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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6세대, 지방권력 교체로 시험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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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6세대, 지방권력 교체로 시험대에 올랐다"

[인터뷰] 송영길 인천시장 당선자

지난 6.2 지방선거에선 전국 곳곳에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승부가 벌여졌다. 특히 수도권이 그랬다. 하지만 인천은 좀 달랐다. 송영길 민주당 후보와 안상수 한나라당 후보의 득표율 차이는 8.3%p. 다소 싱겁게 승패가 갈렸다. 재선에 도전했던 안 후보는 당일 밤 개표가 한참 진행되는 도중에 패배를 인정하며 사무실을 떠났을 정도였다.

연세대 총학생회장, 인천 대우자동차 노동자, 노동인권 변호사…. '386의 전형'이라할 만한 경력이다. 이에 인천 계양을 지역구 내리 3선, 민주당 최고위원, 시장 당선을 더하면 송영길 인천시장 당선자의 현재까지 이력서가 완성된다.

게다가 인천 10개 기초단체 당선자 중 6명이, 시의원 30명 중 23명이 민주당 출신이다. 안희정, 이광재, 김두관 등 함께 각광받는 다른 야권 광역단체장 중 송영길의 출발선이 가장 앞서 있다.

하지만 속사정이 편하지는 않다. 송 당선자는 24일 <프레시안>과 인터뷰에서 "선거 때 파악한 인천 빚이 7조 원이었는데 인수위 들어와서 보니 9조4000억 원이더라"고 한숨을 쉬었다.

전임 시장의 무리한 개발사업에 대한 인천시민의 염증은 이번 선거에서 확인됐지만 송도경제자유구역 등에 대한 욕구 또한 여전하다. 진보적 기대와 보수적 욕구 사이에 샌드위치가 될 수도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그랬었다.

송 당선자는 일단 "계양산 골프장, 굴업도 골프장은 안 짓기로 확정했다"고 잘라 말했다. 롯데와 CJ라는 재벌기업의 숙원 사업들이다. 무분별한 개발사업에 제동을 걸겠다는 얘기다. 일부 경제지들은 "송영길 만난 기업들이 반기업 정서에 떨고 있다"며 우회적 압력을 가하고 있다.


진보적 기대에 부응할 만한 답들이다. 하지만 "그게 다냐. 뭐 먹고 사나"라는 반문이 돌아올 만하다. 이에 대해 송 당선자는 "인천의 지정학적 위치가 바로 답"이라고 응수했다. 그는 "미중관계가 호전되면 인천이 대중국 전진기지가 된다"고 밝혔다. 남북관계 호전, 미중관계 호전 등 동북아 데탕트만이 인천의 살길이라는 말이다.

그는 또 인천경제자유구역의 법인세 감면 폭이 부족하다며 더 과감한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삼성전자가 충청권 가는 것 보다 송도에 들어오면 물류 비용이 더 줄어들 것이다"고도 말했다. 송 당선자 측은 세종시 수정안의 국토해양위 부결 이후 삼성과 한화 측과 송도 입주 문제를 협의하고 있다. 수도권 과밀화 반대, 대기업에 대한 과도한 특혜 부여 반대라는 진보적 의제와는 상반된 계획이다. 충청권과 지역갈등이 벌어질 수도 있다.

진보와 보수를 모두 만족시키느냐, 둘 사이에서 압착되느냐. 송영길 당선자는 이제 정말 좁은 길 앞에 섰다. 이 좁은 길을 통과한다면? 송영길 당선자는 현재도 차차기 후보군 중 선두주자로 꼽힌다. 향후 4년에 인천과 송영길의 명운이 달려있다.

다음은 24일 오전 인천 도시개발공사 내 시장 당선자 사무실에서 진행한 인터뷰 전문이다. 인터뷰는 <프레시안> 박인규 대표가 진행했다. 편집자


"빚이 7조인 줄 알았는데 들여다보니 9조 4000억"

▲ "인수 작업하면서 보니 빚이 9조가 넘더라"고 말한 송영길 당선자ⓒ프레시안(손문상)


프레시안: 태어난 고향은 아니지만 노동자, 변호사, 지역구 3선 의원을 하면서 인천에 뿌리를 박았고 인천시장까지 됐다. 6.2 지방선거 민심을 어떻게 평가하나?

