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탄소 배출국인 중국은 트럼프의 '파리기후협정' 탈퇴 선언 이후 기후변화 대응의 리더를 자청하며 협정의 엄숙한 준수를 선언하였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온실가스 감축을 내용으로 하는 협정을 주도적으로 이끌면서 글로벌 기후 변화 정책에서 미국의 공백을 메우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한편 한국은 5월 10일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대기 환경 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선 공약인 노후 화력발전소 운행 정지와 원자력 발전소 폐쇄, 건설 중지를 적극 추진하면서 '탈(脫)원전'이 국정 논란의 중심에 있다.
중국 원자력 굴기(崛起)와 원자력 팽창
중국 원전의 역사는 2000년대 초반 프랑스, 러시아, 캐나다 등에서 기술을 도입하면서 시작되었다.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외국 기술력에 의존하여 운용하는 수준이었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계기로 원자력 기술 확보와 안전성의 중요성을 자각하고 자체기술 개발에 매진하였다. 이후 2012년 개량형 경수로 ACP1000 원전, 2015년 3세대 원자로 '화룽1호'의 개발에 차례로 성공함으로써 원자력 굴기의 기반을 다졌다.
<인민일보>에 따르면 '화룽1호'는 중국 양대 원자력 기업인 중국광핵집단(中國廣核集團)과 중국핵공업집단(中國核工業集團)이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최신 원자력 안전 지침안을 철저하게 검토해 연구 개발한 3세대 백만 킬로와트(KW)급 가압수형 원자로 원자력 기술로 알려져 있다. 이중 안전막을 장착함으로써 내부 층은 원자로 사고 발생 시 방사능 물질의 누출을 차단하고, 외부 층은 외부 충격을 흡수하는 작용을 하는 구조이다.
'화룽1호'는 현재 푸젠(福建)성에서 푸칭(福淸) 5호기와 6호기가 건설 중이고, 파키스탄에 처음으로 수출되었으며, 영국 브래드웰(Bradwell) C 프로젝트와 아르헨티나 원전 건설에도 채택될 것이라고 알려졌다.
중국핵공업집단은 2030년까지 중국이 원전을 수주함으로써 벌어들이는 수입이 1조 위안(한화 약 170조 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의 원자력 굴기는 고속철도산업과 더불어 국내를 넘어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지면서 경제영토 확장 정책인 일대일로(一帶一路, 21세기 육상과 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의 성공적 사례로 꼽히고 있다.
지난 5월 14일부터 18일까지 상하이(上海)에서 개최된 "제25차 국제핵기술 콘퍼런스(the 25th International Conference on Nuclear Engineering)"에서 중국핵협회이사장 리관싱(李冠盛)은 원자력은 깨끗하고, 안전하고, 고효율을 가진 에너지로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저감을 위해 계속적으로 발전시켜야 할 중요한 에너지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현재 중국 대륙에서 36기가 이미 운용 중이고, 20기가 건설 중으로 총 발전량이 5693.5만 KW에 달한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도 청정 에너지원인 원자력의 가치를 유지하고 안전성을 높이기 위하여 관련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이미 2015년에는 국가안전 기본법인 '국가안전법(國家安全法)'이 제정되었으며, '원자에너지법(原子能法)'과, 핵안전사고 시 정보공개와 손해배상 등을 내용으로 하는 '핵안전법(核安全法)'이 2017년 전인대 상무위원회 입법계획(立法計劃)에 포함되어 원자력 굴기의 법적 기초가 마련될 예정이다.
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 '기후변화' 대응 최고의 선택?
한국은 2008년 이명박 정부 시 수립된 '제1차 국가에너지 기본계획(2008~2030년)'에 따라 원자력은 청정 미래에너지로 분류되어 2007년 14.9%에서 2030년 27.8%까지 비중을 확대할 계획을 세웠다. 2009년에는 아랍에미레이트(UAE) 원전 수출 성공으로 186억 달러의 건설 수주와 494억 달러의 발전소 위탁운영 수입을 올려 최고의 성과를 올리기도 하였다.
그러나 기득권 '원전마피아'의 부패와 이들에 대한 불신, 후쿠시마 원전 사고, 2016년 경주 지진으로 원전에 회의를 가지는 여론이 형성되었다. 올해 4월 '탈핵·에너지전환 국회의원 모임'은 영국 원자력발전소 건설 수주에 나선 한국전력에 사업 참여 중단을 요구했다.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 등도 자신의 공약인 탈(脫)원전 정책에 반한다며 사업 참여 반대의사를 표했다.
문재인 정부는 최초의 원자력 발전소 고리 1호기 폐쇄와 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선언으로 원자력 발전은 미래 에너지원으로서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과거 초등학교 학습게시판에 커다란 사진으로 장식되어 우리도 원자력 기술이 있다는 자부심을 심어주던 '고리 1호기'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한국은 가까운 미래에 원자력 발전소는 운행 중인 기기가 수명을 다하면서 차츰 자취를 감출 것이다.
그러나 사실 국민들은 혼란스럽다. KTX 기차안에서는 오늘도 원자력의 안전성을 강조하는 광고가 10분 간격으로 나온다. 또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에 반대하는 과학자와 전문가들이 현 정부의 정책이 잘못된 선택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 원자력의 기술력과 경쟁력은 중국의 원자력 굴기를 뛰어넘는 경제적 이익 창출이 가능하고, 원전의 안전사고는 거의 제로에 가깝다는 점을 언급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중국과 한국의 선택, '기후변화' 대응의 진정한 리더는?
'기후변화'에 대응한 중국과 한국의 상반된 원자력 정책 중 누가 인류 미래에 안전과 축복을 가져다 줄지를 고민해야 할 때다. 기후변화는 인류 생존의 난제로, 경제적 이익에만 좌우된다거나 막연한 불안감에만 기대서 정책이 결정되면 안된다. 에너지 사용의 현실과 기술개발 정도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와 신중한 논의를 통해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에너지의 조건으로는 효율성, 경제성, 안전성이 충족되어야 한다. 그 중에서도 안전성이 최우선일 수 밖에 없다. 그러므로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은 원전 팽창 정책은 작은 착오와 실수로도 인류를 돌이킬 수 없는 위험에 빠트린다.
많은 사람은 만에 하나 아니 백만에 하나라도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모든 것을 잃게 되는 공포를 본능으로 느끼고 있다. 원전의 유지를 주장하는 입장에서는 경제성을 내세우기에 앞서 안전성에 대한 보다 충분한 설득을 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도 그동안 축적한 우수한 원자력 기술을 버리겠다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 '기후변화' 대응의 진정한 리더는 눈앞의 이익에 미혹하지 아니하고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최선의 선택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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