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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를 잡으려면 전월세상한제 도입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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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를 잡으려면 전월세상한제 도입하라

[기고] 8.2 부동산 대책에 빠진 '계약갱신권', '전월세 상한제'

새 정부가 들어서기 직전부터 부동산 가격이 오르기 시작해서 지금은 폭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강북도 1억 원이 올랐다는 둥 소문이 뒤숭숭하다. 잠잠하던 뉴타운도 들썩이고 있다. 상계 뉴타운의 경우, 작년 말 철거를 완료한 한 구역이 최근 청약을 했는데, 7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10년 동안 재개발이 진행이 안 될 정도로 '투기의 메리트'가 없는 상계동마저 투기의 대상이 되는 걸 보니 씁쓸하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2일 정부가 투기를 막겠다면서 8.2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다. 서울과 과천, 세종시의 투기과열지구 지정, 서울 강남 등 11개 구와 세종시의 투기지구 지정, 다주택자 과세 강화, 청약 요건 강화, 재건축 규제, 재개발 지역의 분양권 및 조합원 분양권 전매 제한, LTV(주택담보대출비율)· DTI(총부채상환비율) 강화는 긍정적이다. 하지만 이들 대책은 모두 대증 요법이고 임시방편이다. 근본적인 대책은 제시되지 않았다.

세입자보다 구매자에 초점 맞춘 8.2 부동산 대책

이번 '8.2 부동산 대책'은 주택을 실제 거주 목적으로 매수하는 사람들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 말하자면 "내 집 마련하려는 사람들”에게 초점이 가 있다. 정부는 세입자들과 홈리스에 대한 주거권 보장과 주거 안정에는 상대적으로 무관심한 것 같다. 근본적인 문제는 전월세 상한제, 계속 거주권이 빠져 있다는 점이다.

세입자의 주거권은 왜 중요한가? 집값이 뛰어도 실수요자는 사지 않는 선택지가 있는 반면에, 전월세가 뛰면 세입자는 아무런 선택지가 없다. 빚을 더 내거나 의료비, 교육비, 식비를 줄이거나 다른 지출을 희생시켜야 한다. 정든 집에서 내쫓기고 더 나빠진 주거 조건을 강요받는다. 집 사려는 사람들만 국민인가? 세입자는 여전히 주거권을 박탈당하고 고통받으면서 산다.

지금도 임대인은 여전히 전세값을 자기 마음대로 올린다. 세입자들은 이사 가는 게 쉽지 않다는 걸 알기 때문에 가능하면 빚까지 내서 그곳에서 버틴다. 10년 전에 서울지역 아파트 전세가율이 40% 대였는데 지금 전세가율이 75% 이르는 것만 봐도 얼마나 전세 거주자들의 삶이 고달파졌는지 알 수 있다. 오죽했으면 '미친 전세'라고 부르겠는가? 상황이 이처럼 절박한데도 현재 전월세 상한제와 표준 임대료, 계속거주권 보장은 이번 대책에서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 김태년 정책위 의장 등 당정이 지난 2일 국회에서 당정협의를 통해 부동산 대책을 논의했다. ⓒ연합뉴스

강력한 투기 방지책, 전월세 상한제·계속거주권

'투기'를 막는다는 목적으로 좁혀 봐도 전월세 상한제와 계속거주권 보장은 필수적이다. 투기는 투기하기 딱 좋은 제도적 환경이 마련됐기 때문에 반복되는 것이다. 즉, 전세와 반전세를 기반으로 불로소득을 노린 과수요가 일어난다. 국회와 정부, 정치권이 전세, 반전세 거주자의 주거 안정을 보장할 수 있는 계속거주권 제도와 임대료에 대한 관리 제도의 도입을 회피한 탓이다.

독일이 공공 임대주택 비중이 우리나라와 같은 5%대임에도 불구하고 투기 수요가 없는 것은 주거권을 보장하는 제도를 잘 구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근본적인 제도를 외면한 채 지금까지 반복해왔던 것처럼, 투기가 일어나면 사후적으로 투기 잡는다고 쫓아가고, 투기 수요가 진정된 듯하면 규제를 해제하는 걸 반복해서는 투기를 뿌리 뽑지 못한다. 그 사이에 국민의 반수에 이르는 세입자들의 주거권을 박탈하는 역사는 계속된다. 세입자들은 불안과 고통, 한숨과 절망의 세월을 살아내야 한다.

