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이하 현지 시각)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지난해 6월 9일 트럼프 주니어가 러시아 당국과 연관된 것으로 추정되는 변호사 나탈리아 베셀니츠카야를 뉴욕 맨해튼에 있는 트럼프 타워에서 만났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러시아 측이 트럼프 캠프 측에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게 타격이 될만한 정보를 제공하기로 약속하면서 성사됐다고 전했다.
당시 이 회동에는 러시아 커넥션 의혹을 받고 있는 제러드 쿠슈너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와 폴 매너포트 전 선거대책본부장도 함께 있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다만 트럼프 캠프 측이 러시아 측으로부터 어떤 정보를 받았는지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신문은 실제 베셀니츠카야가 클린턴 전 장관과 관련한 정보를 제공했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가능성은 충분하다며, 이 만남 자체가 트럼프 캠프에서 러시아의 도움을 받으려 했다는 방증이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당사자인 트럼프 주니어는 보도 내용을 부인하고 나섰다. 그는 지인의 요청으로 만남을 가졌으며 사전에 베셀니츠카야의 이름도 알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그는 미국 방송 CNN에 보낸 성명에서 "최근까지만 해도 활발히 진행되다가 러시아 정부로 인해 중단됐던 러시아 아동 입양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나눴다"며 "이 문제가 대선의 주요 관심사항이 아니었고 이후에 또 만나지도 않았다"고 해명했다.
트럼프 주니어는 "베셀니츠카야가 러시아와 관계가 있는 몇몇 개인들이 민주당 전국위원회(DNC)에 자금을 대고 있다는 정보를 이야기하긴 했지만 너무 모호했고 구체적이지도, 논리적이지도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베셀니츠카야가 러시아 아동 입양과 '마그니츠키 법안'(푸틴 정권의 부패 스캔들을 폭로한 뒤 수감됐다가 2009년 숨진 변호사 세르게이 마그니츠키의 이름을 딴 미국의 법안. 러시아 인권 규탄을 위한 목적에서 만들어졌으며, 사망 관련자들의 미국 입국 금지 등의 제재 내용을 담았다) 등의 이야기를 주로 했다면서 "정보를 주겠다는 말은 만남을 성사시키기 위한 구실이었고 실제로는 이런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논란의 당사자인 베셀니츠카야 역시 성명을 통해 이날 만남이 10분 정도 진행됐다면서 선거와 관련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는 본인이 러시아 정부를 대표하는 것처럼 행동하지도 않았고, 정부 대표단과 관련된 사안을 언급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문은 트럼프 주니어의 해명이 이전과 달라졌다고 주장했다. 신문은 트럼프 주니어가 최초에는 "러시아 아동 입양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나눴을 뿐, 클린턴 전 장관에 대해서는 어떤 언급도 없었다"고 말했다며 말을 바꿨다고 보도했다.
이에 <워싱턴 포스트>는 트럼프 주니어의 해명이 오히려 본인의 혐의를 입증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평가했다. 신문은 트럼프 주니어가 "(베셀니츠카야가) 정보를 주겠다는 말은 만남을 성사시키기 위한 구실"이었다는 해명을 했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러시아 측으로부터 클린턴 전 장관에 불리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만났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 변호인의 대변인인 마크 코랄로는 "대통령은 이런 만남이 있었는지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과는 관계 없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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