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트럼프, 미묘하게 엇갈린 "진지한 대화"

文대통령 "북핵 해결하면 트럼프 위대한 대통령 될 것"

취임 후 처음 갖는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환영 만찬을 통해 상견례를 한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와 달리 양국 간 현안을 치열하게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29일(워싱턴 현지시간)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의 환영 만찬 브리핑에 따르면 "양국 정상은 시작부터 매우 솔직하게 양국 현안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기 시작했다"며 "대화는 시종 솔직하고 진지하게 이뤄졌으며, 한반도를 둘러싼 여러 현안들이 건설적으로 논의됐다"고 한다.

윤 수석은 "대화의 분위기는 처음엔 아주 긴장된 분위기에서 시작됐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우호적 분위기에서 진행됐다"면서 "굳건한 한미 동맹에 기초해 북한 핵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 경제 번영 등을 이뤄나가자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고 했다.

구체적인 대화 내용에 대해 청와대는 양국 간 합의에 따라 공개되지 않았지만, 문 대통령은 북핵 동결을 입구로 한 '단계적 북핵 해법론'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협조를,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FTA를 둘러싼 미국의 무역 적자를 논의의 중심에 올린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오랫동안 한국과 미국이 협력해 나가야 한다. 핵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고 한반도의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을 최우선 과제로 삼음으로서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희망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만일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문제를 해결한다면 미국의 어느 대통령도 해결하지 못한 위대한 성과를 만드는 것이며, 트럼프 대통령 또한 위대한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과거에는 북한 문제가 중요하다 하면서도 실제 행동은 하지 않았다. 나는 대통령의 강력한 힘에 기반한 외교에 대해서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덧붙였다.

'강력한 힘에 기반한 외교' 언급에 대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튼튼한 안보, 강한 안보에 기반해야 대화도 가능하고 평화도 가능하다고 문 대통령이 말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북한에 대한 그런 기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두 정상의 입장이 일치했다"고 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날 미국 재무부가 중국 단둥은행을 '돈 세탁 우려 기관'으로 지정하는 등 중국과 북한에 대한 동시 압박에 착수함으로써 대화와 협상보다 제재에 방점을 두었을 것으로 보인다.

단둥은행 제재 문제와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사전에 인지는 하고 있었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해 미국의 대북 독자 제재와 관련된 논의가 오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문제에 대해서도 문재인 대통령은 기존의 언론 인터뷰에서 밝힌 기조대로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미국의 이해를 당부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 관계자는 "한미 양국의 현안에 대해 대부분 다 언급됐다"고 말해 두 정상 간 사드 관련 논의가 오갔음을 시사했다.

▲ 백악관에서 열린 공식 만찬에서 악수를 나누는 한미 정상.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사는 무역 적자 문제였던 것으로 보인다. 만찬 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과의 매우 좋은 회담을 막 끝냈다"면서 "북한 문제와 새로운 무역협정을 포함한 많은 주제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새로운 무역협정' 언급은 한미 FTA 재개정 문제를 지칭한 것으로 해석된다. 전날 백악관 고위관계자는 한미 정상회담과 관련한 브리핑에서 "양국 간 무역 불균형이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 무역 문제에 대한 토론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경제적 동맹'을 강조하며 한미 FTA가 양국에게 호혜적인 협정이란 점을 강조했을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인사말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의 경제적 성과를 축하하며 "미국의 경제적 성과를 바탕으로 한국 역시 새로운 희망이 생겼다"면서 "한국에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이식시킨 나라가 미국이다. 한국의 성공은 미국의 보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첫 만남부터 양국 정상의 신경전이 치열하게 진행되면서 30일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 결과에 더욱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오늘은 양측 간 합의를 하는 자리는 아니었다. 첫 대면을 한 자리에서 여러 현안에 대한 의견들, 서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하는 자리였다"며 "두 정상이 서로 진솔하게 이야기를 했고 두 분 간의 이해도는 매우 높아졌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날 만찬이 끝난 뒤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백악관 개인 집무실인 트리티 룸을 공개하는 등 우호적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 부부를 환송하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함께 탄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3층이 내 사적인 공간인데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다. 당선되기 전에 이렇게 좋은 곳이 있는지 몰랐다"며 "한 번 구경하지 않겠느냐"고 즉석 제안했다.

이에 문 대통령과 함께 3층으로 향한 트럼프 대통령은 남북전쟁 당시 링컨 대통령이 사용한 책상이 있는 방과 링컨 대통령의 침실을 보여주며 문 대통령에게 직접 앉아보라고 권유했다고 윤영찬 수석이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 앉아 사진을 찍기도 했다.

윤 수석은 "백악관 측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사적 공간에 외국 원수를 데리고 간 것은 처음이라고 했다"며 "우리 외교부도 백악관을 방문한 우리나라 대통령 중에 백악관 3층 공간에 초청된 대통령은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