지금이라도 전월세상한제, 계속거주권을 도입하면 집을 투기용으로 사려는 의욕이 꺾이기 시작할 것이다. 임대료를 올리기 위해 세입자를 내보내는 건 불가능해지고, 전년도 물가상승률 같은 일정한 기준에 따라 임대료가 통제 받기 때문에 집을 사서 불로소득을 취하는 흐름은 꺾일 것이다.

국민의당, 바른정당도 대선 공약 지켜라

김현미 국토부 장관에게 부탁하고 싶다. 주거권을 보장하는 입법에 앞장서 주시기 바란다. 취임식 때 전월세 상한제, 계약갱신권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모습을 보고 기뻤다. 하지만 지금 당장이라는 말은 아니었다. 이건 19대 문재인 대통령 공약인데, 이전에 누누이 즉시 도입을 외쳐왔던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과도 배치되고 더불어민주당의 당론과도 어긋난다.

대다수의 세입자들은 정권 교체를 간절히 바라왔다. 촛불항쟁에 따라 정권이 들어서면 당연히 주거권 보장 입법을 최우선 순위 놓을 줄 알았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언제 도입할지도 모르는 "전월세 상한제, 계약갱신권의 단계적 시행안”을 내놓고 "집주인과 임차인의 권리를 균형 있게” 하겠단다. 임대인이 무한 권력을 휘두르고 있는 법률 환경인데 두 당사자의 권리의 균형을 외칠 때인가? 한가한 소리다.

마침 지난 해 연말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민병두, 국민의당 정동영 의원을 포함한 의원 12명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세입자가 계속 거주할 수 있는 "계속거주권”을 명문화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냈다. 표준임대료 제도도 담았다. 매우 의미 있는 법안인데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주거의 권리와 주거 안정에 목마른 세입자들은 목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는데 국회가 잠만 자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지난 대선 때 심상정 정의당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도 전월세 상한제, 계약갱신권을 공약했다. 후보들은 당선이 안 되었다고 하더라도 공약이 실현될 수 있도록 노력할 책임이 있다. 이들 후보는 개인이 아니라 정당 후보였다. 정의당, 국민의당, 바른정당도 자신들의 공약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연합뉴스

남은 과제 : 임대차 등록 의무화, 보유세 강화, 공공 임대주택

마지막으로 투기 방지 대책과 관련하여 빠진 대책으로 언급되는 몇 가지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먼저 김현미 장관이 지난 2일 "자발적 임대차 등록이 저조하면 등록 의무화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힌 점은 그나마 다행이다. 이전보다 한걸음 더 나아간 발언이다. 하지만 그동안의 저조한 실적을 볼 때, 민간 임대업자 대다수를 자발적으로 등록시키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즉시 '임대차 등록 의무화' 작업에 착수하기 바란다.

이번 대책에는 보유세 강화와 임대 소득세 실행도 빠져 있다. 두 제도 모두 시급히 도입해야 한다. 하지만 전월세 상한제, 계속거주권제 도입 없이 이들 제도만 도입하면 임대인들은 늘어난 세 부담액을 세입자에게 전가시키려 할 것이다. 동시에 시행해야 세입자의 고통을 늘리지 않을 것이다. 분양 원가 공개와 후분양제 도입이 절실하다. 분양가 상한제를 전면 재도입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공공 임대주택 확충이다. 가구원 수에 따른 맞춤식 장기 공공 임대주택을 추가로 250만 호 더 공급해야 한다. 사회 주택을 포함해서다. 250만 호를 추가하면 프랑스 수준에 이른다. 프랑스는 우리나라와 비슷한 자가 임대주택 비율을 형성하고 있다.

정부가 매년 13만 호 장기 공공 임대주택 공급을 공약했는데, 이는 턱없이 모자란다. 매년 25만 호는 공급해야 주거 약자들의 삶이 풀린다. 야당들도 공공주택 연 25만 호 공급을 위해 노력해 주기 바란다. 아울러 노인 복지 강화를 통해 노인들이 집세에 생계를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최창우 전국세입자협회 공동대표는 '집 걱정 없는 세상' 대표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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