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하다. 여야를 떠나 건전한 상식을 가진 공당이라면 응당 보여야 할 태도다. 헌데 하나가 빠졌다. 최소한의 염치가 빠졌다.
▲ 성희롱 의혹에 휘말린 이강수 고창군수 ⓒ뉴시스 |
지난 3월이었다. 민주당은 성추행 전력자인 우근민 제주지사를 복당시켰다가 어떻게 성추행 전력자를 복당시킬 수 있느냐는 당 안팎의 비난에 봉착했다. 이 때 민주당의 정세균 대표가 주장했다. "8년이나 지난 일"이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얘기했다. 우근민 지사는 여전히 성추행을 한 적이 없다고 펄쩍 뛰던 점을 감안할 때 사건은 '8년 전의 일'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의 일'이었는데도 민주당의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지난 4월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우근민 지사가 탈당한 지 한 달여만인 4월에 민주당은 이강수 고창군수를 공천했다. 공천 넉 달여 전에 "누드사진 찍어볼래?"라고 말한 그 사람을 버젓이 공천했다. 우근민 파동을 겪었는데도 또 다시 성희롱 의혹 당사자를 공천한 것이다.
물론 감안할 점은 있다. 피해자 가족이 성희롱 의혹을 민주당에 처음으로 제기한 건 공천이 확정된 후인 5월 2일이었다. 그러니까 공천 사실 자체를 뭐라 할 수는 없다. 게다가 민주당은 사건을 접수한 후 고창 현지에 진상조사단을 보냈다. 일단 형식적으로 거쳐야 하는 절차는 거쳤다.
하지만 마찬가지다. 이런 점을 감안해도 평가는 바뀌지 않는다. 민주당이 이강수 군수에게 내린 조치는 '주의'였다. "고창군수가 말을 실수한 건 맞지만 고창지역 분위기로 볼 때 심각하게 징계할 사안은 아니라고 판단"해서 경징계에 그쳤다. 이강수 군수가 성희롱 발언을 한 건 인정했으면서도, 피해자가 수치심과 모욕감에 몸을 떨고 있었는데도 '고창지역 분위기'라는 해괴한 이유를 대며 공천을 취소하지 않았다.
백 번 양보해서 볼 수도 있다. 그 때는 한 자리가 아쉬웠을 거라고, 지방선거 승리를 낙관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연임에 성공했던 현직군수에 대한 공천을 취소하기가 쉽지 않았을 거라고 이해할 수 있다. 이건 역지사지 축에도 끼지 못하는 '묵인'이지만 아무튼 그렇게 두 눈 질끈 감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건 아니다. 백 번 아니라 천 번을 양보해도 민주당이 지금 보이는 태도만은 이해할 수 없다. "성희롱을 넘어 성폭력에 가까운 발언"을 한 자당 소속 군수에게 준엄한 태도를 보이지 않는 처사, 강용석 의원에 대한 징계요구안을 국회 윤리특위에 제출하려는 원칙적 태도를 자당 소속 군수에게는 적용하지 않는 처사만은 이해할 수 없다. 어제까지 민주당은 공식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민주당이 들어야 할 말이 있다. 우근민 논란이 전개될 때 정세균 대표가 한나라당을 향해 한 말이다. 한나라당도 우근민 지사를 영입하려 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하며 정세균 대표가 한 말이다. "한나라당은 비판할 자격이 없다"는 말이다.
주어만 바꾸면 이 말은 여전히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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