이다. 중국 '민법총칙'에서는 이를 '호인법(好人法, 착한 사람법)'이라고 명시했다.

호인법에 따르면 착한 사람(好人)이 좋은 일을 하는데도 손해를 받을 경우 수익자로부터 보상을 받을 수 있다(민법총칙 제183조). 그리고 착한 사람(好人)이 좋은 일을 하는 때에 피(被)구조자에게 손해를 준 경우에도 법에 따라 민사책임을 부담할 필요가 없다(민법총칙 제184조)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는 시민이 구조의무를 지지 않는 타인에게 구조 실행을 독려하고 선의의 구조자에게는 필요한 민사 면책권을 부여함으로써, 선의의 구조자에게 구조시의 위험으로부터 심리적 부담을 낮추어 주고 구조자를 보호하기 위한 규정이다.

물론 세인의 관심을 받으며 새롭게 등장한 중국 판 '착한 사마리아인 법(好人法)'이 '무관심파(派)'들을 모두 물리치고 천하를 재패할 '비급(祕笈)이' 될지 아니면 이름만 요란한 무림맹주로 기억될 지는 두고 볼 일이다.

하지만 '민법총칙(民法總則)'의 새로운 시도로 그동안 중국인이 보여왔던 무관심을 버리고 따뜻한 관심으로 이웃의 정을 나누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중국이 이번 기회에 '남의 일에 참견 마라'는 '별관한사(別管閑事)' 추방운동을 새로운 호인법(好人法)의 시행과 같이 벌여 보면 어떨까?

'착한 사마리안인법'의 입법화 필요성

중국 '웨이하이(威海)시 사건'과 '착한 사마리아인법의 도입'은 우리나라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 역시 산업화로 인해 개인주의가 심화됐기 때문이다.

착한 사마라아인법을 명문으로 인정하지 않는 우리는 형사책임은 논외로 하더라도, 구조과정에서 발생하는 손해에 대해 선의의 구조자에게 오히려 책임을 묻는 판례도 있었다.

법적 보호를 통하여 자신을 희생한 의인(義人)의 법적 책임면제는 물론 의인을 위하여 사회적 책임으로 보답하는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것이 사람간의 아름다운 믿음과 신뢰를 쌓아가는 길이 아닐까? 우리 사회에서 착한 사마리아인법의 입법이 적극적으로 논의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지난 4월 '낙성대 의인' 곽경배 씨는 의로운 일을 하고 부상을 당하였지만 마땅한 법률적 보호를 받지 못했다. 법적 보호의 결핍으로 좋은 일은 하고 싶은 사람이 의로운 일에 주저하는 일은 없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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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광대학교 한중관계연구원

'중국문제특성화' 대학을 지향하면서 2013년 3월 설립된 원광대학교 한중관계연구원은 중국의 부상에 따른 국내외 정세 변화에 대처하고, 바람직한 한중관계와 양국의 공동발전을 위한 실질적 방안의 연구를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산하에 한중법률, 한중역사문화, 한중정치외교, 한중통상산업 분야의 전문연구소를 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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