송영길: 1985년에 인천에 왔으니까 이제 25년이 됐다. 지방선거 민심은, 예상 밖이라는 이야기도 있지만 우리 인천은 예상대로 나왔다(웃음). 수평적 정권교체 이후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10년을 지낸 국민들이 다시 동굴로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을 명확히 밝힌 것이다.

참여정부에 대한 비판이 많았지만 그것은 '플러스 알파'로 더 잘하라는 것이지 거꾸로 가라는 것은 아니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2년 반 만에 '거꾸로는 안 된다'는 것이 확인됐다. 인천에 의미 부여를 해본다면 지방권력도 처음으로 민주개혁세력으로 교체됐다. 수도권 전체로 고건, 조순 시장이나 임창열 지사 같은 경우엔 '빌려다 쓴' 사람의 성격이 강하고 정통 민주당 세력이 당선된 것은 (이번 인천이) 처음이다.

프레시안: 3선 의원에 민주당 최고위원이었다. 이제는 행정가로 변모하게 됐는데 시장 선거에 나선 계기가 뭐였나?

송영길: 배지 떼고 나와야 하는 거니 결심이 쉽진 않았다. 하지만 서울, 경기가 쉽지는 않다고 내다봤었고 인천에서나마 승리하지 못해 수도권에서 다 지면 민주당이 과연 존속할 수 있겠냐는 위기의식이 있었다. 내가 출마하든 안 하든 인천에서 패배하면 미래를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처음엔 나도 다른 후보를 모색했었는데 여론조사나 당 안팎에서 송영길이 아니면 어렵다는 여론이 많았다. 외부적으로는 나를 3선 국회의원으로 만들어준 인천에 대해, 내 개인적 정치 프로그램을 좀 수정하더라도 은혜에 보답해야 한다는 마음이 컸다.

프레시안: 인천의 경우 시의회, 구청장 모두 민주당 쪽이 석권해서 일하기가 다른 지역에 비해 편하겠다. 이미 인천에 대한 공부가 많았겠지만 인수위원회에서 3주간 시정을 들여다보니 어떤가?

송영길: 옹진군수가 한나라당, 강화군수가 무소속이고, 남동구와 동구가 민주노동당이고 나머지 6곳 구청장은 민주당 소속이다. 선거 때 안상수 시장 시절 8년을 불투명, 불통, 불신, 부실의 '4불'로 정리했었는데 들여다보니 진짜로 그렇더라. 도시축전, 자전거도로 등 각종 사업을 소통없이 진행하다 보니 부실화되고 불신의 대상이 됐다. 선거 때 파악한 인천시 부채가 7조 원이었는데 들어와서 보니까 9조4000억 원이다.

그 중 인천도시개발공사 부채가 6조6000억 원인데, 땅 사고 개발 사업하느라 생긴 부채는 자산이라고 말하겠지만 그 부채로 얻은 땅 위에 건물 지으려면 돈이 또 필요하다. 지금처럼 부동산 경기가 하락하는 상황에서 재개발 물량 분양이 더 어려워질텐데….

"이것이 송영길의 복안이다"

▲ "인천의 지정학이 살 길이다"ⓒ프레시안(손문상)
프레시안:
그래도 통상적으로 시민들의 개발 욕구가 없다고 말하긴 어렵지 않을까?

송영길: 리스크에 대한 고려 없이 긍정적인 면만 보여주면, 잘못된 정보를 일종의 불완전 보험 판매처럼 제공하면 표가 나오겠지만 그건 잘못이다.

지금 재개발 지역의 재정착률이 20% 수준이고 공사비도 조합 조성할 때 이야기한 것보다 다 올라가게 되어있다. 개발 속도를 통제하고 리스크를 분배하지 못하면 (개발) 공급이 일시에 몰려 시장포화상태가 된다.

그렇다면 송영길의 복안은 무엇인가? 인천만의 지정학적 장점이 있다. 중국 변수와 남북 변수가 있다. 중국의 강력한 소비계층을 끌어당길 수 있다. 지금까지 보면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의 중국 물류 중에 인천 몫이 작았다. 지금까지 그 장점을 제대로 활용 못했는데 그걸 잘 하겠다는 것이다. 미중관계가 더 발전하면 인천은 대중국 전진기지로 마케팅할 수 있다.

그 밖에 수도권에서 바다도 보고 산도 보고 레저를 즐길 수 있는 유일한 곳이 인천이다. 인천대교 ,공항고속도로로 용유도, 무의도 같은 곳에 가면 정말 좋다.

