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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수 군수, '성희롱 할애비'가 와도 끄떡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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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수 군수, '성희롱 할애비'가 와도 끄떡없다"?

[기자의 눈] '이강수 사건'을 정치화하는 건 누군가

이강수 고창군수의 '성희롱 사건'을 접하면서 8년 전 있었던 우근민 제주지사 성추행 사건이 떠올랐다. 소속정당을 포함해 두 사건은 여러모로 닮았다.

우선 성폭력(성희롱과 성추행을 모두 포괄하는 넓은 뜻의 용어) 사건 발생한 시간과 장소다. 이강수 군수와 공범 박현규 전 고창군의회 의장이 피해자인 고창군 계약직 여직원을 성희롱한 것은 백주 대낮 사무실(의장실)이었다. 우근민 제주지사가 2002년 1월 피해 여성인 고모 씨를 성추행한 시간과 장소도 업무시간 지사 사무실이었다.

▲ 이강수 고창군수 ⓒ뉴시스
둘째, 피해여성과 가해자의 관계다. 이강수 사건에서 피해여성은 여직원, 그것도 언제 잘릴지 모르는 계약직이었다. 누가 봐도 군수가 절대적인 우위에 있었다. 우근민 사건에서도 피해여성은 지역 단체에서 일하는 여성이었다. 우 지사를 만난 것도 현안에 대해 지사에게 말할 게 있어서였다. 이강수 사건만큼 명확하지는 않지만 우 지사가 권력관계에서 우위에 있다는 점은 부인하기 힘들다. 대부분의 성폭력 사건을 보면 권력관계에서 우위에 있는 남성이 피해여성이 저항하기 힘들다는 점을 이용해 폭력을 행사한다.

셋째, 2차, 3차 성폭력이 발생했다는 점이다. 이강수 사건에서 "누드 사진을 찍자"는 군수와 전 의장의 성희롱에 "부모님께 여쭤봐야 한다"고 소극적이나마 응수한 피해여성에게 이들은 "나이가 몇인데 부모님께 물어봐야 하냐"는 등 성적 수치심을 자극하는 발언으로 맞대응했다. 또 피해여성 측의 주장에 따르면, 이강수 군수의 성희롱은 한 차례가 아니라 10여 차례나 반복됐다. 우근민 지사도 추후 성추행 사실에 대해 따지면서 사과를 요구하는 피해여성에게 "늙은 오빠가 그러는 건 나쁜 게 아니다"며 어깨를 껴안으려 하는 등 2차 성추행을 했다. 이는 가해자들이 자신의 잘못에 대해 전혀 뉘우치지 않고 있으며, 자신의 권력과 지위를 이용해 이를 무마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행동이다.

넷째, 성폭력 사건이 외부에 알려진 시기다. 이강수 사건은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피해여성과 그 가족이 이 사실을 폭로했다. 우근민 사건도 2002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알려졌다. 두 사람 모두 정치인이기 때문에 '선거' 시기에 불미스러운 일이 터져 나오는 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일 수 있다.

나머지 다섯째, 여섯째, 일곱째 공통점은 모두 이 네 번째 공통점에서 파생된다. 다섯째, 선거 시기에 알려지면서 성폭력 사건이 정치 사건으로 쟁점이 옮겨져 갔다. 이강수 사건도, 우근민 사건도, 성폭력 의혹의 사실 여부가 아니라 이를 폭로하게 된 '배후'로 초점이 옮겨갔다. 가해자와 그 측근들도 성폭력 사건 자체에 대해서는 최대한 말을 아끼고 정치적 목적에 최대한 관심을 집중시키면서 각종 '음모론'을 퍼트렸다.

여섯째, 가해자들은 이런 '음모론'을 십분 활용하면서 피해자를 맞고소하는 등 정당성 주장을 끝까지 굽히지 않으면서 논란을 '평행선'으로 몰고 갔다. 이강수 군수는 피해여성과 그 가족들을 선거법 위반 및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우 지사도 피해여성 및 당시 한나라당 상대후보였던 신구범 전 지사를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했다. 우 지사가 성추행한 게 맞다며 피해여성에게 1000만원의 손해배상과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라는 여성부 결정에 대해서도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우 지사는 2004년 5월 이 행정소송에서도 패했다. 성희롱 사실이 재차 확인된 것이다.

일곱째, 두 정치인의 성폭력 사건을 대하는 민주당의 태도다. 8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성폭력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크게 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의 처리 방식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정치적 음모론'을 앞장서 제기하면서 피해여성들에게 '2차 폭력'을 가하는 짓을 서슴지 않았다.

8년전 우근민 지사의 성추행 의혹이 처음 제기됐을 때 민주당은 우 지사를 적극 감쌌다. 우 지사와 함께 한나라당 후보인 신구범 전 지사가 이 사건의 '배후'라는 음모론을 적극 제기했고, 성추행 의혹에도 불구하고 제주지사 후보로 공천했고, 열린우리당이 창당된 뒤 열린우리당 입당도 막지 않았다. 민주당은 또 지난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우 지사 영입을 추진하기도 했다. 정세균 대표는 우 지사의 성추행 전력에 대해 "8년이나 지난 일"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덮고 넘어가려 했다.

이강수 사건과 관련해 민주당 측은 "피해여성 측의 정치적 의도가 있어 보인다"고 언론을 통해 밝혔다. 피해여성의 가족관계까지 언론에 흘리면서 '음모론'에 불을 지폈다. 우상호 민주당 대변인은 26일 이 군수의 성폭력 의혹 사건이라고 특정하지는 않았지만 "요즘 선진당에서 연일 민주당을 비판해서 좀 당혹스럽다"며 "그만큼 (이번 재보선에서) 천안을의 판세가 선진당에게 불리함을 스스로 고백하는 것이라고 저희는 판단한다"고 공격했다.

민주당이 이강수 군수에 대해 구두로 '주의' 조치 밖에 취하지 않은 것에 대해 민주당 신낙균 윤리위원장 측은 "양쪽 주장이 팽팽한 가운데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라 그 결과를 지켜보자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민주당이 '성(性)나라당'이라고 공세를 퍼부었던 한나라당마저 강용석 의원의 '성희롱 발언'에 대해 피해자들이 강 의원 발언이 사실임을 증언하고 나서자 바로 '제명' 결정을 내렸다. 물론 한나라당이 재보선을 앞두고 있지 않았더라면 그런 신속하고 단호한 결정을 내리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지만 어쨌든 들끓는 비난 여론을 수용했다.

민주당이 이강수 군수에 대해 이런 태도를 취하는 이유는 한 고창군민의 관전평에서 짐작할 수 있다. ""성희롱이야? 앗따, 성희롱 할애비가 와도 이강수는 끄덕없어." 우근민 지사를 재영입하려고 했던 이유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당장의 정치적 이득 때문이다. 길게 보면 이게 과연 민주당에 득이 될까? 어렵지 않은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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