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실행한 혐의를 받았던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징역 3년을, 조윤선 전 문화체육부장관에게 집행 유예 2년을 선고한 가운데, 여야의 반응이 엇갈렸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솜방망이 처벌'이라고 아쉬워했지만,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김기춘 전 실장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는 사실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번 판결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판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두고도 여야의 판단은 엇갈렸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법원이 조윤선 전 장관에게 사실상 면죄부를 준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유죄 판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리라고 봤지만, 바른정당은 김기춘 전 실장이 유죄 판결을 받은 만큼, 박근혜 전 대통령도 유죄 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봤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배고픔에 떡 하나 훔쳤다고 징역 3년을 선고하는 대한민국에서 나라의 근간을 뒤흔든 대역 죄인이 징역 3년을 받거나 집행 유예를 받고 석방되는 일이 벌어졌다"며 "그야말로 솜방망이 처벌"이라고 말했다.
판사 출신인 같은 당 박범계 최고위원은 특히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직권 남용죄에 대한) 무죄를 선고한 것은 청와대 정무 라인에 면죄부를 준 것"이라며 "박근혜 전 대통령도 '블랙리스트 실행'에 대해서는 혐의가 없다는 판결이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박 최고위원은 특검이 김기춘 전 실장과 조윤선 전 장관에게 각각 7년, 6년씩을 구형했다는 점을 언급하며 법원이 '미필적 고의죄'를 적용해 두 사람을 엄벌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도 이날 기독교방송(CBS) 라디오에 나와 "이 판결대로라면 조윤선 전 장관은 투명 인간이었다. 상황을 지켜보기만 하고 아무 역할을 할 수 없다는 상태였다는 것인데, 납득되지 않는다"며 "조윤선 장관이 정무수석이 되기 전부터 '블랙리스트'를 실행한 '민간단체보조금 태스크포스(TF)'가 정무수석실에 배치되지 않았나"라고 반문했다.
노회찬 원내대표는 "김기춘-조윤선 간의 공모 관계를 인정하지 않았다는 것이 이번 판결의 가장 큰 문제"라며 "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판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면에 국민의당은 김기춘 전 실장과 조윤선 전 장관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두 사람이 유죄를 판결받은 것은 "문화예술인의 입을 틀어막은 부패한 공권력에 대한 당연한 처사"라고 말했다.
전지명 바른정당 대변인도 전날인 27일 "블랙리스트의 실체를 인정하고, 김기춘 전 실장 등이 직권을 남용한 혐의를 인정한 판결"이라며 "앞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 등의 선고가 남았는데, 이번 선고를 토대로 향후 국정 농단의 실체적 진실이 밝혀지기를 기대한다"는 내용의 논평을 냈다.
한편, 전희경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전날 "재판 결과에 대해 논평하지 않겠다"며 침묵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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