프레시안: 이미 나온 황해경제권, 인천경제자유구역 지정도 같은 맥락일텐데, 어떤 활성화 방안이 있나?

송영길: 국내 기업이 먼저 안 들어오면 외국 기업도 안 들어온다. 경기도 파주의 엘지필립스를 봐라. 최종적으론 필립스 지분이 정리됐지만, 엘지가 와야 필립스도 들어온다는 것을 보여줬다. 삼성전자 같은 경우 반도체나 휴대폰 같은 초경량 상품 모두 항공편으로 수출하는데 송도에 들어오면 물류 코스트가 확 떨어진다. 삼성이 들어오면 일차, 이차 벤더 다 따라오게 되어있다. 지금은 사실 경제자유구역에 들어와봤자 별 게 없다. 3년간 법인세 50% 면제 정도인데 더 강화해야 한다.

프레시안: 경제자유구역의 인센티브 확대는 중앙정부 권한일텐데?

송영길: 그렇다. 하지만 우리나라 경제자유구역이 7곳인데 송도가 먼저 살아나야 한다. 중국의 등소평이 홍콩 앞의 어촌 심천을 먼저 개발하니 푸둥, 상하이 등으로 확장되지 않았나. 용의 꼬리가 용을 움직이고, 점이 선으로 선이 면으로 확대되는 것이다. 우리도 송도를 성공시켜 롤모델로 만들면 광양, 진해로 다 확장될 수 있다.

지금은 그냥 다 지정만 해놓은 것에 불과하다. 내가 비판하긴 했지만 전임 안상수 시장도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 것이 궁여지책으로 송도 땅 떼서 팔아 아파트 개발하고 기부채납받고 한 것 아닌가. 이 과정에서 프로젝트 파이낸싱이 부실화됐다. 사실 (송도에도) 외국인 직접투자(FDI)는 얼마 없다.

"대북지원 재개, 정치가 아닌 생존의 문제다"

▲ 통일부 지침에도 불구하고 대북지원 재개를 선언한 송영길 당선자ⓒ프레시안(손문상)

프레시안: 얼마 전에 대북지원 재개 방침을 밝혔다. 중앙정부 방침에 반하는 것이다.

송영길: 안상수 시장이 추진했던 대북사업이 개성에 자전거 보내기, 나무심기, 영유아 의료지원, 축구 합동 훈련 등 규모도 작다. 20억 원 정도 되는 것인데 이걸 재개하려는 것이다. 보수적인 안 시장도 그렇게 했던 것인데 여야를 막론하고 인천은 남북관계가 풀려야 발전하는 도시다. 인천 발전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다.

'시에 빚이 9조 있다'는 사람이 무슨 대북지원이냐는 보수적 비판도 있겠지만 이건 정치적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지금 관광객이 떨어져 대청, 소청, 백령도 주민들이 다 죽을 맛이다. 전쟁분위기 만들면 죽어나는 건 서민이다. 남포항과 인천항 연결되던 것도 다 끊겼다. 개성공단 투자 업제들 모두 피해보고 있다. 인천 경영자총연합회 회장이 개성에서 자동차 부품회사 하는데 대북 지원 재개에 대해 전폭 찬성하면서 '너무 좋다'더라.

프레시안: 안 시장 시절 계획을 이행하는 것 말고 추가 지원 계획도 있나?

송영길: 일단 계획된 것부터 하겠는데 어제 김문수 경기도지사를 만났는데 '말라리아 예방약 지원해야 한다'더라. 경기 북부 지역은 말라리아 때문에 헌혈도 안 받아준다. 임진강 수계 사업도 경기도가 피해보는 것이라 (북한을) 안 도와줄 수 없다더라.

김 지사 같은 사람도 그런 말은 하는데 대통령은 생각을 바꿔야 한다. 우리가 지금 전략적 물자, 군수물자로 전용가능한 물품을 준다는 것도 아니잖나?

"한강에 4000톤 배가 왔다갔다 할 수 있겠나"

프레시안: 오세훈 서울시장이 한강에 배 띄운다고 한다. 전임 안상수 시장 시절 오세훈-김문수-안상수 세 사람이 한강주운에 합의했었다. 인천이 주운 입구인데 어떤 생각인가?

