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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내부서 '美 관계에 모든 힘 집중' 지시 내려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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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내부서 '美 관계에 모든 힘 집중' 지시 내려와"

[정세현의 정세토크] 제재도, 세컨더리 보이콧도 안된다면 남은 방법은

지난 7월 28일 북한의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 발사 이후 미국과 중국이 해결 방안을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7월 31일(현지 시각) "북핵 문제는 해결될 것"이라며 세컨더리 보이콧(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 기업들을 일괄적으로 제재)을 비롯한 강도 높은 제재를 예고했다.

하지만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엉뚱한 곳에 화풀이를 하고 있다면서 날을 세웠다. 류제이(劉結一) 유엔주재 중국 대사는 이날 북핵과 미사일 문제의 책임은 중국이 아닌 미국에 있다고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미중 양국의 갈등이 표면으로 드러나면서 북핵 문제 해결에 뾰족한 방안이 드러나지 않는 가운데,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결국 미국과 북한이 대화하는 상황으로 국면이 진행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정 전 장관은 "최근 제3국에서 북한 관계자를 만났던 인사들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니 북한은 올해 말까지 남북 간 교류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올해는 미국과 관계를 확실하게 정리하기 위해 모든 힘을 그쪽으로 집중하겠다는 일종의 방침을 세웠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미국 역시 중국의 협조가 어렵고, 제재로는 북한 미사일을 막을 수 없고, 세컨더리 보이콧도 쉽지 않다는 것을 자신들도 알고 있을 것"이라며 "당장은 (국무부 내부가) 정비되지 않아 어렵더라도 결국 북한과 마주 앉을 수밖에 없다고 판단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 전 장관은 북한이 국제적인 제재를 받고 있던 2016년, 전년 대비 경제성장률이 3.9%로 집계됐다는 점과 함께 중국 경제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미국 발(發) 세컨더리 보이콧을 중국이 그냥 당하고 있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국 북한과 미국의 직접 대화로 문제를 해결할 수밖에 없는 국면이라는 것이 정 전 장관의 판단이다.

그는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이 미군이 한반도에서 철수하는 것을 약속하고 중국과 함께 북한의 정권을 교체해 친중정권을 세우는 식으로 북핵 문제를 해결하자고 주장했다는 점도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역할론'이 힘을 발휘하기 어려운 상황을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정 전 장관은 "북한 입장에서는 그런 이야기까지 나오는 상황이라면 더욱 중국 말을 듣지 않으려고 할 것이다. 그러면 남은 것은 북미 직접 대화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은 중국이 제시한 '쌍중단(雙中斷 : 북한 도발 및 한미 연합군사훈련 동시 중단)과 '쌍궤병행(雙軌竝行 : 한반도 비핵화와 북미 평화협정 동시 진행)'으로 갈 수밖에 없다. 지금 와서 북한의 핵을 한 번에 없앨 수는 없다. 단계적으로 접근해야 하는데, 해결방안은 이외엔 없다"고 일갈했다.

인터뷰는 1일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 박인규 이사장과 대담 형식으로 진행됐다. 다음은 인터뷰 주요 내용이다.

▲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북한이 또다시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을 발사했습니다. 미국에 적대시 정책 철회, 평화협정 체결 이후 수교 등을 요구하기 위해 일종의 '벼랑 끝 전술'을 쓰고 있는 것 같은데요.

미국은 상당히 강경하게 나오고 있습니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도 필요 없다면서 중국이 역할을 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는데요. 이런 와중에 미국이 북한과 대화를 하려고 할까요?

정세현 : 미국이 당장 북한을 만나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 참모들이 경질되고 쫓겨나고 난리더군요. 백악관 내부가 시끌시끌하다 보니 한반도 문제를 다룰 동아태 차관보도 아직도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북한이 미국이랑 만나서 뭘 하려고 해도 창구가 있어야 할 텐데 접점을 찾을 공간이 보이지 않는 상황인 것이죠.

그러다 보니 북한이 ICBM 발사와 같은 군사적 행동을 계속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일부에서는 북한이 이제 잠수함 발사 탄도 미사일(SLBM)을 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는데요. SLBM이든 IRBM(중거리 탄도 미사일)이든 그 자체가 목적이라기보다는 ICBM을 위한 일종의 검증 과정으로 보입니다.

북한은 미국에 제재 할거면 해보라고, 제재로 안되는 거 알고 있으면서 아직도 그 환상을 깨지 못하고 있냐고 할겁니다. 미국은 유엔 안보리 결의로는 안되니까 세컨더리 보이콧을 검토하고 있지만, 북한은 아프면 아픈 대로 더 세게 반발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실제 북한은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고 있는 와중에서도 2016년 3.9%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전방위적인 제재 속에서도 북한은 내수 경제가 굴러가도록 시스템이 완비된 것으로 보이는데요. 시장 경제의 원리를 일부 받아들였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됩니다.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도 제대로 작동할지 의문입니다. 미국이 중국 단둥의 은행을 제재한다고 해서 그거 때문에 중국이 미국에 손들고 나올 리는 없습니다.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기업들을 미국이 제재한다고 하면, 중국 경제에 문제가 생기는 건데 그걸 중국이 가만히 두고 보겠습니까?

