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지 상권 '개문냉방'보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대형 아울렛 상황 심각
부산시 "에너지 제한 조치 없어 처벌 불가 계도차원만"...강력한 제재조치 필요해
부산 기장군에 위치한 모 대형 아울렛에서 당당히 '개문냉방'으로 막대한 전력을 소모하고 있어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시와 관할 군청은 별다른 행정조치 없이 계도활동만 하고 있다는 답변으로 일관해 상황 인식조차 못 하고 있는 모습이다.
여름철에 문을 열고 에어컨을 가동하면 전력 소비가 3~4배로 급증한다. 에너지이용합리화법 제7조에 따라 에너지 수급상황이 악화될 때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에너지 사용제한 조치'를 시행해 '개문냉방' 적발 시 최대 과태료 300만 원이 부과될 수 있다. 에너지 절약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조치다.
이와 관련해 지난 17일부터 5일간 산업통상자원부는 서울을 비롯한 전국 주요 상권에서 '개문냉방' 집중 점검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허나 본지 취재결과는 여전히 개문냉방에 대한 개선은 잘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특히 모 재벌그룹이 운영하는 대형 아울렛의 경우에는 거의 모든 점포들이 개문냉방을 하고 있어 취재기자를 아연실색하게 했다.
지난 7월 21일 오후 2시 연이은 불볕더위 속에서 '신세계 첼시 프리미엄 아울렛'은 팜플렛에 표시된 179개 매장 가운데 80%가 넘는 150여 곳의 매장이 에어컨을 켠 채 버젓이 문을 열고 영업을 하고 있었다.
이어 26일 오전 11시 역시 내리쬐는 햇볕과 높은 습도에 후덥지근함을 더했다. 부산시가 문 열고 냉방영업을 하는 업체에 대한 계도활동 계획을 발표한 이 날 '신세계 첼시 프리미엄 아울렛'은 여전히 179개 매장 가운데 60%가 넘는 110여 곳의 매장이 문을 연 채 냉방을 하고 있었다.
심지어 열려 있는 문을 통해 뜨거운 열기가 들어오지 못하게 실내는 냉골을 유지했다. 일부 직원들은 에어컨의 차가운 바람을 이기고자 외투까지 걸치고 있는 상황이었다. 여성의류를 판매하는 모 매장 직원은 취재기자의 질문에 "문을 열고 실내 온도를 최대한 낮춰야 손님들이 들어 온다"고 당당하게 답변했다.
같은 기장군내에 있는 '롯데 프리미엄 아울렛 동부산점'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첼시 프리미엄 아울렛과 같은 날(지난 21일과 26일) 롯데 아울렛의 모든 매장을 둘러본 결과 개문냉방을 하고 있는 점포는 9개였고 실내 온도 역시 적정온도를 유지했다.
의외로 개문냉방을 지키고 있는 상황에 대해 롯데 아울렛 측 관계자는 "현재 470여 개의 아울렛 매장은 경비직원과 상시 CCTV 확인을 통해 개문난방이 없도록 조치하고 있다"며 "롯데 아울렛은 에너지비용 절감 관리 메뉴얼을 만들어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롯데 아울렛과 대조적인 상황에 대해 신세계 아울렛 측의 입장을 듣고자 했으나 안내직원은 직통전화가 없어 이메일로만 담당자와 연결이 가능하다며 사실상 답변을 회피했다.
이에 대해 부산시 에너지산업과 성민철 주무관은 "아울렛이라고 하더라도 개문냉방의 단속대상이다"며 "현재는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에너지 사용제한 조치가 내려오지 않아 과태료는 부과되지 않지만 9월초까지 관할구청과 함께 상시 계도를 추진하고 홍보 활동을 진행할 계획이다"고 답변했다.
또 한국에너지공단 부산·울산지역본부 김기범 대리는 "개문냉방을 하게 되면 에너지소비량이 3~4배까지 많이 소비가되기 때문에 에너지절약 기업윤리 도덕적인 차원에서도 지켜져야 한다"며 "전력수급 위기가 아닌 기간이기에 강제성이 없긴 하지만 에너지절약이라는 부분에 대해서 상인들이 동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개문냉방과 관련한 에너지 절약 문제는 매년 여름철만 되면 찾아오는 골칫거리다. 4년여 전부터 관리감독을 맡고 있는 주무처들은 개문냉방에 대한 계도활동과 '에너지 사용제한 조치'에 따라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부산에서는 단 한 번도 과태료가 부과된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서병수 부산시장은 적극적으로 '클린에너지 부산'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특히 이들 대형 아울렛이 들어서 있는 기장군은 '탈원전'과 '신재생에너지 보급' 등으로 전력수급에 대해 민감한 상황에 놓여져 있는 곳이다.
부산시의 에너지 절약을 위한 방편인 개문냉방에 대한 계도활동이 서면과 남포동 같은 도심지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은 전시행정에만 그친다는 아쉬움으로 남는다. 부산지역 곳곳에 분포된 대형 아울렛 등에도 제대로 된 계도계획을 준비하고 여름철 전기수급난을 대비한 대책을 세워야 하는 시점이다.
[취재] 김진흥 박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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