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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주도권' 인정한 트럼프, 막가파식 청구서 내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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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주도권' 인정한 트럼프, 막가파식 청구서 내미나?

무난한 정상외교 데뷔전 평가 속 사드 배치 기정사실화, 한미 FTA 후폭풍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한미 정상회담은 한국이 북핵 문제를 포함한 남북관계 개선에서 주도권을 확보했다는 긍정적 성과를 남겼다. 그러나 향후 한미 FTA 문제를 풀어나가는 데 적지 않은 진통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동시에 제기됐다.

김연철 인제대학교 교수는 3일 <프레시안>과 통화에서 "미국에서 한국의 주도적인 역할을 지지했다는 부분이 가장 큰 성과"라면서 "북핵 문제는 미국과 서로 협의하면서 풀어 나가고 남북관계는 우리가 나름대로 주도적으로 풀 수 있는 근거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본다"고 평했다.

이상현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 역시 이날 열린 세종연구소 프레스포럼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적인 발언이나 어색한 장면은 연출되지 않았다. 앞으로 5년 동안 이어질 문재인-트럼프 시대의 첫 단추를 잘 끼웠다"고 총평했다.

이 본부장은 △한미 동맹 강화 재확인 △대북 정책 공조 및 한국 주도권 확인 △가장 껄끄러운 문제였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문제에 대해 정상회담에서 직접 다루지 않고 무난히 넘어간 점 등을 언급하며 "한미 양국이 실용적인 차원에서 어려운 문제는 피하고 각자의 관심사를 챙긴 실리적 회담"이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애초에 이번 회담에 대한 기대치가 높지 않았기 때문에 긍정적인 평가가 가능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미 국무부 전 한국과장인 데이비드 스트라우브 세종연구소-LS 펠로우는 이날 포럼에서 "미국은 문재인 정부가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기 전에 협상을 개시할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표했고, 사드 문제에 대해서는 의심을 넘어 분노를 느끼기도 했다"면서 "이번 한미 회담에 긍정적인 이유는 정상회담 전 사람들의 기대치가 이처럼 낮았고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회담을 통해 미국 정부는 문 대통령과 보좌진들이 사드를 적당한 시기에 완벽하게 배치 허가해줄 것을 믿게 됐고, 이후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안보 및 북한 문제에 대한 한미일 3자 협조에 어려움을 주지 않을 것으로 기대할 것 같다"고 내다봤다.

그런데 이러한 측면 때문에 향후 한국의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이혜정 중앙대학교 교수는 이날 <프레시안>과 통화에서 "양국 정상이 한‧미‧일 3국 안보 협력을 증진시키겠다고 공언했는데, 미국은 동아시아판 나토(NATO)를 염두에 두는 것 같다"며 "이렇게 되면 한국은 미국과 일본을 막는 전초기지로서의 역할이 강해진다. 이는 곧 사드 도입 논리와도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중국이 제시한 '쌍중단'(雙中斷·북한의 핵실험 및 미사일 발사 중단과 한미 연합 군사 훈련 중단)과 관련, 문재인 대통령이 불가능한 선택지라고 선을 그은 것도 향후 한국의 전략적 입지를 좁히게 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이 교수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월 30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CSIS(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 초청 연설에서 북한의 핵 미사일 동결과 한미 군사훈련을 교환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는 점을 거론하며 "전략적 모호성 차원에서 여지를 남겨뒀어야 했다. 이런 식의 입장이라면 한미일 3각 안보 협력을 하지 않을 수 없고 사드를 배치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6월 30일 오전(현지 시각) 워싱턴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마친 뒤 공동언론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트럼프의 가장 큰 관심, '한미 FTA'

한편 향후 한미 간 과제와 관련, 사드 배치와 북핵 등 안보적 사안을 둘러싼 국내‧국외적 관심이 높지만 실제 가장 큰 현안은 한미 FTA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김연철 교수는 "트럼프의 우선 순위가 한미 간 무역 적자, 자유무역협정 등의 분야"라면서 "일단 정상회담 기간 중에는 나름 선방한 것으로 보이지만 이게 끝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가 미국과 논의 전에 입장을 잘 다듬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상현 본부장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본인은 FTA를 챙기고 북한 핵 문제에는 별로 관심이 없어서 한국이 한 번 풀어보라는 식으로 주도권을 이야기한 것 아닌가 싶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과 공동 기자회견에서 자동차와 철강을 '불공정한 이슈'라고 콕 집어서 이야기했다. 향후 미국의 강한 통상 압박이 예고되는 대목"이라고 분석했다.

스트라우브 전 미 국무부 한국과장은 "문 대통령은 한미 FTA와 방위비 분담금 협정 등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을 듣고 직접적으로 반복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대한민국에 일부 양보를 기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혜정 교수는 미국 정부에 대해 "한미 FTA와 관련, 백악관이 저렇게 일방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동맹 간 최소한의 신뢰를 저버리는 행태다. 이렇게 되면 다른 사안에 대해 공조할 때 미국을 어떻게 믿을 수 있나? 동맹의 신뢰를 깨는 '막가파적인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 정치적으로 수세에 몰리면서 한미 FTA가 타깃이 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렇지만 그는 "무역 문제를 외국에 전가하는 것도 불합리하고 순서로 따져도 중국이나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이 먼저"라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이 다소 경솔했다고 지적했다.

스트라우브 전 과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사람이나 정책에 대해 마음을 자주 바꾼다. 아무것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트럼프의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이 교수는 "문재인 정부가 '민주정부 3기'라는 태생적 한계가 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그럼에도 미국에 대한 소위 '울렁증'을 극복해야 한다"며 향후 협상 과정에서 과도하게 미국에 끌려가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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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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