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독일 G20 정상회의 외교 일정을 마친 후 9일(현지시간) 귀국길에 오른다. 문 대통령은 이번 G20 정상회의 계기에 미국·중국·러시아·일본 등 한반도 주변국 4강과 연쇄 정상회담을 가졌고, 8일 오전부터는 인도·호주·캐나다·프랑스 등(시간순)과도 연이어 정상회담을 가졌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도날드 투스크 EU 의장과도 회동했다.
문 대통령의 이번 일정에 동행한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8일 오후 현지 기자단 간담회에서 "이번 G20 정상회의는 새 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께서 처음 참석하는 다자 정상회의"라고 의미를 부여하며 "문 대통령은 사람 중심 투자, 공정 경제, 혁신 성장을 축으로 하는 새 정부의 경제 비전과 정책을 설명했고 이에 대한 국제적인 지지를 확보했다"는 점과 "독일·일본·중국 정상과의 양자 면담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강력한 규탄, 제재, 압력과 함께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공감대를 넓혀나갔고, 이런 노력은 G20 다자 정상회의에서도 이어져서 다른 정상들도 우리의 입장을 지지하는 발언이 있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북한 문제 폭넓은 합의"…정부 관계자 "원유 공급 중단" 제재 시사
김 부총리가 언급한 G20 정상회의에서의 '다른 정상들의 발언'은 지난 7일 오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리트리트' 세션 후 "한 가지 언급할 사항이 있다"라며 "북한 문제를 논의한 모든 정상들이 이러한(최근의) 전개가 매우 위협적이라고 큰 우려를 표명했다"고 말한 것을 의미한다.
메르켈 총리는 테러리즘을 주제로 열린 이 세션에서 "북한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를 했다"며 "북한 문제는 자연스럽게 논의가 되었고, 특히 직접 영향을 받는 한국 대통령이 이 문제를 언급했지만 동 지역의 다른 국가 정상들도 그러했다"고 논의 배경을 설명했다. 메르켈은 이어 "모든 참가국 정상들은 이와 관련한 유엔 안보리의 역할을 지적했다. 우리는 모두 유엔 안보리가 북한의 새로운 위반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이번 위반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기를 희망하고, 이에 대해 폭넓은 합의가 있었다"고 말했다.
김 부총리는 이에 대해 "국제사회에서 북한 미사일 문제에 대한 국제적 공감대를 확보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G20 회담에서 북한 핵과 미사일 문제에 대한 가시적 성과, 예컨대 공동 발표문 등이 나오지 않은 것과 관련해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비판도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이 정도(메르켈 총리의 발표 정도)면 의장의 구두 성명에 준하는 내용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이 정도로 (메르켈이) 회견을 한 것도 아주 이례적인 일이라고 이해해 달라"고 했다.
다른 정부 고위 관계자는 "G20은 기본적으로 경제·무역 포럼이라 갑자기 어떤 정무적 사안을 논의하고 결과 문서에 담아내기가 상당히 힘들다"며 "메르켈 총리가 의장으로서 결과를 발표한 것이다. 우리의 바람은 별도 의장성명이 나오거나 결과 문서에 담기는 것이었지만, 의장의 재량에 달린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북한 문제와 관련, 이 고위 관계자는 추가 제재 차원에서 북한에 대한 원유 공급도 제한하거나 중단할 수 있다는 취지의 말을 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그는 "원유 공급 중단은 안보리 결의에서 안보리 회원국들과 굉장히 중요하게 논의되고 있는 이슈"라며 "안보리 결의가 어떻게 채택되는가를 봐야 한다"면서도 '인도적 지원 차원의 원유 공급이 아니라면 제한할 수도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렇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안보리 결의에도 인도적 지원은 예외를 제공하고 있다"며 "원유 공급도, 인도적 차원에서 반드시 필요하다면 (안보리) 제재위원회에 예외를 요구할 수 있다. 사용처에 따라 제재위원회가 답을 줄 수 있다"고 했다. 이 말을 뒤집으면, 인도적 차원의 지원이 아닌 원유 공급은 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이 된다.
앞서 정부는 지난 6일 한미일 정상 만찬 회담에서 대북 제재에 "추가적 요소(element)가 논의될 것"이라는 논의가 있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경제, 무역, 기후변화 등도 성과로 자평…"아베 회담서 소녀상 거론"
김 부총리는 경제 분야의 성과에 대해서는 "이번 G20 정상회의의 가장 큰 성과는 새 정부 정책 방향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를 확보한 것"이라며 "G20 정상들은 우리 정책에 높은 관심과 지지를 나타냈으며 우리 정부는 생산적인 정책 논의를 위해 앞으로 정책 진행 상황과 성과를 국제사회와 지속적으로 공유하게 됐다"고 밝혔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단독 정상회담 내용의) 상당 부분은 쌍무적 경제협력"이라며 "8개 국가와 2개 국제기구(유엔·세계은행) 수장들과 실질적인 경협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있었다. 예를 들어 베트남과는 기업 간 투자 확대 문제와 직항노선, 노동협약, 결혼 이주여성 보호 문제 등이 심도있게 다뤄졌다"고 귀띔했다.
김 부총리는 또다른 성과로 "주요국 사이에서 그동안 의견이 갈렸던 무역과 기후변화에 대해서도 보호무역 배격과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우리의 강력한 의지를 밝히고, 양자를 넘어 다자 차원의 정책 공조를 주창하는 등 책임 있는 국가로서의 국격 제고에 기여했다"는 점을 꼽았다.
문 대통령은 또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위안부 문제와 소녀상 문제 등을 거론하며 우리 정부의 입장을 설명했다고 다른 고위 관계자가 밝히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아베 총리와의 대화에서는 과거사, 위안부, 소녀상 문제 등이 나왔다"며 "문 대통령은 '우리 국민 정서상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진솔하게 말하면서, 이것은 이것대로 관리해 나가고 소통해 나가되 다른 양국관계, 경제 협력이나 문화 교류는 계속해 나가야 한다는 폭넓은 대화가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9일 오후 함부르크를 출발해 귀국길에 오른다. 귀국 시각은 한국 시간으로 10일 오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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