송영길: 나도 처음엔 경인운하 찬성했었다. 홍수 막는 방수로는 불가피한 것이고 그걸 조금만 수리하면 되는 것 아닌가 싶었다. 남북 물류 문제도 있지 않나 그런 고민이었다. 하지만 이젠 물류에 대해선 자신이 없다. 컨테이너 왔다갔다 하는 물길은 안 되는 것 아닌가? 인천공항철도도 돈만 잡아 먹는데, 한강주운도 배 안 다니면 비용 감당 못한다. 전문가 집단의 의견을 더 듣겠다. 오세훈 시장한테 물어봤더니 '중국까지 4000톤 배가 왔다갔다 하게 한다'는데 그게 되겠나?

프레시안: 지난 총선 때만 하더라도 여야 막론하고 뉴타운 개발을 강조했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또 다르다. 민주당 출신 인천 시장에게는 다른 진보적 색깔의 방안이 요구될 것 같다.

송영길: 계양산 골프장 안 짓기로 확정했다. 굴업도 골프장도 마찬가지다. 기존의 조력발전 계획도 문제가 있다. 시민단체와 정책연대를 하면서 다 합의한 일이다. 대신에 인천에도 올레길을 만들어서 녹지 축을 보존할 것이고 무조건 때려부수는 재개발 재건축이 아니라 스토리가 살아있는 도심재개발을 추진하겠다. 아파트 숲만 세우는 것으론 이젠 안 된다.

"통합이 제일 좋고 연대가 그 다음인데, 연대보단 통합이 세다"

▲ 재평가 받은 386의 선두주자 송영길은 '연합'을 강조했다ⓒ프레시안(손문상)

프레시안: 정치적 이야기를 좀 해보자. 386세대, 정치권에 진입할 때는 과도한 찬사를 받았고 참여정부 후반기에는 거의 '악의 축'식으로 비난을 받았다. 이번엔 송영길, 안희정, 이광재 등이 광역단체장으로 당선되면서 다시 재조명 받고 있다. 가히 롤러코스터라 할 만 하다. 물리적 나이를 봐도 386이 앞으로 한동안 정치적 중추 역할을 할 수 밖에 없어 보인다. 집단적 정체성이 유지될까?

송영길: 이른바 386은 역사성이 있는 집단이다. 1980년 5월과 1987년 6월의 임팩트가 이 세대에 역동성을 부여하고 있다. 물리적으로도 각계에서 중추가 되는 40대 후반 50대 초반을 형성하고 있다.

지난 3김 세대의 기가 워낙 세서 4.19세대나 6.3세대는 집단적으로 큰 역할을 못하고 바로 80년대 세대로 넘어가는 느낌이었다. 중간에 이명박 대통령이 들어왔지만 요즘 이 대통령도 세대교체 이야기 하지 않나. 이번 선거를 보면 광역단체장 뿐 아니라 기초단체장도 엄청나게 바뀌었다. 경기도 부천, 시흥, 광명, 수원시장도 그렇고 서울의 많은 구청장들이 386세대다. 인천 시의원 당선자 평균연령이 48세다. 나랑 같다.

우리 세대가 앞으로 더 큰 역할을 하기 위해선 지방권력 교체의 기회를 성실하게 감당해야 한다. 국가를 맡겨도 될 만큼 신뢰할 집단이라는 증거를 쌓아야 한다.

프레시안: 이번 지방선거에서 야당은 연합으로 승리를 거뒀다. 향후 행보에 대해서도 말이 많은 상황이다.

송영길: 이번 7.28 재보선에서도 야권이 연합하지 않으면 안 된다. 가장 좋은 것이 통합이고 그 다음이 연대인데, 연대보단 통합이 더 세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경기도지사 선거에 기호 8번으로 나섰었는데 실제로 제약이 많지 않았나? 통합이냐 분립이냐…분립이면 연대를 하더라도 여러 비용이 들어간다.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이) 통합을 해야 한다.

유시민 전 장관이 선거 때 통합의 전망을 제시했으면 표 누수를 막아 득표가 더 높았을 것이다. 야권 분열현상을 고정화 시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로 (민주당 지지자들이) 표를 찍는데 고민이 있었다. 당시 김진표 최고위원이 유 전 장관에게 (민주당과 통합해) 기호 2번으로 나가라는 것이 단순한 정치공세가 아니었다.

나는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도 통합을 했으면 좋겠다. 그 쪽과 우리는 정책연대와 연립을 고민하면 되는 것이고. 배경이 같고 정책적 차이가 별로 없는 집단은 통합하고 그렇지 못한 집단끼리는 연대로 가닥을 잡아야 하지 않겠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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