지난 6월 북한은 남한 민간단체의 교류 및 방문을 모두 거부했습니다. 당시 제3국에서 북한 관계자를 만났던 인사들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니 북한은 올해 말까지 남북 간 교류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당 중앙에서 그렇게 지침이 내려왔으니 당분간은 그런 교류나 인도적 지원 같은 것은 생각하지 말고 기다리라고 했다는 겁니다. 올해는 미국과 관계를 확실하게 정리하기 위해 모든 힘을 그쪽으로 집중하겠다는 일종의 방침을 세웠다는 것이죠. 고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의 추모식도 북한이 이례적으로 거부했는데, 이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북한은 결국 계속 공격적인 행동을 하면서 미국이 아쉬워서 회담의 테이블에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려고 할 것입니다. 올해 말까지 이 상황을 끌고 가겠다는 것이죠.

물론 이게 트럼프가 자초한 측면도 있습니다. 트럼프는 중국이 북한을 압박해 핵과 미사일을 포기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이른바 '중국 역할론'을 강조해왔습니다. 그러다가 이게 잘 통하지 않으니까 자기들이 나서겠다고 하면서 선제 타격을 할 것처럼 흘렸죠. 그런데 또 군사력 사용은 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메시지가 이렇게 나오면서 북한은 '미국이 직접 나서겠다는 뜻은 군사적인 공격을 하겠다는 게 아니라 미국이 우리를 일대일로 상대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거구나'라고 판단했을 겁니다. 즉 트럼프가 "미국이 직접 나서겠다"라고 한 것은 북한 입장에서는 미국과 담판을 지을 수 있다는, 일종의 '희망적'인 메시지가 된 셈이죠.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미국을 끌어내려면 자신들의 ICBM이 완성됐다는 신호를 보내야 합니다. 미사일 시험을 계속하면서 사거리를 늘리고, 이를 통해 자신들의 미사일이 미국 본토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죠.

물론 미국도 내부적으로 이에 대비하고 있을 겁니다. 중국 협조가 어렵고, 제재로는 북한 미사일을 막을 수 없고, 세컨더리 보이콧도 쉽지 않다는 것을 자신들도 알고 있을 겁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지금 당장은 정비가 되지 않아 어렵더라도 결국 북한과 마주 앉을 수밖에 없다고 판단할 겁니다.

▲ 북한은 지난 7월 28일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인 '화성-14형'을 발사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프레시안 : 그렇다면 북한과 미국이 남한을 제쳐두고 비밀리에 만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하는 것 아닌가요?

정세현 : 그렇습니다. 북한과 미국은 이미 지난해 10월 쿠알라룸푸르를 시작으로 11월 제네바, 그리고 올해 5월 오슬로에서 1.5트랙 대화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미국에서는 전직 관료 또는 현재 싱크탱크에 있으면서 미국 정부와 메신저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인사들이 북한과 만나왔습니다. 이들이 물밑 접촉을 하는데 역할을 할 수 있죠.

더군다나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이 7월 29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스>에서 미군이 한반도에서 철수하는 것을 약속하고 중국과 함께 북한의 정권을 교체해 친중정권을 세우는 식으로 북핵 문제를 해결하자고 주장한 상황에서 중국 역할론은 더 힘을 발휘하기 어려울 겁니다.

북한 입장에서는 그런 이야기까지 나오는 상황이라면 더욱 중국 말을 듣지 않으려고 할 겁니다. 왜 우리가 중국 말을 들어야 하냐는 이야기가 노골적으로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러면 남은 것은 북미 직접 대화밖에 없습니다.

북한이 미사일 사거리 늘리고 핵실험 제스처 취하는 등 군사적 행동을 계속하면 미국에서는 일이 더 꼬이기 전에 1.5트랙이나 물밑 접촉 통해서 북한과 대화 가능성을 찾아볼 겁니다. 그러다가 일정 기간 내에 미국 쪽에서 사인이 나오면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유예하는 식으로 접점이 생길 수 있죠.

그동안 핵 문제를 둘러싼 미북 간의 기 싸움과 힘겨루기 과정에서 우리가 넋 놓고 있다가 이른바 '통미봉남'(通美封南, 남한 배제하고 미국과만 대화)을 당한 선례가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이번에는 정신 바짝 차리고 미국과 북한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해야 합니다. 그때 가서 따돌림당하지 말자는 겁니다.

물론 양측이 만난다고 해도 협상 과정은 상당히 지지부진하게 될 겁니다. 그런데 결국은 중국이 제시한 '쌍중단(雙中斷 : 북한 도발 및 한미 연합군사훈련 동시 중단)과 '쌍궤병행(雙軌竝行 : 한반도 비핵화와 북미 평화협정 동시 진행)'으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와서 북한의 핵을 한 번에 없앨 수는 없습니다. 단계적으로 접근해야 하는데, 이외에 해결 방안은 없어 보입니다.

북한 ICBM 대응 카드는 사드 배치?

