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임스 코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을 전격적으로 해임하면서 만만치 않은 후폭풍에 직면했다. 당장 FBI 국장 대행이 백악관의 입장에 반발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앤드루 맥카베 FBI 국장 대행은 11일(이하 현지 시각) 상원 정보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코미 국장은 (FBI 내에서) 광범위한 지지를 받았고 여전히 그렇다"며 "대다수 직원들이 코미 국장과 긍정적인 관계를 가졌다"고 밝혔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이 코미 국장의 해임 사유로 능력 부족과 FBI 직원들에게 신뢰를 잃었다는 점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코미 국장 해임 이유에 대해 "매우 간단하다. 그는 일을 잘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같은날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부대변인 역시 "FBI의 직원들은 코미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 수많은 직원들로부터 그런 취지의 말을 들었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거들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의 이러한 주장은 코미 국장이 트럼프 대통령 및 측근들과 러시아의 관계를 수사하다가 해임됐다는 관측을 무마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야당인 민주당을 비롯해 일부 공화당 의원들까지도 코미 국장의 해임을 비판하면서 트럼프 대통령 및 측근들이 연루된 '러시아 커넥션'을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결정이 스스로 무덤을 판 것 아니냐는 평가마저 나오고 있다.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10일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에 대한 수사를 차단하기 위해 코미를 해임했다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못박았다. 민주당 일부에서는 러시아 커넥션의 실체를 밝히기 위한 특별검사를 임명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그간 러시아의 대선 개입 수사를 전담할 의회 차원의 특별위원회 설치를 요구했던 존 매케인 공화당 상원의원 역시 이번 사건으로 특위의 필요성이 확인됐다면서, 러시아 커넥션의 실체를 밝혀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 커넥션에서 자신은 아무런 관계가 없음을 강조했지만 오히려 그의 설명이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 미국 방송 NBC와 인터뷰에서 자신은 FBI의 수사 대상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코미 전 국장으로부터 확인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미 전 국장 재직 당시 한 차례 만찬을 갖고 두 차례 통화를 했다면서, "내가 수사를 받고 있냐고 물어봤더니 그가 (코미 국장) 수사를 받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그는 FBI 수장으로 남기를 원했다. 그래서 내가 '두고 보자'고 했다"고 말했다. 이는 러시아 커넥션 수사를 둘러싸고 FBI와 트럼프 대통령이 모종의 정치적 거래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낳을 수 있는 대목이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는 또다시 40%아래로 내려갔다. 미국 퀴니피액대학이 지난 4~9일 미국인 107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을 지지한다는 응답은 36%에 불과했다.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절반을 넘는 58%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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