프레시안 : 북한의 ICBM 발사는 결국 미국에 보여주기 위한 메시지로 보이는데요.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뒤에 잔여 사드 발사대 배치를 지시했고 미사일 사거리를 연장하는 협정을 개정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사드의 군사적 효용성에 대한 논란은 뒤로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북한의 ICBM은 미국에 메시지를 주는 건데요. 그런 와중에 우리가 북한의 미사일을 언급하며 군사적 대응을 하는 것이 적절한 조치일까요?

물론 북한의 군사적 행태에 불안해 하는 국민들의 마음을 안정시키기 위해 뭐라도 해야 하는 측면은 있어 보입니다. 하지만 북미 간에 '조정자' 역할을 해야 할 한국이 이렇게 북한과 중국에 적대적인 메시지를 주면 전략적으로 손해를 보는 것 아닐까요?

정세현 : 국가안보실이 컨트롤 타워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북한의 미사일에 대응하기 위해 사드를 배치하겠다고 하면, 이건 국방부뿐만 아니라 외교부, 통일부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그래서 모든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했습니다.

물론 미사일 발사가 탐지된 이후 바로 NSC 회의를 개최한 것은 신속한 대응을 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회의 이후 대통령이 거의 곧바로 사드와 미사일 사거리 연장을 이야기한 것은 성급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좀 더 시간을 두고 부처 간에 입장을 조율해서 정제된 메시지가 나왔어야 합니다.

▲ 지난 7월 29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주재중인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특히 국방부에서 이미 북한이 미사일을 쏠 것이라고 사전에 알았다면 대통령이 어떤 메시지를 발표할지, 시나리오별로 준비할 시간이 많았을 텐데 그럼에도 무기 이야기를 앞세웠습니다. 이는 메시지 조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사드 배치면 당연히 외교부는 한중관계를 생각해야 하는데 그 부분도 전혀 고려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사드 배치로 완전히 방향을 잡았다고 해도 외교적 관점에서 한중관계를 고려했을 때 대통령이 어떤 표현을 쓸지도 중요한 문제인데, 사실상 국방부 장관이 발표할법한 이야기를 대통령이 한 것으로 보입니다. 안보실에서 이런 문구는 조율해줘야 합니다.

프레시안 : 북한이 두 번이나 ICBM을 발사한 것은 북미 간 사안이지만 우리도 안보적인 측면에서 걱정을 안 할 수는 없는 사안이긴 합니다. 대비가 필요해 보이긴 하는데요.

그런데 문제는 남한이 남북관계나 한중관계에 대한 고려 없이 너무 즉자적으로 대응한 것 같다는 점입니다. 북한 입장에서는 남한의 대응이 좀 이상해 보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정세현 : 북한 입장에서는 그럴 수 있죠. 자신들은 미국 상대로 이른바 '멱살 잡이'를 하고 있는데 왜 남한이 사드를 배치하고 있냐고, 번지수가 틀리지 않았느냐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발사로 '남한에서 유입된 자금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쓰인다'는 논리는 한동안 펴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남북관계가 끊어진 지 1년 반이 가까이 됐는데도 북한은 미사일을 쏘고 있지 않습니까?

미국이야 이때다 싶어서 사드 배치를 기정 사실화하려고 노력할 겁니다. 그걸 남한 정부가 막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한미 간에 협력해서 미사일 사거리를 늘리겠다고 발표하는 것은 향후 전략적인 측면을 고려했을 때 조금 과했다고 봅니다.

프레시안 : 북한이 미사일을 쏘거나 잠수함만 움직여도 펄펄 뛰는 일부 언론들과 보수층에 정부가 끌려가고 있는 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듭니다. 북한의 군사적 움직임으로 인해 야기된 불안을 달래는 것은 좋지만, 그게 꼭 사드 배치와 미사일 사거리를 늘리는 방향으로 가야 할 필요는 없는 것 아닌가요?

정세현 : 보수층의 불안감을 잠재우는 선과 정권이 기본적으로 나가야 할 정책 방향을 잘 고려해서 적절한 메시지를 던져야 하는데 이번에는 그 선을 좀 넘은 것 같습니다.

당장 중국은 사드 배치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만약 사드 배치가 기정사실화되면 중국은 그동안 경고해왔던 것들을 실행에 옮길 수 있습니다. 지금 안그래도 현대자동차가 상당히 타격을 받고 있다고 하는데, 여기에 아모레 퍼시픽과 롯데 등의 기업들까지 휘청거리면 우리 경제에도 그만큼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한중관계가 더 이상 나빠지지 않도록 정부가 나서서 조치를 취해줘야 합니다. 하다못해 중국 전문가들을 불러서 자문회의라도 하면서 중국에 '우리가 한중관계를 중시하고 있다'는 정도의 메시지는 보내야 합니다. 인문학적인 측면부터 국제정치학자, 기업인 등 중국과 관계된 모든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서 한중관계를 점검해야 합니다. 또 이렇게 하다보면 실제로 엄혹해진 한중관계를 풀 수 있는 아이디어가 나올 수도 있는 것 아닙니까? 정부는 상황을 관리해야 합니다. 그냥 넋놓고 바라보고만 있으면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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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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